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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윤정월의 어두운 비밀

“돈 다 모으지 못했어요.”

윤정월은 처절하게 무너졌다.

“그 남자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해! 너 네 아빠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지! 성아야, 네가 어떻게 이렇게 배은망덕할 수 있어!”

윤정월은 윤성아를 욕하고 나무라기 시작했다.

“재수가 없어. 성아야, 넌 항상 재수가 없어! 네 동생이 병에 걸린 것도 너 때문이야! 이젠 네 아빠도 죽이려는구나. 하늘 아래 너 같은 딸이 어디 있을까? 부모도 저버리고 피도 눈물도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널 내 곁에 두는 게 아니었어! 그때 너를 버렸어야 했어...”

사실 아무도 모르는 윤성아의 출신에 관한 비밀이 있는데 윤정월이 꽁꽁 싸매고 있었다. 그 일은 그녀 외에 오직 양지강만 알 뿐이다.

죽는 한이 있어도 윤성아에게 사실을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뭔가를 숨기려는 듯이 계속해서 욕했다.

“넌 네 아빠의 친딸이 아니지만 네 아빤 널 친딸보다 더 널 아껴줬어...”

확실히 그녀는 양지강의 친딸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양지강은 어머니보다 그녀를 더 아껴줬다.

어릴 때 동네 사람들이 그녀와 윤정월이 닮지 않았다고 말해서 혹시 엄마가 그녀를 주워 온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기도 했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아마도 윤정월이 딸 보다 아들을 더 귀하게 여겨서일 거로 추측했다. 게다가 동생은 그녀보다 어리니까 엄마가 남동생을 더 챙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윤정월이 한 말도 크게 마음에 새겨두지 않았다.

“엄마, 저한테 남은 돈은 4천만 원이 전부에요.”

윤성아는 집에 들러 4천만 원을 가져와 윤정월에게 건네며 우선 이것으로 시간을 더 끌어보라고 했다.

“알았어. 내가 가져다줄게. 하지만 성아야, 서둘러야 해. 얼른 남은 돈을 다 가져와야 해.”

윤성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되자 그녀는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에 아파트로 올 수 있어요? 할 얘기가 있어요.”

“뭔데?”

남자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녀를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또 돈이 필요한 거야?” 라고 물었다.

윤성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때 전화기 너머로 송유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환아, 너 지금 누구랑 통화하는 거야? 약속했잖아, 오늘은 핸드폰 끄고 오직 나와 함께하기로.”

강주환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날, 강주환은 바로 중요한 미팅이 있어 회사로 출근하는 대신 호텔로 향했다.

그날 송유미가 윤성아를 찾아왔다.

“주환이가 없으면 수석 비서가 왜 필요해? 디자인 팀에 와서 일이나 도와.”

“죄송하지만 대표님 명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윤성아가 거절하며 차가운 눈빛으로 송유미를 바라봤다. 송유미는 이를 부득 갈았다.

일이 그릇돼 하마터면 자기가 봉변당할뻔했으니 반드시 복수해야 했다.

다른 한편 아직 돈을 받지 못한 윤정월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또다시 회사로 찾아왔다.

그녀가 윤성아에게 돈을 달라는 모습을 송유미가 보게 되었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똑똑히 들었다.

송유미가 차갑게 웃으며 넋을 잃은채 앉아있는 윤정월에게 다가갔다.

“돈이 필요하세요? 8천만 원이라고 했죠? 더 많은 돈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 딸이 나에게 무릎을 꿇어야 해요.”

“윤성아가 무릎을 꿇고 자기 뺨을 때리며 잘못했다고 말한 다음 영원히 회사에서 떠나면 돼요. 그럼 당신이 원하는 돈을 줄게요.”

즉시 허락하는 대신 잠시 침묵하던 윤정월이 송유미를 흘긋 보며 물었다.

“얼마를 줄 건데?”

송유미가 가소로운 듯이 웃었다. “얼마를 원하세요?”

“20억!”

윤정월이 어마어마한 액수를 요구했다. 그녀는 마치 모든 것을 파악한 듯 얘기했다.

“내 딸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것도 모자라 퇴사하라고? 내 딸이 호진 그룹에서 나가면 더 나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게다가 네가 이러는 이유는 내 딸과 함께하는 그 남자 때문이지?”

“20억! 네가 나에게 줄 수만 있다면 바로 성아에게 무릎 꿇으라고 할게. 네가 걔를 때리든 말든 상관없어! 일도 그만두게 할 거고 우리 가족이 다른 도시로 이사 갈게.”

“좋아요.”

송유미가 허락하자 윤정월은 즉시 윤성아를 잡아끌며 송유미 앞에 무릎 꿇으라 했고 윤성아는 거부했다.

하지만 윤정월은 그녀를 억지로 누르며 송유미 앞에서 무릎을 꿇게 했고 연달아 윤성아의 뺨을 내리쳤다.

또한 송유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싸늘한 목소리로 욕했다.

“쓸모없고 낯짝 두꺼운 것아, 내가 어떻게 너처럼 남자한테 꼬리나 치는 천박한 년을 길렀을까! 빌어먹을 X아, 얼른 잘못했다고 빌어...”

윤성아는 이를 꽉 깨물었다.

“엄마, 이게 지금 무슨 짓이에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바닥에 꿇어앉았지만 허리를 곧게 폈고 절대 사과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그곳의 소란으로 회사 직원들이 몰려왔다. 윤성아와 그녀의 엄마를 향해 사람들이 에워싸고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

하지만 송유미는 돈 한 푼 주지 않고 그대로 구두를 또각거리며 떠나버렸다!

윤정월은 화를 못 이겨 윤성아를 마구 때리며 외쳤다.

“왜 이렇게 양심이 없어! 네가 사과하기만 하면 네 아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 왜!”

“돈을 받으면 그 남자를 떠나도 되잖아! 우리 가족이 이곳을 떠나 새롭게 시작하면 안 돼?”

“설마 너 뻔뻔하게도 돈 주는 남자를 떠나기 아쉬운 거니?”

우르릉... 쾅!

번개가 울렸다. 이미 밤처럼 어두워졌던 하늘이 두 동강 나듯이 번쩍이더니 소나기가 억수로 쏟아졌다. 구경꾼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윤정월도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갔다.

혼자 남은 윤성아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듯 그곳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옷이 다 젖고 눈물이 비와 함께 쏟아졌다.

이보다 더 굴욕스러울 수 있을까?

송유미 앞에 무릎을 꿇고 모든 사람의 손가락질과 질타를 받으며 어머니가 하는 잔인한 욕을 견뎠다! 마치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마치 사형을 앞둔 사형수처럼!

지금, 이 순간, 쏟아지는 큰 비속에서도 견딜 수 없는 욕과 조소가 들려왔고 윤성아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시간은 점점 흘렀고 비는 점점 더 거세게 쏟아졌다. 폭우 속에 꿇어앉아 있는 그녀의 몸은 언제든 쓰러질 듯이 위태로웠다...

그때, 나엽의 차가 그곳을 지나갔다. 폭우 속에 있는 여자를 보게 되자 그가 외쳤다.

“차 세워요!”

그의 멋진 차가 명령에 따라 멈추어 섰다.

나엽이 차에서 내려 윤성아를 향해 달려왔다. “성아 씨, 왜 여기에 꿇어앉아 있는 거예요? 일어나요!”

윤성아가 고개를 들었다. 빗속에서 그녀의 예쁜 얼굴은 하얗게 질려 핏기가 없었다.

시야가 흐릿해서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들렸다.

‘왜 여기에 꿇어앉아 있냐고?’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처량하게 웃었다.

‘그럴만한 짓을 했으니까. 모두가 욕하는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해서 이곳에 꿇어앉아 있는 거야.’

그녀의 귓가에 또다시 먼 곳에서 그녀를 욕하는 윤정월의 소리가 들려왔다.

“양심도 없는 배은망덕한 년, 벼락이나 맞고 죽어버려!”

그 말을 듣자 윤성아는 마치 모든 것에서 벗어난 것 같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두 팔을 벌려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차라리 벼락에 맞아 죽고 싶어. 그게 더 나아. 죽을래. 그냥 죽여줘!’

우르릉!!

엄청나게 큰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울렸고 더는 버틸 수 없었던 윤성아도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성아 씨!”

놀란 나엽이 정신을 잃은 그녀를 안아 자신의 차에 태워 떠났다.

바로 그 순간, 강주환의 차가 먼 곳에서 천천히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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