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수준 맞지 않는 결혼은 결국, 파국으로 흘러간다. 7년의 결혼 생활. 소유하에게 오승현은 단 한 번도 따뜻한 남편이 아니었다. 그는 늘 차가웠고, 변덕스러웠고, 가족이라는 틀 속에서도 유하만은 철저히 외면했다. 승현과 연애하던 시절, 유하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품에 안은 줄 알았다. 그녀는 이 남자와 함께라면, 앞으로의 삶이 찬란할 줄로만 믿었다. 그러나, 눈보라가 몰아치던 어느 날, 혼자 기억하는 결혼기념일에 유하는 깨달았다. 이 집에서 자신만 ‘외부인’이라는 걸. 남편은 첫사랑을 앗아간 대가라며 유하를 미워했고, 아들은 ‘아빠의 첫사랑인 이모'가 더 좋다며 유하를 무시했다. 가족 모두가 등을 돌린 날... 유하는 웃었다. 텅 빈 마음, 타들어간 심장으로 결국 이혼을 선언했다. “양육권도 재산도 다 줄게요. 그러니 나 좀 놓아줘요.” 그 후, 세상은 유하를 다르게 기억하기 시작했다. 버려진 아내, 소유하? 아니다. 세계적 디자이너, 그리고 천재 화가. 유하의 작품은 전 세계 유명 인사들이 수백억을 내고도 손에 넣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다 마음이 식어 돌아서니, 이번엔 남편과 아들이 오히려 유하를 놓아주질 않는다. “엄마는 내 엄마예요! 다른 애 만나지 마요!” “당신이 먼저 날 선택했잖아. 책임져. 이혼? 절대 못 해.” 배신으로 무너졌던 여자, 이제는 모든 걸 거머쥔 여자가 되어 돌아온다.
View More유하는 재윤이 화집을 보면서 문득문득 던지는 질문에 가끔 대답해 주었다. 원래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이 없는 준서도 오늘은 평소와 달리 옆에 앉아 있었다. 유하를 한 번 보고, 재윤을 한 번 보며 말 한마디 끼어들 틈을 찾지 못했다.준서의 눈은 점점 더 서운한 빛이 짙어졌다.아마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준서도 버틸 만큼 버틴 모양이었다. 준서는 잠시 앉아 있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부러 들으라는 듯 발소리를 크게 내며 서재를 나갔다.서재 문이 쾅 닫혔다.재윤은 유하의 표정을 살피다가 다시 고개를 숙여 화집을 넘겼다. 공기 속에 침묵이 한동안 머문 뒤, 재윤이 불쑥 입을 열었다.“스승님은 준서가 많이 싫으세요?”“어?”유하는 멍해졌다. 바로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스승님은 아마 준서를 싫어하는 건 아닐 거예요.”재윤이 스스로 말을 이었다.화집장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났다. 팽팽하던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지고, 유하의 어깨와 등이 덜 굳어지는 것을 본 뒤에야 재윤은 계속 말했다.“제가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 사람이 제 앞에 있어도 그냥 무 하나가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아예 없는 사람처럼 취급해요.”재윤은 조곤조곤 설명했다.“그런데 준서가 있을 때마다 스승님은 눈이 안 보이시는데도 준서가 옆에 있는 걸 아시는 것 같아요. 계속 집중 안 되고, 딴생각하시잖아요.”재윤의 시선이 화집 한쪽 구석에 적힌 화가의 이름에 닿았다.“방금 스승님이 알려 주신 저 그림 화가 이름도 틀렸어요.”유하는 민망한 듯 코끝을 만졌다.“미안. 아마, 아마 내가 헷갈렸나 봐.”“스승님이 요즘 기억력이 좀 안 좋으시긴 한데요.”재윤은 유하가 얼버무릴 틈을 주지 않았다.“이 질문, 어제도 제가 했어요. 어제 스승님이 하신 대답은 맞았어요.”‘이 녀석, 언제 이렇게 사람 말을 떠보는 법까지 배운 거야.’유하는 속으로 난감해하면서도 겉으로는 어색하게 웃으며 모르는 척했다.다행히 재윤은 더 캐묻지 않았다.한동안 공기 속에는
하루 종일 화투판을 벌인 데다 새벽에는 설아가 불러서 깨우기까지 해서, 다음 날 유하는 정오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잠에서 깬 뒤에도 몸은 여전히 무거웠다.식사는 평소처럼 방 안 작은 테이블에서 했다.유하는 승현이 뭔가 물어볼 줄 알았다. 어제 MB그룹 인감도장을 들고 장난처럼 멋대로 써 버린 일에 대해.하지만 식사가 끝날 때까지 승현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묵묵히 유하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챙기기만 했다.유하가 바란 건 이런 태도가 아니었다. 유하는 승현이 성격 좋은 남편인 척, 계속 참고 넘어가게 만들려고 그런 일을 벌인 게 아니었다.“나한테 물어볼 거 없어?”유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유하의 식사를 다 챙긴 뒤에야 승현은 식기를 들고 자기 몫을 먹기 시작했다. 요 며칠 내내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유하의 물음에도 승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크림수프를 떠먹었다.“물어보면 네가 말해 줄 거야?”승현이 유하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하지 않을 리 없었다. 다만 유하가 자신에게 말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지난 세월 동안 너무 많은 신뢰와 대화가 비어 있었다.“당연하지.”유하의 대답은 뜻밖이었다.“난 네가 어젯밤 그 자리에 앉아서 화투판을 이어 갔을 때, 이미 내 대답을 들은 줄 알았는데.”승현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유하를 바라봤다.간밤에는 큰 눈이 내렸다. 안방의 작은 거실은 발코니와 가까웠고, 지금은 속 커튼이 걷혀 있었다. 닫힌 유리문 너머로 난간에 쌓인 눈이 햇빛을 받아 새하얗게 반짝였다.햇살이 비스듬히 방 안으로 들어와 유하의 몸 위에 내려앉았다. 햇빛을 받은 유하의 몸은 금빛으로 감싼 듯했고, 핏기 없이 창백한 낯에도 따스한 빛이 얹혔다.부드럽게 웃고 있는 유하를 보며 승현은 잠시 멍해졌다. 오래전으로 되돌아간 듯했다.그날, 큰눈 속에서 마주했던 웃음.승현은 침묵에 잠겼고, 유하도 그 고요를 깨지 않았다. 한참 뒤, 공기 속에 다시 숟가락이 도자기 그릇에 닿는 소리만 낮
“박건은 제 손님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저를 방 안으로 억지로 끌고 들어갔어요. 저한테 나쁜 짓을 하려고 했고, ‘오승현은 하연우 만나러 갔다. 너한테 관심도 없어. 차라리 이혼하고 나한테 와라’ 같은 멍청한 말까지 했죠.”거기까지 말한 유하가 짧게 웃으며 설아를 바라봤다.“배 대표가 보기에도 박건은 참 멍청하죠?”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하가 대강 넘기듯 말했지만, 설아는 알 수 있었다. 그날 박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지금 유하가 담담하게 옮긴 것보다 훨씬 더 더럽고 끔찍했을 것이다.유하는 잠시 웃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저는 그때 몸부림치고 소리도 질렀어요. 그런데 거실에 있던, 박건이랑 같이 온 친구들은 다 고개 숙이고 게임만 하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못 본 사람들처럼요. 화장실에 갔다던 제 손님도 끝까지 나오지 않았고요.“다행히 제가 오래 옷을 만들면서 힘쓰는 일도 꽤 했잖아요. 팔힘이 아주 약한 편은 아니라서, 벽장 안에 있던 도자기를 집어 박건 뒤통수를 내려쳤어요. 아랫도리도 걷어찼고요...”유하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낮고 느리게 덧붙였다.“배 대표는 아마 제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를 거예요. 저는 정신없이 도망쳐서 한참 멀리 간 뒤에야 피투성이가 된 제 손을 보고 무서워졌어요.”“그런데 제가 두려워한 건 이런 거였어요. ‘박건이 죽었으면 어떡하지? 나를 고소하면 어떡하지? 시댁에서 알게 되고 나를 버리면 어떡하지?”“그리고... 손님 집에 있던 그 도자기, 왠지 귀한 골동품 같았는데. 나, 그거 물어줄 돈 없는데.’과거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던 건지, 유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한동안 침실 안에는 유하의 웃음소리만 흘렀고, 설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유하는 한참을 웃은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마 제 몸에 걸쳐져 있던 오씨 가문의 작은 사모님이라는 껍데기가 그때만큼은 조금 쓸모가 있었나 봐요.”“그날 이후로 며칠 동안 벌벌 떨면서 지냈는데, 손
설아가 두 사람의 벗은 꼴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고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면, 박건과 차준에게 몸에 걸친 마지막 옷가지마저 지켜지지 못했을 것이다.“게다가 너도 봤잖아.”차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승현이 변호사까지 불러서 그 자리에서 서명 확인 다 받아 갔어. 이제 와서 물릴 방법 없어.”“그럼 어쩌라고! 이 꼴로 집에 가서 뭐라고 설명하냐고!”박건의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증오와 두려움에 뒤틀린 표정으로 박건이 악을 쓰듯 으르렁거렸다.“소리 지르면 뭐가 달라져? 그럴 힘 있으면 예전에 소유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나 떠올려 봐. 어떻게든 사과하고 빌어. 그러면 뺏긴 재산의 일부라도 돌려받을지 모르지.”거기까지 말한 차준의 표정도 싸늘하게 굳었다.“따지고 보면 나는 네 일에 휘말린 거야. 우리 집안이 하연우 쪽이랑 조금 엮여 있긴 해도, 그런 더러운 짓에 끼어든 적은 없어. 기껏해야 모른 척했을 뿐...”말끝을 흐리던 차준은 박건의 사람 같지 않은 원망 어린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괜히 이 머리 빈 미친놈을 더 자극했다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차준은 속으로 욕을 삼키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저택 단지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한참 떨어진 뒤, 박건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차준은 그제야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조금 전 진동이 울린 핸드폰 화면에는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온 문자가 떠 있었다.「잘했어요. 이번 일이 지나가면 오늘 뺏긴 집안 자산은 다시 돌려줄게요. 손해 본 만큼 따로 보상도 할 거고... 그러니, 오늘 일은 잊어요.」차준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문자를 지운 뒤, 차준은 주택단지 밖 골목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골목 안에는 차준을 집까지 데려다줄 차가 서 있었고, 차 위에는 얇게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설아는 방금 메시지를 보낸 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졸음에 잠긴 유하를 바라보며 물었다.“이제는? 다음엔 뭐 할 건데?”유하가 고개를 저
인생무상.이 네 글자에 대해, 유하는 스스로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다. 이해하고 있었고,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다고 여겼다.유하의 삶은 원래부터 변덕과 우연으로 가득했다. 계획대로 흘러간 적이 거의 없었고, 완전한 결말을 맞은 일도 드물었다.그래도 괜찮았다.유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소성란이 곁에 있고, 마음 터놓을 수 있는 몇 명의 사람이 주변에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지금까지의 삶은 오히려 기대보다 훨씬 넘쳤다.유하는 탐욕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단 한 번, 욕심을 부
너무 아팠다.유하의 눈가에 붉은 기운이 번졌다. 손은 여전히 승현의 가슴 위에 얹혀 있었지만, 끝내 밀어내지는 못했다.유하는 이를 악물었다.“난 너랑 같이 죽기 싫어. 남들이 알면 무슨 사랑해서 같이 죽은 줄 알 거 아냐? 그런 관계로 엮이기 싫어. 죽고 싶으면 너 혼자 죽어. 나까지 끌고 가지 마.”“그래.”승현은 웃었다.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그럼 집에 가자. 집에 밥도 다 돼 있어.”“집에 가서 밥 먹자.”...유하는 절벽 바닥에서 위로 겨우 끌어올려졌다.가까스로 절벽 가장자리에 제대로 섰다.이미 어
유하가 보기엔, 승현 같은 인간은 정말 골칫덩어리였다.결과만 보고 과정은 신경 쓰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그런 사람과는 누구도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체면을 차릴 여지도 없이 밀어붙이는 타입.본인이 스스로 납득하고 포기하지 않는 한, 끝까지 주변 사람들만 괴롭히고 문제를 만들어 낸다.그 인간을 떠올리기만 해도, 유하는 가슴이 답답해졌다.순수하게 화가 났다.유하는 청산의 한쪽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그 얘기는 그만하자. 어젯밤에 이미 다 말해 놨어. 더는 버티지도 않더라.”“응, 그 얘긴 하지 말자.
서재 문을 닫자, 방 안이 한층 더 조용해졌다.바닥에 흩어진 깨진 도자기 조각들을 한 번 훑어본 뒤, 연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책상 뒤에 앉아 있는 하지철을 가만히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아빠, 무슨 일이에요?”왜 어머니가 울면서 뛰쳐나갔는지, 그리고 왜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렸는지...연우는 묻고 있었다.“그 눈빛은 뭐야?”하지철의 말투는 거칠었고, 기분도 말투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말하며 그는 책상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 과정에서 바닥의 도자기 파편을 발로 차게 되었고, 조각들이 이리저리 튀며 소리를
Ratings
reviews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