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 제15화 양아버지의 죽음

Share

제15화 양아버지의 죽음

Author: 권시아
비가 내리는 밤, 외곽의 허름한 창고 안.

사채업자들에게 붙잡힌 양지강은 도망갈 기회를 찾게 되었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전에 도망치려다 들켜 며칠 굶고 칼에 두 번 찔리기까지 해서 몸이 아프고 무거웠으나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달렸다.

도로까지 달려 나왔을 때, 비가 점점 더 크게 내렸다. 양동이로 물을 퍼붓듯이 쏟아져 와이퍼가 무의미해질 정도였다.

“퍽!”

허겁지겁 도망치던 양지강은 도로의 한 차량에 부딪혀 수 미터 가량 날아가 버렸다.

운전하던 여자는 자신이 사고를 쳤다는 사실에 몹시 놀랐다. 그녀는 빗속에서 차를 멈추고 쓰러져 있는 양지강 앞으로 다가와 그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양지강이 눈을 떠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성아?”

비를 맞으며 그의 옆에 서 있는 여자는 윤성아와 똑같게 생겼는데 양지강은 자신이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다는 생각에 활짝 웃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나 그는 이 순간 고통도 잊은 듯, 여자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정말 너구나! 성아야, 아빠를 구하러 온 거지? 넌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러자 여자가 표정을 구겼다.

“미쳤어요? 내가 왜 당신 같은 사람 딸이에요?”

그녀는 운성 안씨 가문의 둘째 딸 안효주였는데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안효주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었으나 몇 해 전에 사망했고 그녀는 어머니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언니의 얼굴로 성형수술을 했었다...

양지강을 발로 차버린 그녀는 차에 돌아와 돈을 한 다발 꺼내 양지강의 옷 속에 넣어주며 말했다.

“당신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제 차에 들이박았잖아요. 이 돈으로 병원에 가서 치료나 받으세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다시 차로 돌아왔다. 오직 이 재수 없는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양지강이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성아야, 다시는 도박하지 않을게! 아빠 좀 구해줘. 이대로 두고 가지 마! 그놈들이 날 찾게 될 거야! 그럼 난 맞아 죽는다고!”

그는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이미 시동이 걸려 앞으로 나아가는 안효주의 차를 향해 달려갔다.

“퍽!”

또 한 번, 그가 차에 부딪혔는데 이번에는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으며 더 멀리 날아갔다. 풀숲에 떨어진 그는 미동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안효주는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내가... 사람을 치어 죽인 건가?’

비는 여전히 억수로 쏟아졌다. 애써 다시 냉정을 되찾은 그녀는 주위에 감시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하곤 허둥지둥 차를 몰고 떠나버렸다...

다음날, 윤정월은 경찰서에서 온 전화를 받게 되었다.

시체 보관소에서 양지강의 시체를 확인한 그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그 시각.

아무 것도 모르는 윤성아는 10시쯤에 나엽의 아파트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자그마한 얼굴은 핏기가 없이 하얬으며 열이 펄펄 끓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녀는 갑자기 양지강에게 아직 돈을 보내지 못한 사실이 떠올라 강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8천만 원만 줘요! 주환 씨, 제발 부탁해요. 급하게 쓸 데가 있어요. 지금 돈 주면 안 돼요?”

강주환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필요하면 저녁에 아파트에서 다시 얘기해.”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윤성아는 멍하니 그곳에 앉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그러자 나엽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돈이 급해요? 아, 그러니까... 내가 먼저 빌려줄 수도 있어요.”

그 말에 윤성아가 눈을 반짝 빛냈다. 그녀는 나엽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바로 차용증을 썼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나엽에게 돈을 갚을 것이라 약속했다.

얼마 후, 나엽이 준 카드를 갖고 부랴부랴 그곳을 떠나려 했으나 열이 너무 높아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데려다줄게요.”

그 모습에 나엽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딜 가려는 거죠? 차로 데려다줄게요.”

시간이 급박했다.

“좋아요.”

그녀는 나엽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곳에 어떻게 된 일인지 강주환이 서 있었다.

윤성아를 조심스럽게 보호하는 나엽의 모습과 그녀의 손에 들린 카드를 보자 단번에 화가 치밀었다.

그는 차 문을 닫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윤성아, 너 정말 갈 데까지 갔구나.”

싸늘하게 나엽을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여자에게 돈을 주기 전에 이 여자가 내 여자라는 사실은 몰랐어? 저 여잔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윤성아의 얼굴이 한층 더 하얗게 질리며 몸이 휘청거렸다.

나엽이 미간을 구겼다.

“강 대표님, 오해하셨네요. 저와 윤성아 씨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돈이 필요해서 제가 빌려준 것뿐이에요.”

“하!”

저 빌어먹을 여자가 매번 돈을 가져갈 때마다 ‘빌린’다고 하지 않았었나?

강주환은 차갑게 웃으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윤성아, 넌 정말 더러워. 역겹다고! 우린 이제 끝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그곳을 떠났다. 나엽이 윤성아를 바라봤는데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윤성아가 말했다.

“가요.”

나엽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줬고, 연예인이라 차에서 내려 따라가기 불편했던 그는 먼저 돌아갔다.

낡은 정원으로 걸어 들어가자 집안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안채 한가운데 관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고 윤정월과 동생 양신우가 관 앞에 꿇어앉아 울고 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윤 정월은 울어서 붉게 물든 눈으로 윤성아를 쏘아봤다.

“무슨 낯으로 집에 돌아오는 거야! 다 너 때문이야!”

“진작 내가 널 목 졸라 죽였어야 해! 네가 지강 씨를 죽였어!”

불현듯, 그녀가 덮쳐들고 윤성아를 힘껏 때리기 시작했고 윤성아는 그저 말없이 맞기만 했다.

그러다 창백한 얼굴로 관 앞에 꿇어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엄마, 죄송해요...”

그녀는 양지강이 정말 죽게 되리라곤 생각해본 적 없었다.

“지금 사과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다 너 때문이라고! 네 아빠가 어려서부터 너에게 얼마나 잘했는데! 못한 게 있으면 얘기해봐! 그런데 넌 모질게도 그가 죽도록 내버려 뒀어! 꺼져! 꺼져! 무슨 낯으로 여기에 있는 건데!”

마치 몸속에 있는 장기를 토해낼 듯이 악을 쓰며 윤성아를 잡아끌던 윤 정월은 결국엔 성아를 집 밖까지 쫓아냈다. 악독한 눈빛으로 윤성아를 노려보며 그녀가 말했다.

“멀리 사라져버려.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앞으로 나도 너 같은 딸 둔 적 없다!”

정원에 스르륵 주저앉은 윤성아 주위로 구경나온 마을 주민들이 에워쌌다.

“세상에, 제 아버지 죽게 그냥 내버려 뒀다네...”

“돈 많은 남자 애인질 해주며 돈은 펑펑 끌어다 썼대. 그런데 아버지는 나 몰라라 해서 결국 양아버지를 죽게 했다잖아...”

이상한 소문이 사실이 되었고 주민들은 생각할수록 윤성아가 미웠다. 사람들은 점점 분노했고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달걀을 던졌다.

“꺼져! 여기 꿇어앉아 시위라도 하는 거야?”

“썩 꺼져!”

“우리 마을에 부모도 잡아먹는 너처럼 끔찍하고 무서운 여자가 있을 곳은 없어! 돈을 위해 돈 많은 남자에게 몸까지 팔았다며? 더럽고 악독한 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80화 양나나의 실종, 그리고 10년 뒤 (완결)

    남서훈은 싱긋 웃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맥으로 정확히 짚어 낼 순 없었지만 느낌은...“아마 남동생일 거야.”“아... 남동생...”양나나는 눈을 굴리더니 남서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남동생도 좋은 것 같아요. 동생 태어나면 저랑 엄마가 동생한테 의술도 가르쳐주고 아빠랑 사업하는 것도 배우고요. 그리고 남자애는 너무 응석 받아줄 필요도 없고 내가 맘껏 부려 먹을 수 있잖아요.”자기 뒤꽁무니를 쫄랑쫄랑 따라다니며 누나, 누나 하고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니 양나나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떻게 생긴 남동생이 엄마 배 속에서 태어날까, 양나나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그러나 남서훈이 임신 다섯 달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양나나는 실종됐다.양준회와 남서훈은 매일 안절부절못하여 속이 타들어 갔다.둘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동원해 전 세계 각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여전히 양나나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양나나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그때 양나나는 이미 8살이었다.남서훈은 딸을 찾지 못해 날마다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그녀는 점점 야위어갔다.그걸 보는 양준회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나는 똑똑한 아이야. 당신이 의술과 독 쓰는 법도 잘 가르쳐줬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나나는 너와 내가 낳은 딸이야. 전에 풍운파에 혼자 몰래 들어가서도 그 안을 마구 헤집고 다녔잖아.”아무튼 그는 양나나가 어디에 가서 어떠한 상황에 부딪히던 자신을 잘 보호할 거라고,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있을 거라고 남서훈을 위로했다.남서훈도 굳게 믿고 있었다. 양나나의 시체를 보게 되지 않는 한 그들의 딸은 세상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거라고.그 후 넉 달이 지났다. 9달이 된 배는 불룩하게 튀어나왔다.양나나는 아직도 찾지 못했고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그러다 남서훈은 아들을 낳았다. 강보에 싸여 품에 안겨있는 아들을 보며 남서훈은 양나나를 그리워했다.“나나야,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네 뒤꽁무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9화 드디어 맺은 결실

    그리고 바로 그날 오후.양준회와 남서훈, 그리고 백나연과 성진훤, 이렇게 네 사람은 백무산을 찾아갔다.그를 만나자마자 양준회와 성진훤은 백무산한테 사과부터 했다.어리둥절한 백무산은 그들이 왜 갑자기 찾아와서 사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 후 양준회는 남서훈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았고 성진훤도 보란 듯이 백나연의 손을 꼭 잡았다. 성진훤은 원래 양준회처럼 백나연을 확 끌어안고 싶었지만 미래 장인어른이 될 사람 앞이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손만 잡았다.백무산은 더 혼란스럽고 얼떨떨해졌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그는 눈알이 튀어져 나올 듯하게 그들 넷을 번갈아 쳐다봤다.그때 양준회가 입을 열었다.“어르신, 우리 서훈이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입니다. 남씨 집안의 특수한 사정으로 어릴 때부터 남장을 했던 것이고, 백나연 씨와의 혼약도 그저 소동극이었습니다. 이 일은 서훈이한테 책임 묻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노여움이 있으시면 저한테 푸세요.”그 말에 백무산은 눈살을 찌푸렸다.남서훈이 여자라니... 어떻게 그런 일이?여자가 그의 딸과 약혼했다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었다.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백무산은 불같이 화를 냈다.그러자 백나연이 나섰다.“아빠, 이 일은 서훈이 탓이 아니에요, 제가, 제가 꼭 도와달라고 했어요.”“뭐야? 널 도와줘?”“네.”백나연이 설명했다,“아빠랑 오빠가 자꾸 소개팅 주선하는 바람에 제가 너무 골치 아파서 서훈이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나랑 약혼하자고. 그럼 아빠랑 오빠가 나한테 선 자리를 더는 강요 안 할 거 아니에요. 서훈이는 싫다고 했는데 내가 억지 써서 해주기로 한 거예요.”백나연은 자기 잘못이라고 매우 강조했다.그녀의 눈빛에 아픔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전 그때 결혼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랑 서훈이는 서로 약속했어요. 누가 먼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든, 그때 되면 파혼하기로요. 절대 서로의 앞날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8화 집으로 돌아가다

    그 순간 용준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고 펑펑 쏟아졌다.이게 얼마 만인가.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싶은 생각을 항상 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는 오늘 끝내 그녀를 안을 수 있었다. 팔을 뻗어 그녀를 껴안고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은 채 용준은 또 한참을 울었다.예서는 그가 평생 사랑한 유일한 여자였다.그는 품속에 있는 그녀를 부드럽고 진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네가 고마워. 넌 너무 용감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용감해. 옛날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넌 이것만 기억해. 난 널 사랑하고, 네가 있어야만 내가 살 수 있어. 네가 있으니까 내가 괴물로 변하지 않은 거야. 아니면 난 모든 걸 다 망가뜨렸을 거야. 스스로도 혐오하는 그런 나쁜 인간으로 돼버렸을 거야.”예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알고 있었다. 남자가 하려는 말이 뭔지 그녀는 모두 알고 있었다.이날, 둘은 아주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다.예서는 더는 용준을 불편해하지 않았다. 용준이 있으므로 하여 그녀는 더 빨리 회복될 것이었다.그렇게 예서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을 때. 남서훈과 양나나는 한 번 나가 돌아다니기로 했다.한 거리의 상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남자애 몇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양나나를 에워쌌다.그들은 매우 들뜬 소리로 말했다.“대장! 살아 있었어요?”“너무 잘 됐어요!”“대장, 대장을 그 사람들이 데려간 후로 우린 계속 대장의 소식을 기다렸어요. 대장도 그 애들처럼 상처투성이가 돼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다고요.”“지금은 어떤 상황이에요? 대장이 후계자가 된 거예요?”양나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니, 라고 대답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싼 남자애들한테 말했다.“난 후계자 되는 것에 관심 없어. 풍운파에 지금 남아있는 건 의술을 배우기 위해서야.”양나나는 시선을 남서훈한테 향하며 그들한테 남서훈을 소개했다.“이분이 내 스승님이야, 우리 스승님 엄청 대단해!”그날, 양나나는 그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7화 그녀 마음속의 매듭은 너만 풀 수 있어

    지난 날에 발생한 그 끔찍한 과거를 스스로 입에 올리는 용준은 피가 흘러나올 듯이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감정이 폭발할 한계치까지 다다랐다.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애써 가라앉혔다.몇 분 후에야 그는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들은 죄다 죽여버려야 할 놈들이에요. 예서가 이쁘니까, 내 앞에서 예서를... 그때 예서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했는데...”용준의 온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주먹으로 나무를 세게 한 방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낙엽이 우수수 떨어졌다.그 큰 나무가 흔들릴 정도면 얼마나 센 펀치를 날렸는지 알 수 있었다.그의 손마디도 살이 찢겨나가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상처에 무덤덤했다. 아마도 손보다 마음이 더 아팠을 터였다.용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처럼 아팠다. 예서가 피투성이가 된 채 텅 빈 눈으로 누더기 인형처럼 맥없이 쓰러져서 누워있던 참혹한 장면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그놈들을 무참하게 도륙을 내고 싶었다.그리고 그는 그렇게 하였다.풍운파의 보스가 된 후 첫 번째로 한 일이 바로 예서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놈들의 범죄증거를 전부 찾아내 한 명도 빠짐없이 직접 처단했다.그때 그들은 무릎을 꿇고 울며불며 용서를 빌었다. 막다른 길에 몰려 살려고 해도 안 되고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할 때, 그들은 찌질이같이 눈물 콧물을 쥐어짜며 애원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정작 그들은 용준이나 예서한테 그런 자비를 베푼 적이 없는데 말이다.용준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그것들이 나와 예서의 모든 것을 망치고 날 시궁창에 몰아넣었죠. 여전히 난 이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생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그것들은 백번 죽어도 마땅해요!”그러나 그놈들이 죽는다고 해서 상처가 아무는 것은 아니었다.용준은 피로 물든 주먹을 으스러지게 잡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들은 예서가 그들이 한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6화 그때 벌어졌던 일

    용준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고, 금호의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그는 어둠이 없는 밝은 햇빛 아래에서 사는 반듯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일부 국제조직에서는 용준을 불안하게 여겼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심지어 그가 의심되어 오랫동안 그에게 전자발찌를 채웠다.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그는 범죄자 취급을 당했고, 그리하여 생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더더욱 생각지도 못한 건, 그 당시 그와 깊은 사랑에 빠져있었던 여자친구마저 누구한테 몹쓸 짓을 당하게 된 것이다.그러므로 용준이 점점 나쁘게 변하여 나중에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되었던,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풍운파는 용준의 관리하에 동남아에서 제일 큰 폭력조직으로 성장하였고,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나 다 저지르는 편이었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었다. 그건 바로 노약자와 여자,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였다.의리도 지켰다.하지만...“그건 중요하지 않아요.”남서훈이 말했다.“이 세상은 원래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게 아니니깐요. 동남아는 원래 상황이 어수선하잖아요. 무장세력과 폭력조직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일시적으로 바꿀 수도 없어요. 오히려 풍운파와 같은 조직이 있다는 게 더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양준회가 그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측면으로 보면 용준은 꽤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둘은 원수지간이다. 양준회가 그의 아버지를 죽였다. 비록 지금까지는 아무 짓을 안 했어도, 또 그가 원래 정직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풍운파를 이렇게 여러 해 동안 다스린 용준이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리하여 양준회는 안심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서훈과 같이 풍운파를 즉시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나나도 여기 있어요.”남서훈이 예상치도 못한 폭탄을 터트렸다. 양준회는 깜짝 놀랐다.양나나가 여기에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 놀란 것도 잠시, 그는 바로 말했다.“그럼 나나도 같이 떠나면 돼.”갇힌 두 달

  • 대표님과 육체적인 관계일뿐?   제675화 임신했어요

    강하영이 부케를 내던지는 일순간 우양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부케를 향해 몸을 날렸다. 공중에서 부케를 잽싸게 낚아채는 그의 모습이 정지화면인 양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부케를 손에 쥔 그다음 순간, 그는 부케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다.모두가 경악했다.강하영은 크루즈 난간 쪽으로 달려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남자를 보며 입을 떡 벌리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선원들이 즉시 튜브를 던졌고, 또 어떤 사람들은 즉시 뛰어내려 구조하려 했지만 강주환이 그들을 말렸다.왜 구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 안 된다는 듯한 눈빛으로 윤성아는 강주환을 쳐다봤다.그러다 팔로 물살을 가르며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우양주가 크루즈 위에 있는 강하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듣고 왜 그러는지 알 것만 같았다.“여보, 어쨌든 내가 부케 받았으니까 당신 나랑 결혼식 치러야 돼요! 안 그러면...”그 뒤엔 위협적인 말이 따라야 하는데 우양주도 무엇으로 강하영을 협박할 수 있을지 몰랐다. 남은 건 자신의 이 몸뚱이 하나뿐인데...“안 그러면 나 안 올라갈 거야. 여기 바다에 계속 있을 거야, 결혼식도 못 하는데 그냥 빠져 죽지 뭐.”강하영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바다에 빠진 남자를 까만 눈동자로 차분하게 내려다보며 끝내 입을 열었다.“빠져 죽고 싶으면 그렇게 해요. 안 말려요.”“...”우양주는 서럽게 그녀를 쳐다봤다.역시나 아내는 매정했고 자신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그러나 그때 윤성아 곁에 서있는 강주환이 무덤덤하게 한마디 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이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고 했어요. 식인 상어.”강주환은 고개를 돌려 강하영한테 말했다. “지금 아직 상어가 오지 않아서 그렇지, 나타나기만 하면 한꺼번에 열 몇 마리씩 무리 지어서 나올 거예요. 그게 게네들 습성이라. 이야... 쟨 아마 그러면 뼛조각도 남지 않겠네.”“...”그 말에 강하영이 급해 났다. 말투도 전처럼 차분하고 담담하지 않았다.난간에 기대어 우양주를 향해 내리 소리 질렀다.“뭐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