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예전에 우리가 명문시에서 먹었던 영수 고기보다 열 배는 더 맛있을 거야. 비록 거기 고기도 맛있었지만 내가 만든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백정연은 이태호를 향해 눈을 흘겼다.“오빠도 참, 뻥 치지 마요.”거기까지 말한 뒤 백정연은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어머, 제가 손해네요. 예전에 우리 내기했었잖아요. 오빠가 구운 고기가 거기 것보다 맛있으면 제가 진 거라고. 제가 지면 오빠에게 뽀뽀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오빠가 아까 저한테 뽀뽀했죠. 고기를 먹기도 전에 말이죠.”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백정연에게 이렇게 귀여운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잠시 뒤 백정연의 눈빛에 기대가 가득했다. 고기가 다 익은 것이다“자, 조금 뜨거울 거야. 우선 한 입 먹어 봐!”이태호는 비수 하나를 꺼내더니 살 한 점을 베어 백정연에게 먹였다.백정연은 호호 불고는 입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음, 이, 이거 너무 맛있어요!”백정연은 몇 번 씹더니 눈을 빛냈다.“세상에, 향도 좋고 식감도 좋아요. 겉은 바삭하고 안의 고기는 아주 부드러워서 완벽해요.”말을 마친 뒤 백정연은 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음, 음, 너무 맛있어요.”백정연은 견식이 넓었다. 종문 종주의 딸인 그녀는 맛있는 걸 많이 먹어보았다. 그러나 음식을 먹을 때면 항상 숙녀처럼 천천히 씹어서 먹었었다.그러나 지금 백정연은 숙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음식을 우걱우걱 먹었다. 심지어 입가에 기름이 번지르르한데도 몰랐다.“너무 맛있어요. 정말 너무 맛있어요. 오빠는 왜 안 먹어요?”그렇게 몇 입이나 먹은 백정연은 그제야 이태호가 한 입도 먹지 않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걸 발견했다.자신이 추태를 보인 걸 깨달은 백정연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미안해요. 저, 저 평소에는 안 이래요. 그런데 정말 너무 맛있네요. 참을 수가 없어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난 많이 먹어봤으니까 처음 먹어본 너처럼 흥분하지
“아, 정말 좋아요. 너무 배부르네요. 더는 못 먹겠어요. 더 먹으면 배 터질 것 같아요.”그렇게 한참을 먹다가 백정연은 배를 만져봤다. 그녀는 배가 부른 것 같아 휴지로 입가의 기름을 닦았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또 먹을 기회가 있을 테니까.”이태호는 그녀의 미련 가득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백정연이 곧바로 말했다.“오빠가 말한 거예요. 앞으로 제가 토끼 고기 먹고 싶다고 할 때 구워주지 않으면 안 돼요.”이태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까는 토끼가 너무 귀여워서 죽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지금 먹고 보니 적게 먹은 것도 아닌 것 같네.”백정연은 순간 쑥스러워하면서 입술을 달싹거렸다.“전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말해서 자세히 생각해 보면 영수들은 체형이 다 큰 편이잖아요. 다른 영수들은 다 먹지 못했을 텐데 영수 토끼는 집에서 기른 토끼랑 비슷하게 커서 양이 적당한 것 같아요.”이태호는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정연아, 아직 날이 어둡지 않았으니 혹시...”백정연은 당황하며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이태호가 벌써 그녀와 그런 짓을 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비록 이 동굴은 비교적 은밀한 곳에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는 오늘에야 비로소 이태호에게 고백했고 두 사람은 이제야 반나절 정도 같이 있었는데 이태호는 벌써 그런 걸 할 생각인 듯했다.설마 남자들은 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걸까? 백정연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백정연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섹시한 입술을 깨물며 이태호에게 나직하게 말했다.“오늘 밤 그걸 할 생각이에요?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전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요.”이태호도 직설적으로 말하기는 낯부끄러워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난 오늘 오후에 네 몸을 봤잖아? 사실 네 몸이 어떤지는 나도 다 알고 있어. 너도 천안을 몹시 배우고 싶은 것 같으니까 내가 먼저 천안을 열어줄게.”백정연은 당황했다. 이태호는 천안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번에 또 이태호를 오해
모든 걸 다 한 뒤 백정연은 고개를 돌려 이태호를 몰래 살폈다. 이태호는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고 눈빛에 약간의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그, 그렇게 예뻐요?”백정연은 이태호를 흘겨보면서 애써 침착한 척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 쑥스러워 죽을 지경이었고 볼은 새빨갰다.“헤헤, 당연히 예쁘지, 안 예쁘면 내가 넋을 놓고 보겠어?”이태호는 백정연의 곁으로 다가가서 앉더니 손바닥을 뒤집어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러고는 상자를 열고 안에서 은침을 꺼냈다.“걱정하지 마. 안 아플 거야. 하지만 은침을 뺄 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소리를 내게 될지도 몰라.”이태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 곧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제, 제가 그럴 리가 없어요.”백정연은 아예 고개를 홱 돌리며 눈을 감았다.이태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는 백정연의 부드러운 피부에 천천히 은침을 밀어 넣었다.그는 조금씩 은침을 비틀었다. 아주 집중한 모습이었다.“아!”드디어 이태호가 첫 번째 은침을 빼내자 아주 기분 좋은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전기가 통한 것처럼 백정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백정연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아주 망신스러웠다. 조금 전에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아주 자신 있게 말했는데 이런 기분 좋은 느낌은 그녀가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이태호는 의기양양하게 웃더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백정연에게 말했다.“괜찮아. 소리 내고 싶으면 크게 내도 돼. 이건 창피한 일이 아니니까 참지 않아도 돼. 지연이랑 수민이도 이랬어. 참으면 힘들잖아.”백정연은 진땀을 흘렸다. 이때 이태호가 두 번째 은침을 뺐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드디어 모든 은침을 빼내자 백정연의 얼굴은 부끄러움 때문에 더없이 빨개져 있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더니 치마를 입은 뒤 이태호에게 말했다.“저 아까 정말 긴장했어요. 오빠가 혹시라도 참지 못하고 절 덮칠까 봐서 말이에요.”이태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태호와 백정연은 갑자기 누군가 들어오자 곧바로 경계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상대방은 그곳에 사람이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다.이태호는 그제야 안으로 들어온 것이 젊고 예쁜 여자라는 걸 발견했다. 대략 20세 정도로 보였다.여자의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그녀는 곧바로 이태호와 백정연에게 말했다.“미안해요. 소리 내지 말아주세요. 저 여기 잠깐 숨어있어도 되죠? 지금 사람들이 절 죽이려고 쫓고 있거든요. 저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제발 여기서 잠시만 있게 해주세요. 잠시면 돼요.”백정연은 이태호를 바라보았고 이태호가 거절할 생각이 없어 보이자 그제야 말했다.“좋아요.”여자는 티 나게 안도한 뒤 두려운 얼굴로 동굴 입구 쪽을 바라보다가 손바닥을 뒤집어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을 꺼내 삼켰다.“제기랄, 어디로 도망친 거지? 그년 분명 이 근처에 있을 거야. 샅샅이 뒤져 봐. 우리 조금 전에 저 두 방향으로 포위해서 온 거니까 갑자기 사라졌을 리가 없어.”이때 동굴 밖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를 찾는 게 틀림없었다.“하하, 그 여자 몸매가 아주 좋던데. 그런 수준급의 여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아. 그러니까 절대 놓치면 안 되지. 놓치면 아주 아쉬울 거야.”한 남자가 크게 웃었다.그리고 다른 남자가 헐떡거리면서 말했다.“난 보름 동안 여자를 만져본 적이 없어. 게다가 이런 미녀는 정말 흔치 않아.”백정연과 이태호는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다친 여자 또한 색마들을 만난 것 같았다.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백정연에게 말했다.“정연아, 저 자식들 이미 보름 동안 여기 있었으니 아마 영초를 꽤 많이 가지고 있겠지?”백정연은 눈을 빛냈다. 그녀는 곧바로 이태호의 말뜻을 알아듣고 말했다.“그 뜻은...”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인 뒤 동굴 문가로 향했다. 여자는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이태호는 이렇게 말했다.“당신들이 찾는 사람 여기 있어.”“이, 이 나쁜 놈. 절 배신한 거
“난 그냥 이자들을 안으로 들여보낸 것뿐이지 배신한 게 아니야. 내가 여기 숨어 있게 해줬잖아?”이태호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장난스레 말했다.임효정은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태호는 그녀를 배신한 게 틀림없는 데 변명을 했다.“사형, 저기 좀 봐요. 저 여자 정말 예쁘네요. 우리가 쫓던 여자보다 훨씬 더 예뻐요.”이때 한 남자가 옆에 있던 백정연을 보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를 향해 말했다.옆에 있던 남자도 말했다.“사형, 헤헤. 정말 하늘이 우리를 돕는 것 같아요. 우리...”그들의 뜻은 명확했다. 그들은 백정연까지 노리고 있었다.옆에 있던 임효정은 냉소를 흘리더니 이태호에게 말했다.“흥, 이게 인과응보라는 거예요. 이것 봐요. 당신이 저 사람들을 불러왔다고 해서 그들이 정말 진심으로 당신에게 감사할 줄 알았어요? 이제 어쩔 거예요? 저 사람들은 이제 당신 옆에 있던 여자마저 노리고 있어요. 이건 늑대를 집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알겠어요?”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 백정연은 확실히 임효정보다 훨씬 더 예뻤다. 그가 이태호에게 말했다.“네가 우리를 안으로 불러들인 걸 봐서 너랑 저 여자는 살려줄게. 넌 밖에서 망을 보고 있어. 일을 다 보고 나면 저 여자랑 같이 떠날 수 있게 해줄게. 어때? 이 정도면 의리 있지?”“하하, 사형 말이 맞아. 우리는 너랑 저 여자를 살려줄 수 있어. 우리는 예전에 이렇게까지 너그럽지 않았다고, 하하!”뚱뚱한 남자가 크게 웃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태호는 독 안에 든 쥐였다.그러나 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반박했다.“쓰레기 같은 놈들. 너희는 내가 왜 너희들을 안으로 불렀는지 아직 모르네. 너희는 여기 꽤 오래 있어서 사물 반지 안에 영초가 많겠지?”“이 자식, 그게 무슨 뜻이야? 우리를 죽이겠다는 거야?”뚱뚱한 남자의 미소가 굳어졌다. 그는 곧바로 이태호의 말뜻을 이해하고 화를 냈다.“사형, 이 자식 고마운 줄도 모르네요. 그냥 죽여버려요.”다른 남자
“존, 존자 내공이라니!”임효정은 다시 한번 찬 숨을 들이켰다. 이 정도의 내공이라면 4급 무황을 상대하는 것쯤은 가축 도살보다 쉬운 일일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이태호는 임효정을 가볍게 무시한 채 앞으로 가 시체들의 사물반지를 벗겨 낸 후, 손을 공중으로 휘저었다. 반지가 벗겨진 그 몇 구의 시체들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일렬로 줄을 서 밖으로 날아가 숲속 영수들의 먹이가 되었다.“대단한 영력이야!”이태호가 영력 하나로 가볍게 여러 장정의 시체를 들어 올리는 것을 본 임효정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기술은 결코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미안해, 방금 일은 정말 오해였는데,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 있을까?”임효정은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태호는 그녀를 거두어준 것도 모자라 그녀의 복수까지 해주겠다고 얘기한 순간, 그녀는 이태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이태호가 그런 그녀를 슬쩍 보며 입을 열었다.“여자랑 진심으로 싸우려는 남자는 찌질이죠, 아가씨랑 싸울 생각 따위 없어요.”이태호의 말을 들은 임효정이 웃어 보였다.“다행이네.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용서는 받은 모양이라.”이태호가 임효정을 바라보며 얘기했다.“아, 해 뜰 때까지 여기 계셔도 돼요.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고 나면, 그때 떠나세요.”“그럼, 두 사람한테 내가 방해되지는 않을까?”임효정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미안하다는 듯 얘기했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둘은 누가 봐도 천생연분이었다. 사람들이 백정연은 이태호의 여인이라고 얘기했을 때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둘은 실제로 연인 사이일 확률이 높았다.이태호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어차피 곧 있으면 해가 뜰 텐데요, 뭐.”이태호의 말을 들은 임효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고마워. 두 사람은 내 은인이야. 나도 이번엔 여기에 꽤 오래 있었는데 지금까지 위험한 일은 없었거든. 돌아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임효정은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음, 잠시만. 아마도 20일 정도 있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이태호가 찬 숨을 들이켜며 얘기했다.“20일 정도라면, 아가씨는 이미 엄청 깊은 숲속까지 들어가셨겠네요. 아가씨 내공으로 그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건 위험해요.”“나도 그냥 주변에서 맴돌기만 했지, 너무 깊은 곳까지 들어갈 엄두는 못 냈어. 사실 20일 동안 나도 너무 멀리까지는 안 갔거든.”임효정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듣고 있던 백정연이 입을 열었다.“임효정 아가씨 내공이 낮은 건 아니지만 높은 것도 아니잖아. 오빠랑 비교하면 당연히 차이가 크게 나지. 게다가 아가씨 영력도 오빠보다는 약하고. 아가씨 걸음 속도도 오빠와는 전혀 비교가 안 될 거야. 오빠가 하루동안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마 아가씨의 서너 배는 될걸.”이태호는 백정연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임효정의 내공은 절대 높지 않았다. 자신의 기준에 임효정의 속도를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이태호는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하더니 임효정에게 물었다.“맞다, 그럼 아가씨께선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 동안 머무셨으니까 그만큼 만난 사람들도 많으시겠네요. 혹시 양의당의 사람들을 만나거나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양의당?”임효정이 미간을 좁히고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나도 내 내공이 높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래서 보통 누군가를 만날 것 같다 싶을 땐 최대한 먼 곳으로 피하려고 노력 중이거든. 언제 어떻게 난감한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어떻게 감히 낯선 사람들을 가까이할 수가 있겠어? 선배가 얘기한 양의당인지 뭔지는 아예 들어본 적도 없어.”이태호는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이곳은 세속의 큰 도시처럼 안전한 곳이 결코 아니었다. 이곳으로 온 사람이라면 낯선 타인에게 쉽게 이것저것을 물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혹시라도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위험에 처하는 건 본인이니까.“
“응, 그런 조직이 분명 존재한다고 들었어. 그러니까, 이곳에서 보물을 찾을 때 꼭 조심해야 해. 듣기로는 그들이 엄청 특별한 방법으로 사람을 조종한다고 하더라고.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고.”임효정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백정연도 뭔가를 떠올린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이태호의 앞으로 가 이태호를 바라보며 얘기했다.“태호 오빠, 오빠가 얘기한 그 부부 말이야. 마왕 신전이라고 하는 사람들한테 잡혀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릴 떠난 지 이제 2~3년이 돼가는데 아직도 못 돌아오고 있잖아. 만약 아직 살아있다면 이 가설도 일말의 희망이지.”이태호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떠난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못 돌아온 거로 봐서는 죽은 게 아니라면 마왕 신전 사람들한테 잡혔을 거야.”말을 끝내자 이태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못 참겠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허허허, 나는 지금 오히려 그 마왕 신전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네. 혹시 모르잖아. 문지성이랑 문이화한테 그 아이들 부모님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지.”“보아하니, 선배들이 이곳에 온 목적이 보물을 찾는 게 아니라 사람을 찾는 건가 봐요.”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임효정이 흥미롭다는 듯 말을 건넸다.이태호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얘기했다.“하하하,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영초가 있다면 당연히 그냥 지나치지는 않겠지?”그 말을 들은 임효정이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했다.다음 날 아침이 밝자 임효정의 상처는 이미 다 아물어 있었다.세 사람은 천천히 동굴을 걸어 나왔다. 임효정은 이태호와 백정연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태호 선배,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 어제 선배들 아니었으면 난 진작에 죽었을 거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나 찾으러 천안시로 와. 내가 그쪽 사람이거든. 가서 임씨 가문에 관해 물어보면 나에 대해 알게 될 거야.”“네, 기회가 된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