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월의 뜻을 알아차린 이태식 역시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이고, 두 분도 참, 얼리 자리에 앉으세요."밖에 나가려는 두 사람을 소지민은 황급히 가로막았다. "저하고 수연이한테 삼억을 훨씬 넘어버린 고급차를 선물하셔 놓고는 아무것도 준비를 못하셨다니요? 총지배인인 신민석 그 사람도 이렇게 값비싼 차를 운전해 보지 못했는 걸요, 저희한테 너무 많은 걸 베풀어 주셔서 저희가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그녀가 하는 얘기를 듣고 연초월과 이태식은 전에 그런 선물을 했었다는 기억을 새삼 떠올린 후에야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 정도면 어느정도 예의는 갖췄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말을 마친 그녀의 뒤를 따라 신수연도 득의양양해진 어조로 말을 덧붙였다. "하하, 저희 엄마 말이 맞아요, 신민석 그 사람 제가 고급진 자동차를 운전하는 걸 보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러워하고 있더라고요."그녀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소지민은 끊임없이 그녀를 향해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엄마, 왜 그래? 눈에 뭐 들어갔어?"신수민은 이마를 찌푸리며 소지민에게 물었다.그러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을 둘러보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그들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려 보니 어르신, 신승민과 신미미 등 몇몇 분들이 하나같이 떡하니 뒤에 서서 싸늘해진 얼굴로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특히 낯빛이 심각하게 어두워진 신민석을 마주 보게 된 그녀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혀 버렸다."수민아, 예로부터 우리 할머니께서 줄곧 제창하신 절약정신을 본 받아 혹여 낭비가 될 까 고급차를 구매하지 않는 것 뿐인데 넌 오빠를 너무 얏보는 거 같다."싸늘하게 웃으며 신민석은 말을 이어 갔다. "본인이 쓸데없는 사치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면서 집안 흉을 보고 있는 건 아주 버릇없다는 건 알아?"신수민은 상대방이 본인의 절약정신을 내세우며 그녀의 낭비를 지적하고 있는 절묘한 대화법에 어이가 없었다.허나 그녀도 기에 눌리지 않고 되갚아 주었다. "신씨 집안 돈으로 산 것도
"아, 그렇구나, 이 분이 바로 방금 석방돼 나왔다는 이태호라는 사람인 거야? 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돈이 이렇게 많은 거야?"현실보다 꿈에 가까운 이 상황에 신미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지켜보던 신민석이 답했다. "의심의 여지도 없어, 그 날 호텔에서 진행된 결혼식 현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바로 그 이태호 맞아."그가 하는 얘기를 들은 신미미는 별로 달갑진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소요지역의 프로젝트로 이태호의 도움이 필요했던 어르신은 신수민에게 여쭸다. "수민아, 언제 돌아온 거야? 이 분들 소개 좀 해 줘야 하지 않을 까?"사실 신수민은 몇 년이 흘렀으나 그때 벌어진 일에 대해 어르신의 일 처리 방식이 지나치다는 생각만 할 뿐 그렇게 한이 매치거나 원망을 하는 건 아니었다. 자신이 이영호와의 결혼을 너무 피하고 싶었던 나머지 무작정 술집으로 달려가 얼떨결에 이태호와의 하룻밤을 보내게 됐으니 말이다.신씨 집안에 먹칠을 한 것도 사실이고 하니 자신에게도 책임이 따른다고 여겼던 것이다.그러나 이토록 상냥하게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물음에 그녀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네, 그럴게요, 이 사람은 제 남편 이태호라고 하고요, 이 분은 이태호의 어머니 연초월이시고, 이 분은 이태호의 아버지 이태식이세요.""어르신, 만나 뵙게 되어 반갑네요.""할머니,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모두들 어르신을 향해 공손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드리고 있으니 이태호도 따라서 할머니라 부르며 인사하고 있었다.그 후 신수민은 신민석과 신용식 몇몇 분들에게도 한 분 한 분씩 소개를 이어 갔다.소개를 마친 후에야 어르신이 웃으며 말했다. "수민아, 전에 일은 할머니가 미안하게 됐어, 임신한 너를 쫓아내 버렸으니 지금 곰곰히 생각해 보면 너무 못된 짓이였어, 할머니 너무 원망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신씨 집안은 영원한 너의 보금자리니 할머니 보러 자주 들르곤 했으면 더 바랄 게 없겠구나."고집이 센 할머니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직접 사과를 하고
"밖에 세워진 승용차 세대를 모두 자네가 선물한 건가?"어르신은 재차 물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선물한 거예요."어르신은 웃으며 되물었다. "감옥에서 석방한지도 얼마 안 되는데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한 건가?"이 할망탱이는 무슨 물음이 이렇게 많은 지 이태호는 살짝 어이가 없었다.그는 어르신의 말에 답장하기 꺼렸으나 너무 무례한 행동이라 여겨 곧장 웃으며 답했다. "사실은요, 감옥생활을 하다 우연히 귀인 한 분하고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그 분께서 고급 승용차도 스스럼없이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을 저한테 많이 챙겨 주셨어요."이태호가 꺼낸 진실에 믿음이 가지 않았던 어르신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전에 이태호가 용씨 집안 어르신의 목숨을 살렸으니 설령 이 놈 손에 돈 몇 푼이 있다 한 들 그것 또한 용로가 감사의 의미로 선물한 한 채의 별장외에 따로 챙겨 준 보상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우리 수민이 자네와 결혼하게 되면 자네도 신씨 집안 사위로 신분이 바뀌는 거기도 하니까 이렇게 되면 우리도 이젠 한 집안 식구 아닌가?"어르신은 이태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이태호를 바라보며 물었다.뒤에 서 있던 신승민과 신민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을 마주쳤다.그들은 감옥살이 하다 나온 그런 급의 이태호를 신씨네 사위로 들이는 것에 대해 몹시 불만스러웠다.그러나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들도 당연히 반박할 수는 없었다.이태호 역시 여전히 그의 신분을 깔보면서도 신수민의 신랑감으로 너무 신속하게 받아들인 어르신에게 뭔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할머니 말씀이 옳아요, 수민의 가족이면 당연히 저 이태호가 앞으로 지켜야할 가족인 거죠.""자자자, 다들 허리 아프게 서 있지 말고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게나."어르신은 다들 자리에 앉아라고 한 후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 "태호 자네도 이젠 한 집안 식구라고 했으니 이 어르신이 하는 부탁 거절하진 않겠지? 내가 요
"이태호, 그게 무슨 말이야? 어르신이 너를 받아들인 것도 이미 너무나 큰 은총인데 너는 감사한 마음으로 신씨 집안을 위해 공헌하기는커녕 이것을 거래라고 간주하다니!"신민석은 잠간 멍해 있더니 이내 노기를 띤 얼굴로 이태호에게 말했다.하지만 이태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요 현실적입니다. 일을 했으면 보수를 받아야지 헛수고하는 일은 절대 안 합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멈추더니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신씨 집안도 현실적인 거 아닙니까? 저하고 용 어르신 간의 관계가 좋기 망정이지 아니면 사모님도 저에 대한 태도가 지금 하고는 달랐겠죠?""이태호, 너 그게 무슨 말이냐?"소지민은 깜짝 놀라서 황급히 나서서 권고했다.하지만 이태호는 그래도 꿋꿋하게 왕 사모를 보며 말했다. "왕 사모님,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하하, 패기가 있네!"뜻밨에도 왕 사모는 이런 상황에서도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자, 너도 알 건 다 아는 거 같은데 그럼 서로 밑장 빼기 없이 네가 한번 이실직고해 봐라. 우리가 뭘 해줘야만 네가 이번 일 도와주겠다는 말이냐?"이태호는 그제야 말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왕년에 수민이가 회사 경영할 때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 때문에 강한 여자라는 이미지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전락했으니 저는 그녀를 생각해 줘야 합니다. 제 생각은 간단합니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으니 희망컨대 그녀가 계속 신씨 그룹 사장 자리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원래 소지민은 이태호 이 녀석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욕하려 했다.하지만 방금 이태호의 요구를 듣자 그녀는 속으로 못내 기뻤다. 만약 자신의 딸이 다시 신씨 그룹 사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이태호 이 녀석이 자신의 이익이 아닌 그녀 딸을 위해서라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그녀는 즉시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사모님, 제 생각엔 이태호가 말하는 것이 아주 맞다고 봐요. 기왕 제 딸이 돌아왔고 그전에 신수민은
이때 신수연은 뜻밖에도 이태호를 도와 말했다.필경 신민석은 그녀 집안의 공공의 적으로서 그들을 적지 않게 괴롭혔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왕 사모도 신민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민석아, 너 2년 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앞서 3년간은 내리막길을 걷고 그 후로 2년간은 사람을 시켜 가짜 장부를 만들게 하고, 너는 내가 늙었다고 여기는 거냐? 요 2년 동안 우리 집에서 얼마나 많은 손실을 봤는데, 이대로 가다간 3류 명문가 이름도 못 지키겠구나!"신민석은 순간 고개를 떨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한 기세가 온데간데없는 걸 보니 묵인하는 게 맞았다.할머니가 암암리에 회사의 장부를 조사하고 또 그가 가짜 장부를 만든 사실까지도 다 알고 있을 줄 그는 생각지도 못했다."할머니 정말 대단하세요, 왕년에 언니가 사장할 때 우리 신씨 가문 사업은 정말 번창했잖아요!"할머니가 신민석에 대해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고 신수연은 순간 묵은 체중이 가라앉듯 옆에서 힘차게 발을 굴렀다.왕 사모는 잠시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 "너희들 모두 신씨 집안사람들이지, 나는 너희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신씨 집안의 앞날을 망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구나. 만약 3류 명문가의 명분도 못 지킨다면 세인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겠느냐?""맞아요, 결코 신씨 집안의 앞길을 막을 수는 없어요!"소지민은 곧 자신의 처지를 바꿀 기회가 온다 생각하고 "맞아요 어머니, 걱정 마세요, 이번 일을 이태호 더러 처리해라고 하면 문제 없어요. 꼭 잘 될 거예요. 용노쪽에서 이태호한테 꼭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다줄 거에요!""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그런데 이때 밖에서 몇명의 경호원이 뛰어 들어왔다."뭔 일이냐? 경거망동하게!"왕 사모는 이태호가 자꾸 압박하는 탓에 워낙 기분이 언짢아 있었다.하지만 신씨 가문의 앞날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이태호의 도움을 받아 쇼요 지역 프로젝트를 받아와야 했다. 더우기 신민석 이 녀석도 능력이 없어서 여간
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눈썹을 찡그리며 "이 구운장이 정말 급하게도 복수하려네요. 저는 조금 훈계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놈이 패거리들을 데리고 왔네요!"라고 말했다.이 말을 들은 신민석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이태호 너 잘못 걸렸어, 구씨 가문은 2류 명문가이고 구운장은 구씨 가문 장남이야, 네가 감히 그런 그들을 건드리다니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거냐?"신영식도 곁들어 말했다. "이태호야 이태호, 너 사람 건드리다 못해 하필이면 구운장을 건드리냐? 어쩔 수 없이 우리 가문에서도 너를 지켜주지 못하겠구나!"소지민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내 생각해 보니 이태호도 그때 당시 신수민의 지지를 받아 때린 것이고 어차피 신수민도 그자를 아니꼽게 생각한 터였다.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이태호를 도와 말했다. "어머니, 이번에야말로 이 서방을 지켜줘야 해요, 앞서 구운장이 너무 무례했어요. 구운장이 차를 사고 있는 저희들을 괴롭히는 것을 보고 이태호가 나섰어요. 더욱이 그냥 무시하고 나가려는데 구운장이 경호원을 시켜 가로막는 바람에 이태호가 손을 봐줬을 뿐이에요!""맞아요, 사모님, 제 아들을 꼭 도와주세요, 아무리 그래도 신씨 집안의 사위잖아요?"연초월도 어지간히 놀라서 황급히 왕 사모한테 부탁했다.이태식도 맞장구를 쳤다. "사모님, 생각해 보세요, 만약 태호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때 가서 누가 용노를 찾아가서 일을 해결해요? 듣자 하니 쇼요 지역 프로젝트는 값을 매길 수 없이 중요한 사업이라 1년 동안 이익만 몇백억은 될 듯싶은데, 안 그래요?"왕 사모는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 "먼저 가보게, 나가서 얘기하지. 상황을 살펴 가며 도울 수 있으면 꼭 도울 거네!"물론 왕 사모도 이태호를 불구덩이 속에 빠뜨릴 생각이 없었다.왕 사모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신수민은 조금이나마 한숨을 쉴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비상 시기에 할머니가 이태호를 돕는 게 태반은 쇼요 지역 프로젝트 때문이지 결코 신씨 집안의
"쯧쯧, 이번에 건드린 건 구씨 가문이야, 더군다나 주인장 아들을 건드렸으니 라씨 가문하고 비교도 안돼. 이태호 이 자식이 정말 사고뭉치구나!""허허, 신수민도 딱하네, 몇 년 동안 기다려왔는데 이런 사고뭉치일 줄 어찌 알았겠어, 오늘 이태호가 죽지 않아도 장애가 될 거 같은데!"적지 않은 신씨 집안의 친척과 하인들이 옆에 서서 이러쿵저러쿵하고 있었다.비록 그들의 목소리가 아주 낮았지만 어느 한 글자 빠짐없이 속속들이 이태호의 귀에 들어왔다."아이고, 수민아, 너 남편이 그렇게 세다며, 감히 구씨 도련님을 건드리다니, 쯧쯧, 담력하고는 정말 대단해. 뭐 사람 무리들 중에 용이 났다 할까, 너 남자 하나는 참 잘 찾는다니까!"예전에 약간 수모를 당 한 신미미는 신수민과 이태호가 이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즉시 다가와 팔짱을 끼며 이상야릇한 어투로 말했다.그녀는 이번에 왕 사모가 이태호를 돕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필경 엄연히 말하면 이태호는 신씨 가문 사람도 아니고 한 사람을 위해 구씨 가문의 미움을 사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는 거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뜻밖에도 신수민이 담담히 웃으며 답하자 신미미는 화가 나서 말이 안 나왔다.이태호는 잠깐 구맹을 보더니 그제야 말했다. "구 주인장님, 당신 아드님이 분수를 모르고 저와 아내를 괴롭히려 하니 어쩔 수 없이 손 봐준 것뿐입니다. 당신 아드님이 어떤 꼴인지 저보다 더 잘 아시죠?"구맹은 당연히 자신의 아들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차갑게 말했다. "내 아들이 어떤지는 네가 뭔 상관이냐? 네가 뭔데? 고작 3류 명문가의 사위 짓이나 하면서... 신민석 도령이 내 아들을 만나도 항상 예의를 갖추는데? 네 따위가 내 아들한테 참견 질할 자격 있어?""그래 태호야, 너 너무 충동적이야, 자기 분수도 모르고 구 도련님을 때리다니."신민석은 옆에서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 이런 이태호를 구씨네 사람들이 당장 반죽음 만들지 못한 게 한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이태호가
"구운장, 너 꿈 깨!"신수민은 그 말을 듣자마자 냉랭하게 한마디 대꾸했다.구맹은 순간 낯색이 안 좋아지더니 신수민을 보고 말했다. "신수민, 그게 무슨 말이냐? 구씨 집안 그래봐도 2류 명문가야, 네가 시집오면 바라보지도 못할 나무를 오른 격인데. 그리고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딸린 여자를 내 아들이 한 눈 팔아준 것만 해도 하늘에 감사할 일 이지, 되려 내 아들이 꿈꾼다고 말해?"구맹은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 아들을 보며 말했다. "운장아, 너도 아비 속을 썩이는구나, 여자가 없어서 굳이 이런 여자를 좋아하냐? 너는 내 아들이야, 네가 원한다면 길거리에 널린 게 여자들이 아니더냐?"하지만 구운장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아버지, 전 그래도 신수민이 좋아요, 좋은 걸 어떡해요!"왕사모는 잠깐 생각하더니 앞으로 나서서 구맹을 보고 말했다. "구 주인장님, 오늘 이태호가 당신 아들 때린 건 맞군요,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만약 당신 아들이 과분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이태호가 감히 때리지 못할 거요!"왕사모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 돌리더니 이내 말했다. "이렇게 해요. 당신 아들도 상처가 깊지 않아 돌아다니는 거 같은데, 그래도 헛걸음하기에는 딱하니까, 액수를 말하면 돈을 드릴 테니 아들 병원비에 보태는 게 어때요?""할머니, 어찌?"이 말을 들은 신민석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옆에 있던 신수민과 연초월 등 사람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왜냐하면 사모님만 나선다면 일이 엄중한 지경까지는 가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필경 구운장의 상처가 그리 심하지 않은 걸 보니 이태호가 때릴 때 그나마 봐줘서였다."하하, 돈? 재미있네!"구맹은 너털웃음을 하며"아들이 맞은 건 아비의 낯에 먹칠하는 거랑 다를 바 없는데 상대방이 돈을 거론하다니."라고 생각했다.그는 바로 다섯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 "좋아요, 그럼 500억으로 합시다!""오백억!"연초월은 그 숫자를 듣고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너무나도 많은 액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오백억!"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