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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불언불어
“이태호,바보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네가 뭘 어떻게 한단 말이야? 죽고 싶어?”

옆에 있던 김지영도 깜짝 놀라며 이태호가 참 사리 분별 못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도 가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어머, 이태호, 너도 왔어? 정말 귀한 손님이네.”

그때 양복을 입은 사람이 히죽거리며 걸어왔다. 이태호는 담담히 그를 힐끗 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연진욱, 너도 있었네?”

“당연하지, 대학 동기인데 당연히 정희주의 결혼식에 참석해야지.”

연진욱은 비아냥거리면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 대학교 다닐 때 너 정희주를 좋아하지 않았어? 정희주가 날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넌 정희주랑 사귄다고 매우 의기양양했었잖아? 하지만 지금은 왜 이 꼴인 거야? 네 꼬락서니를 좀 봐. 구걸하러 왔어?”

이태호가 말이 없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넌 잘 생겼고 성적도 좋았지만 별 쓸모가 없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날 봐, 하현우의 회사에서 이미 부장 자리에 앉았잖아. 집에는 젊고 예쁜 아내까지 있는데 넌 이게 뭐야?”

이태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연진욱,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마. 정희주 같은 여자는 이제 나한테 준다고 해도 나 이태호가 싫어. 정희주가 아니라 군신의 손녀딸이 결혼하자는 것도 내가 거절했어.”

“풉!”

이 말을 들은 연진욱은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 이런 젠장, 너무 웃겨. 5년이나 옥살이를 하더니 배운 게 고작 허풍 치는 거야? 군신의 손녀딸이 결혼하자 했다고? 너 정희주에게 차이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연진욱, 그만해. 다 동창인데 그러지 마. 이태호가 희주와 신혼집까지 봐뒀었다는 걸 너도 알잖아. 오늘이 희주 결혼식인데 이태호 마음이 불편한 건 당연해. 꼭 이럴 때 신경을 긁어야겠어?”

옆에 있던 김지영이 더는 봐줄 수 없어 이태호를 도와 한마디 했다.

“칫, 그게 뭐라고?”

연진욱은 김지영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돌아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아주 궁금할 거예요. 이렇게 이상한 옷을 입은 특별한 사나이는 누구일까요? 쯧쯧, 이 사람은 바로 정희주 양의 전 약혼자랍니다. 지금 감옥에 갔다가 막 나오는 길인데. 여러분 보세요, 이런 사람이 지난날 정희주와 결혼하려 했다니...”

“어쩐지 저 사람 복장이 이상하다 했는데 걔였구나.”

“누가 아니래? 현우 도련님의 술 한 병을 깨고 감옥에 가더니 이젠 나왔나 봐!”

“그런 사람이 여기엔 왜 와? 설마 하씨 가문에 빌붙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그럴 수도 있겠어. 이제야 잘못한 걸 알고 달려와 결혼식에 참석하는 거로 하씨 가문에 잘 보이고 싶은 거겠지.”

사람들이 이태호에게 손가락질하며 의논하기 시작했다. 연진욱은 돌아서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이태호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가 망신당하는 게 좋은가 봐?”

이태호가 어두운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연진욱을 바라봤다.

“물론이지.”

연진욱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왜? 보아하니 화가 아주 많이 난 것 같은데. 아니면 날 때릴래? 하하, 너 간이 10개라도 못 때릴 거야. 그때의 그 앞뒤 안 가르던 모습 다 어디 갔어?”

“퍽!”

눈 깜짝할 새에 연진욱이 이태호의 발길에 차여 날려갔다. 커다란 공처럼 날아간 그는 상 위에 떨어져 상을 박살 냈다.

“저런!”

“저 자식!”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멍해졌다.

“망했어.”

김지영은 불안했다. 이태호와 함께 온 자신과 장재원을 하현우가 나중에 탓할까 걱정됐다.

“악!”

연진욱은 너무 아파 간신히 기어 일어났다.

“너, 네가 감히 나를 때려? 여긴 하현우의 결혼식장이야. 자식, 지금 난동부리는 거야?”

“이런 젠장, 다들 멍하니 서서 뭐해? 이 자식을 두들겨 패라고!”

하현우는 정희주와 함께 하객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보고 너무 화가 나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이태호가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한 건 이태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서인데 이 자식이 정말 난동부릴 줄은 몰랐다.

“너 이 자식, 죽고 싶어?”

십여 명의 양아치들이 손에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들었다. 그들은 평소 하현우가 데리고 다니던 사람들이었다. 현우 도련님의 분부를 들은 그들은 곧 이태호를 에워쌌다.

“칫.”

코웃음 치던 이태호가 잽싸게 발길을 날리자 양아치들의 손에 들렸던 쇠파이프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퍽퍽퍽!”

이태호가 갑자기 발을 구르자 강한 기류가 뿜어나갔고 사람들은 연이어 뒤로 날려가 땅에 떨어졌다.

“뭐야!”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쓰레기 같은 자식들!”

하현우는 자기편 사람들이 아무 쓸모없는 것을 보고 화가 나 이를 갈았다. 구석에 앉아 있던 하창민은 이 광경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도 무인이었기에 이태호의 손놀림으로 이 자식이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예리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이 자식, 내 아들 결혼식에 와서 난동을 부려? 죽고 싶어?”

“이태호,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우리 사위가 선심을 써 이런 고급스러운 호텔 밥을 한 끼 잘 먹고 가라고 했더니 감히 결혼식장에서 난동을 부려? 너 죽고 싶은 게로구나. 그때 내 딸이 너랑 결혼하지 않길 천만다행이야!”

장다은도 한 걸음 다가가 노기등등한 채 이태호에게 삿대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태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내가 여자를 못 때릴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아직 당신들과 계산해야 할 게 남아있다는 걸 잊지 말아요.”

“너...”

장다은은 화가 나 미칠 것 같았지만 이태호가 눈을 부릅뜨자 겁에 질려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태호가 정말 주먹을 날린다면 아마 그녀는 절반 정도 죽은 목숨이 될 것이다. 방금 십여 명에 달하는 양아치도 한방에 날려 보냈으니 이 자식이 싸움을 너무 잘한다고 장다은이 생각했다.

“희주야, 이 자식이 어떤 인간인지 네 눈으로 똑똑히 봐. 그때 너희들이 사귀는 걸 그렇게 반대해도 고집을 부리더니 이젠 알겠지? 그래도 이 자식이랑 결혼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이런 인간은 절대 회개할 줄 몰라!”

정희주의 아버지인 정준호도 씩씩거리며 말했다. 하창민은 황급히 집에 있는 경호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친 그는 차갑게 웃으며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

“자식, 조금만 기다려. 너 오늘 원주 호텔을 나가지 못할 거야!”

“그래? 그럼 기다리지 뭐. 하지만 난 오늘 누군가 밥을 사준다고 해서 이 호텔에 온 거지 정희주 저 여자의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온 거 아니야. 너희들이 한사코 여기서 밥을 먹으라고 하면서 나한테 망신 주려 했잖아. 망신당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너희들도 한번 즐겨봐.”

이태호가 한숨을 내쉬고 의자 하나를 당겨 다리를 꼬고 앉더니 정희주에게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계산 좀 해볼까? 정희주, 너 나랑 결혼하지 않은 건 상관없어. 하지만 내가 준 6천만 원은 나한테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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