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 주인님, 정말 저희에게 너무 잘해주시네요. 이렇게 꼼꼼히 챙겨주시다니.”연희는 무척 감격해서 말했다.만약 이태호가 각 파벌의 장로들 모두 9급 무왕이 될 수 있게 돕는 이유가 단순히 기연을 얻기 위해, 사숙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면 그가 이렇게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 다른 이들의 단약까지 준비하지는 않을 것이었다.이태호가 이렇게 세심히 챙겨주자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당주들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 온 장로들과 호법들 또한 자신의 파벌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으니 아주 큰 공로가 있었다.이태호는 또 단약들을 꺼내 8개 파벌에 나눠줬다. 파벌마다 30알씩 나눠줬는데 그것은 이태호가 최근 만들어낸 것들이었다.단약을 다 나눠준 뒤 이태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휴, 드디어 단약을 다 나눠주었네. 이제 너희 모두 실력이 많이 늘 거야. 그런데 아쉽게도 이젠 사물 반지 안에 연단에 적합한 재료가 얼마 남지 않았어.”이때 범용 등 사람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결국 류서영이 앞으로 나서며 사물 반지 하나를 이태호에게 건네더니 웃으며 말했다.“신전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제가 제자들을 시켜 최근에 찾아 수집한 것들입니다. 어떤 것들은 경매장에서 사 온 재료들이기도 해요. 안에 영초가 꽤 많아서 당분간은 쓸 수 있을 거예요.”거기까지 말한 뒤 류서영은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안에 들어있는 영초들은 대부분 다 1품이나 2품이에요. 3품은 아주 보기 드문 보물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3품 영초는 20여 뿌리 될 거예요.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3품 저급 영초예요. 3품 중급은 5뿌리 있어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더니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사물 반지 속을 살피더니 눈을 빛냈다. 3품 영초들도 괜찮았고 2품이나 2품 영초가 꽤 많았다.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난 아주 만족스러워. 3품 영초는 원래 찾기가 힘들어. 특히 이런 속세에서는 찾기가 더욱 어렵지. 이렇게 많은 영
류서영은 잠깐 생각한 뒤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침묵에 잠겼다. 그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우리 12개 파벌 중 어떤 파벌은 사람이 많고 어떤 사람은 사람이 적어. 예를 들면 구의당은 사람이 적지. 그러나 많든 적든 12개 파벌의 사람 수를 전부 더하면 아주 무시무시해. 그래서 사람을 많이 가입시킬 필요는 없어.”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물론 사람을 아예 안 받아서도 안 돼. 이렇게 하자. 구의당과 우의당은 사람이 많지 않으니 좀 받아도 돼. 그러나 너무 많이 받아도 안 돼. 내공이 높거나 재능이 있는 사람들로 뽑아. 새로운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안 되니까.”류서영은 그 말을 들은 뒤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태호에게 또 물었다.“그러면 절 찾아온 사람 중에서 괜찮다 싶은 사람들은 구의당과 우의당에게 소개해 줘도 되는 거죠?”이태호는 웃었다.“조건에 부합된다면 당연히 문제없지. 알아서 해.”“네, 종주님 말씀이 맞아요. 우리는 사람들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아요. 내공을 높이는 게 중요하죠.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아예 안 받는 것도 안 되니 엘리트만 조금 받으면 될 것 같아요.”범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이태호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그들은 또 잠깐 얘기를 나누다가 다들 돌아갔다.볼일을 끝내고 이태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그가 준 단약들로 드래곤 신전의 전체 실력이 상승할 테니 말이다. 게다가 8개 파벌의 당주들은 그들이 9급 무왕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단약을 챙겼다.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이제 8달 정도 남았는데 8개 파벌은 문제없어. 이제 3개 파벌만 남았어. 사숙과의 약속을 지키는 건 문제없을 것 같아.”일을 처리한 뒤 이태호는 걱정이 되지 않았다. 오후가 되어 할 일이 없자 그는 3품 중급 연단 재료를 꺼내 연단을 시작했다.이태호는 이미 3품 저급 단약을 꽤 많이 만들었고 질도 좋았다. 그러나 3품 중급 단약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
그렇게 몇 번의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실패했고 이태호는 더욱더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유일하게 기쁜 점이라면 몇 번의 실패 끝에 나아진 점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것이었다.“3품 중급 단약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야. 벌써 몇 번이나 실패했는데 나아진 점은 정말 조금뿐이니 말이야.”이태호는 다시 재료를 꺼냈다. 그는 손에 들린 재료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비록 아주 조금 나아졌지만 그것만으로도 좋은 일이지. 내가 가진 재료가 전부 바닥나기 전에는 한 번 성공했으면 좋겠네.”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쓸데없는 생각은 접고 들고 있던 영초를 연단로 안에 넣고 단약을 만들기 시작했다.매번 단약을 만들 때, 이태호는 모든 절차에서 아주 조심스러웠다.이때는 이미 오후 네 시가 넘는 시간이었다. 온종일 쇼핑한 백지연 등 사람들도 드디어 돌아왔다.신수연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세상에, 온종일 쇼핑하다니 다들 안 힘들어요? 난 발도 아픈데 왜 다들 멀쩡해 보이는 거예요?”백지연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수연 씨, 수연 씨는 수련을 자주하지 않아 아직 1급 종사잖아요. 우리는 모두 기사인데 수연 씨랑 비교할 수는 없죠. 우리처럼 수련하는 사람들이 고작 쇼핑으로 힘들어할 리가 없잖아요.”거기까지 말한 뒤 백지연은 백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정연 씨는 내공이 훨씬 더 높으니까 종일 소핑하는 건 산책하는 거랑 다름없겠죠.”백정연은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그렇지만 지연 씨가 말한 정도는 아니에요.”말을 마친 뒤 백정연은 자세히 냄새를 맡다가 말했다.“향이 아주 좋네요. 어디서 나는 냄새죠?”신수민은 싱긋 웃다가 백정연에게 말했다.“분명 태호 씨가 단약을 만들고 있을 거예요. 태호 씨는 단약을 만드는 것에 미친 사람이거든요. 틈만 나면 단약을 만들어요.”백지연도 말했다.“맞아요. 그런데 단약을 만들 때 정말 멋지더라고요. 남자는 집중해서 일할 때 가장 멋지다잖아요.”백정연은 진땀을
신수민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 연단사는 아주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어요.”백정연은 동의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특히 일부 천재들이거나 등급이 높은 연단사들은 아주 많은 종문이 서로 다투려고 싸우는 존재들이에요. 그들이 만든 단약은 무왕, 심지어 무황의 사람에게도 효과가 아주 좋거든요. 다만 연단사가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연단사가 실력을 쌓는 건 더 어려운 일이죠.”백정연은 잠깐 뜸을 들였다가 감개하며 계속해 말했다.“정말 많은 사람이 연단사가 되어도 평생 2품 저급이나 2품 고급에 머물러요.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예요.”백지연은 그 얘기를 듣다가 코를 만지작거리면서 속으로 이태호가 이렇게 빨리 3품 저급 연단사가 된 걸 다른 연단사들이 알게 된다면 다들 이태호 때문에 화가 나서 피를 토할 거라고 생각했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이태호는 두 번 더 시도했다. 그리고 그는 그제야 연단로를 거두어들였다.“휴, 10묶음이나 썼는데 다 낭비했네. 실패했어. 그래도 조금 나아졌으니까 내일 계속해야겠어.”말을 마친 뒤 그는 그제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미 밥을 먹을 시간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내려가지 않으면 손님인 백정연이 불쾌해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이제야 내려왔어? 손님이 여기 있는데 방 안에서 단약이나 만들고 말이야. 백정연 씨가 기분 나빠하면 어쩌려고?”이태호가 내려오자 신수민은 이태호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러나 그런 모습마저도 아주 예뻤다.이태호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난 연단 실력을 계속 쌓아야 하니까 말이야.”이태호는 백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정연아, 정말 미안해. 내가 평소에 꽤 바빠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소홀했다고 해도 이해해 주길 바라.”백정연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수연 씨랑 지연 씨가 함께 있어서 오늘 즐겁게 쇼핑할 수 있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쇼핑해 봐요. 물건도 꽤 많이 샀
남시후는 이태호의 가르침을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아주 빠른 속도로 1품 고급 연단사가 되었고 심지어 2품 저급 단약을 만드는 걸 시도하고 있었다. 이 정도 속도는 이태호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그들은 곧 야시장 쪽의 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때 남시후는 이미 레스토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태호 일행이 다가오자 남시후는 곧바로 인사를 건넸다.신수연은 남시후를 향해 소개했다.“시후 씨, 이분은 내가 얘기했던 풍월종의 제자 백정연 씨예요.”남시후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백정연 씨, 안녕하세요. 어제 수연 씨가 제게 정연 씨가 아주 아름다우시고 내공도 아주 높다고 얘기해줬습니다. 오늘 저녁 다 같이 식사할 수 있다니, 제 영관이에요!”백정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수연 씨 남자 친구라고 들었는데 다 같은 편이니 그렇게 예의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신수연은 웃으며 말했다.“가요. 우리는 일단 들어가서 앉죠.”말을 마친 뒤 신수연은 앞에서 걸으며 일행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안녕하세요, 사장님!”문가에 서 있던 두 미녀가 그들을 환영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신수연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이태호는 당황하며 말했다.“수연 씨, 직원들이 왜 수연 씨를 사장님이라고 부르죠?”신수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왜요? 전 사장님 하면 안 돼요?”옆에 있던 신수민은 그제야 웃으며 이태호에게 설명했다.“지금 이 레스토랑은 우리 신씨 가문의 산업이고, 수연이는 딱히 할 일도 없잖아. 우리는 산업도 많고 해서 이 레스토랑은 수연이에게 맡겼어.”신수연은 웃으며 말했다.“여기 인테리어 괜찮죠? 헤헤, 위치도 꽤 좋아요. 음식값도 너무 비싸지 않고요. 그래서 장사가 꽤 잘돼요.”신수연은 말하면서 이태호 등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수연 씨 레스토랑이면 오늘 저녁은 수연 씨가 사는 거겠죠?”신수연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그리고 이건 법인카드를 쓰면 돼요.”
다들 즐겁게 식사를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술을 마시고 있는데 레스토랑 매니저가 갑자기 부랴부랴 달려왔다.“사장님, 큰, 큰일 났어요.”그 사람은 30대의 여성이었는데 아주 초조한 표정이었다.신수연은 곧바로 미간을 구기며 그녀에게 물었다.“김 매니저님, 어떻게 된 일이죠?”김 매니저라고 불린 그녀가 대답했다.“저희 직원 중 한 명이 한 남자가 자기 엉덩이를 만졌다면서 그에게 사과하라고 했는데 상대방은 사과하지도 않고 오히려 건방을 떨면서도 저희 직원의 뺨을 때렸어요.”그 말을 들은 신수연은 무척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저희 쪽에 경비원들 몇 명 있잖아요? 실력이 나쁘지 않을 텐데 말리지 않던가요? 설마 상대에게 우리가 군주부 산하의 기업이라는 걸 얘기하지 않은 건가요?”김 매니저는 그제야 말했다.“그 사람 곁에 남자 여럿이 있었는데 다들 실력이 비범했어요. 그 사람들이 저희 경비원들을 전부 때렸어요. 그에게 우리가 군주님 산하의 기업이라고 제가 얘기를 했는데도 아주 막무가내더라고요. 우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았어요. 심지어 그들은 우리 직원을 데리러 가려고 했어요. 우리 직원이 자기를 욕해서 기분이 나빠졌다는 이유로 말이에요.”신수연은 그 말을 듣고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빌어먹을, 정말 괘씸한 놈이네요.”이태호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군주부 산하의 레스토랑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건방을 떨다니, 신분이 범상치 않은 모양이네요. 그리고 아마 우리 남운시 사람은 아니죠?”김 매니저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그러면 조사해 봐야겠네요.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건방진지 말이에요. 감히 내 구역에서 건방을 떨다니!”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눈동자에 분노가 언뜻 스쳐 지나갔다.“우리도 따라가 봐요!”백정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 감히 이곳에서 이런 소동을 벌이는 건지 궁금했다.이태호 일행은 이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하하, 그 매니저 지배인에게
신수연은 상대방이 두려워하리라 생각했다.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그는 무덤덤한 표정을 짓더니 시큰둥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군주부 산하에 있는 산업이면 뭐? 너희들 군주 어른이 온대도 나에게 굽실거리라 할 거야. 내 비위를 맞추지 못하면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그 군주댁까지 전부 없앨 수 있어.”그러자 상대방은 씩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군주부가 없어지더라도 새로운 군주부를 뽑으면 돼.”“너... 도대체 넌 누구야?”신수연은 입술을 깨문 채 군주부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자식이 혹시 어느 주주 어르신의 아들이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아니면, 어느 주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뚱뚱한 그 남자는 여기에 최고급 미녀가 네 명이나 있는 것을 보고 아예 그 직원을 놓아주고 손뼉을 치며 신수연에게 물었다.“너는 또 누구냐? 설마, 당신이 이곳 사장이야?”“그래, 바로 나야, 신수연 사장!”신수연은 팔짱을 낀 채 코웃음 치며 말했다.“군주님은 내 형부야.”“이런, 네가 바로 신 대표님이구나. 하하, 이 레스토랑의 총지배인이 이렇게 예쁘게 생긴 계집애일 줄은 몰랐네. 괜찮아, 몸매가 정말 좋단 말이야.”상대방은 말하면서 두 눈으로 신수연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기 시작하더니 농담하듯 씩 웃으며 말했다.“이 몸매 정말 끝내줘. 그래, 나 갑자기 마음을 바꿨어. 방금 그 직원이 우리 신 대표님에 비하면 재미없을 것 같아. 헤헤, 여기엔 미녀가 네 명이나 있는데 이따가 데려가서 실컷 놀아봐야지. 하하.”“더러운 자식!”주먹을 쥔 신수연은 이렇게 기고만장한 놈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그의 말을 들은 남시후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호통쳤다.“자식, 너 무슨 말을 한 건지 알아? 네가 감히 신수연 씨에게 그따위 말을 지껄여? 살고 싶지 않은 거야?”“너야말로 죽고 싶은가 보네. 동현아, 이놈의 다리를 부러뜨려라.”뚱뚱한 남자가 차갑게 웃더니 그의 뒤에 있던 1m 9cm쯤 되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그러자 동현
겨우 몸을 일으킨 동현이는 목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다가 참지 못하고 피를 왈칵 토해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순간 동현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6급 무왕인 그가 이태호의 상대가 못 된다니, 이태호의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넌 누구냐! 적어도 모두 7급 무왕의 내공인 것 같구나!”동현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표정이 일그러졌고 이태호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공교롭네, 내가 바로 너희 도련님이 ‘와도 두렵지 않다’는 바로 그 사람, 남군 군주 이태호다!”그 뚱뚱한 남자는 입가를 몇 번 실룩거리더니 곧 다시 차갑게 중얼거렸다.“흥, 난 또 누구라고, 네가 바로 남군 군주였구나. 네가 이 군주가 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내가 누군지 알면 아까 한 짓에 대해 후회하게 될 거야.”주위를 둘러본 이태호는 구석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신수연에게 말했다.“수연 씨, 다른 사람들 먼저 나가게 하고 문을 닫아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계산하지 않아도 돼요.”신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사람들을 모두 나가게 한 다음 직원 몇 명을 시켜 문을 닫게 했다.“하하, 내가 고귀한 신분인 걸 알고 나니 이제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며 사과하는 게 창피할까 봐 문을 닫으라는 거야?”상대방은 이 상황을 보고 히죽 웃었다. 그는 이태호가 형세를 간파하고 그를 두려워하는 거로 생각했다.“자식, 너 정말 똑똑하구나. 하지만 우리 도련님을 화나게 하면 네가 감당하지 못할 거야.”뚱뚱한 남자의 뒤에는 노인 두 명과 중년 여자가 서 있었는데 한 노인이 쌀쌀하게 말했다.이태호는 이 세 사람의 내공을 꿰뚫어 보았는데 여자는 7급 무왕이고, 두 노인 중 한 명은 8급, 다른 한 명은 9급 무왕의 내공이었다. 이런 실력은 정말 놀라웠다. 그래서 그들은 이태호가 동현을 날려버린 것 보고 놀라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그들의 내공을 간파한 이태호는 상대방의 신분이 대단하다는 것을 짐작했다. 곁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