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어난 일은 호텔 측의 과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임 지배인. 오늘 연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유강후가 문을 나설 때까지 매니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은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가요? 전 잘 모르겠어요.”이권이 답했다.“호텔을 봉쇄하세요. 오늘 연회에 참석한 분들한테 곧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여유로운 날도 이제 끝났어요.”지배인의 얼굴은 더 창백해졌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오윤호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이권은 오휸호에게 다가가 발로 가볍게 차며 동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차라리 지금 죽는 게 나았을 텐데, 참 불쌍하죠. 아무래도 대표님이 직접 나설 작정이니까 구급차 불러줘요. 죽으면 큰일 나요.”잠시 후, 호텔 입구에 수많은 경찰이 모여들었다.영원에서 이름 있는 인물들은 줄줄이 끌려 나갔다.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다만, 어떤 실세를 잘못 건드려서 체포된 것만은 분명했다.스위트룸 안에서, 유강후는 온다연을 조심스럽게 욕조에 담갔다.욕조에서 그녀의 목욕 가운을 벗겼을 때, 그의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팔, 가슴, 목, 그리고 다리에는 수많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입술도 터지고, 이마에서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었다. 등은 심하게 긁혔다. 그녀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저항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유강후는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는 부드러운 수건을 들고 온다연의 몸을 조심스럽게 닦기 시작했다.온다연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옷깃을 꼭 쥔 채 놓지 않았다. 유강후가 씻겨주는 동안에도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완전히 그에게 맡겼다.온몸을 깨끗이 닦고 나서야 온다연은 가볍게 말했다.“더러워요, 더 씻어줘요.”유강후는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더러워. 세상에서 우리 다연이가 제일 깨끗해.”온다연의 목소리는 여전히 공허했다.“아니에요. 더러
유강후의 강렬한 입술과 혀가 그녀의 입안을 휩쓸었다. 마치 그녀가 싫어하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려는 듯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유강후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는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또 이마에 입술을 대며 말했다.“더럽지 않아. 이제 깨끗해졌어.”온다연은 여전히 세면대 모서리를 꽉 잡고 놓지 않았다.“아니에요. 몸은 더러워요. 더 씻을래요.”유강후는 그녀의 생기를 잃은 눈에 부드럽게 키스하며 속삭였다.“더럽지 않다니까. 내가 씻겼는데 그것도 모를까.”온다연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카운터에서 내려와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오윤호에게 당한 흔적들을 응시하더니, 갑자기 세면대 위에 있는 칫솔을 집어 들었다.뽀각 소리와 함께 칫솔이 두 동강 났다. 그녀는 끊어진 칫솔로 목에 가득한 붉은 자국을 힘껏 긁어내기 시작했다.유강후가 급히 칫솔을 빼앗았을 때, 온다연의 하얀 목에는 이미 여러 개의 상처가 생겨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목에 난 상처를 보고 가슴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다.온다연의 몸에 난 모든 상처는 그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고통을 남겼다. 그것은 그가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증명이자 치욕이었다.온다연은 그의 영역에서 상처받고 모욕당했다. 이 일과 관련된 사람들은 반드시 백 배, 천 배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그는 그녀를 안아 올려 세면대 위에 앉혔다. 목에 맺힌 핏방울들을 부드럽게 입술로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이제 더럽지 않아. 내가 깨끗하게 씻겼어.”온다연은 생기 없는 눈으로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더러워요. 그냥 피부를 찢어내서 새 피부가 자랐으면 좋겠어요.”짧은 그 한마디가 유강후의 손에 핏줄이 돋게 했다.그녀를 괴롭혔던 사람들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그는 천천히 그녀의 피부 위에 남겨진 붉은 자국들에 입 맞추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든 자국으로 이전의 흔적을 덮으려는 듯이 말이다.오랜 시간
온다연의 피부는 너무나도 얇아서 마치 가장 얇고 섬세한 도자기 조각처럼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 매 초마다 오윤호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점점 강해졌다.오랜 시간이 흐른 후, 온다연이 가늘게 속삭였다.“구월이는 어디 있어요?”이때 온다연의 머리카락은 이미 말라 있었다. 유강후는 드라이기를 정리한 후,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내일 데려올게, 괜찮지?”온다연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무표정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자, 이제 자자.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약품 상자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미지근한 물과 함께 온다연에게 먹였다.잠시 후, 온다연은 마침내 눈을 감았다. 유강후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섰다.이권은 이미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유강후의 눈빛에 맺힌 살기에 깜짝 놀랐다가 말했다.“오상엽 씨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요.”유강후의 몸에서 냉혹한 기운이 서서히 퍼져나갔다.“죽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네.”이권은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유강후의 살기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는 감히 유강후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낮게 대답했다.“옆방에 모셨습니다.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유강후는 아무 표정 없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응.”옆방의 스위트룸에서 영원의 부동산 대부 오상엽은 극도로 초조하게 방안을 서성거렸다. 그의 아들 오윤호가 큰 문제를 일으켰고,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붙잡혀 있다는 소식만 들려왔다.오늘 밤 연회에 참석했던 사람들까지 모두 경찰서에 구금된 상황이다. 전화로만 듣고는 사기가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연회의 참석자는 대부분은 영원에서 이름난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오윤호 때문에 전부 구금됐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들이 무사히 풀려나온다고 해도, 오씨 가문과 척을 지
유강후는 오상엽을 보지도 않고 메인 좌석에 바로 앉았다.오히려 이권이 오상엽의 어리석음에 화가 치밀었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돈으로 유강후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처음 봤다. 이권은 비웃듯이 말했다. “오 사장님, 얼마로 이 일을 해결하시겠습니까?”오상엽은 이 일이 그렇게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폭풍을 잠재울 수만 있다면 돈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오천만이 들어 있습니다. 셋째 도련님께서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더 준비하겠습니다.”이권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청산그룹까지 다 바쳐도 부족합니다.”오상엽은 안색이 변하더니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셋째 도련님, 저희 좀 살려주십시오.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다 보면 작은 실수도 할 수 있는 법입니다.”그는 이번에 유강후와 함께 온 사람이 유씨 가문의 친척 아이일 뿐, 유씨 가문의 정식 구성원도, 유강후의 약혼녀인 나은별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왔다. 그 때문에 오상엽은 이번 일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오상엽은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오천만이 부족하면 다시 오천만을 더 준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유강후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매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이 영원시에서 너무 편하게 살고 있네요. 이제 한 번쯤 정리할 때가 된 것 같군요. 완전히 썩어빠졌군요.”유강후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지만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차가움과 폭풍우가 올 것 같은 강한 압박감이 깃들어 있었다.오상엽은 등에 한기를 느끼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셋째 도련님, 큰 문제도 아닌데 돈이 부족하다면 충분히 협의할 수 있습니다.”이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비웃으며 말했다. “큰 문제가 아니라고요? 오상엽씨 아들이 건드린 사람은 저희 셋째 도련님의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오상엽씨가 보건데 저희 셋째 도련님께서 돈이 부족한 사람으로 보이시나요?”오상엽은 그 순간 멍해졌고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다음 날, 영원시는
온다연은 가끔 휴대전화를 보며 실시간 검색어만 둘러봤다.이효진이 악플 때문에 자살시도를 했다는 뉴스를 본 후부터 온다연은 조금 회복한 것 같았다.점심을 먹고 난 후 온다연은 구월이를 안고 소파에서 놀고 있었다. 막 고양이 장난감을 집어 들었을 때 장화연이 들어왔다.“아가씨, 나은별씨가 아가씨를 보러 왔습니다. 만나고 싶으세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은별이 들어왔다.“장 집사님, 나이가 드셔서 기억력이 안 좋아지신 것 같네요. 저를 다른 손님처럼 대하셔야 하나요?”나은별은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과일 바구니를 문 옆의 진열대에 놓고 온다연을 바라보았다.온다연은 작은 고양이를 안고 가죽 소파에 웅크리고 있었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온다연의 정교하고 작은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목소리도 힘이 없는 것처럼 들렸다. “나은별씨가 오셨군요. 앉으세요.”온다연은 옅은 분홍색 니트 스웨터 하나에 간단한 청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소녀 특유의 깨끗한 향기를 풍겼다.더군다나 그 옷이 조금 큰 것 같아 몸에 걸쳐 있으니 사람이 매우 여리고 연약해 보였다.나은별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온다연의 이런 모습을 보니 여자인 자신도 온다연이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 이런 모습으로 매일 유강후와 함께 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나은별은 온다연의 출신을 몹시 경멸하고 있었기에 온다연을 불여시라고 여겼다.마음속의 혐오를 억누르며 온다연의 손을 잡고 여주인의 태도로 말했다. “좀 나아졌어요? 저랑 밖에 나갈래요. 아까 강후가 저에게 전화해서 오늘 저녁에 늦을거라고 했어요. 다연씨는 강후의 조카니 당연히 저의 조카이기도 해요. 억울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해요.”그러면서 온다연의 목에 있는 상처를 힐끔 보며 속으로는 통쾌함을 느꼈지만 입으로는 놀란 듯한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된 거죠? 그 짐승이 저지른 것은 강.간죄잖아요!”온다연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지며 조용히 말했다. “아저씨가 말해줬나요?”나은별은 눈빛이
나은별은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무심한 듯 얼굴을 스치고 조금 부끄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그 일은 그때 저와 강후가 비밀로 하기로 했었어요. 게다가 지금은 귀국했으니 그 결혼은 없던 일로 하기로 했어요.”나은별은 잠시 멈추더니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지금 유강후가 너무 바쁘고 제 몸 상태도 좋지 않아서 아마 미루게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저희는 오랫동안 지내왔으니 혼인신고를 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모두가 우리 사이를 알고 있잖아요.”나은별은 말하며 온다연의 손을 쓰다듬었다. “저희 같은 가문은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어 조금이라도 소문이 나면 바로 퍼져나가요. 다연씨도 지금 강후와 함께 있으니 이런 일에는 꼭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요, 알겠죠?”나은별의 백옥 같은 손가락은 매우 아름다워 보였고 중지에 끼워진 은빛 반지가 온다연의 눈을 자극했다. 온다연은 시선을 피하며 구월이를 더 꽉 껴안고 조용히 말했다. “저 좀 피곤해요, 나은별씨. 쉬고 싶어요.”이때 구월이가 온다연의 품에서 몸을 움직이며 작게 울기 시작했다. 나은별은 그제야 온다연이 안고 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한눈에 봐도 잡종임을 알아차렸다. 나은별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왜 이런 잡종 고양이를 키워요? 병도 많고 예쁘지도 않은데.”나은별은 고양이를 들어 올려 두 손가락으로 잡고 공중에서 흔들며 혐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털도 여기저기 날리잖아요!”고양이는 공중에 매달려 아파서 울었다. 온다연은 마음이 아파 재빨리 구월이를 빼앗아 꽉 안으며 말했다. “얘는 털이 거의 안 빠져요. 매일 털을 빗겨주고 있어요.”나은별은 얼굴빛이 바뀌며 잠시 혐오감이 스쳤다. 그때 장화연이 들어와 방금 끓인 약을 온다연에게 건넸다. “약 먹을 시간이에요. 셋째 도련님이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다 마시라고 하셨어요.”온다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조용히 말했다. “너무 써요!”장화연은 나은별을 힐끗 보고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아무리 써도 마셔야 해요. 건강
온다연은 첫날부터 유강후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비록 온다연에게도 자신의 방이 있었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이 혼자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온다연이 가끔 혼자 잠 들어도 유강후가 밤늦게 돌아오면 안아서 데려가곤 했다. 이 때문에 온다연은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게다가 이제 진짜 주인이 왔으니 이 안방은 분명히 나은별의 것이어야 했다. 온다연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남의 것을 훔친 듯한 강한 죄책감이 들었다. 비록 처음에는 강제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나중에는 온다연도 이곳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던가? 게다가 온다연은 이를 유강후와의 거래에 사용하기까지 했으니 더욱 부끄러웠다. 마음이 너무 괴로워진 온다연은 몸을 돌려 구월이를 안고 작은 방으로 향했다. 나은별은 얼굴빛이 불안정해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집사님, 유강후의 방을 왜 이렇게 보지 않는 거예요?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유강후는 결벽증이 있으니 고양이가 절대 들어가면 안 돼요.”온다연은 방으로 들어가려다 이 말을 듣고 멈춰서 조용히 말했다. “나은별씨, 여기 사는 건 아저씨가 허락한 거예요. 게다가 아저씨는 제가 아저씨의 방에 들어가는 걸 금지하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구월이는 아저씨가 저에게 선물로 준 거예요.”이 말을 하고 난 후 온다연 자신도 놀랐다. 비록 나은별이 자신을 괴롭혔지만 온다연은 자신이 나은별과 남자를 공유하고 있으니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온다연은 나은별을 그렇게 날카롭게 대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사과할 생각은 없었다. 나은별이 먼저 구월이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나은별은 얼굴빛이 변했고 막 말을 하려던 순간 유강후가 들어왔다. 유강후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몸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송이들이 남아 있었고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문앞에 나타났다. 나은별을 보자마자 유강후는 눈에 띄지 않게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유강후가 말
온다연은 깜짝 놀라 서둘러 손을 뻗어 막으려 했다. 나은별이 아직 밖에 있는데! 이미 결혼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문 안에서 자신에게 키스할 수 있단 말인가? 밖에 있는 나은별이 알게 될까 봐 걱정되지도 않나? 유강후는 온다연의 반항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손으로 온다연이 안고 있던 고양이를 들어서 바닥에 내려놓고 다른 한손으로는 온다연의 뒤통수를 잡아 더 깊이 키스했다. 유강후의 강한 입술과 혀는 온다연의 부드러운 혀를 휘감았고 그 힘이 너무 강해 온다연은 유강후가 자신을 삼키려는 것만 같았다. 온다연은 유강후를 밀어내려 몸부림치며 말했다. “나...윽...밖에...”유강후는 온다연이 거부하지 못하게 강제로 온다연을 키스했고 한참을 그렇게 한 후에야 온다연을 놓아주었다. 둘 다 숨이 가빠졌다. 유강후는 온다연이 자신에게 키스 당해 얼굴이 붉어지고 입술도 붉고 촉촉하게 반짝이는 것을 보고 더욱 매력적으로 느꼈다. 유강후는 몸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며칠 동안이나 참았다! 온다연이 계속 몸이 좋지 않아 유강후는 온다연을 아껴주기만 했고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았다. 밤에 온다연을 안고 자도 그저 안고 있을 뿐이었으니 유강후에게는 참기 힘든 일이었다. 유강후의 품에 이렇게 작고 부드럽고 매력적인 존재가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이제는 그 맛에 중독되어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유강후는 온다연의 하얀 귓불을 살짝 물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다연아, 하고 싶어?”온다연은 깜짝 놀라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 “아저씨... 나은별이 밖에 있는데 두렵지 않아요?”온다연은 그렇게 말하며 움직이려 했고 유강후의 무릎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온다연이 조금이라도 움직이자 유강후는 몸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온다연의 허리를 감싸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러고는 몸 전체로 온다연의 위를 덮쳤다. 온다연은 유강후의 눈
지예솔이 다른 것을 물어보기도 전에 그는 계속 말했다.“걱정하지 마. 봉현수는 아직 내가 귀국 한 걸 몰라. 내가 새로운 이름과 신분을 바꿨고 또 경원시에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지예솔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여기는 어떻게 찾은 거예요?”정연석은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고 마음속에 깊은 미련이 남아있었다.“솔아, 넌 나한테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았어? 그렇게 큰일이 생겼는데 왜 나한테 연락하지 않았어?”지예솔이 말했다.“저는 원래 모든 일이 잠잠해지면 예전의 친구들에게 연락하려고 했어요. 연석 오빠가 찾아올 줄을 몰랐어요. 예전에 이미 많은 폐를 끼쳤기 때문에...”정연석은 마음이 아팠지만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폐를 끼치고 말고가 어디 있어? 너도 전에 나를 도와줬던 것이 기억이 안 나?”지예솔이 말했다.“제가 도와준 것은 모두 작은 일이에요. 게다가 매번 제가 도와준 후 현수 씨가 찾아와서 괴롭혔잖아요.”정연석이 웃으면서 말했다.“맞다. 아직 너랑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이번에 귀국하고 다시 외국에 가지 않으려고 해. 최근 나는 운산시에 머물면서 이쪽 시장 상황을 둘러보고 적절하다면 본사를 이쪽으로 옮길 생각이야.”지현우는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했다.“연석이 형, 운산시에서 회사를 차릴 생각인가요?”정연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는 수출입 무역을 하는 사람이라 2년 사이에 과일도 수출해 볼 생각이야. 내가 전에 2년 동안 조사해 봤는데 이곳은 과일 시장이 좋고 발전 전망도 커. 그런데 시장 조사를 위해 이곳에 왔을 때 우연히 너희들의 사진을 보게 될 줄을 몰랐어.”그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찾아냈다.“이건 내 친구가 저번 주 이곳에 과일나무 보러 왔다가 우연히 찍은 거야.”사진 속에는 지예솔과 지현우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물건을 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이 어두웠지만 지예솔의 그 얼굴은 유난히 눈에 띄어 사람들의 주의를 끌 수밖에 없었다.지예솔은 안도의 숨
지예솔은 고개를 흔들었다.“아닐 거야, 단지 개발부만 왔을 거야·현수 씨는 이런 산업을 많이 하고 있으니 직접 오지는 않았을 거야.”지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됐어.”저녁이 될 무렵 마당 입구에 갑자기 검은색 벤츠 두 대가 와서 멈추어 섰다.이 마을에는 이런 고급 차가 거의 오지 않았다. 차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추는 것을 본 지현우는 깜짝 놀라서 문을 닫으려고 하자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검은색 외투를 입은 그 사람은 키가 크고 잘 생겼으며 은색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어 매우 점잖게 보였다.지현우는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곧 놀라 소리를 질렀다.“연석이 형?”알고 보니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정연석이었다.정연석은 웃으면서 말했다.“현우 키 컸네.”지현우는 달려가 정연석을 끌어안고 기뻐서 울었다.“연석이 형, 몇 년 동안 어디에 계셨어요?”정연석은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툭 치면서 웃었다.“곧 스무 살이 다 되어가는 애가 왜 아직도 이리 어린아이 같은 거야? 너의 누나가 또 뭐라고 하겠어.”이때 인기척 소리를 듣고 나온 지 예술은 정연석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달빛이 흐릿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저 평범한 검은색 패딩을 입었지만 그 얼굴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정연석은 그녀를 보고 눈빛이 어두워졌으나 곧 정신을 차리고 웃으면서 말했다.“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겨우 찾았어.”지예솔은 문 앞에 서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현우는 기뻐하며 말했다.“밖이 추워요. 곧 비도 올 거 같으니 얼른 들어와요, 연석이 형.”정연석은 트렁크를 열고 말했다.“현우야, 와서 도와줘.”또 다른 차의 문도 열리자 두 명의 비서가 내려오더니 물건을 함께 집안으로 옮겼다.잠시 후 두 차의 물건을 모두 옮겨 거실에 가지런히 쌓았다.정연석은 다른 차를 돌려보내고 혼자 남았다.지현우는 흐뭇해서 그 물건들을 지켜보았고 그들이 필요한 좋은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가볍고 부드러운
“넌 이쁘고 이런 그림도 그릴 줄도 아는데, 이렇게 좋은 여자아이가 왜 아직도 남친이 없는 거야? 아니면 이모가 남자 친구 한 명 소개 해줄게...”정신을 차린 지예솔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이모,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결혼을 못 해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죠.”그녀가 집에 돌아온 반년 동안 중매를 하러 온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외숙모들도 그녀를 설득하면서 자신의 조카를 한번 만나보라고 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하려고 애를 낳을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장미연은 아쉽다는 듯 말했다.“아이고! 넌 이쁘게 생기고 성격도 좋은데, 만약 이런 문제가 없다면 며느리로 들이고 싶었는데...”장미연은 채소 바구니에 담긴 채소를 꺼냈다.“여기엔 방금 뜯은 채소야, 무와 배추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그리고 달걀도 금방 주운 거야.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나으니 가져다 먹어. 너의 남매는 절약하느라 채소도 별로 사지 않는 것 같더구나.”“가련한 것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집안의 모든 가구도 중고 시장에서 사 온 거고…”“밖에 고기를 파는 노점상이 너희가 매번 고기를 반 근만 산다고 했어. 게다가 매일 사서 먹는 것도 아니라며, 이렇게 큰 성인들이 그것으로 먹자면 부족하지 않아?”...한동안 수다를 떨던 장미연은 끝내 떠났다.지예솔은 한참 넋이 나가 있다가 지현우에게 말했다.“현우야, 그 차가 정말 봉씨 그룹의 것인지 가서 한번 보고와.”지예솔은 스쿠터를 타고 떠나려는 지현우를 붙잡고 말했다.“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가.”지현우가 말했다.“누나, 그렇게 조심할 필요 없어. 반년도 지났어, 아마 우리를 찾는 걸 포기했을 수도 있어. 며칠 전 연예 뉴스를 봤는데 그 주연아란 연예인이 또 새로운 영화를 찍었어.”“그런 연기력으로 이렇게 큰 투자가 들어간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은 걸 보면 현수 형이 투자한 것일 거야. 주연아는 자신이 현수 형과 죽마고우이며 약혼할 것이라
봉현수가 말했다.“그러지 않을 거야, 이번엔 반드시 철저히 조사할 거야.”비슷한 시각 남쪽의 읍내 마을에서 지예솔과 지현우가 정원에서 바삐 일하고 있었다.작은 정원이 딸린 농가는 반년의 시간을 거쳐 제대로 리모델링되었다.원래 낡았던 벽돌담은 다시 흰 페인트를 칠했고 진흙투성이였던 앞마당은 절반을 낡은 벽돌로 메웠으며 나머지 절반에는 채소를 조금 심어서 깔끔하고 생기가 넘쳐흘러 보였다.벽 쪽에 있는 몇 그루의 과일나무에는 겨울 대추와 감귤 그리고 감이 가득 달려서 열매들이 나뭇가지를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질 필요가 없는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집안도 다시 페인트를 칠했고 집에 쓸 수 있는 나무 가구도 다시 다듬어서 칠했다. 중고 시장에서 구매해 온 오래된 가구는 지현우가 사포로 갈아서 페인트를 새로 칠했더니 꽤 괜찮아 보였다.당연히 지씨 가문의 환상적인 럭셔리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남매 둘 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다.작은 마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일하러 나갔고 외부인들도 적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택배는 도시와 별 차이가 없어서 남매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지현우는 마을의 중고 시장에서 몇백만 원을 주고 중고 승합차를 샀다. 가끔 지예솔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읍내에 생활용품을 사러 나갔다.천천히 남매는 느린 템포의 마을 생활에 적응했다.지현우는 원래 읍내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장을 아직 받지 못했고 심장병도 있는 데다 봉현수에게 실마리라도 들 키울까 봐 연말까지 집에 머물면서 다시 생각해 보려고 했다.요즘 남매는 온라인 액세서리 가게에서 서서히 주문을 받고 있다. 비록 많이 벌지는 못하고 제일 큰돈도 몇만 원 밖에 안되지만 이는 남매에게 좋은 시그널이었다.지예솔은 오늘 또 다른 주문을 받았는데 재료비를 제외하고도 몇만 원 정도를 더 벌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이른 아침부터 마당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도면을 수정했다.점심쯤 정원의 문이 열리더니 이웃인 장미연이 채소 한
잠시 후 봉현수가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그는 비록 야위어 보였지만 적어도 사람같이 보였다.유강후는 테이블 위에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먼저 밥부터 먹어.”봉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먹고 싶지 않아. 지금 바로 예솔이 엄마의 산소에 가봐야 해.”유강후가 말했다.“내가 이미 사람을 보냈어. 조금 있으면 소식이 올 거야, 먼저 밥 먹고 있어. 네 모습 좀 봐봐. 찾았다고 해도 정연석이 그 자리에 있으면 주먹 하나로 너를 이길 수 있어.”봉현수는 대충 몇 입만 먹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제대로 식사하지 않은 탓에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 체력이 달려서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유강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전면 검사를 받았다.검사를 받고 보니 장기 음주한 탓에 위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몸에 있는 상처들을 제때 치료하지 않아 일부는 염증이 생기고 헐어서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이런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었던 봉현수는 주삿바늘을 뽑자마자 가려고 했다.유강후는 그에게 경고했다.“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솔 씨를 찾는다고 해도 소용없어.”그는 사람을 시켜 거울을 가져오라 하고 봉현수를 거울 앞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지금, 이 거짓꼴을 봐봐, 어딜 봐서 사람 같아 보여?”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본 봉현수는 멍해졌다.거울 속의 남자는 말라서 모양이 빠졌고 이전에 건장했던 몸매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몇 달 전 산 셔츠는 마치 빌려서 입은 옷처럼 헐렁하게 몸에 걸쳐있었다.얼굴은 여전히 그대로였으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눈언저리가 푹푹 꺼져 들어가 있었다.머리는 너무 오래 정리하지 않은 탓에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내가 왜 이렇게 된 거야?”봉현수의 비서인 안시현이 말했다.“대표님, 최소 30근은 빠지셨어요. 사람이 달라 보여요.”“제가 지금 바로 가서 몸에 꼭 맞는 옷을 사 올게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다가 한참 후에야
봉현수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그 당시 나는 솔이를 다치지 않았지만, 온몸이 항상 상처투성이였어. 그 사람들이 한 짓인가? 그러나 솔이는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을까?’“하지만 나와 헤어졌다고 하여도 바로 정연석이랑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거야.”유강후는 실망스러운 듯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아직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니, 넌 정말 구제 불능이야. 예솔 씨는 너에게 괴롭힘을 당해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또 아픈 동생까지 데리고 있었어. 오직 정연석만이 그녀에게 잘해줬고 도움을 줄 수 있었어. 예솔 씨가 정연석의 호감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아니면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해?”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그해는 너의 생일이었어. 우리가 호텔에서 너의 생일을 축하해줬는데 중간에 주연아가 왔어. 넌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예솔 씨를 난처하게 하면서 화나게 하려고 했어. 너는 그때 예솔 씨에게 기어 와서 술을 마시라면서 너무 지나치게 괴롭혔었지, 누가 너처럼 그렇게 사람을 괴롭혀?”봉현수는 중얼중얼 말했다.“솔이는 돈을 위해서 그랬어. 나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했어...”유강후가 말했다.“그래서 빌려줬어?”봉현수는 머리를 잡고 고개를 저었다.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이렇게 돼도 싼 거야. 그때 그렇게 싸운 상황에서 예솔 씨가 너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건 너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이 간절히 필요했다는 거야. 네가 예솔 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면 분명 정연석이 돈을 빌려줬을 거야.”“네 손으로 직접 예솔 씨를 밀어낸 거지.”“현수야, 네가 지금 여기서 죽든지 말든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 예솔 씨는 볼 수 없으니까.”“그 정력이면 예솔 씨를 찾으면서 그때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해 봐. 오직 그때 일을 낱낱이 파헤쳐서 밝혀야 모든 오해가 풀릴 수 있고 화해할 기회도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전혀 기회가 없어.”“아니면 찾아서 뭘 할 건데? 계속 죽을 때
봉현수는 무기력해서 말했다.“차라리 거지였으면 좋겠어. 제정신이 아니라면 마음이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을 거니까. 나는 솔이가 지금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끝난 것만 같아.”“함께 지옥에나 가라!”자포자기하는 봉현수의 모습을 본 유강후는 퉁명스럽게 웃으면서 샤워기를 들고 그를 향해 마구 물을 뿌렸다.“얼른 죽어버려. 예솔 씨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곧 돌아올 거야. 네가 남겨준 재산으로 너의 별장에서 기생오라비들과 함께 매일 같이 술을 먹고 애도 낳아서 행복한 삶을 살 거야.”봉현수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중얼중얼 말했다.“네 말이 맞아. 이미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아마 솔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어.”유강후는 투지가 전혀 없는 봉현수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그를 또다시 한번 발로 찼다.“일어나!”“예솔 씨가 진짜 결혼했다면 넌 포기 할 수 있어? 만약 포기할 수 있다면 이 죽을상은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그러는 거야?”“예솔 씨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 너도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서로 각자 자신의 갈 길을 가면서 서로에게 미련 버려.”“안, 안돼!”봉현수는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솔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았다고 하여도, 나는 솔이를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반년도 지났어. 만약 예솔 씨가 결혼했다면 너는 가정 파괴범이라도 될 생각인 거야?”봉현수의 몸은 굳어져 버렸고 눈빛은 마치 넋 나간 듯 어두웠다.“아닐 거야. 솔이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어.”유강후는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너한테 그렇게 학대받았는데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면 애초에 도망을 왜 갔겠어?”유강후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봉현수는 얼굴이 더욱 창백해졌다.“아니야, 솔이는 나를 속이지 않을 거야.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나랑 약속했어.”유강후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현관 앞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유강후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반색하며 달려들었다.“유 대표님, 드디어 오셨네요. 봉 대표님이랑 봉씨 가문이 지금 엉망진창이에요. 대표님은 안에서 안 나오고 우리한텐 들어오지도 말라고 하니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유강후는 굳게 닫힌 대문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문 열어.”그러자 집사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열쇠가 저한테 없어요. 대표님이 직접 챙겨가셨어요. 누구든 들어오려고 하면 때려죽이겠다고 하셨어요.”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이딴 식으로 손 놓고 있다가 진짜로 저 안에서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당장 열쇠 따는 사람 불러와.”“네. 지금 바로 부르겠습니다!”곧이어 자물쇠를 따는 기술자가 도착했고 특수 잠금장치가 되어 있던 그 문을 여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잠금장치가 풀리는 순간 유강후는 힘껏 문을 발로 차서 열어젖혔다.문을 여는 동시에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가 밀려왔다.술 냄새, 곰팡냄새, 그리고 피비린내까지... 도저히 숨쉬기 힘들 지경이었다.유강후는 얼굴이 굳은 채 거실을 훑어보았다.거실 안은 술병과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아수라장이었고 소파 옆 바닥엔 사람이 하나 쓰러져 있었다.죽은 건지 산 건지도 알 수 없었다.유강후는 바닥의 술병을 발로 밀어내며 다가갔다. 그리고 그 사람을 발끝으로 툭 찼다.“죽었어?”바닥에 누운 사람이 조금 움찔하더니 갑작스러운 빛에 눈이 부신 듯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씨X... 누가 들어오래? 다 꺼져!”그가 얼마나 엉망이 되었는지 확인한 유강후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발로 툭 찼다.“죽긴 뭐가 죽어. 안 죽었으면 일어나. 이 자식아.”비로소 얼굴을 들어 유강후를 확인한 봉현수는 욕을 내뱉으며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일어날 기운도 없어요.”유강후는 싸늘하게 받아쳤다.“정말 죽고 싶으면 한강 다리 밑으로 데려다줄까? 여기서 죽으면 집만 더럽혀.”몇 달 만에
유강후는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안타깝게 말했다.“이런 여자랑 그렇게 길게 말할 필요 없어. 온준휘 엄마에 대한 걸 알고 싶으면 그냥 바로 로운한테 넘기면 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솔직히 사람 마음이 이렇게까지 썩을 줄은 몰랐어요. 우리 엄마 돌아가시기 전까진 겉으로는 저한테 잘해주는 척했거든요. 근데... 설마 내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고 내가 온준용이 동남아에서 데려온 아이란 것도 알고 있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떨궜고 유강후에게 안기며 얼굴을 그의 코트에 묻으면서 깊은 한숨이 내쉬었다.유강후는 그녀를 부드럽게 감싸안고 외투를 열어 온다연을 안쪽으로 감쌌다. 그러고는 옆에 서 있던 비서에게 말했다.“다희랑 단오 데리고 들어가서 아버지 뵙게 해.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네, 대표님.”아이들이 병실로 들어간 뒤 유강후는 온다연을 품에 안은 채 차 안으로 데려갔다.온다연이 겪었던 모든 고통은 이제 유강후의 가슴속 깊이 새겨진 상처이자 죄책감이 되었다.그는 수도 없이 바랐다.‘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다면 어린 시절의 다연 곁으로 돌아가 직접 품어주고 상처 입은 다연을 안아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고 그는 앞으로의 시간으로 그녀를 보살펴주고 보상해 줄 수밖에 없었다.병원을 나서자마자 유강후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봉현수의 비서였다. “유 대표님,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 상태가 심각합니다. 저희로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요.”그제야 유강후는 자신이 몇 달째 봉현수를 보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무슨 일인데요?”상대방 목소리는 다급하기 짝이 없었다.“대표님께서 자택에 자신을 가둔 지 벌써 2주째예요. 몸에 상처도 심각한데 치료도 거부하고 약도 안 드세요. 지금은 아예 일주일째 방문도 안 열어줘요. 계속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고요...”“주소 보내.” “그... 영운산에 있는 별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