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대치동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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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을담다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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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서도 시선을 독차지하는 아름다운 여자 안미래. 완벽한 몸과 동안의 얼굴을 가진 그녀는 마흔셋, 두 아이의 엄마다. 남편과의 마음은 오래전 얼어붙었지만, 51세라고 믿기 힘들 만큼 섹시하고 완벽한 남편 성웅은 밤이면 자신의 욕망을 가장 잘 받아주는 미래를 찾는다. 사랑 대신 육체적 만족만 남은 결혼. 그런 미래 앞에 모델 같은 외모의 37세 의사 유진희가 나타나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그리고 아내를 잃을 수 있다는 순간, 성웅의 소유욕은 잊었던 사랑까지 깨워버린다. 끝나지 않은 결혼과 새로 시작된 사랑 사이, 세 사람의 욕망과 감정이 엇갈리는 39금 어른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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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마흔셋, 안미래

拓海を探しに行こうとしたそのとき、進行表を抱えた式場スタッフが小走りで近づいてきた。

「柏木様、そろそろお時間です。グルームズマンの皆様もご準備をお願いします」

拓海はカフスを直しながら「はい」と返した。

そのとき初めて、拓海の隣にいるのが弟の水野悠真(みずの ゆうま)ではないことに気づいた。拓海の隣にいたのは、彩乃の弟・藤井健太(ふじい けんた)だった。

健太はグルームズマン用のスーツ姿で、胸元には白い花飾りをつけていた。

それは昨夜、私が悠真のために用意した小箱に入れておいたものだった。

スーツを試着したとき、悠真は緊張して、手をどこに置けばいいのかも分からない様子だった。私が笑うと、悠真は花飾りを手に取り、しばらくじっと眺めていた。

「姉ちゃん、明日は絶対、恥かかせないから」

今、その花飾りは健太の胸元についていた。

健太は胸元をぽんと叩き、屈託なく笑った。

「似合ってるだろ?拓海さんも、俺のほうが似合うってさ」

私は健太には目も向けず、拓海だけを見た。

「悠真は?」

「健太に替えた」

「どうして?」

「悠真はこういう場だと固くなるだろ。今日は柏木グループの株主や大事なお客様も来る。グルームズマンなら、もう少し場慣れしてるやつのほうがいい」

「だから、悠真を外したの?」

拓海は声を落とした。

「もうすぐ披露宴が始まるんだ。今はこんな話してる場合じゃないだろ」

悠真が外されたことも、拓海にとってはその程度のことらしい。私は何も言わず、そのまま控室へ向かった。

悠真はソファの隅に座っていた。グルームズマン用のスーツはもう脱いでいて、古い白シャツの袖口が少し毛羽立っていた。

私を見るなり、悠真はすぐに立ち上がり、手にしていたものを慌てて背中に隠した。

「姉ちゃん、どうしたの?」

私は悠真のそばまで行き、背中に隠そうとする手をつかんだ。握っていたのは、昨夜花飾りを入れておいたあの小箱だった。

花飾りはなく、曲がった小さなピンが一本残っているだけだった。

悠真はうつむき、耳まで赤くなった。

「拓海さんに、健太が代わりに出るから、僕は出なくていいって言われた」

少し黙ってから、悠真はぽつりと続けた。

「姉ちゃん、僕はほんとに平気だから。ちゃんとできるか不安だったし」

その声は、傷ついていることを悟られまいとするように小さかった。

そのとき、入口のほうから健太の笑い声がした。

「グルームズマンって、格好だけ整えりゃいいってもんじゃないだろ。ちゃんとサマにならないとな」

悠真は膝の上で、そっと拳を握った。

拓海はドア脇に立ったまま、悠真には目も向けずに言った。

「健太はまだ若いんだ。ちょっと口が悪いだけだろ。いちいち気にするな」

「悠真は健太より2つも年下だけど」

拓海は一瞬黙って、腕時計を見た。

「千歳、もうすぐ披露宴が始まる」

悠真が私の袖をつかんだ。

「姉ちゃん、もういいよ」

袖をつかんだ悠真の手は、汗で湿っていた。

そこへ父が息を切らして駆けてきた。額に汗をにじませ、あの古びた木箱をまだ抱えていた。

胸元の赤い花飾りはもうなく、ポケットから花飾りの赤い端だけが少しのぞいていた。

「千歳、悠真がまた何かしたのか?」

悠真は慌てて首を振った。

「違うよ、父さん。僕は何もしてない」

父は拓海に申し訳なさそうな笑みを向けた。

「拓海くん、悠真はまだこういう場に慣れてないからな。無理に出さなくていいよ。客席に座らせてもらえれば、それでいいから」

父は私に目を向けた。

「千歳、今日はお前の晴れの日だ。私たちのことで台無しにしちゃいけない」

父と悠真だけじゃない。私も同じなのだ。柏木家にとって私たちは、人前に出すには体裁の悪い存在なのだろう。

そこへホテルのスタッフが入ってきて、父の抱えている木箱に目を留めた。

「新郎のお母様から、その箱はお客様の目につかない場所へ移すようにと言われています」

父は木箱を抱く腕にぐっと力を込めた。

「いや、これは私が持ちますから、大丈夫です」

スタッフが困ったように拓海を見ると、拓海は眉をひそめた。

「持っていってください。邪魔になるので」

父はためらいがちに口を開いた。

「これは千歳に持たせる嫁入り道具なんだ」

拓海は塗装の剥げた木箱の角をちらりと見た。

「披露宴が終わってから取りに行けばいいでしょう」

父はうつむいたまま、やがて木箱を抱く腕の力を抜いた。

スタッフが木箱を受け取った拍子に、箱の角がドア枠にぶつかった。

ゴン、と鈍い音がした。

父の肩がびくりと揺れ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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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치동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찰랑이는 샴페인 잔들이 가볍게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강남 한복판, 새롭게 확장 이전한 월드베스트스킨 피부과의 VVIP 초대 파티장.화사한 생화 장식도, 눈부신 크리스탈 조명도, 쉴 새 없이 서빙되는 달콤한 샴페인도 전부 최고급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대치동 사모들의 진짜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유진희 부원장님 말씀이죠? 이번에 특별히 스카웃 제의받고 오셨다는 분?""맞아요! 그분 손길이 정말 마법 같대요.""어머, 정말요?""네, 나이 들면 볼륨 없이 툭 처지는 얼굴 있잖아요. 그걸 전혀 티 안 나고 자연스럽게, 딱 열 살은 어려 보이게 올려붙인다나 봐요.""어머나, 그게 제일 어려운 거잖아요. 시술한 티 전혀 없이 원래 내 얼굴처럼 예뻐지는 거.""게다가 그 부원장님, 인물이 그렇게 수려하시다면서요?""훤칠한 정도가 아니에요. 서울대 의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수석으로 졸업했대요.""키도 모델처럼 크고 스타일도 멋지다던데, 그 정도면 의사가 아니라 연예인 아닌가 몰라.""호호, 이거 피부과 파티가 아니라 유진희 부원장님 팬미팅 온 것 같네!"여자들의 무리 사이로 화사한 웃음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그 화려하고 시끄러운 무리에서 아주 조금 떨어진 곳에 미래가 조용히 서 있었다. 따뜻한 코트를 한쪽 팔에 가볍게 걸쳐 든 채였다.포근한 온기가 감도는 파티장 안에서 코트를 벗은 그녀의 실루엣이 가감 없이 부드럽게 드러났다. 은은한 조명을 받은 실크 블라우스는 가슴 벅차게 고급스러운 광택을 머금고 있었다.미래가 미세하게 움직일 때마다 부드러운 천이 몸의 곡선을 따라 유려하게 흘러내렸다. 억지로 꾸미지도, 과하게 드러내지도 않았지만 그녀가 서 있는 것만으로 공간 전체가 서정적인 기품으로 물드는 듯했다.키가 아주 큰 편은 아니었지만 비율은 인형처럼 완벽했다.가늘고 매끄럽게 뻗은 하얀 목선. 일자로 곧게 떨어지면서도 어딘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가녀린 어깨. 그 아래로 실크 천이 부드럽게 그려내는 선이 이어졌다.가느다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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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둘뿐인 7초
그러는 사이, 저만치 서 있던 유진맘이 민서맘 쪽으로 돌아서며 과장되게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치 미래가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람처럼."민서맘! 오늘 너무 예쁘다. 어쩜 이렇게 얼굴이 화사하고 화사해?"목소리 톤이 확 올라갔다. 평소보다 확연히 큰 목소리였다.과분한 칭찬을 받은 민서맘의 얼굴이 봄꽃처럼 순식간에 피어났다."유진 언니야말로 오늘 너무 우아하세요, 진짜로.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어머머, 내가 정말 그래? 호호호."두 여자가 까르르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미래는 들고 있던 달콤한 샴페인을 조용히 한 모금 삼켰다.저 가식적인 웃음소리가 결코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오래전부터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웃기게도 단둘이 있을 때는 전혀 달랐다. 주변에 보는 눈이 없을 때면 슬그머니 다가와 화장품은 무얼 쓰는지, 지금 입은 옷은 어느 브랜드인지 눈을 반짝이며 묻곤 했다.그러나 여럿이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안미래에게 먼저 예쁘다는 찬사를 건네는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 칭찬이 결코 자신에게 득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영악하게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유진맘이 짐짓 고개를 돌려 미래에게 말을 건넸다."병원 인테리어가 정말 고급스럽죠? 대표원장님 미적 감각이 보통이 아니신 것 같아요."미래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 들어오자마자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서 감탄했어요."거기까지가 대화의 끝이었다.유진맘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 미련 없이 민서맘 쪽으로 돌아섰다.미래는 들고 있던 잔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잠시 끈적한 행사장 소음에서 벗어나 서늘하고 맑은 바람을 쐬고 싶었다.화려한 연회장의 소음이 멀어지는 순간, 사위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복도 끝 엘리베이터 앞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미래는 코트를 한쪽 손에 걸쳐 든 채 하강 버튼을 눌렀다.온기가 가득하던 파티장과 달리 복도의 공기는 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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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둠 속의 남자 
“천천히 숨 쉬세요. 시스템이 잠시 오작동해서 멈춘 것뿐입니다.”“저…… 흑, 저…….”의지할 곳을 찾아 벽을 짚으려 손을 뻗었지만, 밀폐된 어둠 속에서 허공만 헛짚었다. 머리가 핑 돌며 무릎에 힘이 풀렸고, 몸이 사정없이 휘청였다.그 순간 남자가 재빨리 손을 뻗어 무너지는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커다란 한 손이 미래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고, 다른 손이 가녀린 팔뚝을 힘있게 붙들었다.그 충격에 미래가 들고 있던 코트가 바닥으로 픽 미끄러졌다.실크는 참 정직하고 아찔했다.얇은 천 한 겹.고작 그것뿐이었다.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허리와 그 아래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여성스러운 곡선. 중심을 잃은 미래가 그의 품 안으로 더 깊이 기울어지는 순간, 실크 너머로 전해지는 풍만한 가슴과 둥근 골반의 감촉까지 너무도 선명했다.진희의 숨이 아주 짧게 멎었다.의사로서 수없이 사람의 몸을 접해온 남자였다.그런데 지금 팔 안에 들어온 여자의 몸은 이상하리만큼 낯설고 강렬했다.작고 가녀린 줄만 알았던 몸에는 놀랄 만큼 성숙하고 아름다운 굴곡이 숨어 있었다.진희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밀어내야 했다.그런데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미래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넘어지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남자에게 매달린 순간 손끝에 잡힌 것은 단단하게 솟은 팔뚝의 근육이었다.자신을 지탱하는 팔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힘이 풀린 다리가 그의 단단한 허벅지에 닿았다. 얼굴 가까이에는 넓고 탄탄한 가슴이 있었다.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얇은 와이셔츠 아래 단단한 가슴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까지 느껴질 만큼 가까웠다.얼굴도 모르는 남자였다.이름은 더더욱 몰랐다.그런데 미래의 몸은 이미 이 남자가 얼마나 크고 단단한 사람인지 알아버렸다.그리고 진희 역시 마찬가지였다.어둠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그래서 오히려 더 위험했다.보이지 않는 대신 손끝과 피부가 상대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진희는 여자의 가쁜 호흡이 서서히 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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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잘하고 계십니다 
"혹시 폐쇄공포증이 있으신가요?""잘…… 모르겠어요…….""괜찮습니다. 숨이 엉켜서 그래요. 제 호흡을 들이마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따라 하세요."귀를 간지럽히는 낮고 부드러운 가이드가 이어졌다. 두 사람의 숨결이 어둠 속에서 몽글몽글하게 섞여 들었다."들이마시고."미래는 다정한 속삭임에 홀린 듯 떨리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남자의 깨끗한 향기가 가슴 가득 밀려왔다."천천히 내쉬고."그가 시키는 대로 조심스럽게 숨을 뱉어냈다."잘하고 계십니다."잘하고 계세요.그 다정한 격려가 귓가를 지나 가슴 깊은 곳에 콱 박혔다.십 년이 넘는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의 입을 통해서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따뜻한 위로였다.점차 숨통이 트이고 몸의 경련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그러자 마비되어 있던 다른 감각들이 서서히 달콤하게 깨어나기 시작했다.얇은 와이셔츠 너머로 쿵쿵 전해지는 남자의 고르고 안정적인 심장 박동. 귓가에 스치는 깊은 숨결. 코끝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남자의 냄새.인위적이고 독한 향수 냄새는 아니었다.단정하고 깨끗하게 세탁된 섬유의 향. 하지만 그 이면에는 무언가 묵직하고 서늘한 남자만의 체취가 섞여 있었다.어떤 남자들은 향수를 겹겹이 발라 자신을 포장하곤 하지만, 이 사람의 향은 포장 없이 몸 자체에서 순수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이 정중하고 단단한 남자.대체 누구일까.그때 엘리베이터 외부에서 다급한 구호 대원들의 발소리와 외침이 들려왔다."안에 사람 있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쾅, 쾅.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미세한 빛줄기가 굳게 닫혔던 문틈 사이로 칼날처럼 새어 들어왔다.빛이 들어오자마자 미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진희의 단단한 구속에서 빠져나왔다.그 퇴로가 너무나 매끄럽고 자연스러워, 방금 전까지 필사적으로 기댔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처음부터 홀로 서 있던 사모님처럼 차가운 가면을 쓴 미래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코트를 품위 있게 집어 들었다.이내 강제로 문이 열렸고, 대기하고 있던 직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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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남편보다 뜨거웠다 
진희는 어찌저찌 행사장으로 돌아왔다.하지만 귀를 스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전부 물속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아스라하게 웅웅거릴 뿐이었다.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예약 문의를 해왔으며, 자기 얼굴의 탄력을 좀 봐달라는 은근한 농담을 던졌다.진희는 의사로서 지녀야 할 특유의 절제되고 친절한 비즈니스 미소로 그 모든 대접을 받아냈다.하지만 자꾸만 손바닥에 눌어붙은 기묘한 감각이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이름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그런데 이성이 아닌 손이, 몸이 그 여자를 기억하고 있었다.의사로서 평생 학습해 온 데이터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었다.그런데 자꾸만 어둠 속의 달콤했던 찰나가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 놓았다.달리는 차 안.신호에 잠시 멈춘 차에서 미래는 자신의 손바닥을 천천히 펼쳐보았다.다급하게 핸드폰을 쥐고 있었던 탓에 손바닥 가운데 선 위로 핸드폰 모서리 자국이 깊게 남아 있었다.'제가 잡고 있으니 안심하세요.'미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차창 밖으로 도곡동의 가로등 불빛이 별빛처럼 빠르게 비껴갔다.집 안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다.미래는 욕실로 들어가 아주 오랫동안 뜨거운 물을 맞으며 샤워했다. 펄펄 끓는 물줄기가 하얀 등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물줄기가 어둠 속에서 그 남자의 거대한 손바닥이 머물렀던 자리를 스쳐 지나갔다.미래는 잠시 제 손을 뻗어 그 자리를 가만히 짚었다가 이내 쓸쓸하게 손을 거두었다.드레스룸 앞에 서서 아주 얇고 부드러운 실크 슬립을 꺼내 입었다.결혼 전부터 몸에 밴 오랜 습관이었다.누군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도, 남편을 유혹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그 누구도 보아주지 않는 깊은 밤일지라도 안미래는 스스로를 위해 가장 아름다운 것을 고르는, 자존심 강하고 소중한 여자였으니까.그것은 일종의 자기 증명이었다.거울 속 여자는 여전히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아주 먼 과거에는 남편도 속삭여주었었다.당신 오늘 참 예쁘다고.오늘 뿌린 향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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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이들에게만 다정한 남자 
안미래가 눈을 떴을 때는 아직 해도 완전히 밝지 않은 새벽녘이었다. 언제나처럼 옆자리는 차갑게 비어 있었다.기상, 피트니스, 사우나, 아침 식사, 그리고 출근.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반복되어 온 남편의 견고한 루틴이었다. 미래는 이제 그 루틴을 통째로 외울 수 있었다. 시계추보다 정확한 루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정확함은 미래에게 하등의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예측 가능한 남자는 안전했으나, 동시에 투명했다. 그리고 투명하다는 것은, 이 집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다.미래는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 거실의 통창 가로 느리게 걸어갔다. 2월의 도곡동 아침은 지독하리만치 조용했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주방을 나서자 고소한 냄새가 복도까지 부드럽게 퍼져나갔다."사모님, 일어나셨어요?" 가사도우미 박정례가 달아오른 된장국 뚜껑을 열며 살갑게 물었다."응.""오늘 국이 아주 맛있게 잘 됐어요.""조개 된장국이에요?""사장님이 제일 좋아하시잖아요."정례가 생긋 웃었다. 넓은 식탁 위에는 이미 완벽에 가까운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 뜨끈한 모시조개 된장국을 필두로 노릇하게 구운 쇠고기 안심구이, 부풀어 오른 달걀찜, 고등어구이와 정갈한 밑반찬들, 그리고 갓 지은 오곡밥까지."준원이는 일어났어?""방금 씻으러 화장실 들어갔어요.""서윤이는?""방에서 머리 말리는 중이에요."미래는 접시에 샐러드를 조심스레 담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집 구석구석을 통틀어 가장 부지런한 사람은 정례였고, 그다음은 단연 성웅이었다.그때 성웅이 주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새벽 운동을 막 끝낸 직후의 걸음이었다. 깔끔하게 샤워를 마친 얼굴과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올해로 쉰하나가 되었지만 여전히 날카롭고 이지적인 인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타이틀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왔어요?" 미래가 입꼬리를 올려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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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완벽한 사모님의 아침 
남편이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말고 불쑥 미래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제 피부과 파티는 어땠어?" 진심 어린 궁금함이라기보다는, 가장으로서 던지는 의례적인 질문에 가까웠다."병원 아주 세련되게 잘 해놨더라구요.""보낸 화환은 잘 전달됐고?""네, 확인했어요.""그래."남편은 그것으로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미련 없이 다시 태블릿 화면 속 신문 기사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미래는 온기가 남은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손바닥 끝으로 전해지는 얄팍한 온기. 지금 이 집에서 미래가 가질 수 있는 따스함은 오직 그것이 전부였다.아이들을 학교로 배웅하고, 남편까지 거대한 세단을 타고 출근길에 오르자 집안은 다시 무덤 같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제야 비로소 안미래와 박정례, 두 사람만의 진짜 아침이 시작되었다.두 사람은 아일랜드 식탁에 마주 앉아 찻잔을 기울였다. 미래는 하루 중 이 시간을 가장 사랑했다. 그 어떤 사모님의 가면도, 완벽한 아내의 역할도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해방의 시간이었으니까."어제 엘리베이터에서 놀란 거 어때요?""당연히 괜찮지… 뭐 잠깐이었는데…"정례는 찻잔을 완전히 내려놓고, 미래의 하얗고 고운 손을 가만히 바라보며 진심 어린 속내를 읊조렸다. "우리 사모님, 아직 이렇게나 젊고 눈이 부시게 예쁘신데…….""정례 씨, 또 시작이다.""진짜라서 그래요, 진짜라서. 그 보석 같은 가치를 어째서 우리 사장님만 모르는지 원……."미래는 애써 서글픔을 삼키며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입으로는 타박을 늘어놓았지만, 순간 미래의 뇌리에는 어둠 속에서 들었던 그 남자의 낮은 음성이 환청처럼 스쳐 지나갔다. 정례는 은은하게 빛나는 미래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안도했다.'참 오랜만이네. 사모님이 저렇게 생기 있게 웃으시는 거.'안미래의 오전 스케줄은 지독하리만치 단순하고 기계적이었다. 필라테스, 양재천 산책, 그리고 사우나. 그녀는 집 앞의 편리한 스튜디오들을 전면 배제하고, 일부러 청담동까지 넘어갔다.대치동 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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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좋은 엄마라는 직업
운동을 끝내고 사우나와 샤워를 마친 미래는 근처의 한적한 샌드위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공간. 그 누구도 자신을 '준원 어머니', '서윤 어머니'라는 타인의 수식어로 규정짓지 않는 곳. 오롯이 인간 '안미래'라는 세 글자로 존재할 수 있는 짧은 한 시간의 사치였다.잔 표면에 서린 연기를 바라보며 두 손으로 커피잔을 감싸 안았다. 따스한 온기가 감돌 때쯤, 가방 속에서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다. 액정에 뜬 이름은 딸 서윤이였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결코 좋은 성격의 전화가 아니라는 것을."어, 서윤아.""엄마……."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나 진짜 망했어.""무슨 일인데 그래. 차분히 말해봐.""이번 화학 심층 탐구 수행평가 조 짰단 말이야. 근데 완전히 죽음의 조 걸렸어."순간 미래의 미간이 단단하게 굳어졌다. "누구누구랑 한 조가 됐는데?" 서윤이가 입에서 내뱉은 아이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미래는 까마득해지는 정신에 스르륵 눈을 감았다. 대치동 학부모라면 누구나 치를 떠는, 무임승차와 질투로 점철된 최악의 라인업이었다."엄마, 화학 안쌤한테 빨리 전화해줘. 조별 과제 긴급 피드백 받아야 해."미래는 지체 없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휴대폰 주소록을 바쁘게 뒤적였다.대치동에서 흐르는 진짜 일급 정보는 대형 학원의 화려한 간판 뒤에 존재하지 않았다. 진짜 극비의 치트키는 오직 검증된 엄마들의 폐쇄적인 휴대폰 연락처 속에 숨겨져 있었다. 롯데백화점 뒷골목, 간판조차 달지 않은 비밀스러운 교습소, 오직 이름 석 자의 명성만으로 수억 대의 몸값을 호가하는 베일에 싸인 족집게 선생들. 미래는 수년 동안 대치동 바닥을 직접 발로 뛰고 마모되며 과목별로 그 비밀 라인들을 완벽하게 꿰차고 있었다. 자식의 성적 앞에서는 단 한 번도 나태해지거나 방관한 적 없는 철저한 엄마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긴밀한 통화를 모두 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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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위스키 
미래는 완전히 식어버린 쓴 커피를 억지로 한 모금 삼켰다. 지독한 피로감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남들에게 손가락질받지 않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남편의 명예에 걸맞은 완벽한 아내가 되기 위해 내면을 죽였다. 매일같이 몸매를 뼈 깎듯 관리했고, 아이들의 학원 스케줄을 완벽히 통제했으며, 남편의 화환 심부름까지 군소리 없이 해냈다. 화려한 VVIP 파티에 참석해 우아하게 미소 지었고, 교양 있게 잔을 부딪쳤다.하지만 이 완벽한 연극 속에서, 인간 '안미래'의 수고로움을 진심으로 알아주는 존재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미래는 자조적인 실소를 터뜨렸다. 아무도 없었다. 정말 단 한 명도.2월의 바람이 뺨을 매섭게 할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미래는 홀로 차가운 양재천 산책로를 걸었다. 마른 갈대들이 바람에 쓸려 서글픈 소리를 내며 흔들렸고, 강물은 겨울 햇살을 차갑게 튕겨내며 흘렀다. 저 멀리 건너편으로 도곡동 최고급 펜트하우스의 거대한 통창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저렇게 먼발치에서 바라보면 모든 것이 무결하고 완벽해 보였다. 높고, 넓고, 찬란하게 빛나는 상류층의 집.멀리서 보면 늘 그랬다. 세상의 모든 완벽해 보이는 것들은, 기어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 썩어가는 속을 직접 대면해야만 비로소 비극을 드러내는 법이었다. 오늘도 그녀는 대치동의 완벽한 '좋은 엄마'였다.그날 밤이었다. 아이들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거대한 아파트 안에는 다시금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미래는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참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실크 슬립 위에 부드러운 로브를 가볍게 걸친 채, 거울 앞에서 젖은 머리칼을 말리고 있었다. 그때, 화장대 위 휴대폰이 짧은 진동과 함께 화면을 밝혔다. 남편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위스키]단 한 단어였다. 그 어떤 문장 부호도 다정한 수식어도 없는 오만한 명령어.미래는 드라이기 전원을 끄고 안방 거실로 향했다. 미니 홈바에서 묵직한 글렌피딕 병을 꺼냈다. 성웅의 크리스탈 잔에는 얼음을 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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