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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5화

Author: 십일
그때만 해도 아무도 오미선 교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섬에서의 생활 여건은 실로 열악했다. 교수들조차 감당하기 힘든데, 젊은 학생이 과연 와서 버틸 수 있을까?

하지만 오미선 교수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위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요즘 세상에 지도교수랑 마음 터놓고 지내는 학생이 어디 있다고...’

‘인터넷에 악성 게시글이나 올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정말 이렇게 직접 오다니... 아쉽게도 오미선 교수님은 이미...”

옛 사람을 입에 올리자, 전해산의 눈가가 금세 젖었다.

잠시 후에야 정신을 다잡은 듯, 그가 정은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왔어?”

정은은 가방에서 공문 한 장을 꺼내 펼쳤다.

붉은 머리글자가 박힌 제목.

〈소정은 서비대학교 박사과정 대학원생, 호주 맥스 군도 임시 바이러스 연구센터 파견 승인〉

마치 90년대 대학원 시절 흔히 보던 ‘추천서’처럼 보였다.

“학교에서 연구팀 앞으로 정식 메일도 보냈을 겁니다. 그런데 보니까... 여기선 못 받으신 것 같네요?”

전해산이 고개를 끄덕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메일이요? 아이고, 벌써 3주 가까이 인터넷이 끊겼어.”

말끝에 자조 섞인 웃음이 흘렀다.

정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왜 인터넷이 끊기는 건가요? 오미선 교수님께 들었을 땐, 섬에도 이미 기지국이 설치돼 있다고 하던데요.”

“맞아. 설치는 돼 있지. 그런데 날씨가 하도 험해서 고장이 잦아.”

“그럼 바로 수리하면 되잖아요?”

“수리야 해야지. 하지만 곧 또 태풍이 몰아친다는 예보가 있어서, 괜히 고쳐놔도 다시 무너질 거야. 그래서 이번 태풍이 지나가면 한꺼번에 손볼 계획이고.”

정은은 말없이 입술을 다물었다.

“장비에 문제는 없나요?”

“없을 리가 없지. 데이터 대부분이 네트워크로 처리하고 저장돼야 하는 건데, 지금은 전혀 안 돼.”

“다들 이제 익숙해져서, 인터넷 연결되면 그때 몰아서 작업하고, 끊기면 그냥 밖에 나가서 직접 표본 채집해.”

“그래서 요즘은 낮엔 전부 밖에 나가 있는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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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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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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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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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26화

    늪지 사고 이후, 모두가 충격과 부상 탓에 연구는 일시 중단되었다.연구센터에 머물며 회복하는 수밖에 없었다.정은은 딱히 놀라지 않았다.몇몇 교수들의 부상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전날 밤, 만춘미 교수가 새벽 두 시가 되어서야 교수들의 상처 치료를 다 마무리했다.앞으로도 경과 관찰, 약 교체 같은 일은 계속 이어져야 했다.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교수들은 마치 겁에 질린 사람들처럼 맥이 빠졌다.무엇을 해도 의욕이 나지 않았다.이튿날 밤, 장원주와 우철한 두 원로 교수까지 잇따라 고열에 시달렸다.상황은 몹시 위중했다.만춘미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섬은 본래 독성이 강한 균주로 가득한 곳입니다. 평소 별일 없었던 건 방호 조치가 철저했고, 오랜 생활로 이곳에 몸이 조금씩 적응하며 항체가 생겨서였죠.”“그런데 늪지 사건으로 다들 몸과 마음이 심하게 지쳐 면역력이 떨어진 겁니다. 그래서 장 교수님, 우 교수님처럼 쓰러지는 경우가 생긴 거예요.”“지금은 간신히 열을 잡아놨습니다만... 만약 추가로 아픈 사람이 생기면 저 혼자선 감당이 안 됩니다.”전해산이 다급히 물었다.“그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습니까?”만춘미가 한숨을 내쉬었다.“스스로 몸 관리 잘하는 게 제일 큰 도움이에요.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라도 나면, 저는 정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그녀는 차마 말하지 않았지만, 교차 감염의 위험도 분명히 존재했다.위험 소지를 괜히 입 밖으로 꺼내 불안만 증폭시키는 것은 더 곤란했다.주광빈이 조심스레 물었다.“약품은 충분합니까?”만춘미는 고개를 저었다.“모자랍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해열제, 항생제는 이미 빠듯하고, 기본적인 소모품인 거즈나 면봉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원래라면 다음 보급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양이었는데, 이번 사고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준비가 전혀 없었죠. 당장은 아껴 쓰면 버틸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멜버른에 나가서 보충해야 합니다.”주광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하지만 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525화

    그때, 이조화의 몸은 상반신까지 늪에 가라앉고 있었다.공포가 극에 달해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정은이 던진 덩굴이 이조화에게 닿았을 때, 그녀는 한동안 얼어서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온몸이 굳어 버린 나무토막처럼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정은은 다시 덩굴을 던지며 소리쳤다.“죽기 싫으시면 이거 잡으세요!”이조화의 눈동자가 겨우 움직였다. 그러나 이조화가 잡지 못한 덩굴은 하여순이 손으로 움켜쥐었다.“정... 정은! 나부터 끌어줘! 내가 더 깊이 빠졌어. 나를 먼저 끌어올려야 해!”이조화가 번개처럼 고개를 돌려 하여순을 노려보았다.순간 하여순의 얼굴에 죄책감이 스쳤지만, 그건 잠깐일 뿐이었다. 곧 그녀는 억울함을 가장한 당당한 목소리를 내뱉었다.“원래 그렇잖아요! 제가 교수님보다 더 깊이 빠졌는데, 먼저 올라오는 게 뭐가 문제입니까? 책임교수라고 무조건 양보받아야 합니까?”“하 교수님!”이조화는 이를 갈며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하여순은 한 치 물러서지 않았다.“사실 아니에요? 애초에 교수님이 앞장서자고만 안 했어도 우리가 늪에 빠질 일은 없었을 겁니다.”“정은이가 경고했는데 왜 무시했습니까? 그깟 책임교수 자존심 세우려고 팀원들 목숨까지 걸어야 했냐고요!”“팀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은 교수님께 있었어요. 그런데 정은 학생과 겨루듯 고집을 부리다 이런 꼴이 난 거잖아요!”이조화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반박할 말조차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하여순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그렇다. 만약 자신이 고집을 꺾고 정은의 말을 들었다면, 지금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정은과 전해산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두 여기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그 생각이 스치자 이조화의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온몸이 차갑게 식었고, 두 뺨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정은은 곧 하여순을 먼저 끌어 올렸다. 이어 이조화도 차례대로 늪에서 건져냈다.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 오늘 더는 일을 이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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