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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0화

작가: 손이영
양우림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다희를 붙잡고 물었다.

“다친 데 없어?”

다희는 재빨리 작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의자를 던지며 말했다.

“손 아파요.”

양우림이 그녀의 손을 살펴보니 손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마음이 아팠던 그는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발로 짓밟으며 말했다.

“양서준, 동남아에서 쫓아낸 것으로는 부족했나 보네. 시베리아로 보내야겠어.”

양서준은 양우림을 보자 눈이 더욱 붉어지며 격통을 참아가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잡종 녀석이 여기 있었군. 그때 널 쏴 죽여야 했는데.”

양우림은 경멸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발로 짓밟으며 내려다보았다.

“내가 널 못 알아볼 줄 알았어? 그냥 네가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안 그랬으면 너 같은 놈이 내 근처에 올 기회나 있었겠어?”

“네가 뭔데?”

양서준은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부모도 없는 잡종 주제에 운이 좋아서 우위를 점했을 뿐이면서 감히 나를 훈계해? 양씨 가문이 네 손에 들어오다니 망조가 들었어.”

양우림은 차갑게 말했다.

“네 부모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넌 네 어미가 다른 놈과 간통해서 낳은 자식이야. 네 아버지는 남에게 녹모자를 쓰고 화병으로 돌아가셨지. 말해 봐 네가 잡종이 아니면 뭐야?”

“너 같은 놈은 평생 부모 얼굴도 못 보고 살았겠지. 정말 불쌍하겠네. 하지만 어쩌겠어 잡종은 잡종일 뿐인데 부모가 있을 리가 없잖아?”

다희는 듣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그의 얼굴을 발로 마구 찼다.

“진짜 그때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다시 한번만 지껄여 봐. 당장 쏴 죽여버릴 거야.”

“닥쳐.”

그 남자는 다희를 조금 두려워했다. 그는 양우림이 자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여자는 정말로 죽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더 이상 욕설을 내뱉지 못하고 원망 섞인 눈으로 양우림을 노려봤다.

방금 한 말들이 양우림을 자극할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양우림의 얼굴색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마치 아주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경멸스러운 표정이었다.

양우림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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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우림은 안도하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가문끼리 권력 다툼은 다 그래. 양서준이 무슨 말을 했든 신경 쓸 필요 없어.”다희는 울먹이며 속내를 털어놓았다.“다른 사람들이 오빠를 그렇게 욕하는 건 절대 못 참겠어요. 그 사람들이 너무 싫어요. 오빠가 처음 양씨 가문에 갔을 때 그렇게 힘들었던 줄 몰랐어요. 나는 매일 밤 오빠랑 꼭 얘기하겠다고 졸랐는데... 그땐 제가 너무 철없었던 거죠?”알고 보니 그녀는 오빠를 걱정하고 있었다.양우림은 다희를 안아 올려 의자에 앉히고 무릎을 꿇은 채 피 묻은 신발을 벗겨 소매로 그녀의 발목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울지 마. 다 지난 일이야. 그리고 나는 내 다희가 나한테 매달리는 게 좋아. 이제부터는 매일 밤 너와 함께 있을 수 있어. 기쁘지 않아?”다희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눈가에는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억지로 눈물을 훔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오빠랑 같이 자고 싶대요? 우리 이제 다 컸잖아요. 어릴 때처럼 굴면 아빠랑 엄마가 화내실 거예요. 그리고 아빠랑 엄마한테는 뭐라고 말씀드릴지 생각해 보셨어요?”양우림은 담담히 말했다.“아빠는 이미 알고 계셔. 하지만 엄마한테는 아직 말씀 안 하신 것 같아.”다희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네? 아빠가 벌써 알고 계신다고요?”그녀는 갑자기 긴장한 듯 말했다.“그러면 아빠 반응은 어떠셨는데요?”양우림이 대답했다.“당연히 반대하셨지.”다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무 슬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면 어떻게 해요?”양우림은 안타까운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정말 어리광쟁이라니까. 어릴 때부터 오빠 앞에서만 울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왜 그렇게 강한 척해? 자 울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게다가 아빠도 예전엔 나보다 나을 게 없었잖아. 엄마한테 뭐라고 불렸는지 벌써 잊었어?”“아저씨라고 했어요.”“봐, 아빠도 우리 반대할 자격은 없어. 본인도 그렇게 시작했으면서. 그분들은 법적으로 함께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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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양우림이 호텔 1층 전체를 빌렸다고 했는데 이 남자는 또 어디서 나타난 건지 다희는 의문이 들었다.그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다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잘못 오셨어요, 선생님. 여기는 저희가 빌린 곳이니 당장 나가주세요.”남자는 코웃음을 치며 갑자기 손을 뻗어 다희의 턱을 붙잡았다.“쯧쯧. 꽤 예쁘장하게 생겼네요. 저 잡종이 좋아할 만하군.”다희는 거칠게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꺼져요. 다시 안 나가면 사람 부를 거예요.”남자는 손뼉을 치며 차갑게 웃었다.“여기는 동남아가 아니에요. 양우림의 세상도 아니고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놈도 아닐 텐데요.”다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동남아에서 추방당한 양씨 가문 사람이군요.”‘어쩐지 이 사람이 양우림과 조금 닮았더라. 분명 몇 년 전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반대파겠지.’“꽤 똑똑하군요.”그는 다희의 목에 걸린 열쇠 펜던트를 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저 잡종이 설마 당신한테 열쇠를 준 거예요?”그가 입만 열면 양우림을 ‘잡종’이라고 부르는 것에 다희의 분노는 치밀어 올랐다.옆에 있던 유리 화병을 집어 들고 그녀는 남자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남자는 감히 사람이 자신을 때릴 줄은 예상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던 사이 얼굴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그는 격분해 얼굴의 피를 닦고 다희에게 달려들었다.다희는 재빨리 옆으로 피하며 손에는 립스틱 크기의 권총을 들고 남자의 미간을 겨냥했다.“이 안에 총알이 있어요. 다시 덤비면 널 쏴 죽일 거예요.”남자는 험악한 미소를 지었다.“네깟 게 뭘 할 수 있는데 감히 나한테 총을 쏘겠어요?”다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못 할 게 뭐가 있어요? 우리 아버지는 강씨 가문의 실권자고 어머니는 동남아 진씨 가문의 상속자예요. 양우림은 내 오빠인데 당신 같은 놈 열 명을 죽인다고 해도 뭐가 두렵겠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가방에서 똑같은 크기의 권총을 꺼내 천천히 들어 올렸다.“자, 이제 총알이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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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순간 양우림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머금었다.다희는 깜짝 놀라 급히 그를 밀어냈지만 온몸이 그의 품에 갇혀 있어서 그 작은 힘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그의 키스를 받아들였다.숨이 막힐 듯한 시간이 지나서야 양우림은 그녀를 놓아주었다.다희는 얼굴을 붉히며 세게 그를 때리고 말했다.“여기는 학교잖아요.”양우림은 태연하게 말했다.“여기는 연애해도 되는 곳이야. 게다가 너는 성인이니까. 일찍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다희는 그의 엉뚱한 논리에 어이가 없어서 그를 쏘아보았다.“정말...”양우림은 그녀의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그대로 안아 올려 밖으로 나갔다.그가 그녀를 안는 방식은 독특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안듯 팔에 앉히는 자세였다. 다희는 민망해서 내려달라고 발버둥쳤지만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그녀는 그가 자신을 어깨 위에 올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는 길 내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았고 다희는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다행히 곧 차에 탔다.다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앞으로는 그렇게 안아 올리지 마요. 정말 이상해요.”양우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어떤 자세가 좋은데? 어깨에 올려줄까?”다희는 할 말을 잃고 한참 있다가 겨우 말했다.“어쨌든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껴안고 다니지 마요. 보기 흉하잖아요.”양우림은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며 말했다.“좋아. 앞으로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안 안을게. 사람 없는 곳에서만 안아야지.”다희는 발랄하게 말했다.“나도 다리 있어요. 혼자 걸을 수 있어요.”그녀는 지금 그가 자신을 안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고 아빠가 항상 엄마를 이렇게 안아주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녀가 기억하는 한 아빠는 엄마를 이렇게 안는 걸 좋아했다. 다희는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다 그런 줄 알았다.어른이 된 후에야 다희는 부모님의 다정함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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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희는 양우림을 바라볼수록 점점 더 빠져들어 졸음도 반쯤 사라졌다.예전에도 그를 훑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자신이 그에게 이런 마음을 품고 있는 줄 몰랐다.단순히 자신의 오빠가 잘생겼다고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오빠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두 사람의 신분도 감정도 바뀌었기에 그녀는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갑자기 양우림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더니 손짓하며 말했다.“이리 와.”다희는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몰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왜 그래요?”양우림은 그녀를 잡아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의 무릎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너무 멀리 있어서 잘 안 보여. 내 무릎에 앉아서 실컷 봐.”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다희는 얼굴이 확 붉어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짓이에요... 다들 보고 있잖아요.”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발버둥 쳤지만 양우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눈을 치켜뜨고 그들을 쏘아보며 말했다.“뭘 보고 있는 거야? 너희들 보고서는 하나같이 엉망으로 만들면서 남 볼 정신이 있나?”그들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지만 몰래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희는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놔줘요. 여기 사람 많으니까 이러지 마요.”양우림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쟤들은 감히 못 볼 거야. 네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계속 훔쳐보고 있잖아.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보고 싶은 대로 실컷 볼 수 있어.”다희는 더듬거리며 말했다.“누... 누가 훔쳐봐요?”양우림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내가 널 훔쳐봤어. 이제 네가 내 곁에 있으니 훔쳐볼 필요도 없고 업무 효율도 더 높아지겠지.”다희는 그가 이렇게 뻔뻔한 행동을 할 줄은 몰랐기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여기서 엉뚱한 소리 하지 마요. 할 말 있으면 나중에 집에서 해요. 다들 보고 있잖아요.”그때 아래쪽에서 유창하지 않은 한국어로 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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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우림은 큰 소리로 매우 날카롭게 말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 황급히 일어섰다.그는 그녀들을 파헤치고 다희를 자신의 뒤로 끌어 숨기며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죽고 싶어?”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라 당황하며 양우림을 바라보았다.다희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오빠, 저 사람들은 그냥 장난친 거예요. 저를 괴롭힌 게 아니에요.”양우림은 얼굴을 풀고 다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누가 널 괴롭히면 절대 참지 마. 여기는 국내가 아니니까 규칙이 많지 않아. 폭력이 법보다 더 잘 통하니까 알겠어?”다희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정말 그냥 장난친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양우림은 콧방귀를 뀌며 뒤돌아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내 사람한테서 떨어져.”그들은 양우림의 그렇게 날카로운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깜짝 놀라 소곤거렸다.“왜 저렇게 난폭해?”“그러게 말이야. 저렇게 난폭하고 예의도 없는 줄 알았으면 좋아하지도 않았을 거야.”“나도 그래 이제 안 좋아할래. 차갑고 냉정해서 정이 없어.”“차라리 저 동양 인형을 좋아하는 게 낫겠어. 귀엽고 성격도 착하잖아.”“나도 좋아.”그녀들의 작은 목소리가 양우림의 귀에 들어오자 그는 더욱 짜증이 났다.‘이 사람들이 동성애자면 어쩌지? 그건 안 돼. 남자든 여자든 다희를 위협하게 할 순 없어.’그는 다희를 자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로 앉히고 보디가드를 불러 아무도 다희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다희는 그의 이상한 행동에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이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내버려두었다.그녀는 옆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양우림과 그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십여 명의 사람들은 영어를 하기도 하고 프랑스어를 하기도 하며 정체 모를 언어를 사용하기도 했다.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양우림은 막힘없이 이해하며 소통하는 듯했다. 다희는 문득 그가 대체 몇 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햇빛이 회의장 꼭대기의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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