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주, 저기 호텔이 있는데 우리 그냥 거기서 자자. 어때?"서건우는 사람들이 다 가버리자, 정희주의 허리를 끌어안아 검은 스타킹을 입은 다리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정희주는 이 말을 듣고 얌전한척 내숭을 떨었다."에이, 우리 방금 만나서 사귀기로 했는데 바로 호텔로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리고 나한테 별장을 사준다고 했잖아, 아직 안 샀는걸!"서건우는 더 세게 끌어안았다."자기야 걱정하지 마, 고작 별장이잖아? 나 서건우는 돈이 많아. 시간도 늦었는데 우리 오늘 저녁에 잘 쉬고 내일 날 밝는 대로 별장 사러 가자. 됐지?""그럼, 좋아!"정희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아이고, 오늘 저녁에 많이 마셔서 머리가 어지럽네. 호텔에서 묵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일찍 쉬는 게 좋겠어!"서건우는 정희주를 부축하며 마음속으로 기뻐 날뛰었다."그래그래, 우리 일찍 쉬자. 나 꿈에서도 너를 끌어안고 자고 싶었어."정희주는 생각하다가 또다시 불평했다."이태호는 정말 괘씸해. 결혼식에서도 창피를 주었고 번마다 내 체면을 깎아내리기만 해. 하지만 너무 강해서 전에 킬러를 고용했었는데도 오히려 킬러들이 당했더라고!"서건우는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죽이고 싶은 거야? 아니지? 너희 둘 몇 년이나 사귄 감정이 있는데!"정희주는 말했다."흥, 그가 옛정을 봐주지 않는 거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때리지 않나 사과하라고 강요하지 않나. 진작부터 그를 죽이고 싶었어."서건우는 이 말을 듣고 차갑게 웃었다."이렇게 죽이고 싶어 하면 내가 도와줄게!"정희주는 서건우를 보더니 궁금해서 물었다."됐어. 그놈 싸움도 잘하고 집에 경비원도 많이 고용했어. 용의당 당주와도 사이가 좋아서 죽이기가 쉽지 않을 거야!" 서건우는 건방지게 웃었다. "허허, 걱정마. 내가 해외에서 돈만 벌었다고 생각하니? 내 아래에 사람이 꽤 있어. 내가 원한다면 이 태성시도 내 손안에 넣을 수 있어. 정희주 나를 낮잡아 보지마, 지금의 서건우는 이
이튿날 이태호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나온 후 신수민을 불러서 신씨 집안으로 운전해 갔다.대문에 거의 도착할 때쯤 신수연이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헤헤, 할머니가 나더러 방문장을 두 장 준비하라고 하셨어. 서 전왕은 우리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나와 언니가 한 장씩 넣는 거야. 이렇게 하면 기회가 한 번 더 생기는 거잖아!"신수연은 차에 올라탄 후 손에 든 방문장을 흔들면서 웃으며 말했다.이태호는 웃었다."할머니는 과연 머리가 비상하셔. 하지만 우리처럼 하는 세가도 적지 않을 거야!""하는 수 없지, 해볼 수밖에. 적어도 희망은 있잖아. 손 놓고 있으면 희망마저 없는 거고."신수연은 한숨을 내쉬었다.뒷좌석에 탄 그녀는 생각하다가 이태호에게 말했다."맞다. 형부, 그날 저녁 100억의 혼수를 계좌이체 한 후 엄마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너무 좋아서 그 자리에서 방방 뛰셨다니깐요. 그리고 그 후의 며칠 동안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았고 친분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형부가 100억의 혼수를 드렸다고 자랑하셨어요."이태호는 이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웃었다."맞다. 그때 어느 사람이 내가 기한 내에 드릴 수 있으면 내 발을 씻어준다고 했었는데. 기억하려나?"옆에 앉아있는 신수민은 이 말을 듣고 어깨를 들썩거렸다.신수연은 순간 난처해져서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에이, 형부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 난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그냥 없던 일로 하자? 어디 처제가 형부한테 발 씻어주는 일이 있어? 남이 들으면 안 좋아."신수민은 웃으며 말했다."안 좋을 게 뭐가 있어? 발을 씻는 건데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 우리 집 문을 닫고 있는데 누가 본다고 그래? 걱정하지 마. 다른 사람 모르게 할 거야.""언니, 너..."신수연은 말문이 막혔다."하하, 됐어. 나중에 형부라고 많이 불러주면 돼."이태호는 신수연 지금의 모습을 보고는 참지 못해 큰소리로 웃었다."좋아, 형부, 형부, 형부, 헤헤, 됐지!"신수연은 연거푸 여러 번을
이태호가 미녀 두 명을 대동하고 도착한 것을 본 제갈 용녀는 인사를 나누었다."세상에, 저 사람이 신씨 집안의 사위가 아니냐? 제갈 용녀가 인사를 했어. 여자한테 인기가 정말 많구나!"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는 부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제갈 용녀와 같은 차가운 미녀는 먼저 아는 체를 잘 하지 않으니까."우리가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나보다 더 일찍 왔네."이태호는 북새통이 된 앞을 보고는 씁쓸하게 웃었다."하하, 동생 왔어!" 용우진은 이태호가 도착한 것을 보고 웃으며 다가왔다.용지혜도 다가와서 웃으며 인사했다."이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이태호는 인사치레했다."용지혜 아가씨도 더욱 예뻐졌고 성숙해졌어요!"이태호의 말을 들은 용지혜는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이때 백지연이 이태호를 발견하고는 흥분되어 달려와서는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와, 태호 씨 왔어요. 헤헤, 오랜만이라서 보고 싶었는데!"이태호의 입가가 부자연스럽게 떨렸다. 이 계집애 어제 점심에 같이 술을 마셨고 취해서 헛소리까지 했는데. 그런데 조금 전 오랜만이라고 한다.그리고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친밀하게 포옹을 해왔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하지만 이 계집애는 포옹한 후 바로 떨어져서 할 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많은 사람 앞에서 야단 낼 수도 없었다."그래, 우리 어제도 만났는데 뭐가 오랜만이야?"이수연은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말했다."어제같이 술 마신 거 까먹은 거야?"백지연이 말했다. "수연아 네가 뭘 몰라서 그러는 거야. 일각 여삼추라는 말이 있잖아. 오랜만이 맞잖아."옆에 서 있는 신수민은 이 말을 듣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제갈 용녀와 용지혜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백지은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 몰랐다. 보자마자 포옹이라니 보는 눈이 두렵지도 않은 거야?"세상에 백 아가씨와 같은 미녀가 만나자마자 포옹을 한 거야? 그 사람 누구야? 젠장, 부럽다. 잘 생기면 다야? 젠장
"흥, 이 자식 운이 좋은 것뿐이야. 의술을 좀 안다고 여기저기 병을 치료하고 다니면서 아첨하는 거지!"서문옥은 냉소를 지으며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그를 당장 찢어버리고 싶었다."그 하얀 치마 입은 여자가 신수민이라고?"서지강이 자세하게 관찰했다. 하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부드럽고 단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전에 있던 생각들이 더욱 강해진 것만 같았다."맞아, 그 여자가 신수민이고 옆에 있는 여자는 신수연이야!"서문옥은 서지강이 가진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소개해 주었다."자매 둘이 다 이쁘게 생겼네. 다른 여자들도 이쁘고. 이 작은 태성시 안에 미녀가 이렇게 많이 있는 줄 몰랐네!"서지강이 담담하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서문옥은 기분이 나빠져서 화난 어조로 말했다."무슨 뜻이야? 약혼녀가 그 여자들보다 못하다는 뜻이야?"서지강이 바로 대답했다."아니야. 그들을 어떻게 너와 비교해? 내 마음속에는 네가 제일 이뻐!"서문옥은 인제야 웃었다."흥, 이래야지!"서지강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서태호, 며칠만 더 득의양양해라, 내가 꼭 기회를 찾아서 네 아내를 가질 거야. 그때 가서 너의 표정을 꼭 한번 보고 싶구나. 나 서지강과 겨루다니 아직 멀었어!백지연이 포옹을 해 와서 이태호는 난처해졌다.백진수가 옆에서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태호는 백지연에게 말했다."백 아가씨, 너는 성주부의 아가씨야. 이런 말 하기 조심스러운데, 달려와서 껴안는 행동을 안 했으면 좋겠어. 너의 아버지도 안 좋아하실 거야!"이태호는 똑똑히 기억했다. 비록 그가 백진수의 목숨을 구해줬지만, 백진수는 감옥에서 나온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지연을 세가의 도련님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했다.이렇게 입을 연 것도 백진수가 자신을 도와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백진수는 그저 옆에서 기분 좋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허허, 무방하네. 내 딸은 원래 성격이 이 모양이야. 조금 과
"서 전왕님, 시간이 되시면 저희 집으로 가시죠. 이건 우리 집안의 방문장이니 꼭 받아주세요!"적지 않은 명문가는 순간 흥분하기 시작했다.서규산은 50살이 넘었지만 보기에는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이었고 네모난 국자 모양의 얼굴은 생기로 흘러넘치고 기세가 매우 당당했다.그는 미소 지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적지 않은 젊은 여자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연신 비명소리를 지르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서규산은 이내 뭇사람들의 앞에 다가왔다."여러분은 그만 배웅하고 몇몇 사람들만 따라오면 되오. 나 서규산은 이리 많은 사람들의 보호가 필요 없소!"서규산은 무기를 들고 있는 특수 부대를 보고 절로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의 중년 남자를 보고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갈게요!"중년 남자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그제야 특수부대를 이끌고 자리를 떴다."백씨 집안사람은 어디 있소?"상대방이 떠나간 후 서규산은 소리 질렀다."여기요, 서전왕, 저는 태성시 성주부의 성주 백진수라 합니다!""여기는 내 동생 백진운이고요!"백진수는 백진운과 백지연을 비롯한 백씨 집안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오더니 서전왕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데 다들 감히 얼굴을 들지 못했다.백진운은 즉시 앞으로 다가와 서규산의 면전에 풀썩 무릎 꿇으며 말했다."서 전왕께서 제 아들딸들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서전왕께서 분부하신 일이라면 저 백진운은 칼 산에 오르고 불 바다에 뛰어들지라도 눈썹 한번 찡그리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서규산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저 국외 세력들이 확실히 좀 날뛰기는 했소. 게다가 나도 부탁을 받아서 사람을 구하러 간 거니 응당해야 하는 일에 불과하오!"말을 마친 서규산은 저도 모르게 사람 무리들을 보며 기웃거렸다."오늘 내 어린 친구 이태호가 왔는지 모르겠군!"백진수는 속으로 감탄하며 과연 서전왕이 이태호랑 아는 사이니까 오자마자 이태호의 소식을 묻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는 즉시 저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저기 두
"서전왕님, 이건 백씨 집안 방문장이오니 누여겨 봐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시면 식사와 잠자리를 저희가 안배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백진수는 깍듯이 허리를 굽혀 방문장을 건넸다.태성에서 최고의 세력을 지닌 성주부의 주인으로써 서전왕이 방문장을 받아 들임과 동시에 단 한 번만이라도 식사를 함께 하거나 하룻밤을 백씨네에서 보내주면 그 또한 백씨의 위엄을 증명해 주는 자랑거리였다.그러나 서규산이 혹시나 본인이 건넨 방문장을 거절한 채 다른 집안 방문장을 받아 들이는 날엔 쪽팔리는 일이었으니 지금의 백진수는 몹시 긴장해하고 있었다.잠시 후 고민에 잠겨 있던 서규산이 넙쭉 방문장을 받아 왔다."그렇지 않아도 태성에서 며칠 묵어야 되는데, 그럼 이 기간 동안 성주부의 신세를 좀 져야 되겠네요,""저희가 더 영광입니다."백진수는 행복에 겨워 흥분한 나머지 말하는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백지연도 흐뭇해졌다."다들 왜 아직도 무릎 꿇고 계세요? 어서 일어나세요."서규산을 껄껄 웃으며 백진수를 따라 앞으로 걸어가다 보니경호원들로 인해 가로막히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방문장을 쥔 손을 뻗고 있었다.수많은 방문장들을 받아 줄순 있지만 어느 집에 방문할 지는 아직 정하지 못한 서규산은 담담하게 웃으며백진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일류 명문 집안의 방문장들은 예의상 몇개 정도는 받아야 하니 가르켜 주시면 감사하겠네요."백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서규산은 일류 명문 집안인 용씨네, 제갈네, 방씨네를 비롯해 또 예외로 세 장을 받아 들였다.어쨌든 본인 집에 방문해서 식사를 하던, 담화를 나누던, 뭘 하든 영광스러운 일이었으니, 그럴 회망이 있게 됐단 것만으로도 서규산에게 방문장을 건네 준 사람들은 흥분하기 그지 없었다.그렇게 이태호가 있는 곳까지 걸어온 서규산은신씨네 집안과 함께 손을 뻗고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 했지만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신수민 손에 있던 방문장을 넘겨 받고 백진수의 차에 올라탔다."여러분, 서전왕님께서 저희 백씨 집안 초
신수민은 한참 멍하니 서 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쳐다보았다."진짜야, 언니, 이거 진짜야! 몇몇 안 되는 방문장에서 우리가 뽑힐 확율이 높아지는 거잖아!"이태호가 답하기도 전에 신수연은 격분해하고 있었다."너무 잘 된 일이잖아, 우리꺼를 가져 갔다니! 받았다는 것만으로 성대한 일이야."처음 이러한 인물과 접해 보는 신수민도 펄쩍펄쩍 날뛰고 있었다.서전왕 같은 영웅이 방문한다고 하면 백여개의 도시가 존재하는 남군에서 자그마하기 그지 없는 태성시의 사람들은 물론이고설령 남군 군주라도 깍듯이 모셔야 하는 인물인 것이다.이 모든 걸 보고도 이태호는 그저 평온한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전왕이 소전의 스승이 바로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백가와 소령을 호송한다는 빌미로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찾아 왔다는 것과 소전도 몰래 자신을 찾아 뵈려고 왔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본인이 태성에 없었으면 서전왕은 얼굴을 비치지 않았을 것이고 제자인 소전도 슬금슬금 따라오지도 않았을 것이다."서전왕이 신씨네건 받으면서 우리건 안 받았다 이거지, 괘씸해 죽겠네."서전왕과 백씨네가 자리를 떠나자 서문옥은 화가 치밀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그러자 서지강이 입을 열었다."서전왕이 신수민의 얼굴에 반해서 받아 준거 아닐까? 제갈네와 용씨네 것도 제갈용녀와 용지혜 손에서 받아 왔잖아, 내가 볼땐 미녀를 좋아하는 남자의 심리는 다 똑같은 거야,"서지강이 얼떨결에 내뱉은 말에 서문옥은 얼굴색이 흐려졌다."그러니까 내가 못났다는 거야? 전에는 내가 쟤네들보다 훨씬 더 예쁘다며?""그럼, 자기가 저여자애들보다 훨씬 더 예쁘지!"말실수를 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서지강은 마음속으로는 사실 다른 명문 집안 아가씨들과 비교했을 때 서문옥은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묘한 느낌이 딸린다고 여기고 있었다.게다가 서문옥은 외모로는 훌륭하긴 하나 가슴이 평평하고 욱하면 화를 자주 내는 성질에 집안끼리 사업교류가 없었으면 진작에 다른 여자를 택했을 것이다.
"언니, 형부, 얼른 할머니한테 가서 이 뜻깊은 소식을 전해 주자, 엄청 좋아하실 거야."신수연은 이태호와 신수민에게 감정이 고조된 어조로 말을 하고 있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곤 곧장 신씨네로 향했다.같은 시간 민속촌에 있던 서의당의 당주 전창민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전다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버지의 전화가 걸려 오자 전다민은 나씨 아줌마에게 물었다."어떡해요? 신전 주인님이 아버지한테 내가 납치된거라고 해라고 했었는데 그럼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나씨 아줌마는 쓴웃음을 지었다."맞아, 신전 주인님의 명대로 해, 이따가 내가 전화할 테니까 너는 받지 않는 게 좋겠어, 오후에 심심하면 나가서 쇼핑하다가 저녁에 성문 앞에 가서 신전 주인님이 오기를 기다리면 돼, 당주님은 내가 모셔가도록 할 게."쇼핑해도 된다는 말에 전다민은 몹시 신났다."정말 나가 놀아도 돼? 태성에는 고대 건물이 많기로 유명하다는데 제대로 구경해 봐야지, 그럼 나 갈게."전다민은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부재중 음이 끝나자 나씨 아줌마는 전창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아줌마, 어떻게 된 거야? 다민이가 전화를 안 받네? 휴대폰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거야?"전창민은 나씨 아줌마의 전화를 받고 나서 조급한 마음으로 딸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나씨 아줌마는 담담하게 웃었다."당주님, 큰 일 났어요, 이태호 실력이 장난이 아니에요, 저보다도 훨씬 강해요, 어제 저를 죽이지 않고 중상만 입혀 놓았어요, 근데 불행한 소식은 다민이가 잡혀 갔어요.""뭐!"전창민은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아줌마 목숨을 살려 두면서 왜 내 딸을 납치해 간 건데?"그는 뭔가가 떠오른 듯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우리 딸이 젊고 예뻐서 나쁜 짓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 틀림없이 여자를 밝히는 그런 쓰레기 일거야, 우리 딸 처녀몸도 잃고 인생이 끝나 버리게 됐잖아."별 상상을 다 하는 당주님의 말을 듣고 진땀이 나던 아줌마는과한 걱정을 덜어 주려고 이내 위로하고 있었다."
지금 이태호가 선연을 얻어 성지 장로의 눈에 들어갔고 머지않아 그는 온 창란 세계에 이름을 떨칠 것이다.아마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도 있다....이태호는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신수민 등 아내들과 말하고 나서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다.이번에 그는 먼저 연단술을 진급시킨 다음 내공의 경지를 돌파하고 마지막으로 단탑에 가서 제9층에 있는 보물을 가져오기로 결정했다.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신식을 사물 반지로 방출한 후 손을 가볍게 흔들자 보물 내에 있던 수십 개의 영약이 순식간에 그의 앞에 나타났다.20여 가지의 7급 영약은 다양한 빛을 발산하였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은월초, 만년주과, 옥수영액이었다.이 세 가지 8급 영약은 모두 8급 파성단을 정제하는 원재료이었다.이태호가 성왕 경지로 되려면 아직 멀었다.그는 이 세 가지 8급 영약들을 잘 보관한 후 20여 개의 7급 영약 중에서 7급 고급 단약 강진단(降塵丹)을 정제하는 원재료들을 골라냈다.강진단는 태을 영단과 비슷한 약효를 가졌고 모두 성자급 수사가 경지를 돌파할 때 사용한 영단이었다.많은 중급 연단사 7급이 연단술을 높이기 위해 강진단을 정제하였다.7급 영약들을 모으고 나서 그는 왼손을 가볍게 휘젓자 단전 내에 있는 연천로를 꺼냈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천로가 바닥 위에 나타나자 청련 이화가 순식간에 달려갔다.찌르륵.큰불이 단로를 감싸자 단로가 순식간에 달아올랐고 주변에 뜨거운 열기가 번졌다.단로가 거의 준비되자 이태호는 손을 뻗어서 만근이나 무거운 뚜껑을 향해 잡는 시늉을 하자 뚜껑이 허공에 떠 있었다.그러고 나서 신식으로 영약들을 조종해서 단로 안에 넣은 후 뚜껑을 닫았다.연천로 안의 영약은 영화에 의해 한순간에 순수한 영액으로 되었다. 이태호는 한눈도 팔지 않고 신중한 표정으로 연천로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두 시진이 지난 후 연천로 앞에 앉은 이태호는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면서 큰소리를 질렀다.“응결하라!”곧이어 그는 단로를 향해
이태호가 연장생에게 나쁜 인상을 남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연장생은 개의치 않았고 심지어 이태호가 태일종에 더 오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이 광경에 선우정혁은 어안이 벙벙해졌고 동시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다급히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허허. 대장로님께서 원하신다면 태일종에 좀 더 오래 계셔서 못난 봉주, 장로들에게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이에 연장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었다.“알았네. 자네의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태일종은 어쨌든 우리 태일성지의 세력이니까. 만 년 전에 제9맥의 곽운정 사형이 성지를 떠나 천남에 와서 태일종을 세운 후로, 우리 두 곳은 그동안 자주 연락을 해왔지. 내가 모처럼 천남에 왔으니 당연히 문하 제자들에게 조언을 해줘야지.”이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태일종은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이지만 천남은 외진 곳에 있어서 성지의 고수들이 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만 년 전에 종문을 세울 때도 조사(祖師)가 있는 제9맥의 사람들이 많이 왔다.그 후로 종문 내의 천교 제자들은 성지에 가서 수련할 자격이 있으나 자질이 특별히 출중한 제자 외에 기타 사람들은 성왕 경지로 돌파하면 다시 천남으로 돌아와서 신임 종주나 장로로 되었다.천남은 중주에 비하면 산간벽지라 할 수 있고 영기의 농도도 매우 옅기에 성지는 천남을 개발하는 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일성지의 역대 종주들은 태일종을 독립시킬 생각은 없었다.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 성지는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신소문처럼 독립된 종문으로 된다면 성왕이 죽어도 복수해 줄 사람이 없었다.이태호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몰랐고 연장생이 허락한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그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 중주로 갈 생각이었다.지금 그는 머지않아 곧 돌파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그는 연장생을 향해 포권을 취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양해해 주셔서 감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