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에스프레소를 마시다 말고 불쑥 미래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어제 피부과 파티는 어땠어?" 진심 어린 궁금함이라기보다는, 가장으로서 던지는 의례적인 질문에 가까웠다."병원 아주 세련되게 잘 해놨더라구요.""보낸 화환은 잘 전달됐고?""네, 확인했어요.""그래."남편은 그것으로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미련 없이 다시 태블릿 화면 속 신문 기사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미래는 온기가 남은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손바닥 끝으로 전해지는 얄팍한 온기. 지금 이 집에서 미래가 가질 수 있는 따스함은 오직 그것이 전부였다.아이들을 학교로 배웅하고, 남편까지 거대한 세단을 타고 출근길에 오르자 집안은 다시 무덤 같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제야 비로소 안미래와 박정례, 두 사람만의 진짜 아침이 시작되었다.두 사람은 아일랜드 식탁에 마주 앉아 찻잔을 기울였다. 미래는 하루 중 이 시간을 가장 사랑했다. 그 어떤 사모님의 가면도, 완벽한 아내의 역할도 연기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해방의 시간이었으니까."어제 엘리베이터에서 놀란 거 어때요?""당연히 괜찮지… 뭐 잠깐이었는데…"정례는 찻잔을 완전히 내려놓고, 미래의 하얗고 고운 손을 가만히 바라보며 진심 어린 속내를 읊조렸다. "우리 사모님, 아직 이렇게나 젊고 눈이 부시게 예쁘신데…….""정례 씨, 또 시작이다.""진짜라서 그래요, 진짜라서. 그 보석 같은 가치를 어째서 우리 사장님만 모르는지 원……."미래는 애써 서글픔을 삼키며 고개를 가볍게 가로저었다.입으로는 타박을 늘어놓았지만, 순간 미래의 뇌리에는 어둠 속에서 들었던 그 남자의 낮은 음성이 환청처럼 스쳐 지나갔다. 정례는 은은하게 빛나는 미래의 표정을 보며 속으로 안도했다.'참 오랜만이네. 사모님이 저렇게 생기 있게 웃으시는 거.'안미래의 오전 스케줄은 지독하리만치 단순하고 기계적이었다. 필라테스, 양재천 산책, 그리고 사우나. 그녀는 집 앞의 편리한 스튜디오들을 전면 배제하고, 일부러 청담동까지 넘어갔다.대치동 필
Huling Na-update : 2026-09-07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