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경탄해하며 목걸이가 예쁘다고 칭찬했고 소연이 효녀라고 진원이 딸 덕을 본다고 말했다.오부인은 부러우면서도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지엠이 홍보할 때 이 목걸이가 딱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게도 가게에서 보지 못했죠.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이 목걸이가 내정된 거라 이미 누군가에게 사갔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소연 양이었다니. 소연 양은 지엠의 슈퍼 VIP겠네요. "다른 부인도 말을 이었다."나도 물어봤는데, 듣자니 그것도 하영 디자인 디렉터한테서 주문해야 한다며? 소연 양 하영 디렉터를 아는 거야?""그럴 리가 없죠." 입을 열지 않던 장부인은 크게 웃었다.진원은 의아해하며 소연을 쳐다보았다."하영 씨를 알아?"하영은 지엠의 디자인 디렉터로 국내외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 매우 유명했다.많은 사람들이 목걸이를 언급할 때부터 소연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때 비록 마음이 찔렸지만 사람들의 놀라움과 칭찬에 또 진원이 기대하는 눈빛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저랑 친구예요."사람들은 순간 감탄했다.진원은 흥분해하며 소연의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너 전에 왜 나한테 말 안 했니?"소연은 멋쩍게 웃었다."그냥 일반 친구일 뿐이에요.""그래도 대단하지. 하영은 경도의 명문 집안 출신이라서 사람이 도도하고 그렇게 대단하다던데!"한 부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이쪽의 떠들썩해지자 더욱 많은 부인들이 찾아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다른 사람들은 소연이 지엠의 디자이너 디렉터 하영을 알뿐만 아니라 그녀한테서 액세서리 한 세트까지 예약했다는 것을 듣고 소연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칭찬했다.소연은 초점이 되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불안했지만 더욱이는 만족과 자랑을 느꼈다.진원은 몰래 소연에게 말했다."역시 우리 딸이야! 엄마가 네 덕을 본다!"소연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막 말을 하려고 하자 한 부인이 놀라서 하는 말을 들었다."저기 저분 하영 씨 아니에요? 그녀도 노부인 생신
하영은 또 진원의 목걸이를 한 번 보더니 이유를 알아차렸는지 천천히 웃었다."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요, 소부인. 난 이 아가씨를 모르거든요.""뭐?"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모두 침묵을 지키며 각기 이상한 눈빛으로 소연을 바라보았다.소연은 머리를 푹 숙인 채 진원을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엄마, 나 피곤해요. 우리 먼저 집에 가요!"진원의 웃음은 굳어졌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그러자 장부인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모른다고요? 그럴 리가요? 방금 소연 양은 자신이 하영 양을 안다고 했는데. 소부인한테 사준 목걸이도 하영 양한테서 예약한 거라고. 설마……"그녀는 일부러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누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였어?"하영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확실히 모르는 사이에요."장부인은 코웃음을 쳤다."아이고, 이거 참 재밌네요. 친구라는 말이 가짜라면 설마 목걸이까지 가짜는 아니겠죠?"하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부인의 목걸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목걸이는 진품이에요, 게다가 확실히 성이 소 씨인 아가씨가 저한테서 예약했죠. 근데 소연 양은 아니에요."여기까지 말하자 하영은 여러 사람들한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모두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그래요, 하영 양!""잘 가요!"사람들은 하영과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뒤돌아보았다. 그들은 진원 모녀를 보는 눈빛이 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모두 진원이 총명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딸을 낳은 것을 부러워했고 소연이 하영을 안다는 일에 경탄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눈빛은 모두 경멸과 조롱으로 변했다.장부인은 두 손을 가슴에 얹고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사람은 말이에요, 좀 조용히 사는 게 좋겠죠? 특히 실력이 없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래야 체면 깎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죠!""그러게요, 어린 나이에 이렇게 허영심이 많다니!""다행히 하영 양이
진원은 목에 있던 목걸이를 잡고 힘껏 잡아당겨 테이블에 던지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글쎄 자기가 이 목걸이를 샀다고 하면서, GK의 하영을 안다고 하잖아요. 근데 오늘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이란 거 들통났으니 내가 창피해서 정말!"소정인은 테이블 위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이거 생일 때 연이가 준 거 아니야?"진원은 손을 들어 소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당신이 직접 물어봐요!"소연은 울먹이면서 손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다. 그녀는 눈물 어린 눈으로 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소정인은 눈살을 찌푸렸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소연은 목이 멘 채로 말했다."목걸이는 언니가 사준 거예요!"소정인과 진원은 동시에 멈칫했다. "소희가?"어쩐지 하영이 그녀한테서 목걸이를 주문한 사람도 성이 소 씨라고 했더라니. 그 아가씨가 바로 소희였다!소정인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연아, 이건 네가 잘못했지. 언니가 준 이상 왜 네가 준 것이라고 거짓말을 해?"소동은 울면서 숨을 쉬지 못했다."나는 허영심이 아니라, 엄마 아빠를 일부러 속이려고 한 것도 아니에요. 나는 단지, 두려웠어요! 언니가 이렇게 예쁜 목걸이를 사준 것을 보고 엄마가 내 선물을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고요. 그리고 아빠랑 엄마가 내가 미워서 날 버릴 가봐 더 무서웠어요!""엄마, 아빠, 난 정말 엄마아빠 잃을 가봐 너무 무서워요!"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쪼그리고 앉아 통곡했다. 마치 오랫동안 감정을 억눌렀던 것 같았다. 그녀는 오늘 마침내 이 일을 빌어 마음속의 말을 전부 내뱉었다.진원은 원래 소연이 거짓말을 해서 화가 났지만 이때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소희를 집으로 데리고 온 후부터 소연은 줄곧 안정감이 없어서 항상 조심스럽게 살았던 것이다.노기는 사라지고 그녀는 오직 마음만 아팠다. 진원은 다가가서 소연을 껴안으며 위로했다."바보 같은 우리 딸, 내가 어떻게
진원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당신은 왜 소희한테 그렇게 많은 돈을 주는 거예요?"소정인은 대답했다."우리는 그동안 그녀한테 빚진 게 많잖아. 여자아이가 밖에서 혼자 지내는 게 쉬운 줄 알아? 내가 돈 좀 더 주면 뭐가 어때서? 당신도 연이한테 매년 옷 사준다고 돈을 더 많이 쓰잖아."진원은 제발 저린 듯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나는 소희가 손에 돈 좀 있다고 함부로 쓰고 나쁜 것을 배울까 봐 그러죠.""그녀는 함부로 쓰지도 않았고 나쁜 것도 배우지 않았으니 이렇게 돈을 모아서 당신에게 생일 선물을 사줬잖아." 소정인은 콧방귀를 뀌며 일어섰다.진원은 기분이 좀 언짢았다. 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우 찝찝했다.......연희는 강성대 문 앞에서 소희가 유민의 수업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자신의 개인 숍에 데리고 가서 옷을 갈아입고서야 생신잔치에 갔다.길에서 소희는 하영의 전화를 받았고 하영은 방금 방가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말했다.소희는 알았다고 말했다.전화를 끊고 연희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소희는 하영의 말을 그대로 연희에게 말했다. 듣자마자 연희는 화가 나서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재수 없는 년, 그런 모욕을 당해도 싸! 내가 전부터 너의 그 여동생이 못됐다고 했지. 아니면 네 친엄마도 그동안 널 그렇게 냉담하게 대하지 않았을 거야!"말을 마치자 그녀는 또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너도 마음 아파할 거 없어. 저딴 여우 같은 년을 공주라고 떠받드는 거 보면 그녀도 반드시 큰 코 다칠 날이 올 거야!"소희는 지난번 소 씨네 집에 갔을 때 일어난 일을 생각하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성부인은 밖에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차가 멈추자 성부인은 얼른 달려와서 소희를 껴안았다."우리 공주님, 오래 못 봤더니 우리 소희 또 예뻐졌네!"그녀는 소희를 훑어보더니 눈빛이 점점 밝아졌다.소희가 오늘 입은 작은 드레스는 연희가 고른 것이었다. 그녀는 오픈 숄더 블랙 벨벳과 무릎길이의 긴 드레스를
1층은 서양식의 연회였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다. 홀에는 조용한 음악을 틀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춤을 추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떤 사람은 입구를 보며 눈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방금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어느 집안의 아가씨인지 궁금했다.소희는 하이힐에 익숙하지 않아 소파에 앉자마자 더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연희는 그녀가 단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든 디저트를 하나씩 챙기며 마지막에 큰 접시 하나를 들고 그녀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놓았다. 물론 칵테일도 두 잔 챙겼다.소희는 점심에 화장하는 틈을 타서 뭐 좀 먹었기에 지금 배가 무척 고팠다. 그녀는 바로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빨리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반 접시의 디저트를 해치웠다.그녀는 마치 연회에 식사하러 온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고 열심히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배가 부르려고 할 째 그녀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칵테일을 들었다. 이때 흰색 구두에 회색 체크무늬 베스트를 입은 남자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남자는 매우 젊어 보였고 그의 머리는 매우 열심히 빗은 티가 났다. 그는 눈을 들며 소희를 훑어보았다. 그녀가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여기에 좀 앉아도 되나요?"사방에 아직 빈자리가 많았으니 그는 분명 고의로 소희에게 접근한 것이었다.소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안돼요."남자는 멈칫하다가 더욱 느끼하게 웃었다."저를 나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아가씨가 혼자 외롭게 앉아있는 것을 보고 같이 얘기나 좀 나누려고요."소희는 진지하게 말했다."외롭지 않은데요."남자는 할 말을 잃었다."..."그는 다른 이유를 찾아 말을 걸려 하다가 뒤에서 냉소하는 목소리를 들었다."듣자니 지금 소 씨네 아가씨에게 구애하고 있다고 하던데, 어째서 또 이곳에 와서 딴 여자에게 말을 거는 거죠? 소연이 거들떠보지도 않
연희는 춤을 추러 갔기에 소파 이쪽에는 소희 혼자만 남았다. 그녀는 유민과 잠시 폰 게임을 했다. 갑자기 나는 향수 냄새에 소희는 고개를 들었다. 서이연이었다.구택의 애인? 아니면 그중의 하나?짙은 남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등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던 서이연은 청순하고 화려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안녕하세요."소희는 유민에게 설명하며 게임에서 나왔다. 그녀도 예의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서이연 씨!"이연은 LS 엔터테인먼트 덕분에 가장 핫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참가하여 또 핫한 아이콘이 되었다.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친절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방금 임 대표님 봤는데, 조카인 소희 씨랑 함께 오셨나요?"오후 내내 여러 가지 술을 마신 소희는 지금 좀 불편해서 그냥 살짝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대표님 소희 씨를 무척 아끼고 있죠?" 구택을 언급하자 이연은 눈빛이 밝아졌다.소희는 넓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머리를 비스듬히 기대며 웃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맑고 앳된 목소리로 물었다."서이연 씨는 대표님을 좋아하나요?"그녀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여 입술을 오므리며 웃었다."내가 어떻게 대표님과 어울릴 수 있겠어요."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소희는 더욱 순수하게 웃으며 물었다."지난번에 서이연 씨가 안단희 씨와 얘기하는 거 들은 적이 있는데 안단희 씨가 당신이 대표님하고 잤다던데요. 그게 사실이에요?"이연은 더욱 난처해하며 입을 열었다."그냥, 그냥 우연이었어요."소희는 눈을 깜빡이며 더욱 궁금해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자세히 말해봐요. 임 씨네 할머님도 요즘 우리 대표님더러 여자 하나 찾아서 결혼하라고 난리신데, 만약 서이연 씨와 대표님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내가 서이연 씨를 도와 할머님 앞에서 덕담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야 대표님더러 서이연 씨 책임지라고 할 수 있죠."이연은 살짝 기뻐하며 무척 놀랐다."
"가요!" 구택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남자는 키가 매우 커서 불빛을 가렸다. 이 작은 공간은 갑자기 어두워지며 남자의 완벽한 옆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평소와 같이 부드러웠고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이때 연회에서 누가 역동적인 음악을 틀었고, 그녀의 심장도 박자에 따라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를 먼저 초대한 남자는 임구택을 알고 있었기에 겸연쩍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구택의 손을 잡고 일어나 얼떨결에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몇 걸음 걷다가 그녀는 하이힐이 비뚤어지며 구택의 어깨에 부딪혔다.구택은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직접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침착하게 밖으로 나갔다.서이연은 고개를 들자마자 이 장면을 보며 부러워하는 말투로 일행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도 참 친절하셔라!”......별장에서 나오자마자 소희는 신던 하이힐을 뿌리치고 남자의 어깨 안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얌전하며 온순한 고양이 같았다.명우는 이미 차를 몰고 왔다. 그는 문을 열 때 소희의 얼굴을 보며 즉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구택은 그녀를 뒷좌석에 내려놓고 자기는 다른 쪽으로 가서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차는 어둠을 맞으며 질주했다.소희는 눈을 감고 있었다. 현기증이 심해지자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취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특히 차에 앉을 때 그녀의 현기증은 더욱 심해졌다.구택은 소희가 심하게 이마를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어디 불편해요?" 남자가 물었다.소희는 눈을 감고 "네"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마치 코에서 나는 듯한 애교스러운 소리를 냈다."좀 기대지 않을래요?" 구택은 목소리를 낮췄다.소희는 눈을 뜨고 어두운 차 안에서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전에는 분명 그녀에게 무뚝뚝했는데 오늘은 왜 주동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온 것일 가?몇 초 뒤, 그녀는 가운데로 다가가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울였고 남
소희가 좌석에 놔둔 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 연희가 보낸 문자였다.“우리 이쁜이, 임구택이 널 주워 갔나 보지? 즐기고 와.”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았기 때문에 핸드폰 화면은 곧 다시 꺼졌다.차가 시내에 도착하자 30분 뒤에 어정 지하주차장에 멈췄다. 구택은 소희를 안고 차에서 내려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불도 켜지 않은 채 구택은 품속의 소녀를 주방 앞의 바에 올려놓고 계속 그녀를 키스했다.뜨거운 키스는 그녀의 얼굴에서 목으로 향했다. 남자는 갑자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이연과 무슨 얘기 했어요?"소희는 숨을 쉬며 몽롱함 속에서 약간의 이성을 되찾으며 천천히 말했다."내가 구택 씨와 함께 왔냐고 물었어요."남자는 그녀의 귀를 키스하며 물었다."또 뭐라고 했어요?"어둠 속에서 소희는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구택 씨를 좋아한다고 말했어요.""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요?"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어깨에 기대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서이연 씨가 열심히 노력해야만 우리 대표님과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어요."구택은 살짝 웃으며 손으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쥐고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오늘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소희 씨는 춤추려고 초대했던 그 남자와 같이 떠났을까요?"소희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니요.""말 잘 듣네요!"구택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는 신사처럼 그녀에게 초대를 했다."오늘 즐기고 싶어요?"소희는 몸이 나른해져 바에서 미끄러지려 했다. 그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목을 잡으며 그의 시선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며 고개를 끄덕이었다."네.""그럼 나 키스해 줘요." 구택은 가볍게 그녀를 유혹했다. "날 유혹해 봐요. 그럼 소희 씨 만족해 줄지도 모르니까요."소희는 약간 흐릿한 눈빛으로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팔에 힘을 주며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시험하는 듯 키스를 했다.남자는 호흡이 가
“역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손기수가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죠?]구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장말숙한테 손자가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가요.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지켜여.”이에 손기수는 비죽 웃으며 말했다.[그건 납치 아닌가요?]“이건 우리 엄마 뜻이에요.”은서는 그 말을 강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일만 제대로 끝내면, 보수는 두 배로 줄 거예요.”그제야 손기수는 만족스레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저한테 맡기세요.]은서는 다시 신신당부했다. “숨겨두기만 해야 해요.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요.”이에 손기수는 급히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은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말씀만 잘 따르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모든 게 은정을 내쫓는 날까지만 버티면 그만이었다. 장말숙의 아들이 위협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은정을 최대한 빨리 강제로 떠나게 만드는 일이었다.두 시간 후.오현빈이 급히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큰일이에요. 장말숙 아주머니 손자가 납치당했어요!”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되었다. 그와 유진의 계획은 장말숙의 아들이 철없는 무뢰한이라는 걸 이용해, 서선영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서선영은 한 수 더 앞질렀다. 직접 손자를 납치해 버린 것이다. 은정은 느긋한 듯 말했지만, 말투엔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왜 못 막았어?”현빈이 대답했다.[도착했을 땐 이미 데려가고 난 뒤였어요.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고요.]장말숙은 요즘 일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도박을 일삼으며 최근 큰 빚까지 졌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들어가 버렸다.장말숙이 서선영의 돈을 받은 것도 빚을 갚고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슈퍼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납치된 것이다.은정은 알고 있
“아주머니는 분명 그날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확인하러 갈 거예요!”임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유진아!”구은서는 몇 걸음 뒤쫓았지만, 유진은 이미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은서는 굳게 이를 악물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선영이 집에 없다는 걸 알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장말숙 아주머니 잘 지켜봐요. 유진이 그날 일 알아보려고, 지금 그 사람 찾으러 갔으니까.”그러나 서선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걔가 뭘 안다고 찾아?]은서는 차분히 말했다.“유진은 임씨 집안 사람이야. 찾으려면 못 찾을 사람이 없죠.”이에 서선영의 말투도 조금 무거워졌다.[알았어. 내가 금방 사람 붙여서 장말숙 감시하라고 할게.]은서는 이어서 냉랭하게 따져 물었다.“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서요? 근데 걔는 어떻게 안 거예요?”유진이 알았다는 건, 임씨 가족들까지도 이미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은서는 불안감에 입술을 꾹 눌렀다.서선영은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마 도우미 중 누가 말실수했을 거야. 다시 철저히 단속해 둘게. 걱정하지 마. 소문 좀 난다 해도 너한테까지 영향은 안 가. 넌 그냥 조용히 대본 연습이나 해.][이번 영화, 내가 네 외삼촌 꼬드겨서 겨우 투자받은 거 알지? 이번 기회 잘 잡아야 해. 딴 건 신경 쓰지 마. 연기만 잘하면 돼.]은서는 그 말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번 영화는 유명 감독의 대작이었고, 은서에게는 이미지 회복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서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 곧 촬영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번 일 절대 망치지 마요.”[알았어!]서선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유진은 급히 차로 돌아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곧장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선영 쪽에서 곧 움직일 거예요.”[알고 있어. 이미 준비해 뒀어.]은정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유진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고생 많았어.]이에 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
“아파요!”유진은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팔을 뻗어 구은정의 목에 매달리듯 안으며, 자기 얼굴을 숨기려 했다.이에 은정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왜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엔 몰래라도 키스하려고 했으면서, 이젠 실컷 하라고 해도 도망치기 바쁘네.”유진은 은정을 꼭 안으며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속은 터질 듯 행복했다. 이제는 몰래 키스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발그레한 귀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전에 난 늘 걱정했어. 네가 그냥 어린 마음에 나한테 끌리는 거라고. 그저 신기하고 새로워서, 가질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라고.”“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되면 금세 질릴 거라고. 나는 사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총 쏘고 싸우는 것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몰라. 마음도 더 이상 젊지 않아.”“그래서 넌 언젠가 내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마음이 식을까 봐 두려웠어.”유진은 목이 메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기억 잃었을 때, 왜 다시 나한테 다가왔어요?”은정은 예전엔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교통사고 한 번 났다고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걸까? 혹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이 유진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마 너 없는 세상이,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차가웠기 때문일 거야.”그 말에 유진의 가슴은 요동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둠을 걷어내고 자신의 빛으로 은정의 세상을 덮어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은정에게 입을 맞췄는데, 이번엔 더욱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은정은 곧 유진을 세게 안았고,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유진을 감쌌다.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사람처럼, 은정의 키스는
“그 사람들이 설마...”유진은 커다란 눈을 뜨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구은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람과 동시에 깊은 자책의 기색을 띄웠다.“결국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자꾸 그런 식으로 네 탓 하지 마.”은정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는 둘 사이의 더러운 사정도 몰랐잖아.”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서선영은 그래도 이해가 가. 근데 구은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기 엄마한테 협조한 거예요?”“자기 명예가 달린 문제인데, 게다가 지금은 연예인이잖아요. 설령 피해자라 해도, 그런 얘기 퍼지는 게 좋을 리 없잖아요.”은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십몇 년 전 그 일 땐, 은서는 진짜로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땐 자고 있었고, 서선영이 소리 지르고 난리 쳐도 안 일어났거든.”“그땐 그냥 서선영한테 이용당한 거지. 근데 이번엔 서선영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나도 몰라.”유진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서선영은 정말 너무 악랄했다. 자기 딸까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못 할 짓이 뭐가 있을까?더구나 서선영은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루머가 은정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바로 구은태에게도 가장 아픈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선영은 또다시 그 수를 썼다.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그때 전화받은 아주머니, 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찾을 수는 있어. 하지만 서선영한테서 돈을 받았고, 아마 협박도 받았을 거야.솔직히 말해줄 가능성은 작아.”은정은 냉정하게 말하자, 유진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찾아봐야죠. 당장 데리고 가서 집에 가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해요!”은정은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서두르지 마.”“어떻게 안 서둘러요! 지금 이미 밖에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유진이 답답해하며 소리치자,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정말 못됐어요. 그런데도 난, 이렇게 좋아하니까.”유진은 코끝을 훌쩍이며 속삭이듯 말하자, 은정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유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유진은 흐느낌 속에 물었다.“그래도 또 떠날 거예요?”“안 떠나.”은정은 마치 유진의 몸이 자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가엔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멀찍이서 둘을 바라보던 소희는 마침내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고,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은정은 티켓 환불을 마치고, 유진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그때 소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진이는 맡길게. 잘 달래줘. 난 먼저 갈게.]은정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소희, 정말 고마워.”[혹시 집안 문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은정은 원래의 냉정한 눈빛을 되찾으며, 대답했다.“아니,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임씨 집안 쪽 설득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은정은 낮게 웃었다.“혼자 힘으로 안 되면 그때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뒤, 유진이 옆에서 물었다.“소희, 갔어요?”“응. 우리 집에 가자.”은정은 다시 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유진은 그날 회사에 가지 않고,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이경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선 은정은 유진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세게 은정을 끌어안고 입맞춤에 응했다.유진의 반응은 은정을 더욱 자극했고,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은정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끊임없이 유진의 반응을 확인했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을 때에야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언제 기억난 거야?”은정은 유진의 입술 위에서 낮게 물었다.유진의 커다란 눈동자엔 얇은 안개 같은 물기가 맺혀 있었고,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 붉
“나쁜 놈!”유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고는 그대로 뛰쳐나갔다.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1층 현관 앞에서 막 차에서 내리는 소희와 마주쳤다.유진은 달려가 소희를 끌어안으며, 눈물로 목소리가 떨렸다.“소희야. 그 사람, 갔어.”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침착하게 말했다.“지금쯤 공항 도착했을 거야. 얼른 차 타. 우리가 가서 막자.”유진은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올라탄 후, 소희는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능한 한 빠른 길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진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소희는 유진을 스치듯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번엔, 걔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다 해도 내가 꼭 데려올게.”유진은 이를 악물며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공항에 도착하자, 소희는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막 보안 검색대 들어갔을 거야. 넌 안으로 들어가. 난 밖에서 기다릴게.”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탑승 게이트 앞, 마침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토록 익숙하고, 아프도록 그리운 구은정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은정이 거의 들어가려던 순간, 유진은 겨우 목을 눌러 뜨거운 한마디를 토해냈다.“서인!”이에 은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사람들 사이 너머로, 유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소음, 움직임. 모든 게 멀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겹쳤다.처음 만났던 순간.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건네주던 은정의 등.“정말 대단해.”감탄하던 유진의 눈빛. 차가웠던 은정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은정이 궁금했고, 따랐고, 그렇게 샤브샤브집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유진은
방연하는 어이없다는 듯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지금 진심이에요? 머리 괜찮아?”여진구는 연하를 째려보았다. 연하는 주변의 예쁘게 꾸며진 꽃길과 풍선을 둘러보며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거 진짜 예쁘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접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한테 고백할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진구는 시원하게 말하자, 연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미리 감사 인사드릴게요, 여진구 사장님.”그 시각, 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계속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은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되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아침 7시가 되자, 임유민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문에 기대선 그는 느슨하게 말했다.“누나,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학교 축구 경기 있어. 내가 수비수로 나가는데, 학교에서 가족 참관 받는대. 올래?”유진은 고개를 들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좋지. 꼭 응원하러 갈게.”유민은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누나, 짐은 왜 싸?”유진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이젠 다시 이경 아파트로 돌아가려고.”유민은 조금 놀랐다.“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가고 싶어졌어.”유민은 문에 기댄 채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이에 유민은 씩 웃었다.“엄마는 아침 일찍 나갔고, 할머니한테는 꼭 인사하고 가. 안 그러면 또 가출했다고 난리 나실걸.”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집에 없을 땐, 네가 좀 더 착하게 굴어. 할머니 기분 잘 맞춰 드리고.”유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그건 숙모한테나 하라고.”유진은 참지 못하고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정리한 후, 운전기사에게 짐을 차에 실어달라 부탁하고 자신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