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성웅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미래를 이끌고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습기가 차오르는 욕실 안에서 성웅은 미래의 뺨을 감싸 쥐며 입술을 부드럽게 겹쳤다. 그는 입맞춤 사이사이에 나직하게 물었다."미래야, 어제는 많이 피곤했어? 오늘은 어때?"성웅의 시선은 집요했다. 마치 미래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려는 듯, 그는 미래의 눈을 집요하게 쫓았다. 미래는 그 뜨거운 시선이 두려워 자꾸만 눈동자를 굴리며 피했다. 늘 그랬듯 성웅의 다정함은 때때로 숨이 막히는 압박으로 다가왔다. 성웅은 도망치는 미래의 시선을 붙잡듯,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깊게 입을 맞췄다.그의 손이 미래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을 때였다."아……!"갑작스러운 통증에 미래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움츠렸다. 낮에 입은 화상이 심상치 않았던 모양이었다. 놀란 성웅이 서둘러 셔츠를 제쳐 어깨를 확인하자, 하얀 살결 위로 화끈거릴 정도로 붉게 달아오른 화상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성웅의 손이 멈췄다. 그는 셔츠를 제치고 미래의 어깨를 확인하더니, 붉게 달아오른 화상 자국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썬텐을 얼마나 심하게 한 거야?"성웅의 목소리에는 낮게 깔린 불편함이 묻어났다. 그는 어깨를 살피며 덧붙였다."썬텐 하는 거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내일 낮에 병원 다녀와야겠다."그는 더 이상 미래의 몸을 어루만지지 않았다. 흥분으로 달아올랐던 열기는 미래의 상처를 확인하는 순간 건조하게 식어버렸다.성웅은 셔츠를 마저 살살 벗겨내주고 브래지어 후크를 풀어주었지만, 그 손길에는 이미 애정이나 열정보다는 귀찮은 일을 처리하는 듯한 무심함이 배어 있었다.거울을 향해 고개를 돌려 칫솔에 치약을 짰다. 성웅은 거울 너머로 미래의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거칠게 양치질을 시작했다.어깨의 따가움보다, 성웅의 무미건조한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단절이 미래의 마음을 더 깊이 할퀴었다. 애초에 그녀의 상태는 성웅의 계획 안에 없었다는
수화기 너머로는 긴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있었다. 그 침묵이 거절이 아니라, 감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그리움이 억눌린 자의 애달픈 비명이라는 것을. 진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 무거운 정적 속에서 미래는 그가 얼마나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겹겹이 쌓여 있는지 온몸으로 느꼈다.핸드폰을 타고 넘어오는 진희의 거친 숨소리가 라흐마니노프의 선율 위로 가늘게 겹쳐졌다. 그 호흡 하나하나가 마치 미래의 귓가에 직접 닿는 고백처럼 아릿했다.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졌고, 요트 위의 미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도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꽉 쥐었다.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물리적 거리는 음악이라는 투명한 끈을 넘어 진희가 보내는 말 없는 간절함으로 인해 서서히 녹아내렸다.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일요일 오후, 미래는 진희속으로 아주 천천히, 그러나 결코 되돌아올 수 없는 깊이로 침잠해 들어갔다. 대답 없는 대답이, 그 어떤 사랑의 언어보다 더 아프고 아름답게 미래의 마음을 적셨다."진희 씨, 저만 보고 싶은 거 아니죠?"미래가 조금은 장난스럽고 애교 섞인 말투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진희는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가 핸드폰을 타고 미래의 귓가에 닿자, 그녀의 심장이 녹아내릴 듯 뛰었다."그럴 리가요. 저도 무척 보고 싶어요. 지금... 혹시 통화 가능한 환경이에요?"미래는 주위를 한번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췄다."네, 다들 나갔어요. 저 혼자예요.""지금 밖인가 봐요? 바람 소리가 들리네요.""네, 여기 배 위예요."미래의 대답에 진희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남편이 준비해준 화려한 요트 위에서 미래가 느끼고 있을 고독의 정체를, 그는 굳이 들추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는 더 다정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미래의 마음을 파고들었다.진희는 입술을 짓눌렀다. 30대의 젊은 남자로서 느끼는 묘한 열패감과 자존심이 가슴 한구석을 찔렀다.전화기를 타고 흐
"아빠…… 아빠 나빠."정적을 깨는 맑은 목소리에 성웅이 먼저 눈을 떴다.창밖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마스터룸의 커튼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고 있었다. 성웅은 미래를 품속에 가둔 채였고, 그의 다리는 미래의 허리께에 걸쳐져 있었다. 어젯밤 슬립을 걷어 올린 채 멈춰 섰던 탓에, 두 사람은 맨살을 맞댄 채 이불 속에서 긴 밤을 보낸 상태였다.방문을 열고 들어온 진원이 잔뜩 심통이 난 얼굴로 침대 곁에 서 있었다."왜 엄마 방에 와서 자? 나랑 자기로 했잖아!"진원은 아빠를 엄마한테 뺏겼다는 사실에 화가 난 듯, 이불 위로 털썩 뛰어올라 성웅의 옆자리를 파고들었다.'이런.'본능적으로 이불 밑을 확인한 성웅의 눈동자가 짧게 흔들렸다. 맨살을 맞댄 채 엉켜 있는 두 사람의 다리. 진원이 조금만 더 늦게 들어왔거나 이불이 조금만 더 들춰졌더라면, 아찔한 상황이었다."진원아."성웅은 서둘러 이불을 끌어올려 미래의 어깨까지 덮어주었다. 인기척에 미래도 퍼뜩 눈을 떴다. 상황을 직감한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아빠가 지금 네 방으로 갈게. 먼저 가서 기다려.""싫어, 나 여기서 더 잘래. 엄마도 있는데 왜!"미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슬립 한 장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남편의 품에 안겨 있는 이 모습을, 아이에게 들키면 안 됐다."진원아, 그게…… 엄마가 어제 남은 애플망고 깎아서 갈게. 응? 조금만 기다려 봐."미래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진원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몸을 일으켰다."알겠어. 엄마, 그럼 나 아침에 오믈렛도 해줘!""……응, 알겠어."진원이 방을 나가고 문이 닫히자, 팽팽하게 당겨졌던 긴장감이 툭 끊어졌다.성웅은 다시 미래를 꽉 끌어안았다. 어젯밤 다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듯, 미래의 어깨와 목덜미에 나긋한 입맞춤을 흩뿌렸다. 어깨를 감싸 쥔 손이 자연스럽게 가슴 위를 스쳤고, 고개를 숙인 그의 입술이 그 예민한 굴곡을 따라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미래는 숨을 들이켰
성웅이었다. 욕실에서 가볍게 양치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침대 곁으로 다가와 몸을 눕혔다.성웅은 잠든 미래의 어깨 위로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이어지는 서늘한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타고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익숙하고도 뜨거운 온기. 미래는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성웅의 입술이 귀 끝을 간질이며 귓불을 집요하게 자극했다. 미래의 가장 예민한 곳, 성감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그의 능숙한 애무였다. 미래는 본능적으로 아랫배가 팽팽하게 죄어드는 것을 느꼈다. 어제의 기억과 오늘의 현실이 충돌하며 끔찍한 모순을 만들어냈다.그녀는 필사적으로 숨소리를 죽이고 잠든 척했다. 하지만 성웅은 그녀가 깨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그가 낮게 웃으며 미래가 입고 있던 얇은 슬립의 어깨끈을 천천히 밀어 내렸다.서늘한 새벽 공기가 맨살에 닿았다. 동시에 성웅의 뜨거운 손바닥이 슬립 안으로 파고들었다.미래의 심장이 공포로 요동쳤다. 성웅의 손길이 지나갈 때마다 진희와 나눴던 어제의 강렬한 잔상들이 자꾸만 덧씌워졌다. 그것은 배신감보다 훨씬 더 짙은 자기혐오였다.'제발, 멈춰줘.'마음속으로 수백 번도 넘게 비명을 질렀지만, 미래는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성웅이 다시 한번 귓가에 낮게 속삭이며 그녀의 몸을 억누르듯 다가왔다.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견고한 굴레였다. 거부하고 싶은 마음은 너무도 간절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어젯밤 진희가 남긴 감각의 잔향 위로 성웅의 익숙한 손길이 덧씌워지며 그녀의 몸이 속절없이 반응하기 시작했다.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달아오르는 몸, 성웅의 자극에 맞춰 미세하게 떨리는 호흡. 미래는 지금 이 순간, 스스로가 가장 끔찍한 배신자처럼 느껴져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그녀의 이런 미묘한 반응을, 성웅은 오랜만에 나누는 뜨거운 부부의 애정으로 착각하는 듯했다. 그가 미래의 귓가에 낮고 만족스러운 숨을 몰아쉬며, 거칠게 그녀의 슬립을 완전히 걷어 올렸다.백허그로 밀착한 성웅의 몸은 이미 팽팽하게 달아올라
이름도, 얼굴도, 무엇 하나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사람.그 사실이 순간 마음 한구석을 스치고 지나갔다.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함부로 볼 수 있는 사람 아니에요. 나중에 제대로 보여드릴게요."사람들이 아쉬운 듯 야유를 보내면서도, 이내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진희는 잔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씁쓸한 여운이 오래 남았다.조깅을 하고 샤워를 하는 동안에는 그나마 잠잠했던 마음이었다. 그런데 방금 그 짧은 질문 몇 개에, 억눌러뒀던 감정이 순식간에 다시 차올랐다.이름도 말할 수 없고, 얼굴도 보여줄 수 없는 사람.그런데도 이렇게까지 보고 싶은 사람.지금쯤 미래는 뭘 하고 있을까. 남편과, 아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만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보고 싶다.'너무 보고 싶어서, 가슴이 다 아릴 지경이었다.진희는 애써 표정을 정리하고, 옆자리 후배가 건네는 농담에 웃어 보였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는 여전히 그 그리움 안에 갇혀 있었다.미래는 물살을 가르며 삼십 분 가까이 쉼 없이 헤엄쳤다.아무도 없는 밤바다만이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차가운 물속에서, 오히려 머릿속의 장면들이 하나둘 선명하게 떠올랐다.양재천의 빗속에서 마주했던 그날의 온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달렸던 한강의 공기. 수영장의 푸른 물빛 아래 얽히던 시선. 며칠 전의 키스, 그리고 어젯밤의 숨결까지.그 조각들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세계에 이토록 깊이 들어와 버렸다는 게, 때로는 기적 같고 때로는 비현실적이었다.'나, 정말 여기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걸까.'성웅에게 묶여 있는 견고한 현실. 그리고 어느새 거부할 수 없는 중력으로 다가온 진희. 두 사람을 향한 마음의 무게는 어느 쪽도 가볍지 않았다. 그 무게가 사슬이 되어 미래를 옭아매고 있었다.행복했다. 진심으로.하지만 그 행복이 짙어질수록, 가슴 한편에는 두려움이 그림자
미래는 그 손길이 부담스러웠다. 어젯밤 진희와 나눴던 감각이 아직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데, 지금 이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버거웠다."저……." 미래가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수영 좀 하고 올게요. 아까 물에 못 들어갔더니 좀 아쉬워서.""어, 그래?" 성웅이 취기 어린 눈으로 미래를 올려다봤다. "혼자 괜찮겠어?""네, 조명도 있고. 금방 올게요."미래는 입고 있던 커버업을 벗었다.얇은 원단이 어깨를 타고 미끄러져 내리자, 그 아래 감춰져 있던 비키니 차림이 드러났다. 수중 조명이 아래에서 은은하게 비춰 올라와, 미래의 몸선을 따라 부드러운 빛의 결을 그렸다.봉긋하게 차오른 가슴에서 잘록하게 조여드는 허리, 그리고 다시 둥글게 피어나는 골반까지. 곡선은 끊김 없이 이어졌다. 그 아래로 길게 뻗은 허벅지는 매끈하고 단단했다. 오랜 시간 공들여 지켜온 몸이었다. 밤바람에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목덜미에 달라붙어, 그 선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라운지 소파에 기대 있던 성웅의 손이 잔을 든 채 멈췄다.십팔 년을 봐온 몸이었다. 그런데 지금 조명 아래 선 아내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고 눈부셨다. 취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숨을 들이쉬는 것도 잊고 있었다는 걸,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이렇게 아름다웠었나.'미래는 그 시선을 등 뒤로 느끼지 못한 채, 구명조끼도 걸치지 않고 갑판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배 주변으로 은은한 수중 조명이 켜져 있어,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미래는 바다로 들어갔다.차가운 물이 몸을 감싸는 순간, 그제야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요트에서 뿜어져 나온 수중 조명이 칠흑 같은 수면을 에메랄드빛으로 물들이며 찰랑거렸다. 조명에 반사된 물결이 잘게 부서져 피부 위로 일렁였고, 그 너머의 바다는 끝을 알 수 없는 정적에 잠겨 있었다.미래는 물 위에 떠서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성웅의 손길에서, 그리고 그 손길이 불러온 죄책감에서 잠깐이라도 벗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