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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불언불어
“장재원?”

이태호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기분이 언짢았지만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

“너희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김지영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모르겠어? 우리 두 사람 결혼했어. 졸업한 지 얼마 안 돼 결혼했어. 네가 결혼식에 오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해해줄게. 넌 그때 감옥에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거야.”

이태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말투에서 더 없는 우월감이 드러났다. 학창시절 때 이태호가 너무 훌륭했고 학생회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이태호,어디 가려던 참이야?”

장재원이 또 물었다.

“원주 호텔에 가려고!”

이태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래? 너도 정희주의 결혼식에 가는 거야? 타, 가는 길에 태워줄게.”

장재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 옷이 조금 낡긴 했지만 난 별로 신경 안 써, 너도 아우디를 타는 기분을 좀 느껴봐.”

“아우디를 타는 기분?”

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웃더니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 보니 아우디를 못 타 봤네, 가죽으로 만든 의자 맞아?”

이태호는 말하면서 뒷좌석을 만졌다.

“부드럽긴 하군.”

“후훗, 세상 물정 모르는 자식, 이 차는 최고급 사양이야, 몇천 만 원씩이나 한다고.”

장재원은 운전하며 으쓱해했다.

“너 왜 계속 만져? 그러다가 고장 내면 물어줄 수 있겠어?”

이태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도 난 헬기를 타는 느낌이 더 좋아. 이번에도 헬기를 타고 왔거든.”

“쿨럭!”

앞에 앉은 김지영이 물을 마시다가 이태호의 말에 사레가 걸렸다. 그녀는 병마개를 닫고 고개를 돌렸다.

“농담도 참, 너 따위가 헬기를 타고 다닌다고? 하하, 너 참 유머러스하구나.”

말을 마친 그녀는 또 이태호를 훑어보며 말했다.

“태호야, 너 이 옷과 바지가 대학교 때 입고 다니던 거지? 왜 아직도 입고 다니는 거야? 이젠 안 맞지 않아? 참, 머리는 방금 손질했나 봐?”

장재원이 말했다.

“원주 호텔은 여기에서 유명한 호텔인데 태호도 이미지에 신경 써야잖아. 그런데 옷이나 바지, 구두 같은 건 너무 비싸니 차라리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게 더 낫겠지. 이발하는 데 돈이 별로 들지 않을 테니까, 안 그래?”

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었다.

“옷 갈아입으러 가려 했는데 일이 생겨서 못 갔어. 시간이 긴박하니 그냥 포기했어. 나라는 사람은 말이야, 이런 일에 별 신경 안 써.”

“하하, 가난해서 그랬다고 그냥 인정하면 되는 걸, 허세를 부리면 있어 보일 것 같아?”

장재원이 놀려댔다. 김지영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우리 여자들이 좋아. 별 노력 없이 그냥 예쁘게만 생기면 돈 많은 사람에게 시집갈 수 있으니 말이야.”

이 말을 들은 장재원이 말했다.

“지영아, 이 말은 좀 그렇다? 내가 돈이 없으면 나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당연히 안 하지, 나까지 널 따라 가난한 삶을 살게 할 생각이야?”

장재원을 흘겨보며 당당하게 말을 하던 김지영은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뜻이 너무 분명했다.

“하하, 맞는 말이야.”

장재원이 웃고 나서 말했다.

“태호야, 너 지금 후회되지? 하현우가 부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맞서다니? 자업자득 아니야? 날 봐, 지영이와 정희주가 좋은 친구라는 점을 이용해 현우 도련님에게 조금 잘 보였더니 내가 설립한 조그마한 회사의 작은 프로젝트 몇 개에 아무렇지 않게 투자하잖아. 난 지금 자산이 20억도 넘어.”

말을 하던 그는 득의양양해졌다.

“이 차는 이제 내 신분에 알맞지 않아. 나중에 A8로 바꾸려고. 그런 차야말로 내 신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

이태호는 앞에 있는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을 들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날의 대학 동기들이 겨우 5년 사이에 이렇게 현실적이고 속물적으로 변할 줄은 몰랐다.

“참, 재원아, 이러는 건 어때? 우리 모두 동창이잖아, 태호가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일자리가 없을 거 아니야? 너의 회사에 출근시키는 건 어때? 경비원 자리 정도는 있을 거 아니야?”

김지영이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장재원에게 말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안돼. 쟤는 감옥에 갔다 왔는데 다른 사람이 회사 경비원이 감옥에 갔다 온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면 뭐라고 하겠어? 그리고 저 몸을 봐. 싸울 수나 있겠어? 고용병 정도는 돼야 멋있어 보이고 좋잖아. 체격이 훤칠하고 탄탄하고 건실한 사람이 문 앞을 떡 지키고 있으면 보는 사람마다 두려워할 거 아니야.”

장재원이 말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네.”

김지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호기심에 이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태호, 아니면 너 정희주한테 가서 아부를 떨어봐. 희주가 하현우와 결혼한 건 너무 했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함께한 세월이 3년인데 걔가 하현우에 사정하면 밥벌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어?”

“하하, 웃기는 소리!”

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 이태호는 그 양아치가 던져주는 밥 따위 필요 없어. 하현우는 내 신발을 들 자격조차 없다고!”

“너 화난 거 알아. 하지만 전부 정희주 탓만은 아니야. 너 생각해봐. 하현우는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데 꼭 널 기다려줄 필요는 없지 않아?”

김지영은 친구인 정희주의 편을 들어주자 이태호는 이를 갈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안 기다려준 건 상관없어. 내가 옥살이를 잠깐 한 게 아니니까 말이야. 하지만 왜 하필이면 가해자에게 시집가냐 그 말이야.”

말을 하던 이태호는 또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가장 역겨운 건 내가 결혼 선물로 준 6 천만 원을 돌려주지 않았을뿐더러 신혼집을 2억에 하현우에게 팔아넘겼어. 하현우는 사람을 시켜 우리 부모님을 괴롭히고 우리 부모님더러 천만 원을 더 내놓으라고 했어. 나는 천천히 모든 걸 갚아줄 거야. 나 이태호를 건드리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줄 거야.”

“스읍!”

그의 말을 들은 김지영은 두려움이 밀려와 마른 침을 삼키고 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야, 이태호, 너 설마 난동부리려는 건 아니지?”

난동부리러 간다는 말에 장재원은 깜짝 놀라 황급히 주차하고 몸을 돌려 말했다.

“야, 이태호, 너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게 아니라 난동부리러 가는 거야? 만약 그런 거라면 난 널 태워줄 수 없어. 난 네가 마지막 인사 겸 정희주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줄로만 알았어.”

이태호가 담담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난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게 아니야. 난 그들을 보면 구역질이 나. 그런데 내가 거기에 가서 뭐해? 누군가 밥을 사준다고 해서 가는 거야. 마침 원주 호텔에 있는 룸에서 말이야”

“누군데? 거짓말 아니지? 누가 그렇게 고급스러운 곳에서 너한테 밥을 사준다는 거야?”

장재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니 하씨 가문의 결혼식인데 이태호가 감히 난동을 부린다면 죽는 길밖에 없을 것 같았다. 겨우 풀려났는데 설마 또 감옥에 들어가고 싶을까 생각했다. 하씨 가문은 이태호 같은 일반인이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씨 가문의 세력으로 이태호를 죽인대도 감옥은커녕 아무 일 없을 것이다. 하씨 가문의 미움을 사고 죽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용우진이라고 했던가, 그래 맞아. 용우진이야.”

이태호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용우진!”

장재원과 김지영이 눈빛을 마주치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장난해? 용우진이라니!”

“이런, 영감탱이가 그렇게 놀랄 일이야?”

이태호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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