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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4화

Author: 금추
식탁 위에는 각종 접시들이 빽빽이 놓여 있었다.

가운데 냄비에서는 뜨거운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향긋한 냄새를 퍼뜨리고 있었는데, 그 냄새만으로도 입맛이 절로 당겼다.

두 사람은 마주 앉고는 화영이 와인 한 병을 열어 우행의 잔에 따라주었다.

“전골엔 술이 있어야 완벽하죠.”

꽤 행복해 보이는 화영에 우행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미소 지었다.

“너무 들뜨지 말고 조금만 마셔요.”

화영은 병을 내려놓고 자기 잔을 들어 올렸다.

“조금만요. 딱 이 정도만요.”

이에 우행도 잔을 들어 화영의 잔과 살짝 부딪쳤다.

“그동안 혹시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화영 씨가 넓은 마음으로 봐주세요.”

그러자 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할 말이 너무 많아졌네요. 이 한 잔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요.”

끓는 국물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김이 우행의 차가운 인상을 조금 누그러뜨렸고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먹어요.”

화영은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냄비에 넣었다.

“전골은 고기를 먼저 넣어야 해요. 그래야 국물이 진해지거든요.”

그러고는 익은 고기를 건져 젓가락에 올려 건넸다.

“우행 씨 먼저 먹어요.”

“고마워요.”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갔다.

밖에서는 눈이 거세게 내리고 있었고 집 안에는 따뜻한 김이 가득 차올랐다.

눈보라 바깥의 추위와 달리 방 안의 온기는 포근했다.

사람 사는 냄새란, 결국 한 끼 식사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동행에서 비롯된다는 걸 두 사람은 조용히 느끼고 있었다.

식사를 마친 화영은 잠시 방으로 들어갔다가 작은 상자를 들고나와 우행의 앞에 내려놓았다.

“며칠 동안 신세를 많이 졌어요. 뭐로 감사해야 할지 몰라서요. 제가 직접 디자인한 반지예요. 선물이에요.”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다.

“다른 의미는 없어요. 그냥 장식품이에요.”

우행이 상자를 열자 안에는 백금 반지가 하나 있었다.

은빛 반지 위에는 흘러가는 구름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 속에 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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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만 내 여자친구인 척해줘요. 할머니를 뵈러 갈 때 같이 가면 좋겠는데.”우행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괜찮을까요?”화영은 잠시 놀랐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문제없어요.”도와주는 것뿐이었으니 잃을 것도 손해 볼 것도 없었다.그러자 우행은 고마운 듯 말했다.“고마워요.”화영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그동안 그렇게 챙겨줬는데 이 정도 돕는 건 당연하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우행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앞으로 우리 서로 너무 예의 차리지 말아요.”함께 아침을 다 먹고 난 두 사람은 할머니 댁으로 향했다.우행이 운전했고 가는 길에 화영은 차를 세워 달라고 부탁했다.화영은 어르신이 좋아할 만한 떡과 영양제를 샀지만 계산하려는 순간, 우행이 먼저 지갑을 꺼내 값을 치렀다.그러자 차에 돌아와 화영이 웃으며 말했다.“친구 사이여도 어른을 뵈러 가는 건데, 선물은 당연히 준비해야죠. 굳이 이럴 필요는 없어요.”우행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원래 나 도와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또 돈까지 쓰게 해요.”화영이 가볍게 웃었다.“아까 서로 예의 차리지 말자고 하지 않았어요?”우행은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면 다음번엔 화영 씨가 사요.”그러자 화영은 피식 웃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우행의 할아버지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여전히 강성의 오래된 저택에서 지내고 있었다.고전적인 한옥이었으나 최근에 손을 본 듯 외벽과 대문은 낡지 않았고, 담 너머로 매화 가지가 뻗어 나와 있는 모습이 고풍스러우면서도 생기가 있었다.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따라 거실로 향하던 중, 옆채의 온돌방 쪽에서 한 여자가 나왔다.“우행아!” 그 여자는 반가운 목소리로 우행을 부르자 남자는 돌아보며 말했다.“어머니.”송혜라는 아들의 옆에 선 화영을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분은?”우행이 차분히 소개했다.“제 여자친구 화영이에요.”화영은 미소를 띠며 인사했다.“어머니, 안녕하세요.”송혜라는 놀라서 눈을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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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153화

    의사가 진료 결과를 보고 미소 지었다.“잘 회복되었네요. 이제 깁스를 풀어도 돼요.”화영은 긴 숨을 내쉬었다.마치 복역을 마치고 풀려난 사람처럼 온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깁스를 푼 뒤 의사는 몇 가지 약을 처방하고 우행에게 말했다.“약은 시간 맞춰 발라주세요. 무리한 운동은 아직 금물이에요. 가능하면 걷지 말고 당분간은 쉬는 게 우선이에요.”“네, 명심할게요.”우행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하고는 약을 받으러 나갔다.의사는 여자였고 화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남편분이 정말 다정하시네요.”그 말에 화영은 그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고는 의사는 말을 이어갔다.“지금은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부부관계 시에는 너무 격하지 않게 하세요. 아까도 남편분께 그 부분은 꼭 주의하라고 말씀드렸어요.”화영은 순간 멍해졌다.‘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이 그런 의미였어?’ 잠시 후 우행이 돌아왔고 의사는 약을 바르는 방법을 설명했다.남자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기억했다.이에 화영은 감사 인사를 하고 두 사람은 함께 병원을 나섰다.차 안에서 화영이 부드럽게 말했다.“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이제 다리도 괜찮고 너무 오래 신세 졌으니 저도 슬슬 집에 돌아가야겠어요.”우행은 잠시 화영을 바라보다 조용히 대답했다.“완전히 나을 때까지 있어요.”화영은 눈길을 피하며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더니 더는 말하지 않았다.집에 돌아오자 우행은 여느 때처럼 화영을 안아 소파에 앉혔다.“가만히 있어요. 손 씻고 와서 약 발라 드릴게요.”“괜찮아요. 나 혼자도...”그러나 화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행은 이미 걸음을 옮겨 사라졌다.잠시 후 우행이 돌아와서는 약 봉투를 열어 설명서를 펼쳤다.그리고 화영의 신발을 벗기며 손바닥으로 여자의 종아리를 받쳐 발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렸다.흔히 예쁜 사람의 발은 못생겼다고 하지만 화영의 발은 하얗고 가늘며, 뼈마디가 곱고 매끈했다. 또한 약간의 흠도 없었다.우행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152화

    우행은 휴대전화를 들고 거실을 나와 서재로 향했다.화영은 머리를 소파 등받이에 기대고 천장 위 별빛처럼 반짝이는 조명을 바라보았다.여자의 붉은 입술 끝이 천천히 올라가며 옅은 미소가 번졌다.우행이 통화를 마치고 거실로 돌아왔을 때, 화영은 이미 자리에 없었는데 아마 방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든 듯했다.이에 우행은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거실 불을 끄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우행은 조깅을 마치고 돌아와 화영의 방문을 두드렸다.“아침 먹어요.”화영은 세면을 마친 뒤 거실로 나왔다.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아 오늘의 날씨, 주식시장 이야기, 그리고 뉴스 화제까지 나누었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온한 아침이었다.식사를 마친 후 우행이 출근 준비를 하며 물었다.“다리 상태는 좀 어때요? 병원에 한 번 더 가봐야 하지 않아요?”그러자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주말이면 깁스는 풀 수 있을 것 같아요.”“그러면 그때 내가 같이 가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우행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오전, 화영이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화영아, 어디야?]“강성이지.”[결혼식, 진짜 취소한 거야?]“응, 맞아.”화영은 담담하게 대답하자 수화기 너머 오여윤의 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너 결혼식 취소한 거 보니까, 나도 결혼하기 싫어졌어.]화영은 가볍게 웃었다.“그게 무슨 상관인데?”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다.여윤은 2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올해 결혼할 예정이었고, 화영이 경성으로 돌아가 결혼 준비를 하던 때만 해도 자신의 결혼식에 대해 들떠 있었다.[며칠 전에 가족끼리 상견례 얘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너무 무서워지더라. 그래서 출장 핑계를 대고 도망 나왔어.][지금은 섬에서 쉬고 있어. 좀 정리되면 다시 돌아가려고.] “네 남자친구라는 사람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화영이 물었다.[아니, 아무 일도 없어. 정말 잘해줘. 근데 이상하게 결혼은 싫어. 그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151화

    우행이 화영을 바라봤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지만, 잠시 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수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우행아, 넌 화영 씨 좀 챙겨. 나는 위로 올라갈게. 가윤이 저 상태인데 희문이 혼자선 못 막을 거야.”그러자 우행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수호가 화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윤이 대신 사과할게요. 애가 진짜 많이 취했어요.”화영은 담담히 웃었다.“괜찮아요. 술 깨고 나면 오늘 일은 다 잊어버리길 바랄 뿐이에요.”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그럴 거예요.”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위층으로 향했다.넓은 식당 안에는 이제 화영과 우행 두 사람만 남았고 화영은 자리에 앉아 엉망이 된 식탁을 바라보았다.깨진 잔, 흩어진 젓가락, 그리고 남은 술 냄새.이에 화영은 조용히 말했다.“미안해요. 아까 못 참았어요.”그러자 우행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미안해할 일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서 한 대 때리지 않은 게 더 대단하죠. 오히려 사과해야 하는 건 나예요.”화영은 창밖의 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우리 돌아가요.”그러자 우행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위층 창가 쪽, 수호는 창밖을 내다보며 우행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리고 뒤를 돌아 여전히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가윤을 바라보고는 냉정하게 말했다.“그만 좀 해. 다들 무시해. 그냥 혼자 떠들게 놔둬.”희문과 다른 몇 명이 가윤의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박수호의 말에 잠시 동작을 멈췄다.그리고 가윤은 희문이 내민 물컵을 내던졌다.“물 따위 필요 없어! 나 술 마실 거야!”이에 수호가 다가가 가윤의 어깨를 밀었다.“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사람들 다 네가 몰아냈잖아. 이제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이래?”가윤은 멍한 표정으로 잠시 수호를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높였다.“우행이랑 그 여자 도대체 무슨 사이야?”“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수호가 냉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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