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이태호의 관심은 온통 옥패에 가 있었다. 그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옥패 안에 보물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그래서 그런 옥패가 소지민한테 가 있는 것은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이다.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혼자서 다과를 먹고 있는 신수연을 보았다.순간 좋은 생각이 떠오른 이태호는 신수연 옆으로 갔다."수연아, 형부가 부탁할 일이 있는데!"이태호가 다가와서 웃으며 말했다.신수연은 웃으며 대답했다."형부, 무슨 일이야? 말해봐 나 신수연이 해낼 수 있는 일이면 꼭 도와줄게!"신수연은 이제 이태호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형부가 돈도 많고 능력도 있고 신씨 집안 오늘의 영광은 모두 이태호가 가져다준 것으로 생각했다. 만약 이태호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신씨 집안도 없고 슈퍼카를 운전하고 사고 싶은 것을 맘껏 살 수도 없었을 것이다.이태호는 이 말을 듣고 눈이 반짝거렸다."정말? 그럼 마음이 놓이네. 사실 아까 어머니가 가져간 옥패 말이다. 직접 달라고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이지. 그래서 너한테 부탁하는 거야. 옥패를 가져다줘라!"신수연은 이 말을 듣고 경악했다."형부, 쪼잔한 사람이 아니잖아? 그냥 옥패 잖아? 오늘 손님들이 가져온 선물 중에 옥패가 여러 개나 들어있어. 같이 가서 하나 골라줄까."이태호는 말문이 막혔다."옥패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야!"신수연도 바보가 아닌지라 그의 말을 듣고는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이태호 옆에서 목소리를 낮췄다."그러니까 백진운이 준 옥패는 가문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물건이라서 더 비싸다는 뜻이지?"여기까지 말한 신수연은 돈을 밝히며 물었다."형부, 그 옥패가 얼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설마 몇천만 원, 아니면 더 비싸?"이태호는 어이가 없었다. "수연아,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야. 나한테 준 선물이고 정중하게 마음이 담긴 선물이라고 한 거 알지? 어머니한테는 너도 말했다시피 옥패가 여러 개나 들어왔는데 하나 고르면 되는 거잖아!"하지만 신수연
"이억이라고. 좋아, 형부니까 도와주는 거야. 그 옥패는 원래 백진운이 형부한테 주는 것인데 엄마가 뺏어가는 것도 잘한 일이 아니지!"신수연은 이억이라는 숫자를 듣고 바로 돌변하여 이태호한테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이 대화를 끝내자, 백지연이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저지를 어린애처럼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태호씨 미안해요. 나는 별생각을 안 하고 어디에 갔는지 물어본 거예요. 신씨 집안에 없는 줄 몰랐어요."이태호는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 서 전왕이 뭐라고 안 했잖아? 그리고 너도 일부러 그런 것 아니잖아, 맞지?""헤헤, 나를 용서할 줄을 알았어!"백지연은 헤헤 웃으며 이태호의 팔을 잡았다."남녀칠세부동석!"이태호는 무안해져서 그녀의 팔을 떨쳐냈다." 저기에 있는 재벌 2세들이 너한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가서 대화해 봐!"백지연은 이태호한테 눈을 흘겼다."하지만 난 쟤네들과 대화하고 싶지 않아, 재미가 없단 말이야!"옆에 있던 신수연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킥킥거렸다."형부, 나는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을게요. 둘이 잘해봐요. 우리 신씨 집안의 사람들은 응원해 줄 거예요!"신수연은 웃으며 깡충깡충 뛰면서 도망갔다."신수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이태호는 어이가 없어 얼굴을 굳혔다."태호씨 수연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우리 잘해보아야 하는 게 맞죠? 이것 봐요. 하루를 못 봤는데 내가 벌써 이렇게 야위었어!"백지연은 열성 소녀팬처럼 이태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이태호는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이 계집애 낯짝 하나는 정말 두껍구나. 명확하게 알려줬는데도 아직 이러고 있었다. 그리고 자꾸 헤실헤실 웃으며 쳐다봐서 사람을 무안하게 했다."식사합시다, 식사합시다!"이태호는 식사 준비가 다 되자 드디어 떠날 핑계가 생겨서 뛸 듯이 도망갔다."흥!"백지연은 이태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태호씨, 나의 손바닥 안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거야! 내가 꼭 너를 붙잡고
"후지와라 군, 이태호가 우리 그이를 이렇게 만들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다리가 다 나아도 거동이 불편해서 지팡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어요. 꼭 복수해 주세요!"옆에 서 있는 정희주는 눈시울을 붉혔다."그리고 내공까지 없앴어요. 서건우는 이제 종사 급 전투력까지가 끝이에요. 더 높은 내공에 도달할 수가 없어요.""이태호 맞지? 걱정하지 마, 사람을 시켜서 그 자식을 처리할게. 그 자식은 이제 죽은 목숨이야!"후지와라는 서건우를 보다가 정희주를 향해 말했다."희주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나와 서건우는 의형제이고 나는 9급 기사의 강자예요. 태성시에 나보다 강한 사람은 없고, 또 열몇 명의 수하를 데리고 왔어요. 그들의 전투력은 서건우와 비슷해서 그 자식에게 주어진 것은 죽음 뿐이야!"정희주는 옅게 웃었다."잘됐네요. 후지와라씨가 나선다면 마음 놓을 수 있어요!"침대에 누워있는 서건우는 정희주에게 말했다."희주야, 후지와라는 먼 곳에서 왔어. 아직 식사도 안 한 것 같으니, 식사도 호텔도 네가 접대해 드려. 먼저 잘 접대해 드린 다음 이태호에게 복수하러 가."말을 마친 서건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내가 먼저 20억 보내줄게. 제일 좋은 호텔로 안내하고 맛있는 걸로 접대해 드려!""알겠어. 걱정하지 마, 이 일은 나한테 맡겨!"20억을 보내준다는 말을 들은 정희주는 심장이 뛰었다. 그녀는 눈에 빛을 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후지와라 군, 내가 지금 이래서, 여자친구가 접대해 드릴게요. 후지와라가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건우는 정희주에게 돈을 보내준 후 후지와라에게 말했다.후지와라는 웃었다."건우씨 몸조리만 잘하면 돼. 걱정하지 말고 좋은 소식만 기다리면 돼. 오늘은 다들 피곤해서 먼저 쉬고, 내일 이태호의 머리를 들고 다시 찾아올게!"서건우는 생각하다가 후지와라에게 귀띔했다."후지와라, 오늘 서규산 전왕이 신씨 집안을 방문한다고 했어. 오늘 이태호는 무조건 거기에 있을 거야. 이따가 희주가 너를 데리고 가서 멀리서
병실 밖에는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 열몇 명과 여자 두 명이 병실 문을 지키고 있었다.후지와라는 여자 두 명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너희 둘은 여기서 서건우를 잘 돌보고 있어. 뭐든 필요하면 바로 도와주고.""알겠습니다!"두 여자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정희주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갔다.먼저 제일 좋은 호텔로 가서 체크인한 후,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다. 정희주는 또 후지와라 일행을 데리고 신씨가문 근처에서 이태호와 신수민의 얼굴을 확인시켜 줬고 신수민의 회사와 이태호의 집 주변도 둘러보았다.모든 일을 끝내자, 날이 이미 저물었다.후지와라는 수하들을 보며 말했다."됐어, 각자 흩어져서 쉬어. 소란을 피우지 말고 우리 내일 하는 일에 지장을 주지 말도록!"후지와라는 잠깐 생각한 후 말했다."내일 오후 3시, 호텔의 로비에서 집합하도록!""알겠습니다!"수하들도 용성연합국이 처음이라서 아까부터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었다. 그들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삼삼오오 흩어져 구경하러 갔다.모든 사람이 다 가버리자, 후지와라는 정희주의 몸매를 눈으로 훑어보며 마른침을 삼켰다.용성연합국의 여자는 정말 예뻤다. 얼굴도 예뻤고 몸매도 좋았다. 조금 전 술을 조금 과하게 마신 후지와라는 정희주를 보면서 몸이 달아올랐다.정희주는 후지와라의 눈빛에 부끄러워져 웃으며 말했다."후지와라 씨 나는 서건우를 돌보러 갈게요. 이태호를 죽이는 일은 당신에게 맡길게요. 부탁드립니다!"하지만 후지와라가 말렸다."희주 씨, 왜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해? 건우 씨는 특실이라서 간호사와 내 수하 두 명이 돌보고 있어. 너는 오늘 안 돌아가도 돼!"이렇게 말한 후지와라는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그리고 병원에 아무리 좋은 병실이라 해도 냄새가 나. 희주 씨와 같은 아가씨가 오래 머무르면 피부에 안 좋아."정희주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 자기와 서건우는 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만약 기분이 상해서 안 도
정희주는 가슴이 덜컹거렸다. 후지와라의 말에 다른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착각이길 바라며 다시 후지와라에게 말을 걸었다."후지와라 씨 혹시 오늘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후지와라는 웃으며 말했다. "식사는 잘했어요. 하지만 접대는 좀 특별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어요!"정희주는 어색하게 웃었다."후지와라 씨, 좋은 술집을 알고 있는데 안내해 드리는 게 어떨까요?"후지와라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오, 그런 여자는 어떻게 희주 씨랑 비교하겠어요? 그런 사람은 희주씨의 십분의 일보다도 못해요. 나는 희주 씨처럼 분위기가 있는 여자가 좋아요!"정희주의 입가가 작게 경련했다."후지와라 씨, 이런 농담하지 마세요. 건우 씨와 의형제잖아요.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알겠죠?"날은 이미 어둑해졌고 공원에 있던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작은 나무다리에 도착했을 때 후지와라는 뒤에서 정희주를 와락 끌어안았다."하지만, 희주 씨의 몸매가 너무 좋아서요. 지금 입은 이 드레스는 나에게 환상을 가져다줬어요. 나는 아직 용성연합국의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는데 희주 씨가 만족시켜 주세요. 건우 씨를 보니까 조만간 나을 것 같지 않아서요. 걸을 수도 없고 희주 씨도 만족시켜 드릴 수 없는데 대신 내가 만족시켜 드릴게요!""안 돼요, 후지와라 씨, 술에 취한 것 맞죠? 의형제잖아요, 이러면 안 돼요!"희주가 깜짝 놀라 그를 밀어냈다."후지와라 씨 여기는 공원이에요.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떡해요? 진정하세요!"후지와라는 정희주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맡으며 그녀의 다리를 더듬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눈알을 굴리더니 유혹했다."걱정하지 마. 희주 씨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할게. 딱 한 번, 한 번만! 내가 20억 줄게 어때?"발버둥 치던 정희주는 순간 동작을 멈췄다. 20억?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돈이 많은 건데, 입만 열면 20억이래.20억의 유혹이 너무나도 컸다. 정희주는 마음이 움직였다. 예
"적어도, 적어도 40억!"정희주는 고민하더니 손가락을 내밀었다."좋아, 그럼 40억!"후지와라는 이 말을 듣고 바로 다가와 정희주를 안고 입술을 겹쳤다.정희주는 계속 발버둥 쳤다."아직 안 돼. 후지와라 씨 자리를 옮기자, 여기는 안돼. 그리고 아까 돈을 먼저 준다고 말했잖아!"후지와라는 이미 이성을 잃어 호텔로 돌아갈 때까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부근의 숲을 가리켰다."가자, 우리 저기 숲에 들어가자. 40억은 밤을 같이 지내야 하는 비용이야. 이따가 같이 호텔로 같이 가서 밤을 지내야 해!"정희주는 이 사람이 이렇게 과분한 요구까지 할 줄을 몰랐다.하지만 40억을 되뇌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하지만 돈부터 넣어줘야 해.""걱정하지 마, 나 후지와라한테는 작은 돈일 뿐이야!"후지와라는 공주님 안기로 정희주를 안아 들고는 숲으로 걸어갔다.한편 이태호는 서 전왕이 저녁도 신씨 집안에서 먹는다고 해서 손님들이 다 돌아간 후에도 신씨 집안에 남았다. 이태호와 신수민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서 전왕과 같이 식사했다.서 전왕과 소전은 친한 친구라서 옆자리에 앉았다.신수연은 소전이 선글라스를 낀 것을 보고 웃었다."소전씨, 이름이 아주 특별해요. 4대 군신 중의 소전 군신과 이름이 같네요!"여기까지 말한 신수연은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하지만 대낮에 선글라스는 이해되지만, 저녁에는 필요 없지 않나요?"소전은 웃으며 말했다."이보게 아가씨, 내가 선글라스를 하는 것은 첫째로 멋있어 보이는 것이고, 둘째로는 눈병이 있어서 전염시킬까 봐 그래요. 이 세상에 동명이인이 얼마나 많은데, 나도 소전 군신과 이름이 같아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아쉽게도 이름이 같다고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큭큭!"신수연은 상대의 유머러스한 말을 듣고는 참지 못해 웃었다."네가 정말 그분이라면 우리와 이렇게 같이 앉아있지 못하겠지!"소전은 조금 놀랐다."그래요? 그럼, 수연씨는 소전 군신이라면 어디에 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신수연은 그제야 웃었다.
"맞아, 소전. 우리 태호 씨한테 보여줘 봐, 태호 씨 의술이 좋아서 그래. 전에 제갈씨 집안의 할머니는 10년이나 거동이 불편했는데 지금은 뜀박질도 할 수 있어. 오늘도 우리 집에 왔거든!"소지민도 소전에게 말했다.소전은 이런 열정적인 분위기에 어색하게 웃었다."괜찮아요. 나한테 약이 있어요. 모레가 되면 다 나을 수 있어요!"옆에 있던 이태호도 이 말을 듣고 웃었다."자, 술이나 마셔요. 작은 병은 어디에서든 다 볼 수 있어요. 벌써 약을 쓰고 있다잖아요. 굳이 내가 안 봐줘도 돼요!"소전도 술잔을 들고 말을 이었다."이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자, 우리 한잔합시다!"사람들은 한잔씩 비웠다.소전은 술잔을 내려놓고 말했다."맞다, 이 선생님이 신 씨 아가씨와 결혼식을 한다고 들었는데 언제쯤인가요? 나도 꼭 참석해야 하는데!"신수연은 이태호에게 물었다."맞아 형부, 우리 언니하고 결혼식 한다고 했잖아? 남군에서 소문나는 결혼식을 올린다고 했잖아. 농담하는 거 아니지?"이태호는 어색하게 웃었다."결혼식은 꼭 해야지. 수민이가 나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는데, 내가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빚졌어. 꼭 제대로 된 결혼식을 해야지!"여기까지 말한 이태호는 뜸을 들였다가 계속했다."며칠 후 추석에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하는데, 결혼식은 갔다 와서 날짜를 잡는 게 좋겠어!"소지민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을 굳혔다."태호야, 그 말이 무슨 뜻이야? 네가 나온 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인데 떠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인데 우리 가족과 추석을 지내는 것보다 더 중요해?"신민석도 맞장구를 쳤다."맞아, 이태호, 너무한 거 아니야? 내 사촌 여동생이 너와 같이 고생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나온 후 첫 번째 명절을 그것도 중요한 추석인데 어떻게 혼자 가버리냐?"이태호는 어색하게 웃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요. 정말로 중요한 일이에요. 아니면 어떻게 부모님을 두고 갈 수가 있겠어요?"연초월은 이태호를 이해해 줬다."괜찮아, 태호야, 정말 중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선생님, 시간이 된다면 꼭 참석할게요!"이태호가 술을 드리자, 서규산은 어쩔 줄을 몰라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이 모든 행동이 신수민의 눈에 들어왔다.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이지만 신수민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서규산과 같은 인물이 이태호가 술을 드리자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지? 마치 상사의 술을 받는 부하 직원인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서 전왕의 상사는 군신이 아닌가? 이태호는 4대 전신이 아니다. 그분들이 상을 받는 장면은 현장 생중계로 본 적이 있어서 얼굴을 알고 있었다.신수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도 착각일 것이다. 아마도 서규산이 신체 능력이 강하지만 사교성이 없어서 어색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태호야, 들었니? 서 전왕이 수민이 결혼식에 참석하러 오신대. 그럼, 결혼식 하는 날에 우리 집안이 얼마나 면이 서겠어. 예전에 수민이는 너 때문에 그 많은 고생을 했는데 이제야 좋은 날이 찾아온 거야. 결혼식 날짜 빨리 정해야 해!"소지민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드디어 딸이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게 된다. 그녀는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추석 후 내가 돌아오면 바로 날을 보러 가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소전도 웃으며 말했다."그날 시간이 된다면 나도 참석할게요!""하하, 좋아요. 오는 것을 환영해요. 그때 되면 눈병도 이미 나았을 테니 자꾸 선글라스로 가리지 말고 얼굴 한번 보여줘요!"신수민은 그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모두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냈다.식사를 마친 후 소전과 이태호는 단둘이 정원에서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었다.이태호는 저녁 10시가 지나서야 가족과 함께 신씨 집안에서 떠나 별장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 이태호는 웃으며 신수민에게 물었다."수민아, 미안해. 이번 추석은 너와 은재랑 같이 보낼 수 없게 됐어. 너무 미안하다!"신수민은 웃기만 했다."괜찮아. 이미 습관 됐어.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 가는 거잖아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