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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작가: 불언불어
“설마, 용우진이 너에게 밥을 사준다고?”

장재원과 김지영은 어리둥절해졌다.

“설마, 절대 그럴 리 없어. 그 사람이 그냥 영감탱이인 줄 알아?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장재원이 물었다.

“그 사람은 용씨 집안의 지배인이야. 태성시에 이런 명문가가 세 개 있는데 그 사람들이 발 한번 굴러도 태성시가 흔들릴 정도고, 아무렇게나 내린 결정 하나에 태성시의 미래가 바뀐다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너한테 밥을 사준다고?”

이태호는 생각에 잠기다가 장재원에게 말했다.

“그럼 하씨 가문은 어때? 용씨 가문과 비교할 수 있는 가문이야?”

장재원이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농담해? 하씨 가문은 3대 명문가에 속하지도 못해. 기껏해야 부자 정도나 되겠지. 하지만 요 몇 년간 사업이 잘돼 3대 명문가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하씨 가문의 자산은 200억이 넘어. 하지만 명문가에 비할 정도는 아니야, 명문가라고 하면 적어도 2000억은 있어야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문도 있어.”

“그렇구나.”

이태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용씨 가문이 대단하긴 한가 보구나. 하지만 난 그저 밥 한 끼 먹으러 가는 것이지 그들에게 아부할 생각은 없어.”

“풉!”

장재원이 저도 몰래 웃어버렸다.

“너 이 자식, 쿨한 척하기는. 그 사람이 누구야? 네가 그런 사람이랑 만날 일이나 있겠어? 밥을 사준다고? 헛소리하고 있네. 너 따위는 그 사람의 잔심부름하는 자격조차 안 될걸. 네가 아니라 하현우라 하더라도 그 사람들에게 아부할 기회가 없어.”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는 원주 호텔 앞에 도착했다. 호텔 직원에게 차 키를 건네주고 난 후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의외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이태호는 정희주의 부모님을 만났다.

“2층으로 올라가서 오른편 방이에요.”

정희주의 부모님이 지인 두 명을 2층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말을 마친 정희주의 어머니인 장다은이 이태호를 발견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태호, 네가 여긴 왜 와? 오늘은 정희주의 결혼식이야. 너 같은 사람이 어떻게 호텔까지 찾아올 수 있어? 설마 아직 미련을 못 버린 거야?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 희주가 너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우리 희주는 공주님이고 공주님은 거지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야.”

“이게 누구야? 범죄자 아니야? 어떻게 돌아왔어?”

“세상에, 호텔까지 쫓아 온 거야? 이런 꼴로 이렇게 화려한 호텔에 나타나고 싶을까?”

주위에 있던 지인들이 이태호라는 말에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들의 눈에 비친 이태호는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어머님,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쟤도 희주의 동창인데 작별인사를 하려고 온 것일 수도 있어요. 와서 희주가 부잣집에 시집가는 걸 축복하면서 말이에요. 하씨 가문처럼 배경이 든든한 가문 앞에서 감히 난동부리지는 못할 거예요.”

어쨌거나 동행한 사람이니 김지영은 웃으면서 수습하려 했다. 이태호는 차갑게 웃더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누가 밥 사준다고 해서 왔는데 오늘이 정희주의 결혼식이라고 하더라고요. 3년이나 동창으로 지냈는데 좋게 마무리해야죠. 그러니 난동부릴 생각이 없어요.”

이태호의 눈빛이 갑자기 예리하게 변하더니 화제를 바꾸었다.

“하지만 오늘 당신들을 봐준다고 해서 내일도 봐주는 건 아니에요. 당신들이 우리 집에 빚진 것은 내가 천천히 받아올 생각이거든요.”

“우리가 너한테 뭘 빚졌는데? 받아오겠다고? 그럴 능력은 있어?”

장다은이 뒤질세라 하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걸리적거리지 말고 눈치껏 꺼져. 감옥에 있던 범죄자가 여기에 나타나다니, 재수 없게!”

“이런, 정말 왔어?”

그때 하현우와 정희주가 걸어나왔다. 하현우는 쌀쌀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태호,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봐? 어제 나를 때리고도 감히 오늘 내 결혼식에 참석해?”

“뭐? 저 자식이 어제 자네를 때렸어? 죽고 싶어? 감히 하씨 가문의 도련님을 때려?”

하현우의 말을 들은 장다은이 불같이 화를 내고는 하현우에게 말했다.

“현우야, 사람을 시켜 한바탕 두들겨 패. 이 자식이 매를 벌어.”

옆에 있던 정희주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하현우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은 우리 결혼식이잖아. 이런 날 피 보는 건 아닌 것 같아.”

하현우는 생각에 잠기다가 정희주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넘어가지. 어쨌거나 잘 왔어. 네 두 눈으로 내가 어떻게 희주랑 결혼하는지 잘 봐둬. 좀 있다 무대 위에서 키스도 할 건데 그것도 똑똑히 봐두고, 하하!”

이태호는 정희주와 끝까지 잘 마무리하려 했는데 기고만장한 하현우의 모습을 보니 도무지 참을 수 없어서 하현우를 향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내가 결혼식에 참석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하, 그게 뭐 어때서?”

하현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 결혼식에 와도 된다고 어제 얘기했잖아. 어차피 넌 이렇게 호화로운 곳에 와보지 못했을 거잖아. 부조금도 필요 없이 밥 한 끼 잘 먹고 가면 돼. 하하, 너 좀 있다 배불리 먹어, 다 먹고 나서 결혼식이 끝나면 내가 제대로 손봐줄 테니까. 나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

장다은이 나서서 하현우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현우야, 정말 참석하게 할 거야? 감옥에서 나온 사람이잖아. 재수 없어. 그리고 저 미친놈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까 걱정돼.”

“쟤가 감히 무슨 일을 저질러요?”

하현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곧 그의 뒤에 서 있던 노랑머리가 달려나가더니 사람 10여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 중에는 장준혁을 비롯한, 어젯밤 연초월을 찾아가 빚을 갚으라고 행패를 부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장준혁은 이태호를 보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젯밤의 광경이 떠오른 그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돈을 받았으니 일을 해야 했으므로 겁에 떨 자격이 없었다. 그들은 손에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는데 오늘 누군가 난동부리는 걸 막기 위해서 준비한 것이었다

그는 한 걸음 다가갔다. 손에 쇠파이프를 꽉 잡고 있으니 용기가 조금 생기는 것 같아 하현우를 향해 나지막하게 말했다.

“현우 도련님, 이, 이 자식이 난동 부리려는 거에요?”

하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이태호를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

“하하, 이 자식은 밥 얻어먹으러 왔어, 좀 있다 저 자식 옆에 있다가 난동부리려는 기미가 보이면 그냥 잡아치워.”

“후훗!”

이태호는 시큰둥하게 웃으며 뒷짐을 지더니 온몸으로 강한 아우라를 내뿜으며 2층에 있는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그 시각 그곳엔 사람이 아주 많았다.

“하현우, 나더러 네가 결혼하는 걸 지켜보라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오늘 결혼식은 순조롭게 진행하지 못할 거야!”

태호는 대문 앞에 도착한 뒤 혼자 중얼거렸다. 뒤따르고 있던 장준혁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이태호에게 으름장을 놨다.

“자식,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오늘 우리는 사람이 많고 손에 무기를 들고 있어. 팔다리가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밥만 먹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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