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부족한 것 없는 남자, 차도언. 그가 처음으로 욕망한 건 단 하나였다. 한이재. 호명가의 입주 과외 선생인 그녀는 그와 엮이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었다. 사소한 실수 하나로 시작된 관계. 가벼운 장난처럼 다가온 그는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한다. 개새끼가 될지언정 그녀를 갖고 싶다. 싫어하면서도 밀어내지 못하는 여자와, 놓을 생각이 없는 남자. 처음에는 잠깐 스쳐 지나갈 감정이라 믿었다. 곧 그칠 비처럼, 언젠가 녹아버릴 눈처럼. 한 번도 욕망해 본 적 없는 남자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더 깊이 빠져들었고, 끝내 믿지 못한 여자는 그를 밀어냈다. 그러나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놓을 수 없는 쪽도, 떠날 수 없는 쪽도 서로가 되어버린 뒤라는 것을.
View More여자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별채 2층 계단을 오르며 후회했다.
"다음에, 다음에 해요......"
자신이 한 말이 메아리가 되어 끝도 없이 귓가를 울렸다.
‘다음이라는 말은 왜 했을까.’
그건 무언가 기약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그를 피하고자 했던 의미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설명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늘 그렇듯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을 때 하는 것이니까.
탁-.
여자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
순식간에 닥쳐온 어둠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제 손을 잡은 남자의 희미한 온기마저 빠져나갈까 두려워 손끝을 여미는 순간,
"흐으......"
어둠에 미처 눈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입술이 먹혀들었다.
고집스럽게 세웠던 몸이 그의 무게 탓에 밀려났지만, 곧 벽이 닿았다.
차갑게 닿은 벽에 몸을 의지한 채 밀고들어오는 그를 어찌하지도 못한 채 그저 받아들였다.
갈급한 입맞춤에 질척이는 소리가 어둠의 틈새를 밀어냈다.
얼마나 빨아 먹었을까.
숨이 막히도록 파고들었던 남자가 능숙하게 허리를 잡은 남자가 끌어당겨 안았을 때 여자는 눈을 떴다.
비로소 그의 얼굴이, 그의 눈이 보였다.
그러나 바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던 건 숨 쉴 여력조차 주지 않는 그 때문이었다.
“하, 지…….”
하지 말라는 말은 그의 혀에 쓸려 나가고, 대신 밭은 숨이 그녀의 입안을 채웠다.
목 끝까지 닿을 듯이 파고드는 그가 버거워 발끝을 들었지만, 중심을 잃고 더 비틀거릴 뿐이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 부들대는 그녀의 손을 잡아 제 목을 안게 한 남자는 더 깊이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젖은 혀가 엉키고 질척이는 소리 사이로 미처 감추지 못한 비음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에 남자가 목구멍 깊은 곳에서 그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그녀를 더 강하게 빨아들였다.
“흐윽……!”
그가 셔츠 위 가슴을 쥐었을 때 놀란 여자가 입을 다물었다.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에 혀를 물린 그가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입술을 뗐다.
“경고했는데?”
“……?”
“나 변태 새끼라고.”
여자가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그득하게 차오른 눈물이 반짝이는 게 어둠 속에서도 선명히 보였다.
“물리는 거, 좋아하거든.”
여자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며 입술을 가렸다.
가득 고인 눈물이 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이 그렁하게 맺힌 여자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얼굴은 단정했다.
변태 새끼 운운하며 지껄였으면서, 숨이 막히도록 입술을 빨아먹었으면서 그는 표정 하나 변함없었다.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는 그는 숨소리조차 거칠어지지 않았다.
기름한 눈 사이로 낮게 깔린 눈동자가 짙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내며 바라보는 시선에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여자는 현실을 부정이라도 하듯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차올랐던 눈물이 툭 떨어졌다.
그 눈을 바라보며 남자는 가슴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여자가 숨을 들이켜며 소리 없는 비명이라도 지르듯 입을 벌렸다.
그리고 다시, 입을 맞춰 오는 그의 입술은 어쩐지 다정했다.
어르듯 부드럽게 입술을 물고 지그시 빨아들이며 잔뜩 벌어진 입안을 느리고 깊게 훑었다.
“흐윽, 흐…….”
그러면서도 가슴을 쥔 손만은 여전해서 셔츠 위로 그의 손에 뭉개지는 가슴은 그녀를 헐떡이게 했다.
“한이재 씨.”
“…….”
남자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바라보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지워냈다.
“다음이라고 한 거, 이제 할 거야.”
두려움에 여자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일렁였다.
‘그놈의 다음. 그 말을 한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후회는 부질없었다.
그의 방에서 그에게 안긴 지금 무엇도 물릴 수 없을 것이다.
왈칵 밀려오는 두려움에 여자는 그저 몸을 떨 뿐이었다.
“뭐, 허락해 달라는 건 아니고.”
아무 말도 못 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그는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리며 웃었다.
“난 말로만 하는 사람 싫어한다고 했죠.”
그가 손으로 그녀의 젖은 속눈썹을 천천히 쓸었다.
눈을 감은 그녀의 눈두덩이를 스친 그의 손가락에 볼을 타고 내려와 귓불을 건드렸다.
“잘 주는 여자는 좋지.”
여자가 울컥하며 눈을 번쩍 떴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있던 그를 밀어 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귀 아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그래서…… 한이재가 좋은 건가.”
여자의 목에 입술을 비비적거리며 중얼거리는 그 소리는 이재의 귀에 닿지 못하고 흩어졌다.
그녀가 간지럽히듯 목을 깨무는 그 감촉에 몸을 비틀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몸을 번쩍 들었다.
여자는 그 순간 모든 것을 체념하고야 말았다.
호명가의 지배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폭군.
그는 별채의 주인, 차도언이기 때문이었다.
이재는 수업을 마치고 나와 핸드폰을 켰다.메시지가 여러 통 와있었다.모두 카페 매니저 수정이 보낸 것이었다.[이재 씨, 그 남자 또 왔어요!][올 때까지 기다린다는데 어떡해? 번호 알려주는 건 안 된다고 했어요.][아직 학교예요? 끝나면 빨리 와요.]도언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처음 보낸 메시지와 마지막 메시지 사이에 몇 시간의 텀이 있었다.대체 몇 시간이나 기다린 거야.이재는 지하철역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대책 없이 기다리는 도언에게 화가 났다.어울리지도 않게 왜…….겨우 세 정거장 거리인 카페가 이토록 멀게 느껴진 적이 있었을까.차라리 자전거를 탈걸 그랬다고 후회하다가 문득 치미는 자괴감에 눈을 감아 버렸다.뭐에 이렇게 화가 난 걸까.도언이 기다리는 것, 느리고 좁은 지하철, 아니면……그것도 아니면…….그다음 이유는 차마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아니라고 부정하기에는 지금 얼마나 그에게 휘둘리고 있는지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이었다.덜컥-.세게 문을 당긴 반동에 카페 문이 흔들리며 큰 소리를 냈다.테이블에 앉아 있던 도언과 바 안쪽에 있던 수정이 동시에 들어오는 이재를 보았다.“이재 씨, 왔네요.”수정이 도언에게 전하듯 말을 하고는 이재를 보며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그녀에게도 꽤나 난처한 시간이었을 것이다.이재는 수정에게 눈인사하고는 곧바로 도언에게 갔다.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녀보다 도언이 먼저 일어섰다.“
이재는 말하고 싶었다.그렇게 잘 아는 척 말하지 말라고, 오만하게 구는 건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더는 흔들리지 않는다고.그렇게 말하고 싶었다.그러나.“안고 싶다.”이재는 그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느 곳으로 쿵 떨어지는 기분이 들고 말았다.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이렇게 금세 들통이 나버렸다.“한이재.”이재는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마주 보면 다 들켜버릴 것 같은 마음을 어떻게든 숨기고 싶었다.“이재야.”“…….”“날 봐야지.”그건 다정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이재는 그의 목소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애틋해서 마음 한구석이 저렸다.그러나 이대로 그를 마주 본다면, 속절없이 무너질 게 뻔했다.도언은 기다리기로 작정한 듯했다.이재가 눈을 들어 저를 볼 때까지, 듣고 싶은 말을 할 때까지.“부회장님, 아니…… 차도언 씨.”이름을 불린 도언이 멈칫했다.이재가 부른 그 이름이 제 것임에도 생경했다.그 여운이 채 가시지 전에 이재의 말이 이어졌다.“그쪽도 참 여전하네요.”“……?”“나랑 자려고 런던까지 왔어요?”“뭐?”“그럼 헛걸음 하셨어요. 저 차도언 씨랑 안 자요.”이재는 도언을 오해하기로 마음먹었다.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 순간을 넘길 수 없을 것만 같았
“네? 수능을 안 보다니요?”깜짝 놀란 이재의 목소리가 버럭 커졌다.“대학도 안 갔어요. 이제 궁금한 거 풀렸어요?”“왜요?”믿을 수 없다는 표정은 아까 도언을 카페에서 마주쳤을 때보다 더 놀란 듯 보였다.그녀를 잠시 빤히 보던 도언이 재킷 안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대체 수능을 왜 안 봤는데요? 도경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핸드폰을 열어 뭔가를 찾은 도언이 이재 앞으로 핸드폰을 밀었다.그의 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건 사진이었다.“봐요.”“이게 뭔데요?”“한이재가 그렇게 궁금해하는 차도경이잖아.”이재가 핸드폰을 집어 들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그의 말대로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은 도경이었다.다만 평범한 사진이 아니라 잡지 화보였다.“도경이라고요? 도경이가 왜 이런 사진을 찍었는데요? 설마……?”도언이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그런 거 하고 다니는 모양이에요. 아주 신났지.”설명하는 도언의 말에 체념과 피곤이 섞여 있었다.이재는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수능도, 대학도 포기하고 이런 사진을 찍는 모델이 되었다면 그사이 호명 가에서 일어났을 소동은 안 봐도 알 법했다.“그래도 수능은 봤어야지. 대학도 가지.”재수까지 했던 시간이 아쉬워 중얼거리며 이재는 사진을 보고 또 보았다.사진 속 도경은 전보다 더 마르고 조금은 어른 같아 보였다.그리고 좋아 보였다.마냥
앞치마를 벗고 코트를 입는 이재의 손이 작게 떨렸다.정말 도언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 아까 그가 왔던 게 진짜였던가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이재는 카페 밖으로 나왔다.종일 내린 비로 평소보다 더 일찍 해가 졌는지 안개까지 낀 사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멈춘 줄 알았던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이슬비보다 가는 빗줄기에 마치 분무기를 뿌리는 것처럼 습기가 가득했다.이재는 후드티 모자를 깊숙이 썼다.카페를 나왔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도언은 어디에서 기다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그저 6시, 라는 말만 되새겼을 뿐이다.어디에 있는 걸까.그가 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두근대는 마음은 설렘보다 두려움이었다.기껏 멀어진 저를 찾아낸 그 앞에서 어떡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차라리 오지 않기를.그저 꿈처럼 지나가기를…….그러나 이재의 눈을 그를 찾고 있었다.이내 모퉁이를 돌아 휘적이며 걸어오는 그를 보았다.꿈처럼 지나가기를 바랐던 것이 허물어지고 왈칵 밀려오는 두려움을 견디며, 이재는 제게 다가오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왜 나와 있어요.”도언이 들고 있던 우산을 펴 이재에게 씌웠다.우산 안에 갇힌 채 바짝 다가선 그를 올려다보는 이재의 눈이 순식간에 발갛게 물들었다.“……여기 사람들 이런 비에는 우산 안 써요.”첫 마디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였다.도언이 어이없다는 듯 픽 웃음을 뱉었다.“알아.”“그런데요?”“한이
대한민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모두가 다 아는 건설 그룹 호명,호명의 가족이 거주하는 그들만의 성채 호명가에 도착한 이재는 뒷자석에 앉은 도경을 돌아봤다."술 다 깬 거지?""집에 가기 싫은데."엉뚱한 대답을 하는 도경은 차에서 내릴 생각도 없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집에 안 가면, 어딜 가려고?"그제야 도경이 이재를 바라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누나, 우리 어디 가서 딱 한 잔만 더 마실래?""야! 차도경!"이재가 인상을 팍 쓰자 움찔 놀란 도경이 싫으면 말고, 하는 말을 중얼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도경을 모른 체하며 이재는 손을 내밀었다.“차 키."도경의 시선이 느리게 이재의 손으로 내려왔다. 대답 없이 멍하니 바라보는 도경에게 이재가 재촉했다. "차 키 내놓으라고.""......차 키?"도경이 마치 처음 듣는 말처럼 중얼대며 물끄러미 이재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이재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다시 말했다."차 키, 어디 있어?" “아아...... 차 키.”뭐가 재밌는지 킥킥대던 도경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주차 해준다고, 가져갔지. 누구더라? 그 형이......
“하아.”택시에서 내린 이재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여름의 끝자락, 후텁지근한 공기가 달라붙어 금세 이마에 끈적한 땀이 배었다.“뭔 술을 언제부터 처마셨길래.”이재는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고작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그동안 새벽 시간에 무수히 불려 다녔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은 또 처음이었다.늦은 시간이 아니니 오늘 밤은 그래도 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었다.차라리 잘 된 건가 싶다가도 대기조처럼 불려다니는 제 처지에 화가 치밀었다. “어쩌겠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지.”그러다 이내 이렇게 체
여자는 남자의 손에 이끌려 별채 2층 계단을 오르며 후회했다."다음에, 다음에 해요......"자신이 한 말이 메아리가 되어 끝도 없이 귓가를 울렸다.‘다음이라는 말은 왜 했을까.’그건 무언가 기약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그를 피하고자 했던 의미 없는 말이었다.하지만 이제 와 설명한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여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늘 그렇듯 후회는 이미 늦어버렸을 때 하는 것이니까.탁-.여자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순식간에 닥쳐온 어둠에 두려움이 밀려왔다.제 손을 잡은 남자의 희미한 온기마저 빠져나갈까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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