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28화

Author: 적매화
어쩌다가 이렇게 산산조각이 나 버린 거지?

김단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촉촉해졌다.

이 옥팔찌는 정씨 가문에서 그녀를 인정한 증표이자 그녀와 정암의 관계를 증명해 주는 물건이었다.

김단이 그동안 이 팔찌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며 간직해 왔던가.

그런데 결국에는 이렇게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가슴 한구석이 시큰하게 저려 왔다.

김단은 고개를 푹 숙였다.

감정에 쉽게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백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나지막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고맙습니다. 백우님.”

말을 마친 김단은 몸을 돌린 후 벽에 의지한 채 절뚝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백우는 이미 옥팔찌 위로 떨어지는 그녀의 눈물을 보았다.

한편, 같은 시각

삼백 리 떨어진 한양에서는 김단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에 놀란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갔다.

임씨 부인은 가는 내내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진산군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아 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손바닥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마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눈앞에 놓인 커다란 관을 보게 되었다. 그걸 보는 순간 임씨 부인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분명 김단을 찾았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왜 날 맞이하는 것은 김단이 아니라 관인 거지?

임학의 두 눈 밑은 검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진산군과 임씨 부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눈을 내리깔았다.

임씨 부인은 비틀거리며 그에게 다가섰다.

“학아… 사람은? 이 어미를 놀라게 하지 말거라... 이... 이 안에 있는 것이……”

임학은 여전히 차갑게 굳은 얼굴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사실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임학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찾아보거라” 혹은 “계속 수색해 보거라”

그것뿐이었다.

그토록 필사적으로 찾아 헤맸건만 결국 이런 모습이라니…

멀지 않은 곳에는 소한이 맥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시선은 커다란 관에 고정되어 있었고 차가운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29화

    관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듯한 지독한 악취가 몰려왔다.진산군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토할 뻔했다.그는 관 속에 든 시신을 확인하고는 너무 놀란 나머지 연거푸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보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시신은 이미 부풀어 오르고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여인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피부 색마저 변해 있었다.그러나 진산군은 시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했다.“이건 단이가 아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있던 소한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마치 한 줄기 희미한 희망이 비치는 듯했다.놀란건 임학도 마찬가지였다.진산군이 이렇게까지 확신하는 것을 보니 정말 단이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소하는 본능적으로 소한을 한번 힐끗 바라본 뒤 조심스레 물었다.“진산군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진산군이 떨리는 목소리로 꾸짖었다.“너희들 모두 정신이 나갔느냐? 단이의 몸은 원래 흉터투성이였던 것을 모르느냐? 설마 물에 빠졌다고 해서 흉터가 사라지기라도 한단 말이냐?”이 관 속의 시신에는 흉터가 없었다!이 점은 소한과 소하 또한 수상쩍게 여기던 부분이었다.소하는 다시 한번 소한을 흘깃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한이가 말하길, 예전에 단이에게 흉터를 없애는 연고를 건넸다고 하더군요. 아마 그 연고 덕분에 단이의 흉터가 사라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진산군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소한이 줬다고 해서 단이가 그걸 썼을 것 같으냐?”그는 차갑고 무거운 말투로 되물었다.“단이를 몰라서 하는 말이냐? 그 아이가 어떻게 소한의 물건을 쓰겠느냐!”그는 알고 있었다.단이는 소한을 증오하고 자신들까지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그러므로 그녀가 소한이 준 연고를 썼을 리 없었다.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자 진산군은 눈물을 훔치며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이 아이는 단이가 아니다! 절대!”그러자 임학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30화

    얼마 지나지 않아 진산군과 임씨 부인은 자리를 떠났다.그 뒤로 소하 역시 사람들을 이끌고 관을 끌고 나섰다.임학은 천천히 돌아서서 자신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계속 찾거라.”비록 그 시신이 단이 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했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까...그러니 끝까지 찾아야만 했다.그렇게 말한 뒤 떠나려던 찰나, 뜻밖에도 소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조씨 성을 가진 산파라니, 그게 무슨 소리오?”소한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조금 전 임씨 부인이 한 말이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예전에 진산군 댁에서 임원을 데려온 전말에 대해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그때 출산을 도왔던 산파가 단이와 임원을 바꿔치기했다고 했다.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또 다른 조씨 성을 가진 산파가 나타났다는 건 무슨 말일까?임학은 무표정하게 소한을 바라보았다.대답할 마음 따위 없다는 듯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려 했다.하지만 몇 걸음 내딛지도 못하고 다시 멈춰 섰다.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던 어둠이 그를 집어삼켰다.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소한을 바라보았다.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그려졌다.“보름전, 단이가 이 장양강에 떨어진 다음 날, 진산군 관저로 한 명의 산파가 찾아왔소. 그녀가 말했지. 단이야말로 진산군 댁의 진짜 핏줄이라고 말이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임학은 소한의 두 눈 속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분노를 보았다.그 순간, 소한이 거칠게 다가와 그의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격분한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뭐라고 했소? 방금 한 말, 다시 말해 보시오.”단이야말로 진산군의 친딸이라고?임학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그저 소한을 향해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못 들었소? 단이는 처음부터 진산군의 진짜 혈육이었단 말이오. 자네가 마땅히 아내로 맞아들여야 할 사람도 처음부터 단이었단 말이오.”단이는 원래 모두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성격을 간직한 채 한결같이 소한을 연모하며 자연스럽게 그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31화

    소한은 임학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다.피하는 대신 그도 재빠르게 주먹을 날렸다.“그럼 넌? 넌 버린 게 아니야?”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날, 단이가 세답방으로 끌려갈 때 왜 임원만 감싸고 단이는 외면했던 건데?”임학은 강하게 한 방 맞고 뒷걸음질 쳤다.그러나 곧바로 다시 달려들었다.“그럼 넌?”그의 눈이 이글거렸다.“정말로 단이를 좋아했다면 왜 지켜주지 않았어? 무심했던 주제에 이제 와서 감금까지 하면서 욕심을 부려? 결국 네가 죽인 거야!”“닥쳐!”소한은 분노로 이성을 잃고 임학과 뒤엉켰다.두 사람 모두 검을 뽑지 않았고 제대로 된 검술조차 사용하지 않았다.그저 어린아이처럼 한 대 치면 한 대 받고 그러다가 다시 반격하기를 반복했다.얼마나 오래 싸웠을까.결국 두 사람은 나란히 땅바닥에 쓰러졌다.얼굴은 멍투성이였고 코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임학은 무기력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오직 단이 생각만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소한의 말이 옳았다.그는 오라버니가 돼서 어찌 자신의 친 누이도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어째서 그토록 중요한 사람도 몰라봤던 것일까?그가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오라버니가 될 수 있단 말인가!한편, 소한 또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그러나 그의 눈빛은 점점 증오로 물들어갔다.정녕 하늘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일까?원래 그의 것이었는데.그것을 잔인하게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이제 와서 확인사살 시켜주는 모습이라니.비웃고 싶은 거였나?자신이 후회하길 바라는 걸까?아니면 기어코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일까?아니.그렇게는 안되지.원래 내 것이었다면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단이가 살아있든 죽었든 상관없다.어떻게든 그녀를 찾아낼 것이다.그녀가 살아 있다면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고 그녀가 죽었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갈 것이다.신이시여부디 이것 하나만 기억하길 바랍니다.감히 제 것을 빼앗아갈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그 시각소하는 직접 그 여인의 시신이 묻히는 장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32화

    삼백 리 밖, 하만촌.그곳에서 김단은 여전히 산산조각 난 옥팔찌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사소한 일에 얽매이지 않는 성격이었다.그러나 옥팔찌가 부서진 순간 그녀의 가슴에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허망함이 밀려왔다.하지만 이내 그녀는 생각을 바꾸었다.한양에서 이곳까지 떠밀려왔음에도 살아남았다.이게 과연 단순히 행운이 따라서 생긴 결과일까?혹시 정씨 부인이 선물해 준 이 옥팔찌가 그녀의 재앙을 막아준 것은 아니었을까?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더 아려왔지만 한편으로는 또 따뜻한 감정이 밀려왔다.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정암이 그녀를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최지습은 장작더미 앞에 앉아 있었다.그는 손에 쥔 도끼를 높이 들어 장작 위에 정확히 내려쳤다.‘쾅!’나무가 깨끗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집 안쪽을 바라보았다.창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그 틈으로 옥팔찌를 손에 쥔 그녀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최지습은 오래전부터 정암에게 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아주 오래전.그와 정암이 산속 협곡에서 포위되었던 날 최지습은 그에게 가족의 유무에 대해 물었고 그때 정암이 얘기해주었다.“저에게는 누이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아이가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제 유일한 소원입니다.”그때 정암의 눈빛은 단단하고도 맑았다.그런데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몸을 보았을 때 직감했다.정암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정암이 살아 있었다면 절대로 자신의 여동생을 이토록 처참한 모습으로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최지습의 가슴 한구석이 쓰라렸다.그는 다시 도끼를 높이 들었다.그리고 한 번 더.‘쾅!’장작이 또 한 번 두 동강이 나며 양옆으로 굴러떨어졌다.전쟁터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최지습은 오랫동안 병사를 이끌었다.그의 손아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하지만 그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33화

    그 순간 집 안에서 갑작스럽게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쨍그랑!”최지습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도끼를 내려놓았다.그리고 이내 묵직한 걸음을 내디디며 방문 앞으로 다가섰다.그가 문 앞에 서는 순간 집 밖에서 들어오던 희미한 빛마저 다 가려졌다.그로 인해 실내는 한층 더 어두워졌다.김단은 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바라보았다.미안함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올려보며 얘기했다.“죄송해요. 그저 물을 마시려 했을 뿐인데 찻잔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그만 손에서 찻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바닥에는 깨진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최지습의 짙은 눈동자가 그녀 발치의 깨진 컵 조각을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그는 말없이 걸음을 옮기며 걷어 올렸던 소매를 다시 내렸다.“앉아 있소. 내가 치울 테니.”그녀는 왼쪽 다리를 땅에 디딜 수 없었다.그리고 오른발 주위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 가득했다.만약 발을 헛디뎠다가는 큰일 날 것이 뻔했다.그렇기에 김단도 굳이 고집부리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에게 내민 그의 팔을 잡았다.마치 쇳덩이처럼 단단한 촉감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놀랐다.그는 그저 산에서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일 뿐인데 어째서 부대에서 단련된 장병들보다 더 단단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그러나 그녀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천천히 몸을 움직여 침대로 돌아가 묵묵히 빗자루로 깨진 조각들을 쓸어 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는 조각을 모두 쓸어 담은 뒤 조용히 집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잠시 후 그가 다시 돌아왔다.이번엔 손에 따뜻한 물 한 잔이 들려 있었다.김단은 양손으로 그 잔을 받아 천천히 한 모금 들이켠 뒤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맙습니다, 백우님.”그러나 그녀는 문득 뭔가를 떠올린 듯 급히 말을 덧붙였다.“돈 금방 갚을게요.”치료비, 약 값, 춘 숙모에게 준 다섯 냥의 은화, 그리고 방금 부숴버린 그 컵까지 최지습은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었다.그녀를 죽음의 문턱에서 건져 올린 사람.그것만으로도 평생 감사해야 할 사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34화

    한양의 궐 안.이번에는 전하가 직접 소하를 불러오라는 지시를 내렸다.금빛 찬란한 대전, 그 안에 문무백관들이 좌우로 나란히 늘어섰다.그러나 그 중앙을 가로질러 들어오는 자는 한낱 평복을 입은 남자였다.그의 발걸음은 거침없었고 묵직했다.그는 마침내 대전의 중앙에 섰다.그리고 조용히 옷자락을 정리한 후 한쪽 무릎을 꿇었다.“평민 소하, 전하를 뵙습니다.”그와 함께 또 다른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손헌.소하를 보자마자 손헌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그의 가슴속은 이미 분노로 들끓고 있었으나 전하 앞이라 감히 소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그리고 그 순간전하의 날카롭고도 냉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손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므로 즉시 관직을 박탈한다!”“금군 총령은 오늘부터 소하가 맡는다.”그 말을 들은 소하는 조용히 예를 갖추었다.“명을 받들겠습니다.”그러나 손헌은 결코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제 아침 조정에서는 구태부를 필두로 한 수십 건의 탄핵 상소가 올라왔다.그가 김단을 찾고도 외면한 사실은 전하를 격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백성을 위해야 할 자가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가?그는 오직 손가의 안위만을 걱정했을 뿐이었다.전하가 그를 죽이지 않는다면 누가 그를 죽이겠는가?그나마 덕빈과 명정 대군의 이름을 내세워 전하의 침전 앞에서 하룻밤 내내 무릎을 꿇었던 덕에 그는 죽음을 면하고 단순히 면직 처분만을 받은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김단을 보고도 못 본 척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오직 소가의 두 형제뿐이었다.소한이 일러바쳤을 리는 없다.애초에 그가 이렇게 행동한 것은 모두 소한을 위해서였으니까.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오직 소하뿐인데...손헌은 분노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결국 그는 억울한 감정을 삭히려 이를 악물고 예를 올렸다“전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전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손헌을 흘끗 바라보았다.그리고 무심하게 손을 흔들자 즉시 대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35화

    소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소하는 천천히 몸을 돌려 어서재로 향했다.방안에는 소하뿐만 아니라 진산군도 와있었다.시간이 꽤 흘렀건만 진산군의 모습은 한층 더 초췌해져 있었다.원래는 귀밑머리에 흰머리가 몇 가닥 섞여 있을 뿐이었는데 지금은 온통 백발이 되어버렸다.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전하 역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가슴이 답답해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말해보라. 도대체 어찌 된 일인 게야?”그러나 진산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소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예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전하, 삼 년 전 진산군께서 가문의 적녀를 사칭한 여인을 친딸로 여기고 정작 자신의 친딸을 양녀로 삼으셨습니다. 그로 인해 진정한 진산군의 적녀가 억울한 세월을 보냈으며 지금은 생사조차 알 길이 없습니다. 이에 수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감히 임금을 속여!”분노에 찬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자 진산군은 그 자리에서 풀썩 무릎을 꿇었다.그는 변명 한 마디 하지 않았다.오히려 전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직이 물었다.“그러니까 임원이 가짜이고 김단이 진짜라는 말인가?”진산군의 초점 없는 눈에 눈물이 서렸다.그는 떨리는 손을 맞잡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 사람아! 어찌하여 이토록 어리석은 게야! 어찌 제 친딸도 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전하의 질책이 쏟아지자 진산군는 더욱 비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그 아이가 제 부인과 너무 닮아 그만…”끝내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제가 저지른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제발 죽기 전 단 한 번이라도 단이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김단이 장양강에 빠졌다는 소식은 전하도 이미 알고 있었다.눈앞의 진산군을 보자 전하는 문득 자신이 명왕 대군을 잃었을 때가 떠올랐다.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참담한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깊은 한숨을 내쉰 전하는 이내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 아이가 임씨 부인을 빼닮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536화

    진산군은 감사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떴다.한편, 서재 안은 소하와 황제만 남았다.소하의 차가운 낯빛을 보고,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마음에 들지 않소? 진산군 관저를 모두 몰살하고 싶은 생각인 것이오?”소하는 서둘러 예의를 차렸다.“송구하옵니다.”황제는 짧게 탄식을 내쉬었다.“임 씨 집안은 개국공신 집안이오. 짐이 만일 모든 것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 임 씨 집안도 지금까지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오.”사실상 오왕의 난 후, 임 씨 가문은 없어져야 할 가문이었다.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황제는 그를 한번 쓱 훑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허나, 단이 낭자의 집안이지 않소. 진정으로 낭자를 생각한다면, 임 씨 가문을 남겨 놓아 할 것이오.”김단, 아니 임단 때문에 피로 얼룩진 원한을 삼으면 아니되지 않는가.소하는 어떠한 표정도 짓지 않았다.그저 살짝 고개를 끄덕 일뿐이다.“그러하옵니다.”허나 마음은 달랐다.만약 단이라면, 어찌 처리하였을까.아마도 무시했을 것이다.그녀는 더 이상 진산군 집안과 상관이 없지 않은가.집안이 사라져도, 남아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친부모’ 라는 사실에, 복수는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허나, 소하는 다른 생각이었다.단이를 대신하여 정의를 되찾고 싶었다.그 집안이 그녀에게 했던 짓을 되돌려 받아야 하지 않은가.황제는 소하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그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설득이 되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허공에 손을 저으며, 그를 자리에서 떠나게 하였다.소하는 예의를 차린 뒤, 발걸음을 옮겼다.진산군 관저와 연관된 일은 그가 나설 일이 아니었다.임 씨의 조상들은 개국공신을 한 탓에, 황제가 쉽게 임 씨 가문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허나, 세습을 물려받을 자격에서 박탈하였기에 거의 끝나가는 집안이다.이후에 단이가 다시 집안으로 돌아간다면, 임학도 더 이상 자신이 도련님이라는 사실로 괴롭힐 수 없을 것이다.임원은..동래로 쫓아낸 것은 너무 약한 처벌이 아

Pinakabagong kabanata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0화

    이튿날 아침, 김단은 궁무를 맡지 않았기에 평양관저에 머물며 맹영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맹영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김단의 곁에 있을 때만큼은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조용한 정원, 김단은 맹영지와 함께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계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숙희가 건네준 과자가 들려 있었고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맹영지는 고개를 들어 만개한 계화를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어제 소하가 평양관저를 찾아왔으나 그는 맹영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하려 애썼다. 아마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이었을 것이다.김단은 맹영지를 바라보며 과거 소하가 왜 그리도 그녀를 칭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한때 소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인답게 그녀는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그렇게 가까웠던 두 사람이었는데 맹영지는 어쩌다 소하에게 독을 먹이려 했던 것일까?김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맹영지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김단이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평양관저의 겸인이 급히 달려와 말했다.“아가씨, 맹가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이런 큰일이 발생했으니 맹씨 집안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겸인에게 말했다.“알겠소. 이리로 모셔오시오.”잠시 후, 맹씨 부인이 정원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김단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슬픈 눈으로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김 의원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의원님이 아니었다면 제 딸이 그 짐승 같은 자에게 학대받으며 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맹씨 부인의 눈동자가 붉어졌다.김단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과찬이십니다, 맹씨 부인. 민태훈, 그 자의 말에 따르면 맹영지 아가씨의 병은 이미 4~5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9화

    소한은 코웃음을 치며 말없이 등을 돌렸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하의 조용한 목소리가 방안의 침묵을 깨뜨렸다.“이번에는 정말 잘했어.”영의정 저택에서 벌어진 일은 소한이 형벌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소하의 귀에 들어갔다. 만약 소한이 과감하게 영의정 저택에 침입하지 않았다면 김단은 쉽게 그곳을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민씨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김단을 해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녀가 겪었을 모욕과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소하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소한은 많이 당황한 듯했다.“제가 충동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때로는 그 충동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소한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김단의 얼굴을 떠올렸다. 처음에 그녀도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 듯했지만 곧 냉랭한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김단은 마차에 오를 때까지 자신에게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가 나타나자마자 바로 그의 품에 안기며 그를 향해 미소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너무나도 차갑게 변해버렸다. 자신을 외면하는 그녀가 소한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며 굳게 결심했다.그는 잃어버린 것을 되찾기 위해 이미 어떤 대가든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반 시진 후, 김단은 방 안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러자 숙희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아가씨?”김단은 정신을 차리고 숙희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두 도련님께서는 모두 돌아가셨습니다.”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금 전 발생한 일을 되새겨 보았다. 그녀는 소한이 오랫동안 계획해 온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는 소가를 위해, 전하를 위해 심지어 임원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그녀만은 제외였다.그녀는 소한이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하는 척하며 평양관저로 따라온 것도 단지 자신의 동정심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상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8화

    김단은 아무 말 없이 소한을 부축하며 걸었다. 궐에서 나오는 길은 유난히 길고 고요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으며 말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궐문에 도착했을 때 소한의 마차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아마도 말을 타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상태로 다시 말을 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된 김단은 곁에 있던 경씨에게 부탁했다.“도령님, 장군님을 먼저 집으로 모셔다 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소한이 놀란 듯 김단을 바라보며 물었다.“내게 약을 발라주지 않겠다는 것이오?”김단도 당황해하며 되물어 보았다.“소가에는 의원이 없습니까?”소한은 김단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자신의 의도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어머니께서 내가 또 다쳤다는 걸 아시면 얼마나 걱정하겠소? 그러니 그냥 근처에서 치료받을 것이오. 낭자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돌아가시오.”김단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먼저 평양관저로 함께 가서 약을 바르시죠.”소한은 그녀의 제안에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불편하지 않겠소?”김단은 그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괜찮습니다.”그렇게 소한은 김단과 함께 평양관저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김단의 몸종 숙희였다.소한을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러자 김단이 숙희를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했다.“숙희야, 장군님을 객실로 안내해 주거라. 나는 약을 준비하러 가야겠구나.”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김단의 지시를 따랐다.객실에 혼자 남은 소한은 조심스럽게 상의를 벗고 등을 드러냈다. 그의 등에는 형벌로 인한 상처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그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등을 바라보며 오늘의 형벌이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음을 깨달았다.하지만 그는 김단이 이 상처를 보면 마음 아파할 것이라 생각하며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잠시 후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약을 들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7화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 속에서 전하는 이해 안 되는 듯한 어투로 물었다,“조선의 장군인 네가, 수많은 전공을 세운 네가, 원하는 여인 하나 얻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이냐? 어찌 김단 하나 때문에 수년간 공들여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이야? 그 낭자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전하의 말투는 엄중했지만 그 속에는 실망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그러자 소한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그렇습니다.”전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김 의원, 들었소?”그 순간 소한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조용히 서있는 김단이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담담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소한은 그녀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이 모든 대화를 들었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소한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김단, 왜 이곳에 있는 것이오?”그녀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와 무릎을 꿇고 전하에게 예를 올렸다.“소녀 김단, 전하를 뵙습니다.”전하는 손짓으로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일어나거라.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거라.”김단은 소한을 보지 않기 위해 시선을 정면에 고정한 채 차분하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다. “제가 직접 목격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민대부를 제외하고는 영의정 댁 장남의 부인에게 감히 손을 댈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입니다.”전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맹 낭자의 상처를 확인하기 위해 두 명의 궁녀를 보내겠다. 평양관저에서 확인해 보도록 하거라.”학대의 이유가 무엇이든 맹영지는 필시 중전의 친척이었다. 만약 폭력을 가한 사람이 민대부라고 할지라도 이는 중전의 가문을 모욕하는 행위와 다름없었기에 결코 그를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전하는 소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쩌면 네 죄가 묻힐 수도 있겠구나.”민씨 가문의 잘못이 드러나게 된다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6화

    소한은 곧바로 병사들과 함께 어서재에서 물러났다.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향 한 자루가 탈 정도의 시간이 흘러 있었다.소한이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본 전하는 하던 일을 멈추고 냉랭하게 물었다.“영의정이 너를 더 때리라고 명하지 않았느냐?”소한은 조용히 전하 앞으로 걸어가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대답했다.“전하의 깊은 뜻을 아는 자입니다. 그러니 더 심한 처벌을 요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전하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내 뜻이 무엇이더냐?”소한은 고개를 들어 전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전하께서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래서 영의정을 불러 제가 벌을 받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게 하셨죠. 그리고 동시에 제가 전하의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셨습니다. 전하께서는 영의정이 이 사실을 눈치채기 바라신 것 아니었습니까?”전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손에 들고 있던 붓을 책상에 내던지며 소리쳤다.“이 불경한 자식아! 내 너를 아낀다고 해서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느냐? 영의정 저택 외에 또 어디에 첩자를 심어두었느냐?”소한은 눈을 내리깔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3품 이상의 모든 관료의 집에 첩자를 두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전하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소한을 가리켰지만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동안 방안을 서성이었다.잠시 후 그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네가 감히! 그렇게 많은 곳에 첩자를 심어두고 무슨 일을 꾸미려는 것이냐? 이렇게 행동하면 내가 소씨 집안을 멸문시켜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소한은 여전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저도 위험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다섯 해 전, 저희 소가는 거의 멸문 당할 뻔했습니다.”그 해 소하가 지닌 병권은 다른 집안의 탐욕스러운 먹잇감이 되었고 그로 인해 조정의 문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5화

    김단은 그제야 잊고 있었던 민태훈을 떠올렸다.그녀는 맹영지를 몸종에게 맡기고 민태훈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에 박힌 은침을 뽑아냈다.침이 빠져나가자마자 민태훈은 마치 고통에서 해방되기라도 한 듯 온몸의 긴장이 풀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 가닥의 은침이 이토록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큰 마님은 김단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다.그때 경씨가 마차를 몰고 도착했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걸어 나오자 경씨는 놀란 얼굴로 다가와 안부를 물었다.“낭자, 괜찮소?”방금 전 김단이 영의정 저택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소한은 급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덕분에 한발 늦게 도착한 경씨는 자신이 더 일찍 김단을 챙기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말했다.“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했소.“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저는 괜찮습니다. 먼저 맹 아가씨를 평양관저로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김단과 몸종이 맹영지를 부축하며 마차에 오르자 경씨는 바로 마차를 출발 시켰다.김단은 마차에 오르기 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조용히 서 있는 소한에게로 향했다. 소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김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소한은 그런 김단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 후 소한은 곧장 궁으로 향했다.어서재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앉아 오늘 영의정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에게 보고했다.그의 말을 들은 전하는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며 소한을 꾸짖었다.“네가 감히 허락도 없이 영의정 저택을 침입했단 말이냐? 정말 대담하구나! 내가 너를 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느냐?”그러나 소한은 그저 묵묵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벌을 달게 받겠습니다.“전하는 그의 담담한 태도에 더 분노하며 외쳤다.“민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4화

    김단은 민씨 부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파악했다.보내서는 안 된다라...오늘 이 자리에서 맹영지뿐만 아니라 김단 자신도 민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김단은 민씨 부인이 자신의 아들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릴 줄 몰랐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김단의 눈빛이 서서히 날카롭게 변해갔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분노와 실망이 교차했다.큰 마님은 민씨 부인의 표정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맹영지의 몸에는 증거가 남아있었고 그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하지만 지금 김단을 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분명 궐로 들어가 이 일을 고발할 게 뻔했다.지금 김단을 적으로 돌린다면 그에 따른 후과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큰 마님은 사랑하는 손자를 바라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김단을 보내면 민태훈의 입지가 위험해질 것이고 보내지 않는다면 민가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그러기에 그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그때, 한 하인이 급히 달려와 외쳤다.“큰 마님! 소 장군님께서 오셨습니다!”소 장군? 소한을 말하는 것인가?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큰 마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소한이 이렇게 빨리 이곳에 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김단도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긴 사이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큰 마님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뵙게 되어 송구합니다.”모두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당당하게 정원으로 걸어 들어오는 소한의 모습이었다.“소한,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들어오다니! 대체 영의정 저택을 무엇으로 보시는 것이오? 이곳은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오.”소한은 그 말을 한 사람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런 무례를 범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곧 전하 앞에서 사죄드리지요.”그는 정원에 있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큰 마님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3화

    머뭇거리는 그들의 모습에 김단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마님, 만약 지금 이 자리에서 저를 막으신다면 저는 곧장 궐로 가 이 모든 일을 고할 것입니다.”그녀의 말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그 안에는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김단의 말이 끝나자 민가의 사람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큰 마님은 눈썹을 찌푸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녀는 김단이 단순한 의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김단은 진산군 댁의 적녀이자 평양원군의 의남매이다. 그리고 그녀는 소가의 두 형제와도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금 그녀를 적대시하는 것은 곧 여러 권세 있는 가문을 적으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었다.큰 마님은 민태훈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통에 찬 얼굴로 땀을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그러나 동시에 마음속에는 김단에 대한 의심도 피어올랐다. 만약 그녀의 말이 과장된 것이라면 민씨 가문은 부당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한참을 고민하던 큰 마님은 굳게 결심한 듯 민씨 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가 직접 확인해 보거라. 만약 낭자의 말이 거짓이라면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민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단과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김단은 조심스럽게 맹영지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팔 안쪽에는 선명한 멍 자국이 여러 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민씨 부인은 숨을 들이켰다.“이런 상처가… 정말로…”그녀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김단은 차분하게 말했다.“다리 쪽은 더 심각합니다. 보시겠습니까?”민씨 부인은 고개를 저으며 물었다.“이 상처, 정말로 태훈이의 짓입니까?”김단은 잠시 침묵하더니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닙니다.”그 말에 민씨 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태훈이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착하고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었단 말입니다.”김단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82화

    공주의 이름이 거론되자 민씨 일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스쳤다. 그러나 큰 마님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낭자가 공주의 명을 받고 우리 영의정 저택에 들어와 병자를 돌보는 것은 알겠소. 허나 공주의 허락 없이 사람을 해치는 것은 무엄한 일이오. 공주라 할지라도 국법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그러니 함부로 공주의 이름을 빌어 협박하지 마시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단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참으로 옳은 말씀이십니다.”민가의 큰 마님은 김단이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신을 치켜세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단의 입가에는 더욱 짙은 미소가 떠올랐고 눈빛에는 경멸이 스쳤다.“공주님께서도 국법을 지키셔야 하는데 민가의 사람들은 더욱 그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민가의 사람들은 일제히 소리를 높이며 반박했다.“그게 무슨 뜻이오? 우리 민씨 일가는 예로부터 법을 준수하며 국법에 어긋나는 일을 한 적이 없소!”“김 의원께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우리 민가에 누명을 씌우려는 것 아니오?” 김단은 그저 조용히 서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김단의 이런 차분한 태도가 큰 마님의 신경을 건드렸다.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며늘 아씨는 중전마마의 친조카이시며 공주자가의 사촌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의 치료를 맡게 되었지요. 원래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었으나 오늘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누군가가 큰 며늘 아씨의 회복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의원으로서 제 환자가 이곳에서 고통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니 제가 데려가야겠습니다. 만약 제 앞을 가로막으신다면 다음번에는 민대부님의 다리에 은침을 꽂아 버릴 것입니다.”이에 큰 마님은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치며 외쳤다.“허튼소리 마시오! 낭자의 의술이 부족해서 생긴 일을 왜 우리한테 덮어씌우려는 것이오?”“맞소! 무슨 명의의 제자라더니... 다 헛소리구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