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결혼한지 5년째 되던 해, 이혼을 제안했더니 남편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정말 나 없이 살 수 있겠냐는 남자의 삐딱한 반응에 진리은은 쓴웃음만 나왔다. 리은에 대한 해성시 사람들의 평가는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까지 써서 주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혼약을 깨뜨린 나쁜 여자다. 주유한이 허씨 가문 딸을 사랑하기 전, 리은과 몰래 연애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자의 사랑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바로 돌아서 버렸다. 결혼하고 나서는 쌀쌀맞게 대하고 온갖 비난과 조롱을 해대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와 썸을 타고 데이트했다. 리은은 5년의 결혼생활 끝에 드디어 알아차렸다. 사랑은 모래알과 같아서, 한번 손아귀에서 벗어나면 다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음을 얻고 난 뒤, 두 사람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했더니 차갑기만 했던 남편이 집착하면서 마음을 되돌리려고 애를 썼다. 배가 불룩 나온 리은을 보자, 유한은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서서 따져 물었다. “그 아이 누구 아이야?” 리은은 덤덤하게 남자를 바라봤다. “당신 아이는 아니야.”
Ver mais유한은 한쪽에 서서 모녀가 붙어 있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루이는 엄마에게 충분히 안겨 응석을 부린 뒤, 이번엔 유한을 바라봤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두 팔을 쭉 뻗었다.“아빠, 안아주세요.”유한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하지만 리은과 똑같이 생긴 그 동그란 눈을 마주한 순간,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떠오르지 않았다.유한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한 리은이 말했다.“엄마가 안아주면 안 돼?”“돼요. 근데 아빠도 안아줘야 공평하잖아요.”그제서야 유한은 손을 뻗어 루이를 안아 올렸다.루이는 자연스럽게 유한의 목을 끌어안더니, 마치 균형을 맞추듯 유한의 볼에도 두 번이나 뽀뽀를 해줬다.이렇게까지 가까운 모습은 처음이었다.유한도 리은도 동시에 잠시 멍해졌다.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쪽은 리은이었다.리은은 손을 뻗어 루이를 다시 안으려고 했다.“그만하고, 이제 엄마가 안을게.”하지만 루이는 곧바로 유한의 목을 더 꼭 끌어안았다.유한의 품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듯한 행동이었다.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은 늘 충분했다.그래서 루이는 아빠와 함께하는 이 짧은 시간을 더 소중하게 느끼고 있었다.“루이야...”리은이 부르기도 전에 유한이 리은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안으면 안 돼?”순간 말이 막힌 리은이 천천히 손을 내렸다.“네가... 싫어하는 줄 알았어.”그 말을 들은 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입술을 꼭 다물었다.그때 집 안쪽에서 강덕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이고, 대표님, 작은 사모님, 다들 왔으면 어서 들어오세요. 밥 다 됐습니다. 얼른 들어와서 드세요.”이미 온 이상, 저녁까지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이런 풍경은 오랜만이었다.명절처럼 어쩔 수 없이 함께해야 할 때가 아니고서야, 세 사람이 한 식탁에 앉는 일은 거의 없었다.오늘 루이는 유난히 들떠 있었다.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도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강덕순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련해졌
인영은 차가운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문이 닫히자마자 선호가 들어왔고, 첫마디부터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 허인영 씨를 막지 못했습니다.”유한은 짧게 시선을 주고받은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밑에 직원들에게 전달해. 예약 없는 사람은 누구든 내 사무실로 못 올라오게.”선호는 곧바로 이해했다.“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전달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나가려던 선호를 유한이 불러 세웠다.“잠깐. 이거 가져가.”장선호는 테이블 위의 보온병을 보고 잠시 망설였다.“대표님, 이건 허인영 씨가 직접 끓여 오신 국인데요. 제가 가져가도 괜찮을지...”“가져가라면 가져가. 먹든 버리든 네가 알아서 해.”그 말에 장선호는 더 묻지 않고 보온병을 들었다.다만 인영의 정성이 담긴 국을 자신이 먹을 용기는 없었다.결국 조용히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사무실로 돌아온 리은을 보자 가을이 고개를 들었다.“팀장님, 다녀오셨어요?”“응. 계속 일합시다.”리은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프로젝트 진행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가능한 한 빨리 일을 끝내고 주강그룹을 떠나는 것.모니터 한쪽에 띄워진 달력을 힐끗 바라봤다.어느새 할머니의 생신이 코앞이었다.‘이제는 말해야 할 때야.’유한과의 결혼이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져 있었다는 사실을 더이상 숨길 수 없었다.하루 일과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면서,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다들 퇴근하세요.”“지금 몇 시예요? 와, 벌써 5시 반이에요? 빨리 가야겠다. 오늘 여자친구랑 약속 있어요!”리은은 정리를 마친 뒤 모두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회사 정문 앞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졌다.“팀장님, 저희는 먼저 갈게요. 내일 봬요.”“내일 봬요. 조심히 들어가세요.”“내일 봬요!”리은은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곧장 본가로 갈 생각이었다.어제 데려왔어야 했던 루이를 오늘은 꼭 데리러 가야 했다....한편, 회사에서 나온 인영은 곧장 떠나지 않았다.주강그룹
예전에는 리은을 상대하는 게 지나치게 쉬웠다.무슨 말을 하든 얼마나 비아냥거리든 리은은 늘 입을 다물고 그 자리를 지키기만 했다.그런데 이제는 반박을 할 줄도 알게 된 모양이었다.입술을 꾹 깨문 인영은, 일부러 더 억울한 표정을 지은 채 유한을 바라봤다.“난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리은은 더 이상 말싸움을 이어갈 생각이 없었다. 속으로 한 번 가볍게 눈을 굴린 뒤, 말없이 몸을 돌렸다.인영은 리은이 그대로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손에 쥔 보온병에 힘이 들어가면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선호는 그 장면을 힐끗 보고는 조용히 문을 닫은 뒤, 그대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인영은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오빠, 내가 직접 끓인 국이야. 한 번 먹어볼래?”말을 하다 문득 테이블 위에 놓인 식사를 보게 되었다.잠시 전 리은의 차림새, 그리고 가슴에 달려 있던 사원증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진리은 씨가 왜 회사에 와서 오빠랑 점심을 먹어? 오빠가 예전에 회사에 함부로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왜 또 와서 오빠 일을 방해하게 두는 거야?”유한은 소파에서 일어나며 짧게 말했다.“난 이미 먹었어. 국은 네가 가져가서 먹어. 난 처리할 일이 있어.”인영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감정이 일렁였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이거 아침부터 네 시간 넘게 끓인 국이야. 정말 안 먹을 거야?”그제야 유한이 고개를 들어 허인영을 바라봤다.‘혹시 마음이 바뀐 걸까’ 하는 기대에 입꼬리를 올린 인영이, 국을 들고 책상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하지만 바로 이어진 말에 그 기대는 허공에서 부서졌다.“앞으로 이런 거 안 해도 돼. 국은 그냥 두고 가.”인영은 불만이 있었지만, 적어도 국을 거절당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알겠어. 그럼 여기 두고 갈게. 꼭 먹어.”유한은 짧게 응답한 뒤 다시 서류로 시선을 떨궜다. 정말로 바쁘다는 태도였다.더 머물고 싶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흐르고, 유한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사무실 문이 갑자기 거칠게 열렸다.“오빠, 내가 직접 끓인 국인데...”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리은은 시선을 거두었다. 담담한 표정에는 감정의 흔들림도 전혀 없었다. 허인영이 이렇게 불쑥 나타났다고 놀란 기색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었다.마치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처럼.반면 유한의 얼굴은 보기 드물게 굳어 있었다. 미세하게 굳은 턱선에 입술을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인영의 뒤에는 선호가 서 있었다. 선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곤란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특히 유한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과 마주친 순간,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선호는 정말로 막아보려고 했다.불과 2분 전.“허인영 씨,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제가 직접 끓인 국이에요. 일부러 가져왔어요. 유한 오빠도 아직 점심 안 먹었죠?”인영은 웃는 얼굴로 말하며 자연스럽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선호는 그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 급히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았다.“아, 허인영 씨. 지금 대표님께서 손님을 만나고 계셔서요. 지금은 들어가시기 곤란합니다. 국은 제가 맡아두었다가 미팅 끝나면 대신 전달해 드릴까요?”인영은 그 말에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많이 의심하지는 않았다.“괜찮아요. 그럼 여기서 기다렸다가 직접 드리면 되죠.”“허인영 씨, 아무래도 미팅이 금방 끝날 것 같진 않습니다. 국은 제가...”그제서야 이상함을 확실히 느낀 인영이 사무실 문을 힐끗 바라보았다. 굳게 닫힌 문.‘설마... 안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야?’그렇지 않고서야 선호가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막을 이유가 없었다.‘좋아. 어디 한번 보자.’유한은 기혼자였다. 하지만 해성시에서 유한과 인영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오랜 시간 동안 늘 자신이 유한의 곁에 있었고, 유한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분명했다.유한의 마음속에 자신이 꽤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영은 당연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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