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우는 서문옥을 덥석 붙잡고 끌어당기면서 설득했다.“문옥 씨, 참아요. 저놈은 원래 덜렁이라서 일단 저지르고 보는 타입이죠. 상대방의 신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요. 먼저 때리고 나서 협의 보는 거예요. 괜히 자극이나 하지 말아요. 자칫 목숨이라도 잃으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자신이잖아요.”서문옥도 알고 있었다. 곁에 경호원도 없었고, 독고영민을 포함한 사람들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지금 여기서 이태호처럼 머리가 텅 빈 덜렁이와 시비 붙어봤자 자신만 손해 볼 것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묵묵히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뭐, 뭐 하려고? 오지 마!”정희주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태호를 보자 화들짝 놀라면서 뒷걸음질 쳤다.이태호는 무심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무릎 꿇어! 내 와이프한테 사과해.”“이태호,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하는 거지? 웃겨, 정말.”정희주는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지금 밖에 문옥 씨가 부른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거 몰라? 나한테 무릎 꿇으라고? 확실해? 감당할 수 있겠어?” “무릎 꿇고 스스로 뺨을 10대 때리면 방금 있었던 일은 용서해줄게. 하지만 앞으로는 얌전히 지내는 게 좋을 거야.”싸늘한 얼굴로 말을 내뱉은 이태호의 모습에서 살기가 은은히 뿜어져 나왔는데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이...!”정희주는 이태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눈앞의 남자가 감히 자기한테 무릎 꿇으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싫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 같은 병신 놈한테 무릎 꿇을 일은 절대 없어.”정희주는 이를 악물었다. 만약 오늘 무릎을 꿇는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신수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원래 이태호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 사람들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미려고 방 안에 숨어 있었는지 몰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따라서 그녀도 굳이 말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이때, 이태호의 몸에서 무형의 에너지 파동이 일렁거렸다. 순간 무시무시한 압박감을 느낀 정희주는 다리가 풀리면서 그대로 바
“꺅!”이태호가 갑자기 안아 올릴 줄 몰랐던 신수민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더니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단단하고 힘 있는 팔뚝과 은은하게 풍기는 수컷의 향기를 고스란히 느낀 그녀는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걷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내려줘요.”신수민은 쑥스러운 듯 나지막이 말했다.“발목이 퉁퉁 부었는데 어떻게 걸어요? 차까지 데려다줄게요.”이태호는 고개를 숙이지도 않은 채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신수민은 빨간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인했다.이태호가 방을 나서자 정희주는 그제야 숨 막힐 듯한 압박감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전의 느낌은 너무 끔찍했다. 이태호의 존재는 마치 왕처럼 다가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 자신조차도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몰랐다.하현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서서히 다가왔다. 다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다. 이태호도 자신을 미워할 텐데, 딱히 그에게 손을 대지 않은 듯싶었다.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정희주를 바라보며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렇다고 진짜 무릎 꿇으면 어떡해? 고작 죄수에 불과한 놈한테 무릎을 꿇어? 창피하지도 않아?”“난...”정희주는 방금 일어난 희한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서 입만 벙긋했을 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누나, 나 남자 구실 못하면 어떡해? 얼른 병원에 보내줘, 망했어! 나 어떡해!”이때, 땅바닥에 웅크리고 누워 있던 연진욱이 서문옥을 바라보며 애원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서문옥은 자기 볼을 쓰다듬었다. 망할 놈, 그녀를 때린 것도 모자라 감히 협박까지 하다니?듣도 보도 못한 감옥에서 갓 풀려난 쓰레기 같은 남자가 그녀의 집안에 위협을 줄 수 있을 거라고는 절대 믿지 않았다.그녀는 정희주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닥에 앉아서 뭐해요? 쪽팔리지도 않아요? 일단 119에 연락해서 내 동생 병원에 데려다줘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래층에 한번 내려가 볼게요. 이태호 그 자
독고영민 일당은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들어서는 태수를 보자 순식간에 꼬리를 내렸다. 고작 몇 마디 말이 오갔을 뿐인데, 이미 손에 든 무기를 내팽개치고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태수는 도착하고 나서 이태호에게 존칭을 사용하면서 이태호 대신 독고영민 일당을 제압했다. 이태호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그제야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한참 뒤, 신수민을 안고 계단에서 내려오는 이태호를 보자 태수는 얼른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이태호 씨, 사모님은 괜찮아요? 이태호 씨 말 한마디면 오늘 이 사람들을 매장할 수도 있거든요.”이태호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걱정해줘서 감사합니다. 제 아내는 괜찮아요. 다만 왜 저를 도와주는지 궁금하네요.”태수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충 둘러댔다.“그게... 사실 저희 용의당은 향무당과 원래 사이가 안 좋죠.”이태호는 싱긋 웃었다.“아마 말처럼 가벼운 문제는 아니겠죠?”태수는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내일 용의당에 한 번 다녀가면 안 될까요? 저희 형님께서 이태호 씨를 뵙고 싶어 하거든요. 그래서 오늘 온종일 찾아다녔는데, 댁에 갔더니 이사한 걸 그제야 알아서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그래요? 형님께서 저를 보고 싶어 한다고요?”이태호는 의아한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태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속으로는 역시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설마 본인이 드래곤 신전의 주인인 걸 모른다는 건가? 이 타이밍에서 아직도 연기하다니?그렇다고 굳이 들춰내지는 않았다. 드래곤 신전의 주인은 늘 미스터리한 존재인 만큼 그의 정체를 현장에서 밝힌다면 신전 주인의 심기를 건드릴 게 뻔했기 때문이다.따라서 솔직하게 대답하는 대신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맞아요. 이태호 씨를 뵙고 싶다고 했어요. 내일 가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그렇군요. 그럼 내일 시간 나면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용의당이라는 곳이 궁금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대방의 도움을 받았으니 내일 찾아가
서문옥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용의당 사람이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줄 몰랐다. 고작 이런 일마저 눈에 거슬려 참견할 줄이야.다만 오늘 운수 나쁜 날인 셈 치고 순순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돈 많은 집안이라고 해도 감히 용의당은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용의당은 그녀보다 더 잘나가는 집안조차 피하기 급급한 존재인 지라 그들은 더 할 말 것도 없었다.“하하하, 태수 씨, 사실 이태호 그 자식 때문에 체면이 구겨진 적이 있어서 따끔하게 혼 좀 내려고 했을 뿐, 그런 형편없는 레스토랑은 절대 아니에요. 태수 씨가 이태호를 봐준 이상 저도 당연히 태수 씨 체면을 살려줘야 하지 않겠어요?”서문옥은 어색하게 웃으며 결국 백기를 들었다.곧이어 태수는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태수가 떠나고 나서 서문옥은 독고영민에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죠? 용의당 사람이 왜 갑자기 나타났대요?”독고영민은 부하들과 함께 주뼛주뼛 일어서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젠장, 지난번에 부하 중 한 명이 그쪽 부하한테 몇천만 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적이 있는데, 아까 오자마자 그 부하의 손가락을 하나 잘라버렸죠. 내가 부하를 대신하여 갚아준다고 해도 아랑곳하지 않더라고요. 제기랄!”이를 들은 하현우가 입을 열었다.“젠장, 이태호는 진짜 운이 억수로 좋네요. 만약 독고영민 부하와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태수도 굳이 참견하지 않았을 텐데, 괜히 상황 확인차 들어왔다가 정의에 불타올라 이태호 일행만 구해줬네요?”“그러니까요. 아니면 나도 그놈을 순순히 보내주지 않았을 거예요.”독고영민도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자자, 이번에는 고마웠어요. 시간도 늦었는데 독고영민 씨도 부하들과 함께 먼저 돌아가요. 손가락 잘린 부하도 있고, 다친 부하들도 있으니 치료비 겸 이따가 1억 보내줄게요.”서문옥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독고영민한테 먼저 돌아가라고 했다.“이태호 그 자식이 감히 문옥 씨의 뺨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 봐요. 다음에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
“네, 좀 희한하긴 하네요. 수소문해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하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이때, 이태호는 신수민을 차에 태우고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태호야, 오늘 밤 태수라는 사람이 도와줘서 너무 다행이야.”차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연초월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감개무량한 말투로 말했다.“처음에는 우리한테 손찌검하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을 데리고 쳐들어온 줄 알았는데, 도와주러 왔을 줄이야!”이태식이 이태호에게 물었다.“태호야, 태수라는 사람과 아는 사이야? 꽤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기는 하던데.”신수민도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녀도 속으로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이태호가 결혼식에서 소란을 피웠을 때 이태식과 연초월 부부는 현장에 없었지만 그녀는 아니었다.그녀는 태수가 하씨 집안에 신세 진 적이 있다는 말을 똑똑히 들었고, 하창민이 하현우를 도와주라고 부른 사람이었다.하지만 오늘 밤 태수는 누가 봐도 이태호를 감싸고도는 느낌이었다. 비록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지만, 이태호에게 존칭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은 아니라는 걸 설명했다.더 중요한 사실은 태수가 그의 형님께서 이태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이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하하하, 저도 상대방이 무슨 꿍꿍인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내일 용의당에 다녀오면 자초지종을 알게 되겠죠.”이에 신수민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태호에게 말했다.“태호 씨, 용의당은 절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에요. 위험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내일 나랑 같이 가요.”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속으로 감동했지만, 그녀를 돌아보며 거절했다.“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내가 위험에 빠진다 한들 자기는 연약한 여자라서 딱히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게다가 오늘 밤 상대방의 태도로 보아하니 나한테 다른 볼일이 있는 게 분명하죠.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이내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내일 한가하다면 엄마 아빠랑 집 좀 정리해줄래요? 이불이나 집에 필요
“도착했어요.”별장에 도착한 후 이태호는 차에서 내려 신수민을 안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신은재가 두 사람의 뒤를 따랐는데, 마음씨가 착한 아이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엄마, 발목 아파요?”“걱정하지 마, 은재야. 엄마는 괜찮아. 아빠가 곧 치료해줄 테니까 금방 나을 거야.”귀여운 딸아이를 바라보자 이태호는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그래요? 아빠 최고예요!”이태호를 바라보는 신은재의 눈빛에 존경스러움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눈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마치 전지전능한 존재에 가까웠다.“은재야, 먼저 쉬고 있어. 이따가 엄마가 씻겨줄게. 이제 욕조가 생겼으니 욕조 안에서 씻어도 돼.”신수민은 신은재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물론 딸을 낳았다는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비록 그동안의 삶은 고달프고 힘이 들었지만, 그녀가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딸이니까.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신은재는 팔짱을 낀 채 뾰로통한 표정으로 입을 빼죽 내밀며 말했다.“싫어요. 전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씻겨줬으면 좋겠어요.”신수민은 말문이 막힌 나머지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계집애가 글쎄 옛날부터 아빠가 돌아오면 아빠랑 씻겠다고 난리를 피워서... 태호 씨가 돌아오자마자 첫날부터 씻겨달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이태호는 뾰로통한 딸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알았어. 우선 엄마부터 방에 데려다주고 그다음에 우리 귀염둥이를 씻겨줄게, 어때?”“야호! 신난다!”신은재는 활짝 웃으면서 어찌나 신이 나는지 양팔을 마구 흔들며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이태호는 신수민을 안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히고 나서 욕조에 물을 받고 신은재를 씻겨주러 갔다.딸아이가 이렇게 얌전할 줄은 이태호도 몰랐다. 그를 두려워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아 보였다. 보아하니 그동안 아빠의 사랑이 고픈 듯했다.신은재를 방으로 데려가 재우고 나서야 이태호는 신수민의 방으로 돌아왔다.“당신 진짜
이태호는 곧장 옆으로 피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당연하죠! 자, 열 받으면 때리던가?”“태호 씨!”신수민은 화가 나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태호를 꼬집으려고 뛰어갔다.“잠깐, 안 아파요?”코앞까지 다가온 신수민을 보자 이태호가 물었다.“어? 진짜 하나도 안 아픈데요?”신수민은 어안이 벙벙했다. 아까는 걷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뛰어다니는 데도 멀쩡할 줄이야!“어때요? 이제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죠? 하하하, 내가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뛰기나 하겠어요? 아마 무서워서 꼼짝도 안 했겠죠.”이태호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뭐, 재주가 좀 있긴 하네요.”신수민은 몇 걸음 걸어보더니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내가 명의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무려 명의한테 재주 타령하는 거예요?”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하더니 신수민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우리 이제 존칭 말고 편하게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요?”“글쎄...”신수민은 짐짓 화난 척 말했다.“당시 누구 때문에 집에서 쫓겨났는데! 그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서 정말 미웠지만 이제 용서해줄 때도 된 것 같네요. 말 놓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뭐.”“진짜? 그렇다면 지금부터 말 놓을게.”이태호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그렇다고 바로 말 놓는 사람이 어딨어요!”신수민은 팔짱을 낀 채 도도하고 새침한 표정으로 말했다.“흥, 나도 놓을 거야.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쉴 테니까 너도 일찍 자.”이태호는 고민 끝에 신수민에게 농담을 건넸다.“물론 자기가 혼자 자는 게 무섭다면 나랑 같이 자도 돼.”“꺼져! 꿈도 야무지네.”신수민은 이태호를 힘껏 째려보았다.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약병을 꺼내 신수민을 향해 말했다.“약 발라줄 테니까 잠깐 앉아 있어. 비록 뼈는 맞췄지만 주변 근육이 놀랐을 수도 있거든.”“응.”신수민은 침대 머리맡에 앉았고, 이태호는 쪼그려 앉아 손바닥에 약을 덜고 그녀의 다친 발목을 조심스레 문질렀다.고개를
“됐어, 일찍 들어가서 쉬어.”신수민은 담담하게 웃다가 이태호가 방을 나간 후에야 방문을 닫았다. “후.”방문을 닫은 후 신수민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은 그녀는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그러나 다행히도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었다. 최소한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별장이 생겼고 이태호가 정씨 집안으로부터 3억 정도를 돌려받았으니, 이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예전처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이태호가 말한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결혼식을 준비하겠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때, 차 안에서 하현우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망할 이태호. 젠장. 언젠가 끝장을 내주겠어!”“그러게, 정말 열 받아. 우리 결혼식을 이런 식으로 망칠 줄을 몰랐어.”옆에 있던 정희주가 맞장구쳤다. 하현우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근데 이번엔 이태호 이 멍청한 자식이 서문옥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서씨 집안 미움을 산 거나 마찬가지야. 그 자식이 얼마나 더 잘난 체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서문옥 그 사람, 반드시 이태호한테 복수할 거야.”말을 마친 하현우는 차를 몰아 집이 있는 타운하우스로 향했다. 방으로 돌아온 정희주는 샤워 후 섹시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정희주는 워낙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보는 사람마다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키곤 했다. 그녀는 방문을 닫고 하현우를 향해 웃어 보였다.“오빠, 그 바보 같은 자식 생각은 그만하고, 오늘 밤은 내가 잘해줄게.”정희주의 매력적인 눈빛을 보며 하현우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정희주의 외모는 신수민과 비교가 안 되었다. ‘젠장. 이태호만 없애버리면, 신수민은 내 거야!’하현우는 이태호가 자신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예쁜 여자를 가질 수 있는지 하현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정희주는 하현우를 침대 위에 눕히고 하현우를 유혹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얼마 후, 정희주의 얼굴은 점차 어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