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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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23
By:  유리구슬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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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받는 소설가 도진, 우아한 갤러리 큐레이터 서아. 누구나 선망하는 완벽한 부부였지만, 그들의 결혼은 오래전 죽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재 화가 이안이 나타나 서아의 삶을 뒤흔든다. 금지된 욕망에 빠져드는 아내, 그녀의 추락을 소설의 영감으로 삼는 남편, 그리고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내연남. 사랑도 예술도 아닌 집착만이 남은 세 남녀의 치명적인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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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완벽한 식탁의 조건(1)

제1화 완벽한 식탁의 조건(1)

오전 6시 50분.

정확히 조율된 스위스제 벽시계의 초침이 서늘한 거실의 공기를 갈랐다.

서아는 눈을 떴다. 암막 커튼 사이로 스며든 미세한 아침 햇살이 정돈된 침대 위에 일정한 선을 그리고 있었다. 옆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시트에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김도진은 언제나 자신보다 20분 먼저 일어났고, 그가 머물던 자리는 마치 아무도 눕지 않았던 것처럼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크 가운의 끈을 단정하게 묶고 욕실로 향했다. 거울 속의 얼굴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이 거울처럼 투명하고 얼룩 하나 없기를 바랐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유지해 왔다.

주방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차가운 대리석이었다.

서아는 매일 아침 가사도우미가 오기 전, 남편의 아침 식사를 직접 준비했다. 그것은 이 집안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자, 두 사람이 외부 세계에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부부의 품격 중 하나였다.

탁, 탁.

도마 위에 정갈하게 썰려 나가는 아보카도와 훈제 연어의 마찰음이 일정한 리듬을 만들었다.

오늘의 메뉴는 호밀빵 토스트와 수란을 얹은 아보카도 샐러드, 그리고 가볍게 구운 아스파라거스. 원두는 도진이 좋아하는 케냐 AA 블렌딩이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작동하며 묵직한 기계음과 함께 짙은 커피 향이 주방 가득 퍼져나갔다.

서아는 하얀 도자기 접시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접시의 가장자리와 리넨 매트의 간격은 정확히 3센티미터. 나이프와 포크의 각도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평행을 이루었다.

그때,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렸다.

계단을 내려오는 도진의 모습은 방금 잡지 화보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단정했다. 집 안이었음에도 그는 가벼운 셔츠와 슬랙스 차림이었다. 구김 하나 없는 칼칼한 리넨의 질감이 그의 차분한 분위기를 돋보이게 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도진 씨."

서아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잔에 커피를 따랐다.

"좋은 아침입니다, 서아 씨. 오늘도 고생이 많군요."

도진은 의자를 뒤로 빼며 정중하게 목례를 했다. 그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정제되어 있었고, 과도한 감정의 고저가 없었다. 마치 잘 훈련된 아나운서의 나레이션을 듣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커피 향이 아주 좋습니다. 로스팅 정도가 딱 적당하군요."

"도진 씨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에요. 요즘 원두 보관 상태에 신경을 좀 썼거든요."

"서아 씨의 손길이 닿은 곳은 어디든 완벽하니까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도진은 나이프를 들어 토스트를 부드럽게 잘라냈다. 바삭하는 파열음이 침묵을 깨뜨렸다. 서아 역시 포크를 움직여 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두 사람의 식사는 소리 없이 우아하게 진행되었다. 접시와 포크가 부딪치는 쨍한 금속음조차 이 식탁 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소음이었다.

"참, 이번 주 토요일에 있는 서 회장님 장녀 출판 기념회 말이에요."

도진이 티시용 나프킨으로 입가를 가볍게 훔치며 말을 건넸다.

"네, 기억하고 있어요. 스케줄은 이미 비워두었답니다."

"같이 참석해 주었으면 합니다. 서 회장님이 서아 씨의 갤러리 기획전에 관심이 많으시더군요. 이번 기회에 인사를 나누는 게 서로에게 유익할 겁니다."

"당연히 가야죠. 당신의 신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텐데, 아내로서 자리를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서아는 눈을 휘어트리며 생긋 웃었다.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주고받는 완벽한 대화였다.

"당신이 곁에 있어 준다면 내 체면이 살죠. 늘 대외적인 자리에서 서아 씨는 빛이 나니까."

"과찬이세요. 도진 씨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것뿐인걸요."

말은 부드럽게 오갔지만,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의 눈동자 깊은 곳까지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가볍게 부딪쳤다 떨어졌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은 훌륭했고, 채광은 아름다웠으며, 부부의 대화는 교양의 극치를 달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안에는 온기가 없었다. 온도가 사라진 박제된 정물화 같은 풍경이었다.

"요즘 갤러리 일은 어떤가요? 신진 작가 공모전 준비로 바쁘다고 들었습니다만."

도진이 흘러가는 투로 질문을 던졌다.

"네, 포트폴리오 접수가 시작되어서 매일 정신이 없네요. 올해는 유독 개성 강한 지원자들이 많아서 심사가 까다로울 것 같아요."

"개성이라……."

도진이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예술가에게 개성은 양날의 검이죠. 통제되지 않는 날것의 에너지는 때로 천박함으로 흐르기 쉬우니까요. 정제되고 다듬어진 미학이야말로 오래 살아남는 법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요, 도진 씨."

서아가 잔을 내려놓으며 도진을 바라보았다.

"틀을 깨부수는 파격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기도 하잖아요. 당신의 초기 작작들처럼요."

순간, 도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멈칫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서아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도진의 눈매가 아주 조금 서늘해졌다. 그러나 이내 그는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과거의 미숙함을 그렇게 포장해 주니 부끄럽군요. 그때는 어려서 정제되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지금 보면 부끄러운 문장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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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완벽한 식탁의 조건(2)
"저는 그때의 거친 문장들도 참 좋아했는걸요.""지금의 내 문장이 더 완성도가 높다는 게 평단의 일관된 의견입니다. 서아 씨도 알다시피.""물론이죠. 지금의 당신은 완벽해요. 의심할 여지 없이."서아는 부드럽게 맞받아쳤다. 대화의 흐름이 조금이라도 위험한 곡선을 그리려 하면,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알아서 수위를 조절하고 안전한 평지로 돌아왔다. 그것이 이 결혼 생활을 5년 동안 파탄 없이 유지해 온 비결이었다.서아는 포크를 내려놓고 시계를 보았다. 7시 30분. 식사 시작 후 정확히 3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오늘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요?"서아가 정중하게 물었다."오전에는 서재에서 글을 좀 정리할 생각입니다. 오후에는 편집장과 가벼운 미팅이 잡혀 있고요.""그러시군요.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외출할게요. 저는 오늘 오전 중에 갤러리에 들어가 봐야 해서요.""오늘도 바쁜 하루가 되겠군요. 차 조심해서 가십시오.""고마워요, 도진 씨."도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자신의 의자를 완벽하게 밀어 넣은 뒤, 서아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늘 아침도 훌륭했습니다. 매번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하군요.""제가 원해서 하는 일인걸요. 신경 쓰지 마세요."도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을 가로질러 2층으로 향했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서아는 식탁 위에 남겨진 빈 접시들을 바라보았다.잔해조차 깨끗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도진의 습관 덕분에 접시 위에는 소스의 흔적만이 미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서아는 리넨 나프킨을 접어 식탁 위에 놓았다. 나프킨에 배어든 자신의 온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외형적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부부가 있을까.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젊은 소설가와, 상류층의 신망이 두터운 유명 갤러리의 수석 큐레이터. 자산, 학벌, 외모, 교양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조합이었다. 남들은 그들을 부러워했고, 그들의 삶을 동경했다.하지만 서아는 알고 있었다.이 집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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