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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Author: 손이영
유강후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음속에서 꺼져가던 희망의 불꽃이 다시 싹트기 시작했다.

유강후가 자리를 뜨자 온다연은 그가 두고 간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대여섯 벌의 맞춤 제작 드레스가 있었다. 한 벌 한 벌이 모두 유니크하게 아름다웠다.

그중에서도 검은 드레스는 허리부터 치맛자락까지 천 개 이상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었고 그 다이아몬드는 빛을 받아 반짝였다.

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곁에 있던 집사가 깜짝 놀라 말했다.

“이 드레스,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드레스예요. 원단부터 디자인까지 전부 제이슨 장인이 손수 바느질로 완성해낸 작품이죠.”

“들리는 말로는 이 드레스에 있는 다이아몬드는 영국 여왕의 왕관에서 갖고 온 다이아몬드라고 하더라고요. 그 가치도 어마어마하고요.”

“원래는 이름 모를 수집가가 딸의 스무 살 생일 선물로 사 줘서 갖고 있었대요. 그때 낙찰가가 아마 1억 달러였을걸요. 지금은 몇 배로 더 뛰었을 거고요.”

잠시 말을 멈춘 집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 대표님이 짝퉁을 샀을 리는 없고, 다른 사람이 입었던 드레스를 무턱대고 샀을 리도 없으니까, 아마 이 드레스가 강 대표님 어머니께서 입으셨던 드레스일 거예요.”

집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현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고 부드러웠다.

“다연아, 드레스는 마음에 드니?”

온다연은 강현미가 얘기하는 드레스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이거, 연서 씨 주려고 샀던 드레스예요?”

강현미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건 3년 전에 강후가 너 주려고 샀던 거야. 그땐 네가 죽은 줄 알고 사뒀던 드레스를 나한테 맡겨뒀었는데, 이제 주인한테 돌아갔네.”

“드레스 너무 예쁘지 않니? 아직 배 안 나왔으니까 입고 싶은 옷 있으면 나한테 바로 얘기해. 내가 다 사 줄게.”

온다연은 굳이 거절하지 않고 대답했다.

“감사해요, 대표님.”

강현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언젠가 네가 날 어머님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구나, 아가. 배 속에 있는 아기를 생각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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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1화

    유강후가 앞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온다연은 그를 지나쳐 곧장 차로 걸어갔다.강양호 역시 차에서 내려 매서운 눈빛으로 유강후를 째려보더니 온다연에게 눈웃음을 지었다.“저 녀석이 눈치가 없어서 그래. 아가, 나랑 같이 차 타고 가자꾸나.”강양호는 온다연이 신은 고급스러운 하이힐을 한눈에 알아보고 몸을 돌려 집사에게 물었다.“새아가 신발은 어디 있어?”집사는 공손하게 대답했다.“도련님 손에 있습니다.”그때, 유강후가 앞으로 걸어가 고급 플랫슈즈를 꺼냈다. 신발의 발목 부분에는 가느다란 띠가 있었고 그 띠에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장식이 되어 있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앞에 서서 부드러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전에 급하게 맞춘 신발인데, 우선 이거라도 신어줘. 맞춤 제작 맡긴 건 조금 더 기다려야 해. 그게 더 편할 거야.”말을 마친 유강후는 바닥에 살짝 꿇어앉아 세심한 손길로 온다연의 하이힐을 벗겨주더니 고급 플랫슈즈로 갈아 신겼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낯간지러운 행동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어진 온다연이 말했다.“이러지 마요, 대표님이랑 할아버님도 계신데.”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신발을 갈아 신겨준 후 작은 상자를 꺼내 얇고 연한 회색 끈 하나를 꺼냈다. 그 연회색 끈 위에는 옥으로 된 부적이 달려 있었다.“이건 할아버지께서 부탁해 구해오신 부적이야.”온다연은 작고 예쁜 발 덕에 발목도 예뻤다. 며칠 동안 그녀의 말을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던 유강후는 그녀의 발목에 발찌를 채워주며 어떻게든 오래 만지고 싶어 느릿느릿 움직였다.다른 사람들은 유강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금의 짐작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발목에 채워주기 어려워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만 했다. 하지만 직접 발을 내어주고 있던 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차려야 할 사회적 체면 때문에 어떻게든 참아내야 했다.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온다연은 유강후와 적당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2화

    “절대 너 안 건드릴게. 그냥 멀리서 지켜보기만 할 거야.”“그냥 날 돈 벌어다 주는 기계쯤으로 생각해도 좋아. 너랑 아이들, 그리고 너희 가문을 위해서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넌 나한테 화를 내도 되고, 때리고 욕해도 돼. 나 밀어내지만 말아줘. 제발 널 못 보게 하지만 말아줘, 제발.”온다연은 이렇게까지 애원하는 유강후를 처음 마주했다.항상 자신만만하고 절대적인 권력만 쥐고 있었던 남자가 지금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비굴해지고 비참해질 수 있었다.그런데도 온다연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그녀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랬다면 유강후의 마음을 단순히 호의로만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온다연은 유강후를 쉽게 놓아줄 수 없었지만 그러면서도 과거에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받아들이지 못해 망설이고 있었다.자신을 향한 유강후의 진심을 의심해본 적은 없지만 과거를 떠올리면 쉽게 그를 용서해줄 수 없었다. 정말 그래 버리는 순간, 자신과 부모님에게 너무 미안했고 무엇보다 주한에게 미안했다.온다연은 유강후에게서 자신의 손을 빼내며 조용히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돈 따위 필요 없어요. 우리 가문도 돈이 궁한 가문이 아니고요.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저희 가문이 로카 가문이랑 협업만 한다면 더 잘될 수 있을 거니까요.”이윽고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냥 아이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할게요. 아이들 대신 강씨 가문한테 감사해요.”온다연은 진수현의 외동딸로서 앞으로 진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 상속녀였다. 그러니 강씨 가문에서 오는 모든 것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아이들의 것이라고만 여겨졌다.하지만 온다연의 공손한 말투는 오히려 유강후에게 상처가 되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온다연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유강후는 이 상황이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처럼 느껴졌다.밖을 한 번 내다본 유강후는 다시 온다연의 손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3화

    이런 자리라면 유강후에게는 아주 익숙했지만 연회 참석 경험이 드물었던 온다연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가끔 누군가가 술잔을 건네면 유강후는 온다연 대신 거절하며 말했다.“제 아내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요.”금세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온다연의 정체가 유강후의 아내이자 진씨 가문의 장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온다연은 그렇게 천천히 연회의 분위기에 적응했고 빠르게 여자들과 친해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영어도 유창하고 금융적 전문지식도 뛰어났던 온다연은 더욱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며 한동안 연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유강후는 줄곧 그녀의 곁에 함께하며 당시 가장 유명한 주식 투자자였던 스티븐을 소개해 주었다. 온다연은 스티븐에게 굉장한 흥미를 느끼며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간만에 밝게 누군가와 대화 중인 온다연의 모습을 바라보면 유강후는 왠지 모를 질투를 느꼈다.결국, 유강후는 온다연을 데리고 휴게실로 향했다.온다연은 오늘 연회에서 얻은 게 많았던 덕에 기분이 좋아져 유강후의 행동에도 따지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녀 역시 조금 지쳐 있었다.유강후는 온다연에게 물 한 잔을 건네주며 물었다.“피곤해?”온다연은 부드러운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발목을 계속해서 주무르며 작게 말했다.“조금 피곤하긴 하네요. 너무 오래 서 있었나 봐요.”그러고는 다시 배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이번엔 아기가 잘 버텨줘서 다행이에요.”유강후는 그녀의 신발의 벗겨주며 작은 발을 손에 쥔 채 마사지를 해주었다.“발 아파?”온다연은 다급히 유강후의 손에서 발을 빼내며 소리쳤다.“더러워요!”하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의 발을 놓아주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발바닥을 주물러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안 더러워. 네 배 속에 우리 아이도 있는데, 널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게 기뻐.”유강후는 적당한 힘으로 온다연의 발을 마사지 해주었다. 서 있느라 뻐근했던 발은 금세 긴장이 풀려 편안해졌는지 발가락이 저절로 오므라들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몸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4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온다연이 드레스 자락을 당기며 말했다.“거의 다 끝났으니 먼저 돌아가요. 드레스가 너무 꽉 조여서 그런지 배도 조금 불편해서요.”갑자기 다급해진 유강후가 물었다.“배 많이 불편해? 아래로 당기는 느낌이야?”그러면서도 손을 뻗어 온다연의 배를 만지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길은 재빨리 온다연에 의해 제지당했다.“아니요. 그냥 배가 좀 고픈 모양이에요. 이 드레스 입겠다고 점심도 안 먹고 아까는 음료만 조금 마신 게 다니까요.”유강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얼른 돌아가자.”온다연은 배를 살짝 누르며 표정을 찌푸린 채 말했다.“조금 더 편한 옷이나 준비해줘요. 먼저 갈아입고 갈래요.”그도 그럴 것이 예전 치수로 맞춘 드레스는 살이 조금 오른 지금의 온다연이 입기에 맞지 않았다. 오래 입어봤자 아이에게 좋을 건 없었다.유강후는 곧바로 집사에게 부드러운 재질의 캐주얼한 의상을 가져오라는 말을 전했다.옷을 갈아입고 나온 온다연은 한숨을 쉬자 배가 더 고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유강후가 그런 온다연을 안아주려 했지만 온다연은 그의 손길을 피했다.“혼자 걸을 수 있어요.”하지만 이번만큼은 온다연의 말에 따라주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리며 말했다.“적어도 이번만큼은 네 말 들어줄 생각 없어. 배도 불편하고, 몇 시간 동안이나 서 있었잖아. 애 잘못되면 어쩌려고.”피곤했던 온다연은 더 저항하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배고파요. 얼른 돌아가고 싶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그녀를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뒤따라온 집사와 비서의 손에는 온다연의 드레스와 액세서리가 있었다.그들이 자리를 뜨자 화장실에서는 직원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나왔다.그녀는 온다연이 실수로 떨어뜨린 작은 다이아몬드 조각을 주우며 분노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도대체 왜?예전까지만 해도 온다연은 자신보다 훨씬 밑바닥 인생을 살았다. 그저 유강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불쌍한 여자애가 이제는 진씨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5화

    온다연은 마치 오랫동안 굶었던 사람처럼 순식간에 수제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워 버렸다.한식 가게인 이곳의 음식은 다소 매운 편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수제비 한 그릇을 다 비운 온다연의 입술은 어느새 빨갛게 부어 있었다.하지만 오늘만큼은 왜인지 모르게 음식이 끊임없이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그릇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온다연은 계속해서 한 그릇 더 주문했다.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다가도 새빨간 국물에 유강후는 저절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이 옆에 자리 잡고 함께 식사하기 시작했다.유강후는 몇 입 먹지도 못하고 혀를 때리는 매운맛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느새 그의 얼굴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고작 매운맛에 지레 겁을 먹어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유강후의 모습에 온다연은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못 먹겠으면 먹지 마요. 다른 메뉴도 있으니까.”온다연은 자신의 앞에 놓여 있던 찹쌀떡은 유강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먹어요.”잠시 멈칫한 유강후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나한테 이렇게 태연하게 말을 건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표정도 풀고 말이야.”유강후의 목소리에는 그동안의 설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가끔은 내가 사형수라도 된 것 같았어. 너한테 완전히 무시당하니까.”“네가 염지훈을 그렇게 끔찍이 챙길 줄 알았으면, 지금 병실에 누워 있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였을 거야.”“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도 항소할 권리라는 게 있는데, 넌 나한테 그 조금의 여지도 안 주잖아.”그 말에 표정이 싸하게 굳은 온다연이 다시 찹쌀떡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선 넘지 마요. 먹기 싫으면 말든가.”유강후의 눈빛도 어두워지더니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술을 달싹였다. 그 순간, 가게 문밖이 소란스러워졌다.“우와, 연예인이다!”“진짜 예쁘네. 실물이 화면보다 나은 것 같은데?”“우와, 이쪽으로 오고 있어. 우릴 봤나?”“헐, 진짜야! 나 보고 있는데?”...유강후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6화

    온다연은 천천히 차에서 내려 차 앞으로 향했고, 주희도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천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피부에 손이 닿은 후에야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온다연을 와락 끌어안더니 김빠진 풍선처럼 미끄러지듯 그녀의 발 옆에 무릎을 꿇고 쓰러지며 울음을 터뜨렸다.“누나...”“누나, 살아있었군요...”“너무 잔인해요. 지난 3년간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요? 살아있으면서 어떻게 나에게 한 번도 소식을 전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3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아요? 누나가 살아있는 줄도 모르고, 방금 또 내가 꿈꾸고 있는 줄 알았잖아요. 누나...”“매일 신과 부처에게 빌었어요... 누나가 살아있기만을 바란다고...”그는 통곡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한참 울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그래, 살아있었어. 살아있으면 웃어야지. 울면 안 되지...”그는 천천히 일어서며 쉬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누나, 살아있으면 됐어요. 나를 속인 것도 괜찮아요. 살아만 있으면...”그는 온다연의 손을 잡았다.“누나, 3년 동안 어디에 있었어요? 왜 아무리 찾아도 흔적조차 없었던 거예요?”문득 차에서 내리는 유강후를 발견한 그는 눈이 새빨개졌다.“당신이군요.”유강후는 온다연을 뒤로 숨기며 극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경고하는데, 다연에게서 떨어져.”그는 문득 지난 3년간 주희를 더 먼 곳으로 보내버리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계속 자신에게 도발했는데도 말이다.이제 와서 뜬금없이 온다연 앞에 나타난 주희를 그는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유강후가 온다연을 뒤로 빼돌리자, 주희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당신이 누나를 3년 동안 숨겨뒀던 거야?”“아니, 아니지. 당신도 3년 내내 누나를 찾고 있었잖아...”그는 앞으로 나아가 온다연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누나, 구월이 기억나요? 구월이.”온다연이 그를 바라보았다.“기억나, 내 고양이.”그러자 주희가 해맑게 웃었다.“제가 그동안 잘 데리고 있었어요. 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7화

    그 말뜻은 구월을 온다연에게 다시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온다연은 물론 주희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때 구월을 자기 손으로 주희에게 선물해 놓고, 3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돌려달라고 하는 건 경우 없는 행동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구월을 너무 보고 싶었다.“구월이 지금 네 호텔 방에 있다고?”“네.”주희는 눈이 반짝거렸다.“보러 갈래요? 아니면, 어디 사는지 알려주면 제가 바로 사람을 시켜 데려올게요.”온다연이 잠깐 망설였다.“내가 보러 갈게.”주희는 약간 흥분하며 표정이 환해졌다.“누나, 정말 갈 거예요?”“물론이지. 정말 보고 싶거든.”온다연의 말에 주희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이 근처 호텔이에요. 지금 바로 갈까요?”주희는 가는 내내 온다연을 다시 만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온다연은 핵심을 회피하는 답변만 골라 했고, 모든 진실을 털어놓지는 않았다.온다연의 마음속에서 주희는 주한의 동생이고, 영원히 동생으로만 남아야 하는 존재였다. 자신을 향한 그의 감정 따위는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주희가 묵는 호텔은 바로 근처에 있었다. 잠깐 사이에 차가 호텔 정문에 도착했다.주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유강후에게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당신은 들어오지 마. 환영하지 않으니까.”옆에 있던 경호원이 화를 냈다.“네가 뭔데? 이 호텔이 다 우리...”유강후가 경호원을 막더니 온다연의 옷깃을 정리해 주며 나지막이 말했다.“밖에서 기다릴 테니 너무 오래 머물지 마.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해 뒀으니 식기 전에 돌아가자.”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말하려던 온다연은 그의 눈빛에서 약간 구걸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가슴이 찡해져 나지막이 대답했다.“금방 나올게요.”주희의 방은 3층에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흰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생명체가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냈다.온다연은 잠시 멍해 있다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구월아!”구월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138화

    발코니 가장자리에 놓인 이젤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유화 한 점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다.이 배치는 어쩐지 주한, 주희 형제가 예전에 살던 집과 비슷했다. 온다연은 이 모든 것을 말없이 바라보았다.주희는 구월을 안고 발코니 난간에 기댄 채 건물 아래를 힐끗 내려다보았다.검은색 롤스로이스가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고, 누군가가 차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그는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더니 구월을 온다연에게 건넸다.“누나가 안아줘요. 구월이 원해요.”온다연은 구월을 받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구월은 편안한 듯 골골거리기 시작했다.주희는 한 손을 난간에 올리고 다른 손으로 구월의 꼬리를 만졌다. 마치 온다연을 팔로 에워싼 듯한 포즈였다.고양이와 노는 데 정신이 팔린 온다연은 한참 후에야 자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은색 롤스로이스의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지만, 그녀는 자기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문득 그해 겨울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눈보라 치는 영운산 별장 밖에 우두커니 서서 유강후와 나은별이 2층에서 친근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그때의 쓰라림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들었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아픔이었다.4년이 지난 지금 모든 것이 뒤바뀐 것 같다.이번에는 아래서 지켜보는 사람이 유강후로 바뀌었다.‘저 사람도 지금 기분이 그때의 나와 같을까?’하지만 복수의 쾌감도 잠시, 다시금 밀려오는 쓰라림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그를 원망하면서도 너무 마음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는 구월을 안고 의자에 잠깐 앉아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후 주희에게 돌려주었다.“구월은 당분간 여기 있는 게 좋겠어. 내 호텔 방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키우기 불편해.”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하지만 결국에는 내가 데려갈 거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주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애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온다연은 또다시 구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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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3화

    잠시 후 봉현수가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비록 야위어 보였지만 적어도 사람같이 보였다.유강후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어.”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먹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예솔이 엄마의 산소에 가봐야 해.”유강후가 말했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먼저 밥 먹고 있어. 네 모습 좀 봐봐. 찾았다고 해도 정연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 주먹 하나로 너를 이길 수 있어.”봉현수는 대충 몇 입만 먹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제대로 식사하지 않은 탓에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체력이 달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전면 검사를 받았다.검사를 받고 보니 장기 음주한 탓에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몸에 있는 상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일부는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이런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던 봉현수는 주삿바늘을 뽑자마자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에게 경고했다.“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솔 씨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어.”그는 사람을 시켜 거울을 가져오라 하고 봉현수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이 거짓꼴을 봐봐, 어딜 봐서 사람 같아 보여?”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봉현수는 멍해졌다.거울 속의 남자는 말라서 모양이 빠졌고 이전에 건장했던 몸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몇 달 전 산 셔츠는 마치 빌려서 입은 옷처럼 헐렁하게 몸에 걸쳐있었다.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언저리가 푹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머리는 너무 오래 정리하지 않은 탓에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봉현수의 비서인 안시현이 말했다.“대표님, 최소 30근은 빠지셨어요. 사람이 달라 보여요.”“제가 지금 바로 가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사 올게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2화

    봉현수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 당시 나는 솔이를 다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였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가? 그러나 솔이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나와 헤어졌다고 하여도 바로 정연석이랑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거야.”유강후는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예솔 씨는 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또 아픈 동생까지 데리고 있었어. 오직 정연석만이 그녀에게 잘해줬고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예솔 씨가 정연석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그해는 너의 생일이었어. 우리가 호텔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중간에 주연아가 왔어. 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예솔 씨를 난처하게 하면서 화나게 하려고 했어. 너는 그때 예솔 씨에게 기어 와서 술을 마시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괴롭혔었지, 누가 너처럼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봉현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솔이는 돈을 위해서 그랬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유강후가 말했다.“그래서 빌려줬어?”봉현수는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이렇게 돼도 싼 거야. 그때 그렇게 싸운 상황에서 예솔 씨가 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건 너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이 간절히 필요했다는 거야. 네가 예솔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정연석이 돈을 빌려줬을 거야.”“네 손으로 직접 예솔 씨를 밀어낸 거지.”“현수야, 네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말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예솔 씨는 볼 수 없으니까.”“그 정력이면 예솔 씨를 찾으면서 그때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 오직 그때 일을 낱낱이 파헤쳐서 밝혀야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고 화해할 기회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전혀 기회가 없어.”“아니면 찾아서 뭘 할 건데? 계속 죽을 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1화

    봉현수는 무기력해서 말했다.“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면 마음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솔이가 지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함께 지옥에나 가라!”자포자기하는 봉현수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면서 샤워기를 들고 그를 향해 마구 물을 뿌렸다.“얼른 죽어버려. 예솔 씨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돌아올 거야. 네가 남겨준 재산으로 너의 별장에서 기생오라비들과 함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애도 낳아서 행복한 삶을 살 거야.”봉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중얼중얼 말했다.“네 말이 맞아. 이미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아마 솔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유강후는 투지가 전혀 없는 봉현수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또다시 한번 발로 찼다.“일어나!”“예솔 씨가 진짜 결혼했다면 넌 포기 할 수 있어?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이 죽을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예솔 씨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너도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서로에게 미련 버려.”“안, 안돼!”봉현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솔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하여도, 나는 솔이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반년도 지났어. 만약 예솔 씨가 결혼했다면 너는 가정 파괴범이라도 될 생각인 거야?”봉현수의 몸은 굳어져 버렸고 눈빛은 마치 넋 나간 듯 어두웠다.“아닐 거야. 솔이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유강후는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너한테 그렇게 학대받았는데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면 애초에 도망을 왜 갔겠어?”유강후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봉현수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아니야, 솔이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어.”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70화

    현관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유강후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달려들었다.“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봉 대표님이랑 봉씨 가문이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대표님은 안에서 안 나오고 우리한텐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유강후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문 열어.”그러자 집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열쇠가 저한테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챙겨가셨어요. 누구든 들어오려고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이딴 식으로 손 놓고 있다가 진짜로 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당장 열쇠 따는 사람 불러와.”“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곧이어 자물쇠를 따는 기술자가 도착했고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을 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유강후는 힘껏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을 여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밀려왔다.술 냄새, 곰팡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까지... 도저히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유강후는 얼굴이 굳은 채 거실을 훑어보았다.거실 안은 술병과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소파 옆 바닥엔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죽은 건지 산 건지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바닥의 술병을 발로 밀어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끝으로 툭 찼다.“죽었어?”바닥에 누운 사람이 조금 움찔하더니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씨X... 누가 들어오래? 다 꺼져!”그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확인한 유강후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발로 툭 찼다.“죽긴 뭐가 죽어. 안 죽었으면 일어나. 이 자식아.”비로소 얼굴을 들어 유강후를 확인한 봉현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일어날 기운도 없어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받아쳤다.“정말 죽고 싶으면 한강 다리 밑으로 데려다줄까? 여기서 죽으면 집만 더럽혀.”몇 달 만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9화

    유강후는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이런 여자랑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 없어. 온준휘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으면 그냥 바로 로운한테 넘기면 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썩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진 겉으로는 저한테 잘해주는 척했거든요. 근데... 설마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온준용이 동남아에서 데려온 아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떨궜고 유강후에게 안기며 얼굴을 그의 코트에 묻으면서 깊은 한숨이 내쉬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외투를 열어 온다연을 안쪽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다희랑 단오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지 뵙게 해.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네, 대표님.”아이들이 병실로 들어간 뒤 유강후는 온다연을 품에 안은 채 차 안으로 데려갔다.온다연이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제 유강후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이자 죄책감이 되었다.그는 수도 없이 바랐다.‘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다면 어린 시절의 다연 곁으로 돌아가 직접 품어주고 상처 입은 다연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앞으로의 시간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유강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봉현수의 비서였다. “유 대표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그제야 유강후는 자신이 몇 달째 봉현수를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무슨 일인데요?”상대방 목소리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대표님께서 자택에 자신을 가둔 지 벌써 2주째예요. 몸에 상처도 심각한데 치료도 거부하고 약도 안 드세요. 지금은 아예 일주일째 방문도 안 열어줘요. 계속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고요...”“주소 보내.” “그... 영운산에 있는 별장입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8화

    그러자 심미진의 눈빛이 흔들렸다.“아... 아냐.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네가 언니 친딸이 아니라는 것만 알고 있어. 집에 데려왔을 때 벌써 한두 살쯤 됐었지. 근데... 그때 네가 입고 있던 옷이 최고급 명품 아동복이었어. 몸에 착용한 액세서리들도 다 외국 브랜드였고. 온준용이 그거 팔아서 꽤 많은 돈을 챙겼어. 그걸로 그 시절 경원시에 작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었을 거야. 난 그 정도만 알아. 진짜로.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전부 다 온준용이 한 짓이야.”온다연은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심미진, 넌 정말 끝까지 구제 불능이야. 내 진짜 신분... 넌 분명히 알고 있었지? 그런데 왜 신고하지 않았어? 왜 온준용과 함께 짜고 다 숨겼냐고? 설마 너랑 온준용이 같이 잤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했어?”심미진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다연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온준용은 내 형부야. 내가 어떻게 형부랑 그런 일을 해!”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응수했다.“너희 둘 사이가 어떤 사인지는 관심 없어. 하지만 유씨 집안 사람들이 바보라고 생각하지 마. 널 왜 갑자기 내쫓았을 것 같아?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너 자신이 제일 잘 알잖아.”심미진은 얼굴이 새하얘져 거의 몸을 못 가눴다.“아니야... 난 그런 일 없었어. 온준용은 그냥 양아치잖아.”온다연은 서늘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온준용은 예전에 동남아에서 마약 유통으로 큰돈 벌었어. 넌 우리 엄마가 그런 사람 따라다니며 돈 쓰는 거 보면서 질투가 났고 결국 네 형부를 꼬셨어. 언니를 두 번 죽이는 짓을 해놓고 온준용이랑 같이 엄마를 협박했지. 경찰에 신고하거나 내 출생 관련한 말을 꺼내기만 하면 둘 다 죽이겠다고 말이야.”“우리 엄마는 약한 사람이었어. 내가 친딸이 아닌 걸 알면서도 날 진심으로 아끼고 지켜줬어. 하지만 너... 심미진, 넌 인간도 아니야. 네 형부를 꼬시고 또 네 선생님 남편까지 건드려? 겉으론 착한 척하면서 날 친딸처럼 키워주겠다고? 네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7화

    유재성의 상태는 며칠간 고비를 반복하다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유민준은 유자성의 장례를 정리한 뒤 줄곧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유자성의 죽음은 둘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특히 유재성에게는 타격이 더 컸다. 비록 유자성은 친아들이 아니었고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40년 가까이 곁에서 함께해온 사람이었다.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하나하나 가르치고 이끌어온 것도 유재성이었다.심지어 유강후에게 쏟은 시간보다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들인 존재였다.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유강후와의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었다.요 며칠은 쌍둥이들도 종종 병문안을 왔다.막 말을 배우고 걷기 시작한 시기인지라 유재성을 보면 할아버지하고 앵앵거리며 다가와 안기곤 했다.그 모습에 유재성의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두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게 생겼기에 마치 광고 속 아기 모델처럼 예뻤고 병원 안에서도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아이들이 병실에 나타날 때마다 간호사들이 몰려들어 구경하는 게 일이었다.그럴 때마다 유강후는 은근히 신경 쓰였다.속으로는 우리 애 좀 그만 봐요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 했다.일주일이 지나 유재성의 건강이 더 안정되자 유강후는 병문안을 조금씩 줄였다. 그리고 유민준에게 지분 문서를 돌려주며 단 한마디만 남겼다.“경원시에서 떠나.”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는 유민준을 만나지 않았다.유민준은 그 말을 곱씹으며 유재성이 퇴원하자 네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경원시를 떠났다.그리고 유재성 퇴원 당일에 온다연은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그런데 병원 복도 끝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쳤다.바로 심미진이었다.몇 년 전만 해도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하며 번쩍거리던 여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낡은 옷차림에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초췌해졌다.병원 입구에서 경비원들에게 붙잡혀 있는 그녀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온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6화

    유강후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숙여 온다연에게 입을 맞췄다.“이제 큰 문제는 없어. 네가 준 약 덕분에 상태가 꽤 안정됐어. 지금 병실 안에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그 약을 분석하느라 정신없어. 하나만 실험용으로 가져가겠다고 하던데 내가 거절했어.”온다연은 웃으며 말했다.“그건 곽 박사님이 주신 약이니까 당연히 귀하겠죠. 그러니 그 사람들은 아마 분석해도 별 소득 없을걸요.”“맞아.”유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꼭 필요하다니까 며칠 정도는 맡겨둘까 해.”온다연은 그의 옷깃을 가지런히 정돈해 주고 발끝을 살짝 들어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점심 준비가 다 됐어요. 일단 밥부터 먹어요. 그리고... 수염 좀 정리해요. 이따가 다희랑 놀다가 얼굴 찔리면 어쩌려고 그래요.”마침 그때 복도 끝에서 다희가 기어 나오더니 유강후를 보자마자 벌떡 앉아 흔들흔들 달려오기 시작했다.하지만 몇 걸음 채 가지 못하고 쿵 하고 넘어졌다.“다희야!”유강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바로 달려가 딸을 안아 올렸다.“아빠 보고 싶었어?”다희는 입을 삐죽이며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조그만 손바닥을 펴 보였다.
손바닥엔 희미한 붉은 자국이 두 줄 남아 있었다.유강후는 금세 눈치를 챘다.“엄마가 자로 손바닥 때렸어?”다희는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푹 숙이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더니 입만 우는 소리를 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리만 컸고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딸이 아빠에게 고자질하듯 안겨 있는 모습에 온다연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장난이 너무 심했어요. 큰 우유 잔을 통째로 내 노트북에 다 쏟아버렸어요. 지난 이틀 동안 만든 데이터가 다 날아갔으니 다시 해야 해요.”유강후는 아이 손을 잡고 후후 불며 말했다.“때리지는 말지. 아직 어려서 잘 모르잖아. 천천히 말해주고 가르쳐야지.”그의 딸바보스러운 모습에 온다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러다가 얘 완전 버릇 나빠지겠어요. 지금도 거의 날뛰는 수준이죠. 서재 한 번 가보지 그래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265화

    겉보기로만 보면 유민준은 유강후의 저렴한 복사본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는 감추지 못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고 온다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깊고 무거웠다.그는 더 이상 다가서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미안해. 내가 예전에 정말 많은 잘못을 했어. 하령이랑 같이 널 괴롭히기도 했고... 근데 난 그냥 장난인 줄로만 알았지. 그렇게 더럽고 비열한 짓까지 할 줄은 몰랐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좀 더 일찍 알아차렸더라면... 너 그런 고통 안 겪었을 텐데...”온다연은 한치의 감정도 없이 단칼에 잘랐다.“이제 와서 그런 말 해서 뭐해요? 원래는 오빠를 죽일 생각이었어요. 근데 오빠가 날 한 번 살려줬으니 그걸로 끝내고 싶어요. 이제부터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니니 다시는 제 눈앞에 나타나지 마세요.”그 차디찬 말 한마디가 유민준 마음속 마지막 환상마저 산산이 부숴버렸다.
그는 손에 쥔 서류를 꼭 움켜쥐며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처음... 네가 본가에 들어온 그날... 내가 널 지켜줬다면... 지금 이 결말은 달라졌을까?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나였을 수도 있었을까?”온다연은 냉정하게 쏘아붙였다.“오빠는 유강후의 발톱 하나만큼도 못 해요. 그러니 오빠 손에 쥔 그 주식 들고 지금 당장 꺼지세요. 그게 오빠가 살길이에요.”유민준은 말없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자신이 완전히 끝났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서류를 이권에게 건넸다.“이권 씨, 이 서류를... 작은아버지께 전해주세요. 본가의 재산은 이젠 아무것도 갖고 싶지 않아요. 다만... 아버지 유골만이라도 묘지에 모시게 해주세요. 명절마다 인사드릴 수 있게만 해주시면 돼요.”그러자 이권은 냉정하게 답했다.“서류는 전달하겠습니다. 다만 대표님께서 받아들이실지는 모르겠고 부탁을 들어주실지도 장담 못 드립니다.”유민준은 고개를 숙였다.“알아요. 부탁드릴게요.”그와 말하는 동안 온다연은 이미 차에 올라탔다.“이권 씨, 출발해요.”차는 곧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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