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머리에 있는 이태호는 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북해의 중앙부에 있는 만족 왕정을 보호하는 눈부신 빛을 발산한 진법을 바라보았다. 그는 즉시 손을 들어 보선에 법력을 가해서 비행 속도를 높였다.곧 만족 왕정에 다가갔을 때 옆에서 엄숙하게 싸울 준비를 하려던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은 무사한 왕정을 보자 의아해했다.“여보, 자음 종주님이 전음 옥패에서 마도 수사들이 이미 만족 왕정을 포위했다고 말씀하셨잖아. 그런데 북해에 왜 마수의 그림자조차 안 보이지?”신수민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이태호도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의아해했다. 그는 다급히 신식을 방출해서 탐색하니 주변 수백 리의 범위 내에 마도 수사 몇 명만 발견하였다.그는 마음속의 의혹을 억누르고 일월보선의 속도를 높여서 눈 깜짝할 사이에 만족 왕정의 상공에 이르렀다.성문을 지키고 있던 만족 수사가 경계하며 물었다.“누구더냐?”“태일성지의 이태호이오. 이것은 영패이니 어서 만왕님께 전달해 주시오.”이태호는 자기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영패를 내던지며 무덤덤하게 말하였다.그 만족 수사는 이태호의 말을 듣고 바로 전음으로 보고하였다. 만왕의 허락을 받은 후 다급히 진법을 해제하였다.황금 천막 안에 있는 백가운은 이태호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아들 백가민과 기타 만족의 고위층 관계자들을 데리고 나가서 맞이했다.성문에 이른 그는 허공에 떠 있는 일월보선을 보자 만면에 희색을 띠고 말하였다.“이 도우, 어서 들어오시오!”이태호는 아내들과 수십 명 제자들을 데리고 성문에서 줄지어 들어섰다.만왕 앞에 이른 후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만왕님, 저 늦지 않았죠?”“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백가운은 바로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이태호가 유명성지의 성황급 장로 두 명을 연달아 죽인 것을 듣고 이태호를 자기와 같은 수준의 9급 성황급 수사로 동일시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말투도 겸손해졌다.이태호가 9급 성황 경지의 수사를 죽일 수 있으니 오월과 영천과 실력이 비슷
백가해가 떠난 후 황금 천막 안에서 감탄과 경악의 외침이 쏟아졌다.“와! 태호 도우가 언제 이렇게 강해졌단 말인가?”백가운은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되었다.북해의 위기가 이렇게 쉽게 해결됐다고?그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얼굴에 놀라운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마도 사자 고강후가 남긴 말을 통해 유명성지가 철수하고 스스로 보물을 돌려주며 화해를 구하게 된 것은 이태호가 후방에서 유명성지의 두 성황급 장로를 연달아 격살한 덕분이었다.오월과 영천이 죽지 않았다면 만족 왕성이 벌써 마도에게 공략당했을 것이다.몇 달 전에 연장생이 이태호를 데리고 북해에 왔을 때 성왕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때 이태호가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했고 4대 성자를 격살한 대단한 천교라고 해도 백가운의 눈에는 별것 아니었다.성황급 수사 아래는 모두 땅강아지에 불과했으니까.성황급 수사일지라도 9급 경지가 아니라면 힘이 조금 있는 땅강아지일 뿐이었다.특히 대제사장이 태일성지와 협력하기로 약속했고 이태호가 마음에 들어 심지어 만족의 유일한 선금까지 준 것을 보고 당혹함을 금치 못했다.이제 보니 역시 대제사장이 사람을 정확히 본 것이었다.백가운의 마음속에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고 눈에 경악의 빛이 서렸다.한편으로 주안식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태호 사숙님은 역시 윤 노조님께서 아끼신 제자답군! 이제 얼마 지났다고 9급 성황 경지의 수사까지 처치하실 수 있다니!”이 말을 들은 진현은 저도 모르게 허허 웃으며 희끗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전에 사숙님이 천남에서 좌계훈을 격살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많이 놀랐는데... 이번에 9급 성황 경지의 마수 두 명이나 격살하셨으니. 강산우가 스스로 철수하게 해서 왕정은 잠시나마 위기를 모면했군.”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만족 소주 백가민은 놀라운 동시에 부러워했다.예전에 이태호는 그와 비슷한 성자급 수사였고 성공 전장에 있을 때 심지어 내공이 자기보다 많이 낮았다.그러나 지금 자기는 이제 겨우 성왕급 수
이태호만 아니었다면 강산우가 어찌 곧 손안에 들어온 북해 초원을 포기하겠는가?고강후는 백가해의 말에 대꾸하지도 않고 상석에 앉은 백가운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저는 사명을 완수했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전리품들을 돌려보냈고 휴전하고 화해를 구한다는 뜻을 만족에게 알리고 나서 그는 계속 만족 왕정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에 이태호가 도착하면 자기는 떠나고 싶어도 못 떠날 수 있으니까.고강후가 급히 떠나려는 것을 보자 백가해는 다짜고짜 그의 손을 잡고 소리쳤다.“오늘 그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떠날 생각하지 마! 어서 말해. 마도는 대체 왜 철수하려는 거야?!”고강후는 백가해의 위협적인 태도를 보자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사자로 오고 싶지 않지만 백가해가 이렇게 자기를 위협하고 모욕하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백가해를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본 후 냉랭한 표정으로 말하였다.“흥, 만왕님, 이것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입니까? 이태호의 지원이 있다고 해서 만족이 영원히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고강후는 즉시 독설을 퍼부었다.“이태호가 우리 유명성지의 두 성황급 장로를 죽였습니다. 성지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그는 백가해의 손을 뿌리치고 빠르게 밖으로 나간 후 무지갯빛으로 변해 하늘가로 사라졌다.황금 천막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백가해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말도 안 돼...”백가운은 들고 있는 사물 주머니를 보면서 흥분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고강후가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계속 메아리쳤다.‘이태호가 유명성지의 두 성황급 장로를 죽였다니!’전에 죽은 좌계훈은 황천성지의 장로였다.북해 초원을 포위하고 공격한 것은 유명성지의 마수들이었다.다시 말하면 이번에 이태호가 지원군을 데리고 위기 상황을 만회하였기에 강산우가 어쩔 수 없이 철수하게 된 것이었다.옆에 있는 주안식과 진현도 그제야 마도가 철
상석에 앉은 백가운은 마도 사자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동생을 보자, 만족의 체면이 깎인 것을 느끼고 더욱 답답해졌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고강후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유명성지에서 자네를 여기로 파견한 목적을 어서 말하게. 항복하라는 말을 하러 왔다면 할 필요가 없네.”이 말을 들은 고강후는 백가운 등이 자기를 오해한 것을 깨달았다.그는 만면에 희색을 띠고 답하였다.“만왕님, 강 장로님께서 만족과 화해를 구하기 위해 저를 파견한 것입니다. 성의를 표하기 위해 제가 성에 들어온 순간, 모든 마도 제자는 뒤로 30리 밖으로 철수할 것입니다.”고강후의 말에 다들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특히 백가운은 할 말을 잃었다.조금 전만 해도 그는 고강후가 만족에게 항복을 권하고 모욕하러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화해를 구하러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다들 어안이 벙벙해진 틈을 타서 고강후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강 장로님은 이번에 화해를 구하는 동시에 저희가 가져간 보물들을 모두 되돌려드리라고 하셨습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빠르게 품에서 사물 주머니를 꺼냈다.마도가 북해 초원에 침공한 후 강탈한 천재지보, 무기, 공법 등 대부분의 전리품을 이 사물 주머니에 보관하였다.얼떨결에 사물 주머니를 받은 백가운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믿을 수 없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뭐라고?” “마도가 휴전하고 화해를 구한다고?”이 순간, 백가운뿐만 아니라 황금 천막 안에 있는 주안식, 진현, 백가해 등은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고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마도가 이미 만족 왕정을 포위하였고 맹렬한 공격을 진행하면 북해를 점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그러나 이때 와서 휴전하고 화해를 구한다니!아무리 생각이 민첩한 백가운이라도 고강후의 말을 듣고 놀라서 턱이 빠질 뻔했다.그는 강산우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놀라움을 금치 못한 백가운을 보면서 고강후는 정중하게 말하였다.“강 장로님께서 우리는 수시로 북해 초원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고강후가 황금 천막 안으로 들어오자 몇몇 성황급 수사들의 위압이 순식간에 그의 몸에 떨어져서 태산에 눌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는 자기가 어긋난 행동을 하면 이들이 순식간에 자기를 무자비하게 짓눌러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강후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히 몇몇 성황들에게 인사를 올렸다.“만왕님과 선배님들을 뵙습니다.”대범하게 앉아 있는 백가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가운 말투로 물었다.“유명성지가 무슨 일로 자네를 보냈는가?”백가운은 겉으로 기세등등해 보이지만 실은 마음속에 울분으로 가득 찼다.마도 수사들이 밖에서 왕정을 포위하였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 시각에 유명성지에서사자를 파견한 것은 거만하게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고강후가 말하기도 전에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는 백가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그는 조롱 섞인 웃음을 날리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하였다.“허허. 백가운, 잘 봐. 만족이 자네의 지배 하에 마도에서 사자까지 파견해서 모욕을 주러 왔잖아. 자네가 기어코 태일성지와 동맹을 맺지 않았다면 만족은 이런 화를 당하겠어?”백가해는 잠시 멈추다가 계속 비아냥거렸다.“그리고 그 이태호가 뭔가... 천교라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광대야. 예전에 성공 전장에서 진선 정혈을 얻었다는데 그가 뭐 대단한 건가?”백가해를 따라온 만족 분파의 성왕들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마도와 전쟁하게 된 것도 이태호가 여러 성지의 천교를 죽여서 그런 거잖아?”“아무리 대단한 천교라 해도 9급 성황급 수사 앞에서는 땅강아지에 불과해.”“3대 성지의 임의의 성황급 수사가 나서도 이태호를 바로 저승으로 보낼걸?”“...”백가해의 거듭된 도발과 모욕에 백가운은 드디어 차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였다. 9급 성황 경지의 기혈이 들끓었고 몸에서 뜨겁고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였다.“그만하지 못해?!”신령이 노호한 듯한 소리가 울리자 백가해 등은 주변에 있는 천지의 법칙이 보이지 않는 큰 산으로 되어 매섭게 그들을 향해 날아
“마도 사자를 들이라!”백가운이 무거운 말투로 내뱉은 이 말에 무기력감과 분노로 가득 찼다.그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주먹을 꽉 쥐었다.“형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지켜보겠어!”백가해는 경멸에 찬 목소리로 비꼬았다.백가민은 둘째 숙부의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보자 분노를 가누지 못하고 강경하게 꾸짖었다.“그만하세요. 숙부는 우리 만족이 마도에게 당한 것을 그렇게 바라세요?”그러고 나서 옷소매를 뿌리치고 냉랭한 표정으로 마도 사자를 직접 맞이하러 나갔다....왕정 밖.고강후는 웅장하고 드넓은 성벽 아래에 서서 눈앞에 반짝거리고 물결처럼 출렁이는 진법을 바라보다가 성벽 위에서 눈을 부릅뜨고 자기를 노려보는 만족 수사들과 눈이 마주쳐서 저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었다.사람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노마두로서 고강후는 8급 성황 경지이지만 홀로 적진에 들어서니 여전히 조금 두려워했다.태일성지의 이태호가 북해 쪽으로 오고 있어서 빨리 철수해야 한다는 강산우의 명을 받지 않았더라면 고강후는 사자로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그는 머리를 흔들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성문 쪽을 응시하였다.불안에 떨고 있는 그는 성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왕정을 뒤덮은 진법에 인간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 생긴 것을 보았다.백가민은 호위 몇 명을 데리고 성문을 열고 나가 보니 홀로 온 고강후를 보자 차가운 태도로 말했다.“들어오시죠.”이에 고강후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족이 그와 만나기로 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자고로 교전한 쌍방은 사자를 죽이지 않는 관례가 있었다.고강후는 백가민의 싸늘한 태도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면서 최대한 다정하게 보이려고 애썼다.하지만 그는 원래 유명성지의 노마두였고 옛날에 싸웠을 때 얼굴에 지네 모양의 흉터를 남겼기에 웃을 때 더욱 음흉해 보였다.그의 이런 모습에 백가민 뒤에 있던 만족 수사들은 긴장해서 온몸의 기혈이 저절로 요동치면서 고강후를 노려보았다.만족인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모습에 고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