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북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네 말이 맞아. 난 확실히 충동적이었고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어.”말을 마치고 난 오수북은 한성연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격동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그는 아예 앞으로 두 걸음 걸어가 한성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성연아, 그런데 넌 내가 너를 위해서 한 행동이라는 걸 알잖아. 난 널 사랑하니까, 사랑해서 그 녀석한테 그런 말을 한 거야.”한성연이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오수북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갑자기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할 줄은 몰랐다. 한성연은 오수북을 연인 상대로 생각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줄곧 오수북을 오빠로 여기고 대했고, 오수북에게 잘해준 것도 모두 둘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한성연은 황급히 손을 빼내고 오수북을 향해 말했다. “수북 오빠, 무슨 헛소리야. 난 줄곧 오빠를 오빠 이상으로 생각한 적 없어.”오수북이 한성연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말했다. “성연아, 난 처음엔 네가 그저 성격이 좋은 동생이라고 생각했어. 동생이 파벌의 당주 자리를 혼자 지켜내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그저 도와주고 싶었어. 그저 너의 부담감을 덜어내고 싶었고 오빠로서 보호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오수북이 잠시 생각하는 듯 말을 멈추었다가, 감격하며 또 이어 말했다. “그런데 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난 널 사랑한다는 걸 발견했어. 그리고 난 느꼈어, 너도 날 사랑한다는 걸. 우린 꼭 함께해야만 해.”말을 마치고 오수북이 또 한 걸음 다가와 한성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성연아, 우리 사귀자. 나 잘해줄 자신 있어. 우리 함께 우의당을 더 크고 강대한 파벌로 만들자.”한성연이 벙찐 채로 두 걸음 물러서고는 손을 다시 빼냈다. “오빠, 감정을 좀 가라앉혀 봐. 난 오빠한테 남녀 사이의 감정을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어. 조금 전의 말은 못 들은 거로 할 테니 앞으로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되면 우린 다시 전처럼 좋은 파트너가 될
한성연은 오수북이 이렇게 징그럽고 역겨운 사람일 줄은 몰랐다. 그녀를 속으로 이렇게 폄하하면서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니.오수북이 또 달려들어 안으려고 하자 한성연은 화가 나서 바로 오소북의 뺨을 한 대 때렸다.“오수북, 난 네가 이렇게 파렴치하고 부끄러움을 모를 줄은 몰랐어. 이미 말했잖아. 난 널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난 임정군과 그런 사이도 아니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빠가 날 몰라? 난 그저 파벌을 위해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대접할 뿐이야. 난 절대 돈을 위해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니라고!”한성연이 실망 가득한 얼굴로 오수북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오수북이 뜻밖에도 핍박하려 들 줄은 몰랐다.오수북이 뺨을 맞은 후 더욱 발광하며 말했다. “한성연. 시치미 떼지 마.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왜 몰라? 보아하니 난 내공만 있지 돈은 없으니, 침대에 오를 자격도 없다는 거지? 됐고, 난 상관 안 해. 네가 동의하든 말든 난 오늘 반드시 너랑 잘 거야.”말을 마치고 오수북이 주먹을 쥐었다. 주먹 주위에 영기가 감돌며 솟구치기 시작했다.“오수북, 난 여태 널 좋은 오빠로 생각하고 의남매도 맺은 건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한성연이 실망한 표정으로 오수북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오수북이 이런 생각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이건 내 탓이 아냐. 네가 거절한 탓이야.”오수북은 한성연을 반항할 수 없을 정도로 폭행한 후 정복하고 나서 다시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어쩌면 이 여자가 지금 승낙하지 않는 것은 일부러 도도한 태도로 교만한 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말을 마친 후 그는 주먹을 쥐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주먹이 빛을 내며 한성연의 얼굴로 돌진해 퍽 내리쳤다.“파렴치한 새끼.”한성연은 순간 뜻밖에도 이전에 이태호가 한 오수북을 조심하라던 말이 생각났다. 필경 오수북은 같은 파벌의 사람도 아니었고, 심지어 내공이 낮지도 않다.“쾅!”두 사람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러나 주먹의 충격에 저만치 날아간 것은 한성연이었다.“너
“오수북, 이 파렴치한 같으니.”한성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오수북이 강간을 위해 이렇게까지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는 심지어 한성연의 대답에 대한 대처까지 생각해 왔다. 순순히 굴면 부드럽게, 거절하면 폭력을 써서 굴복시킬 생각.“하하. 그래! 나 파렴치한이다!”오수북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한성연. 내 말 순순히 듣는 게 좋을 거야. 그럼, 앞으로 좋은 친구로라도 남게 해줄게. 사실 승낙하든 거절하든 상관없어. 난 오늘 너와 꼭 밤을 보내고 말 거니까. 그러나 거절하고 내 화를 더 돋운다면 너도, 저 장로들도 다 죽여버릴 거야. 그럼, 이후에 우의당은 내가 차지하게 되겠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너...”한성연은 기가 막혀 말까지 더듬었다. 우의당까지 이용하여 위협하려 들다니.그녀의 주먹 쥔 손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줄곧 자신의 부하를 가족처럼 끔찍이 생각해 오던 그녀였다. 지금 이 순간 오수북의 위협 앞에서 한성연은 만감이 교차했다.만일 승낙하지 않고 반항한다면 한성연은 결국에는 겁탈당하게 될 것이고, 또 장로들마저 죽는다면 우의당은 정말 끝장이다.조금 전의 대결을 미루어 보았을 때 오수북은 조금만 지나면 오품무왕까지 돌파할 만한 실력이었다. 한성연은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싸움 소리가 들리면 이태호도 올 수 있어. 이태호 이 별장 바로 옆에 살아.”한성연이 한참을, 머리를 굴려 생각해 낸 말이었다.오수북이 여전히 박장대소하며 비웃었다. “하하. 그런 재벌 2세는 하루 종일 여자를 끼고 다녀서 너 같은 것엔 관심도 없어. 그리고 이태호가 온다고 해도 널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사람들은 내공이 있다고 해도 높지도 않고, 심지어 문 어구에는 내 형제들이 지키고 서 있어. 이태호가 그들을 뚫고 들어온다 해도 난 단번에 그를 죽여버릴 거야. 전부터 벼르고 있으니까.”한성연이 오수북의 말을 듣고 침묵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입술을 더욱 꽉 깨물며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지 생각했다.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오수북은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오자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기며 당황했다.한성연은 오수북이 넋을 놓고 있는 틈을 타 오수북의 품에서 벗어났다.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어떻게 들어왔냐고요? 문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을 쓰러뜨려서 들어온 거겠죠?”“그래요, 잘됐네요. 여기까지 왔으니 오늘이 당신의 기일이 될 거예요.”오수북은 이태호를 차갑게 바라보며 악랄하게 말했다.“당신처럼 나쁜 속셈을 품은 사람은 내가 저승으로 보내줄게요.”한성연은 곧바로 달려와서 두 사람 앞을 막아서고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 씨, 오수북 이 사람은 대장로에게 몰래 수면제를 먹였어요. 그들은 지금 전부 잠이 든 상태예요. 얼른 이곳을 떠나요. 이건 우리 우의당의 일이니까 이태호 씨가 연루될 필요는 없어요.”오수북은 웃으며 말했다.“하, 한성연. 남에게 신경을 많이 쓰네. 저 사람은 겨우 네게 400억을 줬을 뿐이잖아? 그런데 저 사람의 목숨을 구하겠다고 나랑 싸우려는 거야?”말을 마친 뒤 그는 웃으며 말했다.“얌전히 나랑 한 번 자준다면, 나중에 나도 400억을 줄게. 일단 내가 빚진 걸로 하고. 어때? 넌 돈이라면 환장하는 여자잖아.”“제기랄, 오수북, 죽어!”한성연은 더는 참지 못했다. 그녀는 오수북이 이렇게 그녀의 자존심을 뭉개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지금껏 오수북이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한성연이 주먹을 쥐자 그 위에서 영기가 솟아올랐다. 그녀가 빠르게 움직여 그에게 달려들면서 분노에 가득 차서 고함을 질렀다.“개산권!”곧이어 그녀는 주먹을 내뻗었고 그녀의 앞에 영기로 만들어진 작은 산의 허영이 나타났다.그 허영은 아주 단단하고 진짜같아 보였고 곧바로 앞을 향해 달려들었다.“흥, 내가 널 두려워할 것 같아?”한성연의 공격 앞에서 오수북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 그는 주먹을 꽉 쥔 뒤 그 주먹을 내뻗었다.“진산권!”그 순간, 그의 앞에 거대한 주먹의 환영이 나타났다. 그
이태호 역시 한성연이 이렇게 의리 넘치는 사람일 줄은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그들이 안전히 떠날 수 있게 하려고 그녀는 자신이 남아 시간을 끌겠다고 한다.하지만 조금 전 상황을 보면 한성연은 절대 오수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아주 컸다.“성연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가 가장 강하거든요. 오빠가 여기에 있으면 오수북인지 뭔지는 언니를 절대 괴롭히지 못해요!”백지연은 덤덤히 웃으며 한성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백지연의 말을 들은 한성연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녀는 백지연이 허풍을 떠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면 눈에 콩깍지가 씌는 법이라고, 백지연과 이태호는 누가 봐도 연인이었고 백지연의 눈에는 당연히 이태호가 가장 강할 것이다.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두 걸음 나섰다.“한 당주, 걱정하지 마. 오늘 일은 내가 나설 거니까. 그러고 보면 난 외부인도 아니야. 우의당의 일이라면 반드시 내가 나서야지!”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반지를 꺼내 손에 낀 뒤 한성연을 향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 반지 알아보지?”한성연은 반지를 보고 저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몇 해 동안 기다리던 반지의 주인을 지금 이 순간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여태 반지의 주인이 노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젊은이일 줄이야.“당, 당신은 드래곤 신전의 주인님이시군요! 주인님을 뵙습니다!”한성연은 당황하며 이내 무릎을 꿇었다.“한 당주, 얼른 일어나도록 해. 우리 사이에 이럴 필요 없어. 같은 편이니까 말이야.”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한성연에게 일어나라고 했다.“맞아요, 성연 언니. 이럴 필요 없어요. 같은 편이잖아요.”백지연도 앞으로 나서며 한성연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드래곤 신전 주인이라고?”상대방이 드래곤 신전 주인이라는 말에 오수북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는 드래곤 신전에 관한 일을 한성연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한성연은 주인님이 자신을
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더는 그와 쓸데없는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면서 강대한 기세를 내뿜었다. 그의 몸 주위로 순식간에 거대한 영기 보호막이 응집되었다.“뭐야? 당신 9급 무왕이었어?”그 영기 보호막을 본 순간 오수북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다행이다!”한편, 한성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번엔 살았다고 생각했다.조금 전 드래곤 링을 보았을 때 그녀는 이태호의 내공이 범상치 않으리라고 짐작했다. 적어도 그녀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생각됐는데 그녀보다도 훨씬 더 높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어이, 내, 내가 잘못했어. 그, 난 먼저 가볼게!”오수북은 이러한 상황에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다. 그는 황급히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참, 난 오늘 술을 많이 마셔서 이렇게 선 넘는 짓을 많이 한 거야. 그런 걸 신경 쓰지는 않겠지?”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당신 같은 짐승만도 못한 새끼를 봐줄 것 같아? 내가 왜 우의당에 왔는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준 건지 이제야 알겠지? 그건 우의당이 원래 내 파벌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400억은 물론이고 4조원도 내게는 큰 액수가 아니야.”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나서 그의 목을 졸랐다.“내, 내가 잘못했다니까. 제발 살려줘!”오수북은 발버둥 칠 생각이었으나 이태호에게 목이 졸린 순간, 몸이 결박당한 것처럼 체내의 영기를 쓸 수 없었다.“팍!”이태호가 살짝 힘을 주자 그의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어짐과 동시에 숨이 끊겼다.“너무 강하네요!”한성연은 놀란 듯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입을 틀어막았다.그녀에게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적이었는데 이태호는 손쉽게 그를 죽였다. 게다가 오수북은 반항 한 번 하지 못했다.이태호는 그의 시체를 아무 데나 던져 놓고는 한성연에게 말했다.“내가 이 자를 죽였다고 날 원망하지는 않겠지? 그래도 당신과 의남매를 맺은 사람니까 말이야!”한성연은 쓴웃음을 지었다.“이 사람은 허위적이고 사람의
“네, 당주님!”두 남자는 곧바로 나갔다.그들이 떠난 뒤 이태호는 그제야 한성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신분을 얘기하지 않은 건 우의당이 대체 어떤지 알 수 없어서, 현재 우의당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였어.”한성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신분을 노출하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으면 전 평생 오수북이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을 거예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난 그가 한 당주보다 내공이 높고 또 우의당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고 좀 걱정이 됐어. 그런데 내가 걱정한 일이 정말 벌어질 줄은 몰랐네.”한성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신전 주인님, 주인님도 보셨다시피 우리 우의당은 강하지 않아요. 비록 수천 명이 있지만 제 내공이 강한 편이 아니라서 천해시에서 살아남기도 쉽지 않고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도 어려워요. 게다가 우리는 많은 빚을 졌어요.”그 말에 이태호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알게 되었으니 말이야. 소요당에 많은 빚을 졌다면서? 내일 날 데리고 그곳으로 한 번 가줘. 내가 일단 그 돈을 갚을게. 빚을 졌으면 그 빚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야.”“감사합니다, 주인님!”한성연은 내심 기뻤다. 빚이 사라진다면 그녀도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그런데 이태호가 갑자기 손바닥을 뒤집어 2품 중급 단약을 한성연에게 건넸다.“지금 내공으로 이걸 사용한다면 효과가 아주 뚜렷할 거야. 특히 한 당주는 3급 무왕에 꽤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서 경지가 안정된 사람이니까 말이야.”“이, 이건 2품 중급 단약이네요!”한성연은 이태호가 들고 있는 단약을 보자 놀란 듯이 입을 떡 벌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신전 주인님, 이 , 이 단약을 제게 주시는 겁니까?”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이 단약뿐만 아니라 한 당주의 장로들을 위한 단약도 준비할 생각이야. 내겐 이제 9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어. 한 당주는 9개월 사이에 적어도 9급 무왕이 되어야 해.”한성연
“하하, 태호 오빠는 3품 저급 연단사예요. 어쩌면 9달 뒤 여러분들은 무왕이 아니라 무황이 돼 있을지도 몰라요.”백지연이 웃으면서 한성연에게 말했다.“맙소사, 무황이요? 그건 제가 감히 상상도 못 할 내공인걸요. 무황이라니, 그 정도면 통령 수준인 거 아니에요?”한성연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다시 한번 백지연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흥분한 얼굴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주인님, 정말 3품 저급 연단사세요? 이 천해시에서 전 2품 연단사밖에 들어본 적이 없어요. 2품 연단사도 정말 보기 드물어요. 다들 우러러보고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존재죠. 그런데 이렇게 젊은 나이에 3품 연단사가 되셨다니, 정말 전도가 유망하네요.”이태호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앞으로 이태호 씨 또는 주인님이라고 부르면 돼. 이태호 오빠라고 부를 필요는 없어. 내가 한 당주보다 2, 3달은 어릴 테니 말이야.”한성연은 멋쩍은 듯 입을 가리며 웃었다.“제가 오빠라고 부르는 이유는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저보다 내공이 높아서, 제 우상이라서 그러는 거예요. 그래도 안 되나요?”한성연은 살면서 이렇게 홀가분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의 미소는 아주 달콤했다.게다가 이태호는 아주 젊고 잘생겼으며 그녀에게 단약까지 줬다. 조금 전에 그녀를 구할 때는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싸기까지 했으니 한성연이 조금 설레는 것도 당연했다.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한 당주는 말을 잘하네. 우의당에 세력이 이렇게 많고, 얼기설기 얽힌 복잡한 관계 속에서 우의당이 지금처럼 발전한 건 대단한 거야.”한성연이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그러고 보면 제가 앞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주인님의 말에 따르면 되니까요.”“당연하지!”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다른 파벌들은 이미 본부를 남운시로 옮겼어. 우의당도 옮기는 게 어때? 그러면 서로 돌봐줄 수 있으니 말이야. 가장 중요한 점은 우의당이 단약을 필요로 할 때 날 찾아오면 된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