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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사양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사양하겠습니다
作者: 안나 스미스

제1화

作者: 안나 스미스
“좋아요. 휴가는 쓰지 않고, 그냥 사직하겠습니다.”

순간 사무실은 공기의 흐름이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

박성준은 서류에 사인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펜을 내려놓고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마치 오래전부터 품고 있던 의심을 이제야 확신하게 된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다.

“진심이야?”

박성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을 돌아 내 앞에 섰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나를 위로하려는 기색이 담겨 있었지만, 그보다는 은근히 생색내면서도 답답해했다.

“영미야,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한 한 거야? 지영이가 예매한 비행기표는 몇 주 전부터 예약해 둔 거라 환불도 안 되고. 게다가 나도 거래처 미팅 때문에 어차피 서연시에 가야 하잖아.”

“그냥 같이 한 비행기 타고 가는 것뿐이라고. 고작 며칠인데, 왜 그걸 내가 너보다 강지영을 더 위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박성준은 화를 내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그저 상대에게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설명할 뿐이었다.

오히려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예전의 넌 늘 ‘다녀와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했었잖아. 그런데 왜 지금은 이해해주지 않는 거야?”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성준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넌 내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회사가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부터 내 곁을 지켜준 것도 너였고, 지금의 회사를 함께 일궈온 사람도 너야.”

박성준이 말을 멈췄다. 내가 예전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말을 순순히 의심 없이 받아들이길, 늘 그랬던 예전의 안영미로 돌아오길 기다리는 듯했다.

“한 번만 더 날 믿어줄 수 없어?”

나는 말없이 박성준을 바라봤다. 그 순간, 내 마음 속에 무언가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나는 안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내가 살아온 세상의 모든 관계는 이해관계와 거래 위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나는 평생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정략결혼도, 가문의 이름도 없이 오롯이 내 이름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처음 박성준을 만났을 때, 박성준은 내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내 성이 가진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알지 못했다.

야근하던 내게 한밤중 커피를 사다 주던 사람도 박성준이었고, 내가 아플 때 병실에서 밤새워 내 곁을 지켜준 사람도 그였다.

그리고 어느 날 새벽, 박성준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 출신이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제 우리 둘만의 삶을 함께 만들어가면 돼.”

나는 그의 말을 8년 동안 믿고 살아왔다. 박성준은 내 이름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고 믿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서명까지 마친 사직서를 박성준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밀어 보냈다.

“협상하려는 게 아니에요. 정말 끝내려는 겁니다.”

박성준은 잠시, 딱 2초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내가 사흘 밤을 꼬박 새워 완성한 프로젝트 기획서를 집어 들어 강지영에게 건넸다.

“그럼 이 프로젝트는 강지영이 맡아.”

강지영은 박성준을 한 번, 나를 한 번 번갈아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영미 씨가 이 프로젝트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받아.”

박성준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이 업계 일도 이제 충분히 익혔잖아. 난 널 믿어.”

박성준은 그렇게 말한 뒤 차분한 표정으로 마치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박성준에게 따져 묻지 않았다.

말없이 내 자리로 돌아가 짐을 챙기자, 강지영이 머뭇거리며 내 뒤로 다가와 말했다.

“영미 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괜찮아요.”

나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짧게 대답했다. 그때 김유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왔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고 말도 안 되잖아. 어떻게 너한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공평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냥... 더는 여기 있고 싶지 않아.”

상자 뚜껑을 닫은 나는 그것을 들고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등 뒤에서 박성준이 나를 불렀다.

“영미야.”

나는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지금은 감정이 상해 있으니까 그래. 일주일만 쉬어.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돌아오면, 네 자리는 그대로 있을 거야. 프로젝트도 너에게 돌려줄게. 그리고 네 마음이 정리되면... 그때 우리 결혼식 올리자.”

나는 복도 끝 창문을 가만히 바라본 채 잠시 침묵했다. 몇 초가 흐른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당신은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할 자격이 없어요.”

8년, 나는 박성준을 믿으며 8년을 살아왔다. 그 8년 동안 나는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애썼다.

가문의 이름 없이도, 그 이름에 기대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박성준이 나를 숨막히는 세상에서 꺼내 줄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국 내가 도착한 곳은 또 다른 막다른 길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한 번은 잘못된 길을 선택했지만,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으니까...

이번만큼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내 두 발로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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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는 사양하겠습니다   제10화

    그로부터 4개월이 흘렀다. 나는 저택 테라스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하준수가 아몬드 쿠키가 담긴 접시와 아침 신문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아가씨, 오늘 신문은 보셨습니까?”나는 신문을 집어 들어1면을 확인했다.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박성준에 관한 기사였다.‘기업가 박성준 파산... 대규모 투자 사기 정황 드러나.’회사가 무너진 뒤 수사 과정에서 박성준이 회사를 연명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투자 사기를 벌여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박성준은 존재하지도 않는 프로젝트를 내세워 소액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모았고, 새로 들어온 투자금으로 기존 손실을 메우는 방식으로 회사를 유지해 왔다.피해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컸다. 기사에 실린 사진 속 박성준은 검은 정장을 입은 수사관 두 명에게 이끌려 가고 있었다.얼굴에는 생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회사의 파산이 사기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그저 오랫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을 뿐이었다.사람들은 말했다.“자업자득이네.”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저 지경까지 가진 않았을 텐데.”할아버지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다 읽었느냐? 기분이 어떠냐? 후련하냐? 아니면 아직도 안쓰럽냐?”나는 잠시 생각한 뒤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무렇지도 않아요.”4개월 전이었다면 여러 복잡한 감정에 마음이 심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신문 속 박성준은 두꺼운 유리 벽 너머에 있는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분명 박성준이 눈에 보였지만, 내 마음은 더 이상 아무런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하준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한 가지 더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강지영 씨가 도시를 떠났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어느 곳에서도 채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서부행 편도 항공권을 구입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랬군요.”하준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그리고 오늘 아침 박성준 씨 측

  • 두 번째는 사양하겠습니다   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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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는 사양하겠습니다   제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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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는 사양하겠습니다   제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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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는 사양하겠습니다   제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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