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By:  소연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Not enough ratings
30Chapters
12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결혼한지 5년째 되던 해, 이혼을 제안했더니 남편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정말 나 없이 살 수 있겠냐는 남자의 삐딱한 반응에 진리은은 쓴웃음만 나왔다. 리은에 대한 해성시 사람들의 평가는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약까지 써서 주씨 가문과 허씨 가문의 혼약을 깨뜨린 나쁜 여자다. 주유한이 허씨 가문 딸을 사랑하기 전, 리은과 몰래 연애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자의 사랑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바로 돌아서 버렸다. 결혼하고 나서는 쌀쌀맞게 대하고 온갖 비난과 조롱을 해대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다른 여자와 썸을 타고 데이트했다. 리은은 5년의 결혼생활 끝에 드디어 알아차렸다. 사랑은 모래알과 같아서, 한번 손아귀에서 벗어나면 다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음을 얻고 난 뒤, 두 사람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했더니 차갑기만 했던 남편이 집착하면서 마음을 되돌리려고 애를 썼다. 배가 불룩 나온 리은을 보자, 유한은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서서 따져 물었다. “그 아이 누구 아이야?” 리은은 덤덤하게 남자를 바라봤다. “당신 아이는 아니야.”

View More

Chapter 1

제1화

“엄마, 아빠 기다렸다가 같이 촛불 부는 거 아니었어요?”

딸아이의 말에 진리은은 응답 없는 수십 통의 통화 기록을 바라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전화를 걸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았다.

“아빠는 바빠. 루이가 엄마랑 같이 촛불 불까?”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든 루이는 엄마의 볼을 매만졌다.

“그래요. 제가 언제나 엄마 곁에 있을게요!”

두 모녀가 케이크를 자르고 있을 때 핸드폰 화면이 반짝 빛났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주유한이었다. 통화 버튼을 눌렀더니, 건너편에서 명령조가 다분한 말 한마디가 들려왔다.

[나 데리러 와.]

문자에 적힌 주소대로 유한이 있다는 클럽의 프라이빗 룸에 도착한 건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문고리에 손을 얹고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유한아, 너 인영이랑 또 미국 간다며?”

소파에 앉아 있는 주유한은 검은색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 헤친 채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풀어 헤친 옷깃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살짝 드러난 쇄골은 섹시했고, 어두운 조명은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뚜렷해 보이게 했다.

남자의 얼굴은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분명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가까이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응.”

“이번에 얼마 있다가 돌아올 건데? 보름? 한 달?”

“글쎄.”

문밖에 있던 리은은 눈을 내리깔았다. 유한이 인영과 함께 매해 출국한다는 건 그녀도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매번 출국할 때면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했다.

둘만의 시간을 즐기러 간다는 사실도 리은은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랑 진리은도 벌써 몇 년째 같이 살았는데, 대체 언제 이혼할 거야? 허씨 가문에서 계속 네 답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찌 됐든 그때...”

“크흠!”

그때 누군가 갑자기 헛기침을 하자, 말하던 사람은 얼른 입을 다물고 유한의 눈치를 살폈다. 유한의 상처를 건드렸을까 봐 걱정하는 모양새였다.

어쨌든 애초에 리은만 아니었다면, 유한은 진작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했을 테니까.

아쉽게도 그 모든 게 진리은 때문에 망가졌다.

그때 누군가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려고 농담조로 말했다.

“유한아, 너 설마 진리은한테 흔들린 건 아니지?”

가소롭다는 듯 남자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손에 든 와인을 느긋하게 흔들며 조롱기 섞인 어조로 무심하게 내뱉었다.

“취했어?”

“하하하...”

순식간에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보아하니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한이 가장 증오하는 여자가 바로 진리은이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났다 해도 그가 리은을 사랑할 리는 없다.

“취했네, 취했어. 유한이가 왜 진리은처럼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악랄한 여자를 좋아하겠어?”

“그 여자가 유한이한테 약을 먹이고 임신하지만 않았다면, 할머니 등쌀에 못 이겨서 그 여자랑 결혼했겠어? 안 죽인 것만으로도 많이 봐준 거야!”

안에서 들리는 대화에 리은은 문고리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진리은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리은은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린 곳을 보자, 연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허인영이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리은?”

“아니, 진리은이 여긴 왜 왔어?”

“누가 알아? 누가 껌딱지 아니랄까 봐. 여기서 자기를 반기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어떻게 뻔뻔하게 여길 와?”

사람들의 경멸 섞인 비아냥에 리은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변명할 수도 없었지만 변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찌 됐든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까.

자신을 경멸하거나 조롱하는 눈빛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간 리은이 소파에 앉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데리러 왔어. 지금 갈 거야?”

유한의 시선이 드디어 리은에게 향했다. 리은은 오늘 개나리색 원피스에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있었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은 순수하고 깨끗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꾸며낸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인영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조롱 섞인 눈빛을 내뿜었다.

“진리은 씨, 우선 앉지 그래요? 마침 다들 모였는데...”

리은이 반응하기도 전에 유한의 쌀쌀맞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가 오라고 했어?”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질문이 리은의 자존심을 바닥에 짓뭉갰다.

그 말에 키득키득 웃는 사람도 있었다.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자기가 진짜 주씨 가문 안주인인 줄 아나?”

사람들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에 리은은 살짝 눈을 피하면서, 더 이상 남자의 차가운 눈길을 마주하지 않았다.

“데리러 오라고 문자 보냈잖아.”

일순 낄낄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진리은 씨, 뭐 착각하는 거 아니에요? 유한이는 평생 그쪽 보고 싶지 않을 텐데, 왜 데리러 오라는 말을 해요? 아무리 유한이를 가두고 싶어도 적당한 핑계를 대야죠.”

철사에 옥죄는 듯한 고통이 리안의 가슴에서부터 온몸으로 천천히 퍼졌다.

오늘 또 당한 게 틀림없었다. 결론을 내린 리은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곳을 떠나기로 했다.

그때 유한이 소파에서 일어났다.

“왜 그래?”

인영이 유한의 옷소매를 잡으며 그를 올려다봤다.

유한은 소파 등받이에 걸쳐둔 옷을 집어 들며 인영의 손을 피했다. 다만 동작과 달리 목소리는 퍽이나 다정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너도 얼른 돌아가.”

말을 마친 유한이 리은에게 시선을 돌렸다.

옆에서 누군가 바로 눈치껏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형. 내가 인영 동생을 안전하게 집까지 모실 테니까!”

인영이 화내는 척 한마디 했다.

“누가 동생이라는 거야?”

리은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지면서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유한은 그런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옆으로 다가왔다.

“뭘 멍하니 있어? 계속 남아서 같이 놀고 싶은 거야?”

말투에 신랄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리은이 정말 남는다면 이 사람들에게 그저 조롱을 당하는 꼴만 겪게 될 테니까.

리은은 아무 말 없이 남자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떠나면서 룸 안에 울리는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딱 보니 본가에 가서 할머니께 고자질할까 봐 따라가는 거네...”

“쓴다는 게 이런 비겁한 수단뿐이라니. 쯧! 사람이 왜 저래!”

돌아가는 길에 유한은 조수석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두운 눈빛과 무표정한 얼굴만 봐도 기분이 언짢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은은 별장에 도착할 때까지 묵묵히 운전에만 집중했다.

오늘 또 유한의 흥을 깼다는 걸 알았기에, 눈앞에서 알짱거리며 짜증 나게 하는 대신 딸 방에서 밤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방을 지나려던 순간, 남자의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더니 곧바로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남자는 리은이 반응하기도 전에 침대로 그녀를 밀치더니 뾰족한 송곳니로 귀를 깨물었다. 리은은 갑자기 밀려오는 아픔에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누가 찾아오라고 했어? 응?”

리은의 몸이 순식간에 한 바퀴 빙 돌면서, 단번에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턱을 잡고 문질러대는 남자의 손길에 리은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거짓말하면 벌을 받아야지! 오늘 밤엔 네가 적극적으로 움직여봐.”

“싫...”

리은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려던 찰나, 유한이 그녀의 가는 허리를 힘껏 꼬집었다. 나지막한 신음에는 욕정이 잔뜩 묻어 있었고, 눈빛은 마치 리은을 완전히 벗겨 먹을 것처럼 음험하게 번뜩였다.

턱라인을 따라 내려오던 손가락이 목적지를 찾은 듯 한 곳에 멈춰 원을 그리자, 리은의 몸이 나른해지더니 달뜬 숨을 내뱉었다.

“네가 하면 한 번만 하고, 내가 하면 한 번으로 안 끝나. 네가 선택해.”

리은은 몸을 움찔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첫, 첫 번째 선택...”

침대 위에서 하는 남자의 약속은 믿을 게 못 됐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비록 첫 번째를 선택했지만, 둘만의 긴 밤은 끝날 줄 몰랐다.

완전히 힘이 빠져 침대에 널부러진 리은은 더 이상 반항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입술을 깨문 채 묵묵히 울분을 토해내는 듯 자신을 탐하는 남자의 움직임을 견뎠다.

다만 그 순간 여자의 눈가에서 흘러내린 눈물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늘 밤 그 사람들이 낄낄대며 조롱하던 말이 귓가에 맴돌자, 저도 모르게 자신에게 질문했다.

‘진리은,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견딜 거야?’

...

다음날, 잠에서 깬 유한이 고개를 돌렸지만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입을 꾹 다물고 일어난 그는 먼저 도우미한테 물었다.

“집사람은요?”

도우미는 위층을 흘긋거리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직 안 일어나신 것 같아요. 내려오시는 걸 못 봤거든요.”

“아직?”

언짢은 듯한 유한의 모습에 도우미가 얼른 대답했다.

“사장님, 어제 사모님께서 반나절 휴가를 주셔서 저희도 오늘 아침에 돌아왔거든요.”

그 말에 유한이 딸 방으로 향할 때, 아래층에서 도우미들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 케이크는 누구 거지?”

유한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눈을 내리깔고 티테이블로 시선을 돌렸더니 파란색 생일 케이크가 그곳에 놓여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아무도 모르게 어두워졌다.

도우미는 잠시 망설이다가 케이크를 버리려고 손을 뻗었다. 어찌 됐든 이미 하루가 지난 케이크이니 먹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놔둬요.”

유한의 말에 도우미는 다급히 손을 거두고 케이크에는 손끝도 갖다 대지 않았다.

“네, 사장님.”

유한은 조금 뜯겨 나간 케이크를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도우미들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로를 눈치만 살폈다. 그중 누군가 갑자기 입을 열기 전까지는.

“어제가 사모님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뭐? 사모님 생일? 그런데 사장님은 오늘 아침에...”

“쉿. 입 다물고 일이나 해. 할 말 못 할 말 구분해야지!”

유한은 침실 문을 벌컥 열었다. 반듯하게 정리된 침대에는 누군가 누웠던 흔적조차 없었다.

순간 단추를 풀던 손길을 멈추고, 그는 몸을 돌려 딸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었더니 역시나 두 모녀가 작은 침대에 누워 껴안은 채 자고 있었다.

침대 옆에 자리 잡은 유한의 눈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서늘한 빛을 띤 그의 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시선이 느껴졌는지 리은이 부스스 눈을 떴다. 서로의 시선이 마주쳤지만,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어제만 해도 뜨거운 밤을 보냈는데, 리은을 보는 유한의 눈길은 차갑기만 했다.

리은은 유한이 언제부터 자신을 이런 눈으로 보기 시작했는지 아득했다.

아마 5년 전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그녀가 약을 타는 바람에 허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이 깨졌다고 오해했을 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리은이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던 유한은 멍하니 딴 데 정신이 팔린 그녀를 보자,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나와.”

말을 마치자마자 남자는 뒤돌아서 방을 나섰다.

리은은 방을 떠나는 남자의 훤칠한 뒷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그 순간 어제 룸에서 들었던 그 사람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곧 얼마 뒤면 주유한과 허인영이 출국한다던 말.

시선을 거둔 리은은 고개를 숙여 단잠에 빠진 딸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작은 얼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 순간 그녀의 눈에 굳은 결의가 언뜻 스쳐 지나갔다.

“미안해, 우리 딸. 엄마가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리은은 어젯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한 가족에 꼭 세 식구가 모두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랑만 있으면 그게 곧 가족이다.

딸의 이불을 덮어준 리은은 안방으로 가서 짐을 정리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유한은, 이미 짐 정리를 마친 리은을 보자마자 차가운 눈빛을 내뿜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선은 마치 리은의 살을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무슨 뜻이야?”

리은은 자기 캐리어를 흘긋 보고는 유한에게 시선을 멈췄다.

여전히 익숙한 얼굴이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5년 전에 이미 달라졌다.

이 혼인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

이제 다시 올바른 궤도로 되돌려야 했다.

애초에 루이를 가져 마지못해서 한 결혼이었다. 그 때문에 리은은 온 해성시 사람들한테 약을 써서 임신한 뒤 유한과 결혼한 여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수없이 설명했지만, 그녀를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리은은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고, 그녀의 침묵에 사람들의 억측은 더욱 심해졌다.

사람들 눈에 리은은 재벌가에 들어가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쁜 여자였다.

리은은 유한과 루이를 위해서 계속 참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적어도 행동으로 유한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리은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관계는 더욱 악화하기만 했다.

남편은 이미 다른 사랑에게 마음이 가 있으니, 되돌릴 수 없다면 차라리 응원해 주기로 했다.

어쨌든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녀와 유한도 한동안 달콤했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우리 이혼해.”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Comments

No Comments
30 Chapters
제1화
“엄마, 아빠 기다렸다가 같이 촛불 부는 거 아니었어요?”딸아이의 말에 진리은은 응답 없는 수십 통의 통화 기록을 바라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전화를 걸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았다.“아빠는 바빠. 루이가 엄마랑 같이 촛불 불까?”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든 루이는 엄마의 볼을 매만졌다.“그래요. 제가 언제나 엄마 곁에 있을게요!”두 모녀가 케이크를 자르고 있을 때 핸드폰 화면이 반짝 빛났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주유한이었다. 통화 버튼을 눌렀더니, 건너편에서 명령조가 다분한 말 한마디가 들려왔다.[나 데리러 와.]문자에 적힌 주소대로 유한이 있다는 클럽의 프라이빗 룸에 도착한 건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문고리에 손을 얹고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유한아, 너 인영이랑 또 미국 간다며?”소파에 앉아 있는 주유한은 검은색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 헤친 채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풀어 헤친 옷깃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살짝 드러난 쇄골은 섹시했고, 어두운 조명은 그의 이목구비를 더욱 뚜렷해 보이게 했다. 남자의 얼굴은 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 분명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가까이하고 싶은 느낌이 들게 했다.“응.”“이번에 얼마 있다가 돌아올 건데? 보름? 한 달?”“글쎄.”문밖에 있던 리은은 눈을 내리깔았다. 유한이 인영과 함께 매해 출국한다는 건 그녀도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매번 출국할 때면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했다.둘만의 시간을 즐기러 간다는 사실도 리은은 알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너랑 진리은도 벌써 몇 년째 같이 살았는데, 대체 언제 이혼할 거야? 허씨 가문에서 계속 네 답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어찌 됐든 그때...”“크흠!”그때 누군가 갑자기 헛기침을 하자, 말하던 사람은 얼른 입을 다물고 유한의 눈치를 살폈다. 유한의 상처를 건드렸을까 봐 걱정하는 모양새였다.어쨌든 애초에 리은만 아니었다면
Read more
제2화
유한은 눈에 띄게 움찔하더니 무거운 눈빛으로 리은을 응시했다.“뭐라고? 잘 못 들었어. 다시 한번 말해 봐.”유한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주먹을 살짝 쥔 리은이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말했다.“우리 이혼해.”유한의 눈가에 조롱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잠 덜 깼어?”상대의 눈에 드리운 비아냥이 리은의 가슴을 후벼 팠다. 유한이 자기를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짐작했다. 때문에 어제저녁 이미 이혼합의서를 프린트했다.“이건 내가 작성한 이혼합의서야. 난 이미 사인했으니까, 보고 문제없으면 당신도 사인해.”리은이 이혼합의서를 건네는 순간 유한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는 ‘이혼합의서’라는 다섯 글자를 보더니, 차갑게 입술을 비틀면서 말했다.“어제 생일인데 같이 있어주지 않았다고 시위해?”유한의 싸늘한 질문에 리은은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상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리은은 어쩔 수 없이 이혼합의서를 티테이블에 내려 놓고 이미 짐을 싸 놓은 캐리어 쪽으로 걸어갔다.“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루이 양육권만 넘겨줘.”말을 마친 리은은 캐리어를 잡아 끌며 유한을 보더니 싱긋 미소 지었다.“미안해, 주유한.”유한이 음험한 눈으로 리은을 응시했다. 그 눈빛은 마치 서리가 내린 겨울 아침 같았다.“내가 너무 오래 붙잡고 있었지? 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지내기까지 하고.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거야. 사랑하는 사람 마음껏 만나.”말을 마친 뒤 유한을 빤히 응시하던 리은은 캐리어를 끌고 남자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루이의 짐은 정리할 새도 없었다.하지만 리은이 유한의 옆을 지나칠 때, 유한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았다.그 힘이 너무 세서 저도 모르게 캐리어를 쥔 손이 풀렸다. 리은은 미간을 짜푸린 채 손목을 잡고 있는 유한을 응시했다.리은의 망연한 눈빛에 유한의 눈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어?”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한 리은이 급히 설명했다.“
Read more
제3화
다음 날, 리은은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준 뒤 곧바로 택시를 타고 가정법원으로 향했다.유한과 결혼한 뒤로 일한 적은 없지만, 평소에 자신의 돈을 쓸 일은 거의 없었다.때문에 결혼 전에 따로 모아둔 돈으로 딸과 한동안 버티는 건 문제가 없었다.게다가 얼른 일자리를 찾아서 자기와 딸이 생활할 생각이었다.8시가 조금 넘어 가정법원에 도착한 리은은, 정문 한쪽에 서서 안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봤다.덤덤하게 결혼생활의 마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들어가는 와중에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그 사람들을 보자, 리은의 머릿속에 문득 유한과 혼인신고를 하던 날이 떠올랐다.기대에 찬 눈으로 혼인관계증명서를 보면서 유한에게 막 말을 걸려던 찰나, 남자의 차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보는 남자의 날카로운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 자리를 꿰찼으니 소원 이뤘네. 주씨 가문 안주인 자리 잘 지켜.”‘주씨 가문 안주인’이라는 단어에는 악감정이 담겨 있었다.리은은 그날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던 악의에 찬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그날 알았다. 남자의 눈에 자신은 그저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악독하고 이기적인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하지만 지난 몇 년간 자꾸만 왜 이렇게까지 됐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그들도 분명 사랑했던 적이 있었는데.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유한도 한때는 리은을 대할 때 허인영을 대하는 것처럼 다정했었다.남자는 리은의 눈가에 입을 맞췄고, 뺨과 귓가에 키스했고, 입술을 탐하면서 사랑을 속삭였었다.그랬던 남자가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건지 리은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면서, 왜 갑자기 허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기로 하고 심지어 그에 대한 설명도 없었는지.이전에 답을 얻지 못했을 때는 리은은 모두 자기 탓이라고만 생각했다.다만 너무 큰 신분 차이 때문에, 리은은 헤어지고 나서도 유한에게 집착할 생각은 없었다.그날 밤은 넘 혼란스러워 지금까지도 그날 아침 깨어났
Read more
제4화
유한의 갑작스러운 출장 때문에 이혼은 잠시 보류되었지만 리은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그 사이에 리은은 작은 아파트를 임대해서 입주했고, 많은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다.리은의 학력은 꽤 경쟁력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유한과 같은 학교였으니까.주유한과 만난 것도 대학 때였다.하지만 졸업하자마자 결혼하는 바람에 아무런 커리어도 쌓지 못해서 뽑아주는 회사가 있을지 문제였다.그런데 놀랍게도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LC 테크놀로지, 최근 몇 년 동안 반짝 나타나 무서운 추세로 발전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회사였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 진리은이라고 해요...”“알아요. 제 기억이 맞다면 주유한 대표 아내분이시죠?”리은은 흠칫 놀라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단정하게 생긴 남자는 고작 해봐야 30살 정도로 보였고, 금테 안경을 낀 채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리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의자에서 일어난 허광윤이 소파를 가리켰다.“괜찮아요. 앉으세요.”“고마워요.”“사모님이 밖에 나와 일하는 거, 주 대표님은 알아요?”리은은 광윤이 건네는 물컵을 받으며 말했다.“이혼 준비 중이라 얼마 뒤면 더 이상 주씨 가문 안주인이 아니에요. 그러니 이름으로 부르시면 돼요.”광윤은 예쁘장한 여자의 얼굴을 한참 동안 응시하다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미안합니다.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거든요.”리은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아직 밝힌 적이 없어 모르시는 게 당연해요.”보아하니 유한은 이혼증명서를 발급받은 후 정식으로 발표할 모양이다.“외람되지만, 주 대표님과 이혼해도 돈이 부족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 입사 신청서를 넣게 되었나요?”리은의 신분 때문에, 제대로 상황 설명을 하지 않으면 아마 그녀를 받아줄 회사는 없을 것이다.“우선 저는 LC테크놀로지를 작은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 2년간 AI분야의 전망이 좋잖아요. 그리고 저는 맨몸으
Read more
제5화
리은을 슬쩍 훑어본 광윤은, 바짝 긴장한 그녀를 보고 말없이 시선을 거두었다.“방금 계약서를 룸에 두고 온 것 같은데. 가서 가져다 줄래요? 저는 주 대표님 일행하고 먼저 내려가 있을게요.”리은은 멍하니 고개를 쳐들었지만 이번에는 얼른 반응했다.비록 그 계약서는 바로 자신의 손에 든 서류 가방 안에 있지만.“네, 대표님.”대답을 마친 리은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두 사람이 나왔던 룸으로 돌아갔다. 그 때문에 유한이 음험한 눈빛으로 도망치는 자신을 응시하는 걸 보지 못했다.구연준 역시 똑같이 느꼈는지 직설적으로 물었다.“아니, 무슨 상황이야? 왜 너를 피하는 것 같지?”“닥쳐.”연준은 머쓱한 듯 코를 문질렀고, 그사이 광윤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세 사람 중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광윤도 사실 유한이 했던 말이 자기한테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주강그룹 같은 대기업의 대표가 중소기업 대표인 그에게 물어볼 게 뭐가 있겠는가?하지만 궁금증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나 존재했다.“허 대표님, 진리은 씨 신분은 알고 있죠?”광윤은 연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네.”연준은 눈썹을 추켜올렸다. “알면서도 받아줬어요?”광윤은 잠시 멈칫했다. 마치 뭔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연준은 광윤이 당연히 자기 말뜻을 알아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의외의 답이 날아왔다.“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있나요?”“...”구연준은 할 말을 잃었다.광윤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무표정한 주유한을 한번 훑어보고 말했다.“구 대표님, 저도 리은 씨한테 왜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 지원했냐고 물어봤어요. 하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것뿐이에요.”그 말에 놀란 연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유한의 어두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때마침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광윤은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엘리베이터를 나섰다.곧이어 엘리베이터가 닫히더니 계속해서 지하 1층으
Read more
제6화
리은은 전화 너머로 드려오는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에 폰을 꽉 움켜쥐었다.“장 비서님, 그 사람 좀 바꿔줄 수 있어요? 할 얘기가 있어서요.”선호는 난감한 듯 망설였다. 다음 순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귀가 먹었어? 내 말 못 들었어?”선호는 결국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는 걸 선택했다.유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며 엄하게 쏘아붙였다.“앞으로 진리은 전화 받지 마!”선호는 백미러에 비친 어두운 얼굴의 남자를 보며 대뜸 물었다.“만약 사모님이 대표님을 찾는 거면요?”유한은 차갑게 선호를 쏘아봤다. 그 눈빛에 선호는 얼른 시선을 피하며 잘못을 인정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말이 길었습니다.”그때 놀랍게도 유한의 대답이 들렸다.“내가 언제 걔 전화 받은 적이 있다고?”선호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모님이 아무리 이혼하고 싶다고 해도 아마 한동안은 대표님과 연락이 닿지 않으리라는 것을.리은은 갑자기 끊어진 핸드폰 화면을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유한한테 리은은 중요하지 않는 사람이다.그렇다면 이혼을 계속 미룰 수는 없었다....“대표님, 이 서류에 서명해 주실 수 있나요?”“네. 확인할게요.”서류를 받아서 쭉 훑어본 광윤은 문제가 없는 걸 확인하고 사인했다.다시 서류를 받아 든 리은은 입을 열었다.“대표님, 스케줄을 한번 확인해 봤는데, 오후에는 외근하지 않고 회사에 계신 건가요?”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네. 별일 없으면 오후에는 회사에 있을 건데, 왜요?”리은은 조금 미안했다. 이제 막 입사했으면서 또 휴가를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라 말을 꺼내기가 민망했다.광윤도 그걸 눈치챘는지 웃으며 물었다.“괜찮아요. 어려운 게 있으면 뭐든 얘기해요.”리은은 고개를 저었다.“어려운 건 아니고, 제가 오후에 잠깐 나갔다 와도 될까요?”“반차를 신청하겠단 말인가요?”리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요. 나가 봐요.”리은은 어리둥절했다. 허광윤이 좋은 사장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Read more
제7화
강덕순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휴게실에 앉아 있는 리은을 발견했다.“리은아?”리은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방향에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리은은 멍해졌다. 할머니가 회사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리은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에게 다가갔다.“할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강덕순은 리은의 손을 잡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오늘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한번 들러봤어. 왔으면서 왜 안 올라가고 여기 있어?”리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사실 강덕순은 리은과 유한의 상황을 잘 모른다.해성시의 모든 사람이 리은과 유한의 결혼이 유명무실하다는 걸 알아도, 강덕순 앞에 가서 입을 털어댈 사람은 없다.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리은은 강덕순 앞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었다.유한도 비록 리은을 싫어했지만, 할머니 앞에서만큼은 사랑하는 부부인 척 연기했다.“저도 방금 왔다가 바쁜 것 같아서 올라가지 않았어요.”그때 선호가 엘리베이터에서 다가왔다.“어르신, 사모님, 오셨어요?”리은은 선호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리은의 손을 잡은 강덕순이 웃으면서 물었다.“장 비서, 유한이는 바쁜가?”선호는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들어가자는 손짓을 했다.“지금은 안 바쁘세요. 안으로 가시죠.”참 어이없었지만 리은은 마지못해 할머니를 부축한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할머니, 오늘 건강검진 결과가 어떻대요? 저한테 전화라도 하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제가 같이 갔을 텐데.”강덕순은 웃으며 리은의 손등을 토닥였다.“걱정하지 마. 나 아직 쌩쌩하니까. 게다가 집에나 돌봐 주는 사람도 많아.”강덕순이 한번 외출할 때면 따라붙는 사람은 확실히 많다. 경호원 두 명에 기사 한 명, 그리고 집사에 도우미 아주머니까지.“요즘 유한이랑 어때? 한 달 동안 나 보러 안 왔는데, 혹시 바빠?”리은은 눈을 반짝이며 가볍게 대답했다.“루이가 요즘 2학년 반이 돼서 조금 정신이 없었어요. 주말
Read more
제8화
리은은 순간 멍해졌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밀당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진심으로 자유를 주는 게 아니고, 진심으로 이혼하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가?’“나한테 그런 수작이 통할 것 같아?”입술을 살짝 오므린 리은은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리고 약 3초 뒤, 고개를 돌려 남자의 차가운 시선을 다시 마주했다.이번에 리은의 표정은 유난히 진지하고 단호했다. 심지어 결의에 찬 눈빛으로 또박또박 말했다.“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 만약 이혼하려는 게 진심이 아니면...”여기까지 말한 리은은 잠깐 멈췄다가 진심을 보여주기 위해 말을 바꿨다.“나하고 오빠는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야!”리은한테 가장 친한 가족은 진성빈과 루이뿐이다.하지만 루이는 유한의 딸이기도 하기에, 자신과 오빠로 맹세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자기 진심과 결의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 입 다물어! 한 번만 더 지껄여 봐.”그런데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자, 유한의 표정은 전례 없이 어두워졌다. 심지어 리은이 임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더.리은은 유한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다만 오늘 찾아온 목적은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리은은 이미 이혼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녀는 유한에게 잘못한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유한에게도 이 가정에도, 이 결혼에도 잘못한 게 없었다. 전에 계속 양보했던 건, 유한을 붙잡고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제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으니, 더 이상 비굴하게 저자세로 나올 필요가 없었다.“주유한, 오늘 싸우려고 찾아온 게 아니야. 그냥 가능한 시간만 알려줘. 언제든 협조할 거니까.”유한은 그늘진 얼굴로 리은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 힘은 당장이라도 리은의 뼈를 으스러뜨릴 것만 같았다.“왜? 이제 진성빈이 깨어났다고 눈에 뵈는 게 없어? 그래서 이렇게 이혼하려고 하는 거야?”리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손목에서 찌릿찌릿 통증이 느껴졌다. 결혼
Read more
제9화
리은은 주먹을 꽉 쥔 채 유한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되도록 빨리 시간 비워. 이혼 절차 마무리 짓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실 문이 열렸다. “유한아, 내가 디저트 좀 사 왔어...”고개를 돌린 리은은 마침 인영과 시선이 맞닿았다. 인영은 깜짝 놀라더니 리은에 대한 증오를 그대로 드러냈다. 리은은 그런 눈빛에 진작부터 적응해 있었다. 어쨌든 자신이 인영과 유한을 갈라놓은 장본인이니까. 그게 고의든 실수든 불변의 사실이었다. “난 이만 가볼게.”말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가려던 리은은, 인영을 지나칠 때 잠시 멈칫했다. “좀 비켜 줄래요?”인영은 리은에 대한 적의와 증오를 숨기지도 않았다. 그 점에 대해서 유한은 아무 말도 한 적이 없었다. 마치 마음대로 하라고 방임하는 것처럼, 인영이 리은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마음대로 풀라는 듯이. “진리은 씨가 여긴 왜 왔죠?”리은이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 “이번이 제거 회사로 오는 마지막일 거예요.”인영은 어리둥절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리은이 유한과 이혼 준비 중이란 사실을 말하려고 할 때, 등 뒤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나가!”리은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인영의 우쭐거리는 눈빛을 봐도 이제는 슬프지도 않았다. 리은은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인영을 지나쳐서 사무실을 나갔다. 인영은 유한의 차가운 표정에 궁금한 듯 물었다. “유한아, 진리은 말이 무슨 뜻이야?”유한은 입술을 굳게 닫은 채,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덤덤하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여긴 어쩐 일이야?”인영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여자의 직감으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급하게 알려고 들지 않으면서, 손에 든 디저트를 들어 올렸다.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 마침 디저트도 갖다 줄 겸. 한번 먹어 봐.”유한은 아무 답도 하지 않고 창가로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유한이 뭘 보는지 궁금해진 인영이 옆으로 다가갔
Read more
제10화
리은은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광윤에게 감사 인사를 하러 갔다.“일은 잘 해결했어요?”리은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정법원에 가서 이혼 절차를 밟는 게 시간이 많이 허비되는 것도 아닌데. 좋아하지도 않는 나하고 억지로 결혼했으면서, 자유를 주겠다면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리은은 수많은 가능성을 떠올렸다. 하지만 유한이 자기와 이혼하는 걸 싫어한다는 가능성만은 없었다.진작부터 그런 가능성은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리은의 어두운 표정에 광윤은 잠시 멈칫했다.“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요.”운전기사 유찬민의 말을 떠올린 리은은 얼른 한마디를 보탰다.“정말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광윤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리은처럼 이렇게 대범한 사람을 늘 마음에 들어 했다.“그래요. 오늘 저녁 식사 모임이 있는데, 이따가 같이 가요.”리은은 오늘 저녁 본가로 가겠다고 할머니와 약속한 걸 떠올렸다. 하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았다.“왜 그래요? 혹시 무슨 일 있어요?”리은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무 일도 아니에요.”사무실에서 나온 리은은 곧바로 본가로 전화했다.한편, 유한은 마지막 서류에 사인한 뒤 시간을 확인했다.벌써 5시가 다 되었는데,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문자 한 통도 없었다.“대표님, 지금 본가로 가실 겁니까?”유한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외투를 집어 들며 담담하게 말했다.“약속했는데 안 가면 할머니가 또 화내실 거야.”고개를 끄덕이며 뒤따르던 선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먼저 사모님 모시러 갈까요?”유한은 차가운 눈으로 선호를 훑어보았다.“왜? 진리은한테서 뭐 돈이라도 받았어?”선호는 입꼬리를 떨면서 머쓱하게 웃었다.“어르신이 사모님더러 회사에 있다가 대표님과 같이 오라고 하셨잖아요. 만약 따로 가면 아마...”그제야 걸음을 멈춘 유한이 선호를 곁눈질로 보면서 말했다.“그럼 뭘 더 기다려?”“네, 대표님. 바로 사모님께 연락할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