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5
Por:  에이르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goodnovel18goodnovel
No hay suficientes calificaciones
40Capítulos
41vistas
Leer
Agregar a biblioteca

Compartir:  

Reportar
Resumen
Catálogo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오백만 원이 절실했던 한서윤은 세림홀딩스 대표 차도현과 열두 번의 명령을 조건으로 계약한다. 하지만 관계가 계약 밖으로 번지면서, 도현이 오래전부터 자신을 알고 있었고 계약금까지 계산해 접근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신뢰가 무너진 서윤은 기존 계약을 멈추고, 이번에는 자신이 명령권을 가진 새 계약을 제안한다. 돈도 지위도 없이, 다시 자신에게 선택받으라는 조건과 함께.

Ver más

Capítulo 1

1화. 첫 번째 명령

1화. 첫 번째 명령

통장 잔액은 38만 7천 원이었다.

이번 달 월세는 65만 원.

밀린 카드값까지 생각하면, 당장 필요한 돈은 최소 오백만 원이었다.

나는 휴대전화 화면을 끄고 한숨을 삼켰다.

다시 켜 봐도 숫자가 달라질 리 없었다.

그때 메시지가 도착했다.

[면접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들어오시죠.]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호텔도, 회사도 아닌 단독주택이 서 있었다.

높은 담장과 검은 대문.

주소가 잘못된 건 아닐까 싶어 공고를 다시 확인했다.

[고액 단기 계약직 구인]

[근무 기간 협의]

[비밀 유지 필수]

[급여 선지급 가능]

업무 내용은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런 공고를 믿고 여기까지 찾아온 나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백만 원이 필요했다.

지금 당장.

나는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문이 열렸다.

“한서윤 씨?”

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나를 내려다봤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큰 키.

단정하게 넘긴 검은 머리와 차갑게 가라앉은 눈.

사진도 없었던 채용 공고와 달리, 남자는 지나치게 눈에 띄었다.

“네.”

“들어오세요.”

남자는 자신을 소개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옆으로 비켜 길을 내주었다.

집 안은 조용했다.

정리된 거실과 검은색 가구들.

생활감은 거의 없었다.

나는 소파 가장자리에 앉았다.

남자는 맞은편에 앉아 얇은 서류철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공고 내용은 확인했습니까?”

“네. 그런데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안 적혀 있던데요.”

“적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내 손끝이 살짝 굳었다.

남자는 내 표정을 확인하듯 잠시 바라봤다.

“불법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 말을 믿으라고요?”

“믿지 않아도 됩니다. 계약서를 읽고 결정하면 되니까.”

그가 서류철을 내 쪽으로 밀었다.

표지에는 단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계약서]

첫 장을 넘기자 가장 먼저 금액이 보였다.

계약금 오백만 원.

남자는 내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정확한 금액을 제시했다.

“제 계좌라도 조사했어요?”

“지원서에 희망 금액을 적었잖습니까.”

그제야 기억났다.

얼마가 필요하냐는 항목에 솔직히 오백만 원이라고 적었다.

나는 다음 조항을 읽었다.

[갑은 을에게 총 열두 번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을은 모든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거부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

[세이프워드를 말하는 즉시 모든 행위는 중단된다.]

시선이 멈췄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적힌 그대로입니다.”

“명령이라니요?”

“계약 기간 동안 내가 지시하는 일을 수행하면 됩니다.”

“무슨 지시인데요?”

“그건 미리 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럼 뭐든 시킬 수 있다는 거잖아요.”

“아니요.”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싫으면 거절하면 됩니다.”

“그렇게 쉽게요?”

“거절한 명령은 횟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나는 다시 계약서를 봤다.

이상했다.

오백만 원이라는 큰돈.

열두 번의 명령.

언제든 거부할 수 있다는 조건.

남자에게 불리한 계약처럼 보였다.

“왜 저예요?”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아주 조금 변했다.

“내가 찾던 조건에 맞았으니까.”

“무슨 조건인데요?”

“빚은 있지만, 아무 일이나 할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은 사람.”

“지금 여기 온 것부터 무모한 것 같은데요.”

“아직 도망가지 않은 걸 보면 그렇기도 하군요.”

비웃음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나는 다시 계약서를 넘겼다.

접촉에 관한 조항.

신체적 행위는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

동의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모든 기록은 계약 종료와 동시에 폐기한다.

마지막 장에는 빈칸이 있었다.

[세이프워드: ______]

“제가 정하는 거예요?”

“네.”

나는 펜을 들었다.

무슨 단어가 좋을지 고민하다가, 문득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빨간불.”

그의 시선이 내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

“이유는?”

“멈추라는 뜻이 확실하니까요.”

“좋습니다.”

나는 빈칸에 ‘빨간불’이라고 적었다.

그가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서명란이 보였다.

“계약하면 바로 오백만 원을 주는 거예요?”

“서명과 동시에 입금됩니다.”

“제가 첫 번째 명령도 하기 전에 도망가면요?”

“위약금 조항을 읽어보세요.”

역시 그렇게 허술한 계약은 아니었다.

계약금을 받은 뒤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으면 두 배를 배상해야 했다.

나는 한참 동안 펜을 쥐고 있었다.

이 계약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살기에는 이미 돈이 너무 부족했다.

결국 나는 서명했다.

한서윤.

남자는 계약서를 받아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차도현.

그 순간 휴대전화가 울렸다.

[5,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나는 화면 속 숫자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정말이었다.

숨이 조금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첫 번째 명령은 언제예요?”

차도현은 등받이에 기대어 나를 바라봤다.

차분한 눈이었다.

나를 시험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나는 본능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어나세요.”

명령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 말이었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내 앞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나는 테이블을 돌아 그의 앞에 섰다.

차도현은 앉은 채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무릎 꿇어요.”

숨이 멎었다.

그의 첫 번째 명령이었다.

거부할 수 있었다.

세이프워드를 말해도 됐다.

그런데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싫습니까?”

“……아니요.”

“그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몸을 붙잡았다.

“무릎 꿇어요, 한서윤 씨.”

나는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

차가운 바닥이 피부에 닿았다.

차도현은 손을 뻗지 않았다.

나를 만지지도 않았다.

그저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런데도 얼굴이 뜨거워졌다.

“잘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나는 알았다.

이 계약에서 정말 위험한 건 그의 명령이 아니었다.

그 명령을 따르고 싶어지는 나 자신이었다.

Expandir
Siguiente capítulo
Descargar

Último capítulo

Más capítulos

A los lectore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Sin comentarios
40 Capítulos
2화. 두 번째 명령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차도현의 목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잘했습니다.” 고작 그 한마디였다. 그런데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침대에 누운 뒤에도 계속 생각났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미쳤어. 돈이 필요해서 계약했을 뿐이다. 열두 번의 명령만 끝나면 다시는 만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오후 11시 48분. 도현에게서 온 메시지는 없었다. 기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면서도 화면을 몇 번이나 켰다 껐다 했다. 그러다 문득 계약서에 적힌 숫자가 떠올랐다. 1/12. 이제 열한 번 남았다. 그 사실에 안도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허전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점심때도, 오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괜히 알림 설정까지 확인했다. 소리도 켜져 있었고, 차단된 번호도 없었다. “뭘 기다리는 거야.” 혼잣말하며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 그때 진동이 울렸다. 나는 급히 화면을 켰다. [차도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오늘 밤 10시.] [두 번째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짧은 메시지였다.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17분. 아직 다섯 시간 가까이 남아 있었다. [어디로 가면 되는데요?] 곧바로 읽음 표시가 떴다. [어디에도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 시간에 내 전화를 받으세요.] 그게 끝이었다. 두 번째 명령이 전화받는 거라고?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첫 번째처럼 또 무언가 대단한 걸 시킬 줄 알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오히려 더 긴장됐다. 내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밤 9시 50분. 나는 침대 위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평소라면 대충 입고 있었을 텐데, 괜히 샤워까지 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전화인데도. 그가 볼 수도 없는데도. 9시 58분. 9시 59분. 시간이 바뀌는 순간, 화면에 차도현의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한 번 숨을 고른 뒤 통화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4
Leer más
3화. 세 번째 명령
[내일 저녁 7시. 지난번 그 집으로 오세요.] 메시지를 읽은 순간 심장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보다가 답장을 보냈다. [세 번째 명령인가요?] 답장은 곧바로 왔다. [아닙니다.] [세 번째 명령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할 겁니다.] 명령보다 더 긴장되는 말이었다. 무슨 자격을 확인한다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손가락은 입력창 위에서 멈췄다. 답을 재촉하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조급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그의 연락을 기다렸고, 다음 명령이 언제인지 먼저 물었다. 차도현은 아마 전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이 계약을 단순히 돈 때문에 계속하는 게 아니라는 것까지. --- 다음 날 저녁 6시 42분. 나는 검은 대문 앞에 서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십팔 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일찍 오라는 말은 없었다. 그런데 집에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옷을 갈아입은 끝에 검은색 원피스를 골랐다. 너무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아무렇게나 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는 옷. 화장도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썼다. 그가 알아볼지조차 모르면서. 나는 초인종을 누르려다 손을 멈췄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문 앞에서 기다릴까. 아니면 근처를 한 바퀴 돌고 올까. 그때 검은 대문이 먼저 열렸다. 차도현이 안쪽에 서 있었다. 오늘도 검은 셔츠 차림이었다. 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고, 한 손에는 얇은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천천히 살폈다. “일찍 왔군요.”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요.” “거짓말.” 너무 즉각적인 대답에 눈을 피했다. “일찍 오면 안 돼요?” “안 된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가 몸을 옆으로 비켰다. “들어오세요.” 지난번과 같은 거실이었다. 검은 소파와 유리 테이블. 정돈된 공간에는 여전히 생활감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지난번보다 덜 낯설었다. 오히려 내가 이곳에 다시 왔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4
Leer más
4화. 먼저 연락하는 법
4화. 먼저 연락하는 법[그 말, 네 번째 명령 때 확인하죠.]차도현의 마지막 메시지를 읽은 뒤에도 한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다.내가 보낸 문장은 분명했다.[저도 쉽게 끝낼 생각 없어요.]보낼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정확히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그의 말에 지고 싶지 않았고, 매번 나만 당황하는 것도 싫었다.그래서 충동적으로 보냈다.그런데 도현은 그 짧은 문장을 놓치지 않았다.확인하겠다고 했다.네 번째 명령으로.나는 침대 위에 앉아 채팅창을 다시 읽었다.삭제할 수도 없었다.이미 읽혔고, 답장까지 받았다.“대체 뭘 확인한다는 거야.”혼잣말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그가 다음 연락을 보내기 전까지 기다리면 됐다.늘 그랬던 것처럼.그런데 오늘 현관에서 들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내가 연락하기 전에 먼저 연락해도 됩니다.’허락을 받았는데도 선뜻 연락할 수 없었다.먼저 연락한다는 건 내가 그를 기다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계약 상대에게 굳이 할 말도 없었다.안부를 묻기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고, 다음 명령을 물으면 너무 조급해 보일 것 같았다.나는 채팅창에 몇 번이나 문장을 적었다가 지웠다.[잘 들어가셨어요?]집주인에게 집에 잘 들어갔냐고 묻는 것도 이상했다.[오늘은 감사했어요.]대체 무엇이 감사하다는 건지 설명하기 어려웠다.[주인님.]두 글자를 쓰는 순간 손가락이 굳었다.계약 시간이 끝났는데 그렇게 부르면 규칙 위반이었다.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못했다.휴대전화를 엎어놓고 누웠다.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눈을 감으면 검은 천이 시야를 가렸던 순간이 떠올랐다.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던 도현.손을 내밀자 아래에서 받쳐주던 그의 손바닥.‘나를 믿고 따라오세요.’그 말에 망설이지 않고 걸었던 나.생각할수록 낯설었다.나는 원래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돈을 빌려달라는 부탁도, 대신 무언가 해달라는 요구도 단번에 거절했다.누군가 내 선택을 대신하려 들면 기분부터 상했다.그런 내가 차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4
Leer más
5화. 다섯 번째 명령
5화. 다섯 번째 명령[다섯 번째 명령 때까지 기억하겠습니다.]차도현의 메시지는 짧았다.그런데 나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기억하겠다는 말.내가 입술에 키스해달라고 했다는 사실을.그가 다음 명령까지 기억하고 있겠다는 뜻이었다.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었다.설마 다섯 번째 명령이 정말 키스일까.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그가 먼저 다가오는 걸까.아니면 이번에도 내가 원한다고 직접 말해야 할까.나는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가렸다.생각할수록 심장이 빨라졌다.도현은 늘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한발 앞에 있었다.첫 번째 명령에서는 무릎을 꿇게 했고, 두 번째에는 내 욕망을 직접 인정하게 했다.세 번째에는 눈을 가린 채 자신을 믿게 했고, 네 번째에는 명령 뒤에 숨지 못하도록 원하는 것을 말하게 했다.그렇다면 다섯 번째는 단순한 키스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그는 분명 또 다른 것을 확인하려 할 것이다.내가 정말 원하는지.어디까지 허락할 수 있는지.그리고 멈춰야 할 순간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지.그 생각이 들자 기대감과 함께 긴장도 밀려왔다.나는 채팅창을 열었다.하루 한 번은 먼저 연락하라는 새로운 규칙이 떠올랐다.내일부터 시작하라고 했지만, 굳이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아직 안 주무세요?]메시지를 보낸 뒤 시간을 확인했다.밤 12시 17분.너무 늦었나 싶었지만 곧 읽음 표시가 나타났다.[아직입니다.][왜 안 자요?][한서윤 씨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나는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그가 전에 말했었다.자신도 내 연락을 기다릴 수 있다고.그 말을 그대로 인정한 셈이었다.[진짜로요?][거짓말할 이유가 있습니까?][도현 씨도 첫 번째 규칙을 지켜요?][질문에는 솔직하게 답하는 규칙 말입니까?][네.]잠시 답장이 없었다.나는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기다렸다.[계약 중에는 지킵니다.][계약 밖에서는요?][필요하면 숨길 수도 있습니다.]솔직한 답이었다.조금 실망해야 할지, 오히려 믿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4
Leer más
6화. 첫 번째 질문
집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건 밤 11시가 조금 넘어서였다.[도착했어요.]답장은 바로 왔다.[문 잠그고 쉬세요.]평소 같으면 짧게 알겠다고 답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채팅창을 닫지 못했다.호텔에서 헤어지기 전, 도현이 내게 일곱 번의 질문권을 줬다.남은 명령과 같은 횟수.그는 반드시 솔직하게 대답해야 했고, 단 한 번만 질문을 거부할 수 있었다.묻고 싶은 건 많았다.왜 열두 번인지.왜 계약이 끝나면 다시 만나지 않는지.이전에도 비슷한 계약을 했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그리고 왜 하필 나였는지.그중 어느 질문부터 꺼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나는 입력창에 문장을 적었다.[첫 번째 질문 지금 해도 돼요?]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에서 멈췄다.너무 빨리 사용하는 건 아닐까.일곱 번밖에 없었다.계약이 끝날 때까지 아껴야 할 수도 있었다.한번 사용한 질문은 되돌릴 수 없었다.결국 문장을 지웠다.그때 도현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묻고 싶은 게 있습니까?]심장이 뜨끔했다.[어떻게 알았어요?][메시지를 쓰다가 지우는 시간이 길었습니다.]그가 내 화면을 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아차리는지 모르겠다.[지금 사용해도 돼요?][질문권은 당신 것입니다.][허락받을 필요 없습니다.]그 말을 읽고도 쉽게 묻지 못했다.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한참 고민했다.가장 궁금한 것부터 묻는 게 맞았다.하지만 가장 궁금한 질문은 동시에 가장 듣기 두려운 질문이었다.[왜 계약이 끝나면 다시 만나면 안 돼요?]전송했다.읽음 표시가 나타났다.그런데 답장은 오지 않았다.1분.3분.5분.도현은 늘 답이 빨랐다.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했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그렇게 말했다.그런 사람이 침묵하고 있다는 건 이 질문이 그에게도 쉽지 않다는 뜻이었다.십 분이 지나 전화가 걸려왔다.나는 긴장한 채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지금 통화할 수 있습니까?“네.”—질문을 사용한 것으로 처리하겠습니다.“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4
Leer más
7화. 질투라는 이름
도현이 자주 간다는 식당은 회사에서 걸어서 십 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화려한 호텔 레스토랑도, 예약하기 어려운 고급 식당도 아니었다.골목 안쪽에 자리한 작은 일본 가정식집이었다.문을 열자 따뜻한 국물 냄새가 났다.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라 손님은 많지 않았다.주방 안에 있던 중년 남자가 도현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오랜만이네요, 차 대표님.”“잘 지내셨습니까?”“대표님은 여전히 바빠 보이시고.”남자의 시선이 곧 내게 향했다.“오늘은 혼자가 아니시네요.”나는 괜히 잡고 있던 도현의 손을 의식했다.회사에서 나온 뒤에도 우리는 계속 손을 잡고 있었다.이제 놓아도 될 것 같았지만, 어느 쪽도 먼저 놓지 않았다.도현이 짧게 대답했다.“중요한 사람입니다.”놀라 그를 바라봤다.계약 상대도, 손님도 아니었다.중요한 사람.주인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더 잘해드려야겠네요.”도현은 나를 창가 자리로 안내했다.우리가 마주 앉자 그제야 손이 떨어졌다.맞잡았던 손바닥에 그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아까 그 말 뭐예요?”메뉴판을 펼치던 도현이 시선을 들었다.“어떤 말 말입니까?”“중요한 사람이라고 한 거요.”“잘못됐습니까?”“저희 관계를 뭐라고 설명하려고 그러나 궁금해서요.”“설명할 필요가 있습니까?”“사장님은 제가 여자친구인 줄 알 것 같은데요.”도현은 메뉴판을 내려놓았다.“그렇게 생각하면 불편합니까?”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불편하지 않았다.오히려 조금 기뻤다.하지만 그걸 그대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관계가 애매했다.“계약 상대를 여자친구처럼 소개하는 건 이상하잖아요.”“계약 상대라고 말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습니까?”“그건 그렇죠.”“그리고 오늘은 계약으로 만난 게 아닙니다.”도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가 점심을 함께 먹고 싶어서 부른 겁니다.”“그럼 데이트예요?”그 질문에는 도현도 잠시 멈췄다.내가 그를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 입가에 웃음이 났다.늘 나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5
Leer más
8화. 거부된 명령
[연인인 나에게도 복종할 수 있는지.]도현의 마지막 메시지는 밤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계약 상대였을 때는 단순했다.그는 명령했고, 나는 따를지 거부할지 선택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차도현은 내 남자친구가 되었다.그가 내게 무언가를 명령하면 나는 연인으로서 따르는 걸까, 계약 상대라서 따르는 걸까.그리고 내가 거부하면—그는 지배자로서 받아들일까.남자친구로서 상처받을까.나는 답을 찾지 못한 채 다음 날 저녁 그의 집으로 향했다.검은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초인종을 누르자 문이 열렸다.도현은 평소처럼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다.다만 오늘은 소매를 걷지 않았고, 단추도 목 가까이까지 잠겨 있었다.처음 만났을 때처럼 빈틈없는 모습이었다.“왔군요.”“네.”그는 몸을 비켜 나를 안으로 들였다.평소 같으면 손을 잡았을지도 모른다.가볍게 입을 맞추거나, 잘 왔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하지만 오늘은 아무런 접촉도 없었다.거실 테이블 위에는 수정된 계약서가 놓여 있었다.그 옆에는 검은색 펜 두 자루와 기존 계약서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숫자는 여전히 그대로였다.5/12.도현이 소파 맞은편을 가리켰다.“앉으세요.”말투는 평범했지만 나는 순간 멈칫했다.명령인지 아닌지 구분되지 않았다.도현도 그걸 알아챈 것 같았다.“아직 계약 시간은 아닙니다.”“알아요.”나는 소파에 앉았다.도현은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우리 사이에는 낮은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었다.가까운 거리였지만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그가 수정된 계약서를 내 쪽으로 밀었다.“먼저 확인하세요.”나는 첫 장을 넘겼다.기존 조항 아래 새로운 문장이 추가되어 있었다.[열두 번째 명령이 종료된 이후에도 갑과 을은 상호 동의하에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계약 관계와 연인 관계는 별개로 구분한다.][계약 시간 외에 갑은 을의 일상, 인간관계 및 선택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계약 중이라도 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을 명령으로 해결하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5
Leer más
9화. 열두 번의 이유
[그리고 나도 당신을 좋아합니다.]도현의 메시지를 한참 바라봤다.화면 위 문장은 짧았다.그런데 그가 그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망설였을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차도현은 감정을 쉽게 내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다.원하는 것이 생기면 규칙을 만들었고, 두려워지면 끝을 먼저 정했다.상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처럼 보이면서 정작 자신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었다.나는 입력창을 눌렀다.[다음 명령을 받고 싶어지면 제가 먼저 말한다고 했죠?]읽음 표시가 바로 나타났다.[네.][그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썼다.[그럼 지금 말할게요.]이번에는 답장이 바로 오지 않았다.평소라면 몇 초 안에 돌아왔을 텐데, 도현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내가 너무 성급했나 싶어 덧붙였다.[오늘 당장 하자는 뜻은 아니에요.][계약을 계속하고 싶다는 대답이에요.]잠시 뒤 메시지가 도착했다.[확실합니까?][네.][어제 거부했던 일이 미안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까?]나는 입술을 다물었다.그는 내가 자신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대답하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있었다.[아니에요.][거부하고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까 계속하고 싶어요.]답장을 보내고 잠시 생각하다 한 줄을 더 적었다.[전보다 더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이번에는 답장이 오래 걸렸다.[고맙습니다.][다음 명령은 함께 목적을 정한 뒤 준비하겠습니다.]나는 그 문장을 읽고 조금 안심했다.도현은 정말 달라지려고 하고 있었다.그런데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지난밤 강변에서 그가 했던 말.‘지금까지는 결국 따라줬으니까.’그리고 내가 거부하자 그가 느꼈다는 두려움.계약을 끝내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는 내가 떠날 것부터 걱정했다.그 불안의 시작은 분명 이전 계약과 관련되어 있었다.첫 번째 질문에서 그는 과거의 계약 상대와 관계를 이어가려 했지만, 상대에게는 끝까지 계약일 뿐이었다고 말했다.하지만 그게 전부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5
Leer más
10화. 뒤바뀐 명령
[다음 명령의 목적은 이미 정해지고 있었다.][서윤이 나를 얼마나 믿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내가 그녀의 선택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현에게서 마지막 메시지가 온 뒤 사흘이 지났다.그동안 우리는 평범하게 연락했다.아침에 일어났는지 묻고, 점심을 먹었는지 확인하고, 하루가 끝나면 목소리를 들었다.하지만 계약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도현은 먼저 재촉하지 않았다.다음 명령을 받고 싶을 때 내가 말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그 기다림이 고맙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부담스럽기도 했다.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계약은 그대로 멈춰 있을 것이다.숫자는 여전히 5/12.열두 번을 모두 채울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된 뒤에도, 계약을 이대로 흐지부지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다만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도현이 명령하고 내가 따르는 관계.그 구조 자체가 싫어진 것은 아니었다.오히려 지금도 그의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듣는 순간을 떠올리면 심장이 빨라졌다.그러나 한 번 거부하고 나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도현은 늘 내 상태를 확인했지만 정작 자신의 불안은 숨겼다.나에게 솔직하라고 하면서 자신은 완벽히 통제된 얼굴 뒤에 머물렀다.그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의 표정만 살펴야 했다.다음 계약에서는 그것부터 바꾸고 싶었다.이번에는 내가 확인할 차례였다.차도현이 통제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내 선택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믿을 수 있는지.나는 침대에 누운 채 채팅창을 열었다.[내일 시간 있어요?]읽음 표시는 바로 나타났지만 답장은 조금 늦게 왔다.[있습니다.][다음 명령을 받고 싶은 겁니까?]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장을 보냈다.[아니요.][이번에는 제가 명령하고 싶어요.]---도현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메시지를 보낸 지 십 초도 지나지 않아서였다.나는 일부러 한 번 더 진동이 울린 뒤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방금 보낸 말이 무슨 뜻입니까?평소와 같은 차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05
Leer má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