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개새끼

완벽한 개새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6
By:  레비아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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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 없는 남자, 차도언. 그가 처음으로 욕망한 건 단 하나였다. 한이재. 호명가의 입주 과외 선생인 그녀는 그와 엮이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었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시작된 관계. 가벼운 장난처럼 다가온 그는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한다. 개새끼가 될지언정 그녀를 갖고 싶다. 싫어하면서도 밀어내지 못하는 여자와, 놓을 생각이 없는 남자. 처음에는 잠깐 스쳐 지나갈 감정이라 믿었다. 곧 그칠 비처럼, 언젠가 녹아버릴 눈처럼. 한 번도 욕망해 본 적 없는 남자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더 깊이 빠져들었고, 끝내 믿지 못한 여자는 그를 밀어냈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놓을 수 없는 쪽도, 떠날 수 없는 쪽도 서로가 되어버린 뒤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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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여자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별채 2층 계단을 오르며 후회했다.

"다음에, 다음에 해요......"

자신이 한 말이 메아리가 되어 끝도 없이 귓가를 울렸다.

‘다음이라는 말은 왜 했을까.’

그건 무언가 기약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그를 피하고자 했던 의미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설명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늘 그렇듯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을 때 하는 것이니까.

탁-.

여자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

순식간에 닥쳐온 어둠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제 손을 잡은 남자의 희미한 온기마저 빠져나갈까 두려워 손끝을 여미는 순간,

"흐으......"

어둠에 미처 눈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입술이 먹혀들었다.

고집스럽게 세웠던 몸이 그의 무게 탓에 밀려났지만, 곧 벽이 닿았다.

차갑게 닿은 벽에 몸을 의지한 채 밀고들어오는 그를 어찌하지도 못한 채 그저 받아들였다. 

갈급한 입맞춤에 질척이는 소리가 어둠의 틈새를 밀어냈다.

얼마나 빨아 먹었을까. 

숨이 막히도록 파고들었던 남자가 능숙하게 허리를 잡은 남자가 끌어당겨 안았을 때 여자는 눈을 떴다.

비로소 그의 얼굴이, 그의 눈이 보였다.

그러나 바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던 건 숨 쉴 여력조차 주지 않는 그 때문이었다.

“하, 지…….”

하지 말라는 말은 그의 혀에 쓸려 나가고, 대신 밭은 숨이 그녀의 입안을 채웠다.

목 끝까지 닿을 듯이 파고드는 그가 버거워 발끝을 들었지만, 중심을 잃고 더 비틀거릴 뿐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부들대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제 목을 안게 한 남자는 더 깊이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젖은 혀가 엉키고 질척이는 소리 사이로 미처 감추지 못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에 남자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그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그녀를 더 강하게 빨아들였다.

“흐윽……!”

그가 셔츠 위 가슴을 쥐었을 때 놀란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에 혀를 물린 그가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입술을 뗐다.

“경고했는데?”

“……?”

“나 변태 새끼라고.”

여자가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그득하게 차오른 눈물이 반짝이는 게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보였다. 

“물리는 거, 좋아하거든.”

여자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며 입술을 가렸다. 

가득 고인 눈물이 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이 그렁하게 맺힌 여자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얼굴은 단정했다.

변태 새끼 운운하며 지껄였으면서, 숨이 막히도록 입술을 빨아먹었으면서 그는 표정 하나 변함없었다.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는 그는 숨소리조차 거칠어지지 않았다.

기름한 눈 사이로 낮게 깔린 눈동자가 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며 바라보는 시선에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여자는 현실을 부정이라도 하듯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차올랐던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 눈을 바라보며 남자는 가슴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여자가 숨을 들이켜며 소리 없는 비명이라도 지르듯 입을 벌렸다.

그리고 다시, 입을 맞춰 오는 그의 입술은 어쩐지 다정했다.

어르듯 부드럽게 입술을 물고 지그시 빨아들이며 잔뜩 벌어진 입안을 느리고 깊게 훑었다.

“흐윽, 흐…….”

그러면서도 가슴을 쥔 손만은 여전해서 셔츠 위로 그의 손에 뭉개지는 가슴은 그녀를 헐떡이게 했다.

“한이재 씨.”

“…….”

남자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바라보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지워냈다.

“다음이라고 한 거, 이제 할 거야.”

두려움에 여자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일렁였다.

‘그놈의 다음. 그 말을 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후회는 부질없었다.

그의 방에서 그에게 안긴 지금 무엇도 물릴 수 없을 것이다.

왈칵 밀려오는 두려움에 여자는 그저 몸을 떨 뿐이었다.

“뭐, 허락해 달라는 건 아니고.”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그는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리며 웃었다.

“난 말로만 하는 사람 싫어한다고 했죠.”

그가 손으로 그녀의 젖은 속눈썹을 천천히 쓸었다.

눈을 감은 그녀의 눈두덩이를 스친 그의 손가락에 볼을 타고 내려와 귓불을 건드렸다.

“잘 주는 여자는 좋지.”

여자가 울컥하며 눈을 번쩍 떴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있던 그를 밀어 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귀 아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그래서…… 한이재가 좋은 건가.”

여자의 목에 입술을 비비적거리며 중얼거리는 그 소리는 이재의 귀에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그녀가 간지럽히듯 목을 깨무는 그 감촉에 몸을 비틀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몸을 번쩍 들었다.

여자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체념하고야 말았다.

호명가의 지배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폭군.

그는 별채의 주인, 차도언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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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여자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별채 2층 계단을 오르며 후회했다."다음에, 다음에 해요......"자신이 한 말이 메아리가 되어 끝도 없이 귓가를 울렸다.‘다음이라는 말은 왜 했을까.’그건 무언가 기약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그를 피하고자 했던 의미 없는 말이었다.하지만 이제 와 설명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늘 그렇듯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을 때 하는 것이니까.탁-.여자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순식간에 닥쳐온 어둠에 두려움이 밀려왔다.제 손을 잡은 남자의 희미한 온기마저 빠져나갈까 두려워 손끝을 여미는 순간,"흐으......"어둠에 미처 눈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입술이 먹혀들었다.고집스럽게 세웠던 몸이 그의 무게 탓에 밀려났지만, 곧 벽이 닿았다.차갑게 닿은 벽에 몸을 의지한 채 밀고들어오는 그를 어찌하지도 못한 채 그저 받아들였다. 갈급한 입맞춤에 질척이는 소리가 어둠의 틈새를 밀어냈다.얼마나 빨아 먹었을까. 숨이 막히도록 파고들었던 남자가 능숙하게 허리를 잡은 남자가 끌어당겨 안았을 때 여자는 눈을 떴다.비로소 그의 얼굴이, 그의 눈이 보였다.그러나 바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던 건 숨 쉴 여력조차 주지 않는 그 때문이었다.“하, 지…….”하지 말라는 말은 그의 혀에 쓸려 나가고, 대신 밭은 숨이 그녀의 입안을 채웠다.목 끝까지 닿을 듯이 파고드는 그가 버거워 발끝을 들었지만, 중심을 잃고 더 비틀거릴 뿐이었다.어찌할 바를 몰라 부들대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제 목을 안게 한 남자는 더 깊이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젖은 혀가 엉키고 질척이는 소리 사이로 미처 감추지 못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그 소리에 남자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그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그녀를 더 강하게 빨아들였다.“흐윽……!”그가 셔츠 위 가슴을 쥐었을 때 놀란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에 혀를 물린 그가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입술을 뗐다.“경고했는데?”“……?”“나 변태 새끼라고.”여자가 놀라서 동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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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하아.”택시에서 내린 이재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여름의 끝자락, 후텁지근한 공기가 달라붙어 금세 이마에 끈적한 땀이 배었다.“뭔 술을 언제부터 처마셨길래.”이재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고작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그동안 새벽 시간에 무수히 불려 다녔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은 또 처음이었다.늦은 시간이 아니니 오늘 밤은 그래도 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었다.차라리 잘 된 건가 싶다가도 대기조처럼 불려다니는 제 처지에 화가 치밀었다. “어쩌겠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지.”그러다 이내 이렇게 체념하고 말았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제 신세를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그저 오늘은 빨리 끝내고 돌아가서 조금이라도 빨리 침대에 누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쿠웅쿠웅쿵-.클럽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베이스 음이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입구를 막고 있었다.이재가 그들을 무심하게 지나치며 입구로 곧장 다가갔다.클럽에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이재를 힐끔거렸다.청바지에 셔츠, 화장기 하나 없는 민낯에 긴 머리를 헐렁하게 묶은 이재는 누가 봐도 이 클럽과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당장이라도 클럽에 들어갈 것처럼 발걸음엔 머뭇거림이 없었다.“차도경이요.”클럽 입구를 막고 있던 덩치들이 이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켜서고는 문을 열어 주었다. 이재가 클럽 안으로 들어서자 뒤에 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문이 닫히자마자 사라졌다.쿵쿵쿵쿵-.안으로 들어가자 온몸이 울리도록 낮은 베이스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이재는 익숙한 듯 곧장 클럽 홀과 반대쪽 복도로 향했다.어두컴컴한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 복도 끝에 다다랐다.「VIP ROOM」문에 걸린 VIP 표지를 확인한 이재가 어이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VIP 좋아하시네. 어린 것들이...... 쯧."이재는 입맛을 다시고는 손잡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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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도경을 모른 체하며 이재는 손을 내밀었다.“차 키."도경의 시선이 느리게 이재의 손으로 내려왔다. 대답 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도경에게 이재가 재촉했다. "차 키 내놓으라고.""......차 키?"도경이 마치 처음 듣는 말처럼 중얼대며 물끄러미 이재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이재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다시 말했다."차 키, 어디 있어?" “아아...... 차 키.”뭐가 재밌는지 킥킥대던 도경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주차 해준다고, 가져갔지. 누구더라? 그 형이......"발렛을 맡겼다는 뜻이었다. 이재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도경의 말을 끊었다.“알았으니까 이제 일어나.”평소와 다르게 쌀쌀맞은 이재에게 기가 죽은 도경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얼른."이재의 재촉에 도경이 손을 내밀었다.손을 잡아 달라는 뜻이었다.이재는 기막힌 듯이 도경을 빤히 내려다보았다.“씨발, 차도경, 갈 거면 빨리 가라고! 분위기 깨지 말고!”누군가 성마르게 짜증을 내자 민망해진 건 이재였다.도경은 그것 보라는 듯 내민 손을 거두지 않고 어서 잡으라고 흔들었다.할 수 없이 그 손을 잡아 일으켰다.이재의 손을 잡고 일어난 도경은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기댄 채 어깨를 감쌌다.“가자, 누나.”저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도경을 끌고 나오는데 홍주가 그런 이재에게 손을 흔들었다.“누나아 안녕히 가세요. 됴경이는 조케따. 첫사랑 누나가 데리러도 오고.”이재가 째려보자 홍주가 낄낄댔다.한 손으로는 제 허벅지 위에 앉은 여자애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나불대는 꼬락서니가 한심했다.이재는 말을 섞기도 싫어 빠르게 VIP 룸을 나왔다.***주차장에 세워진 차 뒷자리에 도경을 겨우 밀어 넣은 이재는 준비해온 수표 몇 장을 웨이터에게 건넸다.취한 도경을 차까지 같이 데려다준 값이라기엔 제법 많은 액수였지만 어차피 제 돈도 아니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닙니다. 도경님은 저희 VIP 손님이신데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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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대한민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모두가 다 아는 건설 그룹 호명,호명의 가족이 거주하는 그들만의 성채 호명가에 도착한 이재는 뒷자석에 앉은 도경을 돌아봤다."술 다 깬 거지?""집에 가기 싫은데."엉뚱한 대답을 하는 도경은 차에서 내릴 생각도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집에 안 가면, 어딜 가려고?"그제야 도경이 이재를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누나, 우리 어디 가서 딱 한 잔만 더 마실래?""야! 차도경!"이재가 인상을 팍 쓰자 움찔 놀란 도경이 싫으면 말고, 하는 말을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긴 다리를 휘적이며 걷는 도경의 따라가며 이재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호명의 둘째이자 막내인 차도경.재벌가 귀한 도련님이지만 동시에 골칫덩어리이기도 했다.가뜩이나 재수까지 하는데 이런 식이면 올해도 대학 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이번에도 대학에 못 가는 건 과외 선생인 이재에겐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없었다.제 목숨을 쥐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엇나가고 있으니 이재는 도경이 미워지려 했다. ***“엄마아…….”멀쩡하게 걸어 들어온 도경이 현관에서 갑자기 비틀거리는 척하더니 제 엄마를 보고선 혀짧은소리를 내며 안겼다.“아휴, 얼마나 마신 거야!”헤헤거리며 안기는 아들을 안쓰럽게 토닥거렸다.“쪼오금 마셨어. 주환이 유학 간다고 송별회 하는데 안 마실 수 없잖아요.”이재에게 도경을 데리고 오라고 할 때는 노발대발이더니 정작 아들에게는 콧소리까지 내고 있었다.도경을 토닥이던 안서희는 문득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던 이재를 발견했다.“한 선생, 고생했어요.”“아닙니다.”“그만 가 봐요.”“네.”“누나, 잠깐만.”돌아서는 이재를 불러세운 건 도경이었다.이재가 돌아보자 도경이 기다리라는 듯 손을 들어 보이더니 안서희에게 말했다.“엄마, 나 돈 좀 줘요.”“돈? 돈은 왜?”“빨리.”안서희가 미심쩍은 얼굴로 지갑을 꺼내 열자, 도경이 성급하게 지갑 안에서 현금 뭉치를 덥석 집어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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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재는 홀린 듯 도언을 보았다.반듯한 이마와 짙은 눈썹 밑에 길게 난 눈은 도경을 향한 웃음으로 반쯤 감겨 있었다.오뚝하게 솟은 코 아래 선이 짙은 입술은 부드럽게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는 참 잘생긴 남자였다.도경이 제 형이 잘생겼다고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그러려니 했던 게 미안할 지경이었다.“차도경, 이제 컸다고 술을 마시고 다닌다, 이거지?”“왜 이래? 나 이제 스무 살이야.”“아, 그러세요? 스무 살?”형제의 웃음소리가 호명 가 안채를 울렸다.그 소리에 이재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지금 여기는 이재가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오랜만에 이루어진 형제의 만남이었고, 어쩌면 호명 가의 단란하고도 비밀스러운 가족 모임일 수도 있었다.이재는 조심스레 뒷걸음을 치며 물러섰다.“그럼 전 이만…….”아직도 안 가고 있었냐는 얼굴로 돌아보는 안서희와 너는 누구냐는 듯이 쳐다보는 차도언의 시선에 이재는 얼굴이 홧홧해지는 것 같았다.그러나 이 순간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건 도경이었다.“누나.”“어, 어?”“여기 우리 형이야.”눈치 없이 이재를 불러세우고는 도경은 도언을 가리키며 해맑게 웃었다.이재는 저도 모르게 도경이 가리키는 손을 따라가다가 도언과 눈이 마주쳤다.순간 도언의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굳이 인사를 나눠야 할 사람인가 의심하는 것처럼.너는 누구냐고 묻는 것처럼.“안녕……하세요.”이재가 어쩔 수 없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도언이 의례적으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았다.예의상. 건네는 인사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듯.“형, 내가 말한 적 있지? 과외 선생님. 이재 누나.”어느새 이재 곁에 다가온 도경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척 올리며 도언에게 소개했다.“우리 이재 누나 예쁘지?”이재가 당황하며 제 어깨에 올린 도경의 팔을 밀어내고 벗어났다.그 모습을 빤히 보던 도언의 머리가 바로 세워졌다.그리고 찬찬히 내려간 그의 시선이 이재의 손에 머물렀다.도경이 건네준 지폐를 꼭 쥔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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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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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셔츠에 번진 김치 국물을 보니 쌍방 과실 같은 말은 꺼낼 수도 없었다. 명백한 자신의 과실이 맞았다.이재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죄송합니다.”“따라와요.”“네……. 네?”이재가 고개를 번쩍 들자 이미 돌아선 도언이 2층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이재가 허둥대며 그의 뒤를 따라가자 도언이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보았다.“그건 두고.”도언이 이재가 들고 있던 김치 그릇을 턱짓으로 가리켰다.“아.”이재는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가 테이블 조리대 위에 접시를 올려두었다. 나가려고 보니 접시를 들고 있던 손이 김치 국물로 엉망이었다.물로 씻어내고 싶었지만 도언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할 수 없이 옆에 있던 행주로 손에 묻은 김치 국물을 대충 닦아냈다.“가져다 두고 왔…….”서둘러 주방을 나왔지만 도언은 없었다.기다리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 버린 모양이었다.기다릴 거라고 생각한 게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것인지 그제야 깨달았다. 그는 차도언이었다.호명가의 장남이자 황태자인 그가 누굴 기다리겠는다.이재는 길게 늘어선 계단을 올려다보며 잠시 망설였다.어쩌면 지금이 기회일지도 몰랐다.별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어차피 차도언을 또 마주칠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이재가 주로 만나는 사람은 도경이었고 가끔은 안서희였다.차도언이 거주하고 있는 별채에는 올 일이 없었다. 만약 오늘 같이 심부름할 일이 생겨도 피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고용인들이 하는 말에 의하면 차도언은 잠시 한국에 들른 것 같았다.그가 떠날 때까지만 어떻게 잘 피하면 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망설이던 이재는 결국 2층 계단에 발을 올렸다.'이 죽일 놈의 책임감.'2층에 올라왔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이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렸다.별채 2층에는 처음 와봤으니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이건 두 번째 기회인가.'이번엔 올라갔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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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재는 그의 맨몸을 볼 수 없어 눈을 돌렸다.하지만 그의 몸이 이미 눈에 들어온 뒤였다.'이런 게 남자의 몸인가?'이재는 저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깨물었다.도언은 옷을 입고 있을 때도 울룩불룩 탄탄한 몸이라는 것을 짐작할 만 했다.그런데 벗은 몸은 짐작했던 것 이상이었다.단단하게 뻗은 직각 어깨.그 아래 떨어지는 기다란 팔과 알맞게 붙은 근육.적당하게 오른 가슴은 탄탄함을 넘어 매끈한 나머지 혹시 랩이라도 씌워놓은 건 아닌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그리고 음영을 그려 넣은 것처럼 여섯 개로 쫙 갈라진 복근까지.그쯤에서 이재는 그만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순간 숨이 좀 막혔달까.그 짧은 시간에 본 것치곤 너무 선명하게 박혀버린 게 자신이 생각해도 좀 어이없긴 했다.“셔츠 금액 알려 주시면…….”이재는 애써 그의 몸을 지워냈다.이 방에 온 진짜 이유로 화제를 돌려야만 했다.빨리 해결하고 나가는 게 상책이었다."제가 어떻게든 변상해 드리겠......"어물거리는 이재의 눈 앞에 도언이 불쑥 뭔가를 내밀었다.하얀 뭉치.거기에 주황색 얼룩이 있는.그러니까 김치 국물이 묻은 셔츠였다.얼떨결에 셔츠를 받아 든 이재가 도언을 올려다보았다.“빨아 와요.”도언이 툭 내뱉은 말에 이재가 튕겨 나가듯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네?”“두 번씩 말해야 알아듣는 습관이 있어요?”도언이 한쪽 눈을 찡그리며 기울였던 머리를 조금 더 기울였다.귀찮게 하네 정말, 이라는 표정으로.“그게 아니라 변상 안 하고 빠, 빨아서…… 되나 싶어서요.”빤다는 말을 하는데 왜 얼굴이 빨개지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더듬대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도언이 웃었다고 느낀 건 착각이었나.웃었다 해도 비웃는 거였겠지만.“빨아 와요. 내일까지.”“내일이요?”또 두 번 말하게 할 셈이냐는 듯 도언이 다시 눈을 찡그렸다.이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빠, 빨아……볼게요.”그 말을 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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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도언은 샤워기 아래 물을 맞으며 눈을 감았다.자신을 동하게 하던 이재의 얼굴을 떠올렸다.솔직히 이재의 그 얼굴이 보고 싶어 이재를 몰아붙였다.그깟 셔츠 따위 버리면 그만이었다.널린 게 셔츠고 똑같은 건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도경이 보모 노릇이나 하면서 몇 푼 용돈이나 받는 그녀에게 변상하라 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얼마인지 알고서나 말한 건지.”소중하게 손에 꼭 쥐고 있던 그 돈푼으로는 어림없다는 것도 모를 테지."……빨아 볼게요."이재가 중얼거리던 그 말을 떠올리며 도언은 낮은 한숨을 내뱉었다.그녀가 빨게 될 건 분명 셔츠지만 도언의 상상은 자꾸만 다른 곳으로 튀었다.그리고 커지는 제 아래는 이미 어쩔 도리가 없었다.“……미친놈.”도언은 욕설을 내뱉으며 솟아오른 아래를 지그시 잡았다.몸이 이토록 동한 것은 오랜만이었다.천천히 손을 움직였다.어떠한 맥락도 없이 온전히 그 말간 얼굴과 동그랗게 치켜뜬 눈 탓이라는 것이 우스웠다.그러면서도 도언은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하아…….”그녀의 보지 못한 표정을 상상하는 그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도경이 입이 닳도록 말하던 「이재 누나」는 도언을, 꼴리게 했다.* * *「김치 국물 없애는 법」「셔츠 얼룩 지우는 법」「세탁 비법」「빨래의 달인」이재는 검색창에 단어를 조합해 넣어 보았다.각각의 비법을 담은 수백 수천 개의 블로그가 주르륵 떴다.그러나 대단한 방법이 있는 것 같아 읽어보면 세제 광고이기 일쑤였다.“효과가 좋아도 이걸 언제 가서 사냐고…….”얼룩이 말끔히 지워진다는 세제를 사고 싶었다.그러나 아무리 빠른 배송도 내일 오후에나 도착했다.그때는 이미 도언에게 말끔히 세탁된 옷을 가져다줘야 했다.“뭔가 있을 거야. 얼룩 지우는 방법이 없을 리 없어. 있을 거야…….”수백 개의 블로그와 세탁의 달인이라고 소문난 사람들의 동영상을 뒤진 끝에 이재는 어렵사리 결론을 내렸다.주방 세제.김치 국물 얼룩에는 주방 세제가 최고라고 파워 블로거와 세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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