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식이 웃으며 말했다.“이 군주님, 점심에 같이 몇 잔 하려고 했는데, 이따가 사모님과 쇼핑하러 간다고 하셨으니, 붙잡지 않겠습니다.”“저녁에 마셔요. 내가 그들을 데리고 나가서 구경하고, 저녁에 술 마시러 올게요.”이태호는 고민 끝에 말했다.그 말을 들은 신명식은 눈을 반짝였다.“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준비하고 기다릴 테니 저녁에 한잔해요.”이태호는 신명식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남에게 신세 지는 것도 싫어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사람은 사귈 가치가 있다.십여 분 후 이태호는 손에 든 은침을 거두어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신 군주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녁에 다시 올게요.”신명식이 곧 말했다.“참, 이 군주님, 그럼 요즘 어디에 묵으시는 거예요?”이태호가 웃으며 대답했다.“며칠만 지낼 거니까 호텔에 묵었어요.”그러자 신명식이 말했다.“왜 호텔에 묵어요, 여기 비어있는 별장이 있어요. 저녁에 이태호 씨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같이 식사하고 여기 머물러요. 그럼 매일 와서 치료하느라 번거롭지 않아도 되잖아요.”이태호도 상대방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내가 저녁에 올 때 같이 차를 몰고 와서 며칠 동안 여기서 지낼게요.”“하하, 그래요, 가죠, 제가 바래다 드릴게요!”그러자 신명식이 크게 웃었다.이태호가 거절했다.“아닙니다, 신 군주님, 침을 맞았으니 바로 돌아다니는 것은 좋지 않아요. 우선 30분 정도 앉아서 쉬는 것이 좋을 거예요.”“그래요, 그럼 안 나갈게요!”신명식이 인사했다.“그럼요!”이태호는 웃으며 혼자 나갔다.“나왔다, 그놈이 드디어 나왔어.”이태호가 혼자 나오자 맞은편 카페 2층에 앉아있던 강선욱은 흥분하며 말했다.“허허, 강 도련님, 나가실 필요 없어. 내가 어떻게 저놈을 죽이는지 지켜봐.”그러자 육명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면을 꺼내 쓰고는 성큼성큼 아래로 내려갔다.“허허, 이태호, 넌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겠구나!”대문을 나서는
육명준의 얼굴에 씌워진 가면은 박쥐처럼 생긴 검은 가면으로, 눈과 입만 드러나 있고 얼굴의 다른 곳은 가렸다.하지만 이태호는 멍청하지 않았기에 상대방의 내공을 보고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백정연이 그를 죽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 뚱보가 그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죽어라, 이 자식!”육명준이 갑자기 손을 내젓자, 몇 미터 길이의 영기가 그의 쪽으로 내뿜어졌다. 그 영기는 매우 강한 파동을 가지고 있었다.이태호가 차갑게 웃으며 마음을 가다듬자 영기가 솟구쳐 나와 그의 주먹을 감쌌다. 그가 갑자기 손을 내젓자 거의 같은 크기의 영기가 날아갔다.‘쾅!’굉음이 울렸고, 두 사람의 영기는 엄청난 폭발음을 냈다.“뭐야, 받아친 거야?”한 줄기 눈 부신 빛이 흩어지자 육명준은 깜짝 놀랐다. 방금 그의 공격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것은 9급 무왕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태호가 공격을 이렇게 쉽게 받아내다니, 그는 이태호가 도대체 어느 정도 내공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설마, 저 저 자식도 무황의 내공이란 말인가? 그런 게 아니면 그렇게 대단할 수 없었을 것이야!”육명준의 마음속에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태호는 이미 그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는 이태호의 시체를 들고 빠르게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그럴 리가?”건너편 카페 2층에 앉아있던 강선욱도 이 광경에 놀라 입을 벌린 채 이 모든 것이 진짜인지 의심했다.“말도 안 돼, 절대 말도 안 돼!”이때 육명준이 고개를 저으며 주먹을 쥐자 위에서 영기가 솟구치더니 다시 번쩍이며 이태호의 앞에 나타나 그를 향해 내리쳤다."흥! 네까짓게?”이태호가 차갑게 웃더니, 똑같이 주먹을 쥐었다. 그는 주먹에 영기를 덮어 한 주먹으로 상대와 직접 맞섰다.‘쾅!’또 굉음이 울렸고, 곧 이태호는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육명준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풉!’육명준은 10여 미터를 거꾸로 날아간 후에야 멈추었고, 기혈이 솟구쳐
“이 군주님, 괜찮으시죠?”그제야 문을 지키는 경호원 몇 명이 달려오더니 그중 한 명이 물었다.이태호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괜찮아, 광대일 뿐, 아직 내 상대가 아니야. 참, 이 일은 신 군주에게 말하지 마, 괜히 나 때문에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알겠습니다, 이 군주님!”경호원 몇 명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중 한 명이 다시 앞으로 나와 한마디 했다.“이 군주님, 조심히 가세요!”“그래,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차에 올라탔다.육명준은 골목 끝으로 도망쳐 가면을 벗고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꺼내 삼켰다. 창백해 보이는 안색이 그제야 좋아졌다.“젠장, 왜 저렇게 대단해!”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게 다 강선욱 탓이야. 저놈이 9급 무왕이라고 하더니, 아까 그 주먹으로 봤을 때 그는 절대 9급 무왕이 아니었어!”말을 마친 그는 상처가 조금 나아진 것 같아 그제야 조심스럽게 다시 그 카페로 돌아왔다.육명준이 돌아온 것을 본 강선욱이 곧 다가가 말했다.“선배님, 괜찮으세요? 저 녀석이 왜 그렇게 대단해요? 선배님조차도 그의 상대가 안 되는 거예요?”육명준은 자리에 가서 앉더니 냉랭한 얼굴로 말했다.“겨우 9급 무왕의 내공이라고 하지 않았어? 방금 주먹으로 맞붙었는데, 그 주먹으로 봤을 때 녀석은 분명 9급 무왕이 아니라 3급이나 4급 무황일 거야!”강선욱은 곧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놀라서 말했다.“나도 몰라요, 우리 모두 그의 상대가 아니에요. 참, 차주원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 집안의 8급 무왕과 7급 무왕 두 명이 손을 잡았는데 모두 이태호의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에요. 그 자식과 싸울 때 그들은 이태호가 9급 무왕일 거라고 느꼈대요.”육명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저 자식이 차씨 가문의 장로들과 싸울 때 전력을 다하지 않은 모양이군. 하긴, 그런 세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되긴 해. 9급 무왕의 전력으로 충분하지.”그러자 육명
육명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이태호를 죽이고 싶다면 사실 방법이 있어. 나는 확실히 그의 상대가 아니야,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그를 죽이고 싶어 할 거라고 믿어. 허허, 그 사람이 그를 찾으면, 그는 살아날 기회가 없을 거야.”이 말을 듣자 강선욱은 기쁜 마음에 흥분하며 물었다.“사형, 누군데요? 그 사람이 우리를 도와줄까요? 상대방이 이태호를 죽이고 싶어 한다고 했는데, 설마 이태호가 그 사람의 미움을 샀단 말인가요?”육명준은 강선욱을 힐끗 보고 잠시 생각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일은 네가 참견할 필요가 없어. 그 사람은 분명 이태호와 원한이 있을 거야. 내가 그에게 알려주면 그 사람이 이태호를 죽일 거야. 좋아, 이 일은 이렇게 하자. 내일은 먼저 돌아가야겠어. 나는 그를 죽일 수 없지만, 그 사람은 분명히 그를 죽일 수 있을 거야.”강선욱은 일어서서 육명준을 향해 말했다.“사형, 제가 말한 그곳에 가볼 건가요? 거기에 정말 예쁜 여자들이 몇 명 있어요!”그러나 육명준이 대답했다.“안 갈 거야, 이태호를 죽이고 축하하러 가려 했는데, 지금은 기분이 안 좋아.”“그래요!”강선욱은 곧바로 계산하고 나서, 그제야 육명준과 함께 그곳을 떠났다.이태호는 떠난 후, 신수민이 걱정할까 봐 이 일을 신수민에게 말하지 않았다.그가 호텔 아래까지 왔을 때, 신수민 등은 이미 단장을 하고 아래층 광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형부, 형부만 기다리고 있었어요.”이태호가 돌아오자 신수연은 기뻐하며 말했다.이태호가 웃으며 다가왔다.“말해요, 오늘 어디 놀러 갈 거예요?”신수민은 웃으며 답했다.“수연이가 재미있는 놀이공원이 있다고 하던데.”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좋아, 하지만 오후에 돌아올 때 같이 차를 몰고 신군주의 저택으로 가야 해. 우리는 3일 동안 그쪽에서 살 거야, 그러면 나도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어. 그쪽에 빈 별장이 있대.”“그래요? 잘됐네요. 이 신명식은 괜찮은 사람이네요. 감사할 줄 아는 걸
이태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앞으로 수련의 천부적인 재능을 바꿀 보물을 찾아줄게요. 이번에 이렇게 한몫 얻기도 쉽지 않았어요. 신 군주님께서 통 크게 나에게 준 덕분이에요. 하지만 이왕 있는 이상 이 세상에는 수련의 천부적인 재능을 바꿀 수 있는 다른 보물이 있을 거라 믿어요, 나중에 반드시 찾아줄게요.”“형부, 약속한 거예요? 형부만 믿을게요!”신수연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희색이 더해졌다.이태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그래요, 다음에 있으면 줄게요, 다음에 또 있으면 지연이에게 줄게!”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 적어도 이태호의 마음속에 그녀가 있다는 말이다.“고마워요, 태호 오빠!”백지연은 고개를 살며시 숙이고 입가에 자기도 모르게 달콤한 미소를 띠었다.“다 같은 편이야, 그렇게 사양할 필요 없어!”이태호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한마디 했다.그러나 옆에 있던 신수연이 듣고 나서, 농담조로 백지연에게 말했다.“지연 씨, 들었어요? 형부가 지연 씨가 같은 편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우리가 앞으로 한 가족이라는 뜻이에요.”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더욱 달콤해져서,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몰래 이태호를 쳐다보았다. 그런 소녀의 수줍음이 그녀에게서 고스란히 전해졌다.“수연 씨, 헛소리하지 말아요!”이태호가 곧 신수연을 노려보았다.신수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난 헛소리 안 했어요. 칫, 방금 형부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내 편이라고요. 그게 바로 가족이라는 뜻이잖아요.”“그래요, 남자가 여자에게 말로는 못 이기죠. 그만 출발하도록 해요.”이태호는 신수연을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차로 걸어갔다.“잘됐어, 헤헤, 또 주인님 따라다니면서 며칠 잘 놀게 됐네.”이소아와 서소운 등은 웃으며 기뻐했다.이태호는 그들을 힐끗 보고 나서 말했다.“참, 너희들의 내공이 안정되면 나한테 말해, 단약이 떨어지면 내가 단약을 줄게. 너희들의 내공을 끌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올려야
신명식은 매우 친절하고 호탕한 사람이라 다들 함께 앉아 식사할 때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이태호는 상대방과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이야기를 나누던 이태호는 갑자기 뭔가 떠올라 물었다.“참, 신 군주님, 서군 쪽의 지하세력들을 잘 아세요?”“지하세력이요? 이건 제가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아무래도 그쪽엔 관심이 적네요!”신명식은 얼굴을 찡그리며 생각하더니 호기심에 물었다.“이 군주님, 왜 갑자기 지하세력에 관심을 보이는지요?”이태호는 앞에 있는 와인을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그제야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지금 파벌을 찾아야 하는데, 그 이름 중에 무슨 용이나 말이나 등 띠의 이름을 따고, 뒤에 의당이라는 글자가 붙은 파벌을 찾아요.”“구의당?”옆에 있던 신수희가 생각 끝에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맞아요, 구의당이라는 파벌이 있었던 거로 기억해요.”“대박!”이태호는 그 말에 속으로 기뻐했다.“신수희 씨, 이 파벌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신수희는 그제야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예전에 백산시를 지날 때 누군가 이 파벌에 관해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아마 2년 전쯤이었을 거예요.”그러자 신수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그때 그 이름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기억했어요. 누가 파벌 이름을 이렇게 지었냐고 생각했죠. 구의당이라니, 그때 그 이름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신수희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라 웃음을 멈추더니 쑥스러운 듯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 이 군주님, 이 파벌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왜 그들을 찾으세요?”이태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쿨럭, 그들은 모두 같은 조직에 속해 있고, 나는 지금 그들을 이 조직으로 복귀시키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이태호는 말을 마친 뒤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르고 잔을 들어 신수희를 향해 말했다.“자, 들어요, 신수희 씨, 고마워요, 적어도 그들이 백산시에 있다는 것을 알았네요. 이렇게 하면 제가 그들을 찾아갈 수 있을 거예요, 정말 고마
“자, 수민 언니, 나 자러 갈게요, 언니도 일찍 쉬어요!”백지연은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신수민은 침대에 누워 있는 이태호를 보고 그제야 샤워를 한 뒤 옆에서 잠을 잤다.한밤중에 소변이 급했던 이태호는 잠에서 깬 후, 혼자 흐리멍덩한 정신으로 나가서,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계속 잤다.“아!”이튿날 아침, 한 방 안에서 비명이 들려왔다.백지연은 눈을 뜨고 옆에 이태호가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 옆에 한 남자가 있는 것을 본 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하지만 이태호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설마 이 녀석은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고 어젯밤에 와서 무엇을 하려고 한 건 아닌지 의심했다.이태호는 깨어난 후, 겨우 눈을 뜨고 곧 옆에 있던 백지연을 보고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아 백지연을 향해 말했다.“너, 너 왜 내 방에 있어?”백지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잘 봐요, 여긴 내 방이에요. 태호 오빠는 수민 언니랑 같은 방이지 않아요?”이태호는 머리를 문지르고 나서야 어젯밤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간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저기, 내가 방을 잘못 들렀나 봐!”이태호는 어색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백지연의 섹시 몸매와 잠옷 치마를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저기, 어젯밤, 내가 너한테 뭔 짓 안 했지?”백지연은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나, 나도 몰라요, 내가 잠에서 깨자마자, 태호 오빠가 내 옆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한 손은 내 몸을 만지고 있었어요... 나에게 뽀뽀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이태호는 식은땀이 흘렀다. 신수민인 줄 알았으니 당연히 껴안았을 텐데, 백지연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줄은 몰랐다.“난 몰라요, 어쨌든, 오빠가 나랑 같이 잤으니 어젯밤에 뭘 했는지 어떻게 알아요. 어쨌든, 오빠가 이번에 책임져야 해요!”백지연은 입을 삐죽 내밀고 몰래 이태호를 쳐다보았다.이태호도 어이가 없었다.“너 왜 문을 잠그지 않고
“안 했을 거라고? 그럼, 자기도 확실하지 않다는 거잖아?”신수민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쓰지 않아. 방금 나도 들었어, 자기 분명 지연이를 안고 잤어. 이번에는 어쨌든 책임져야 해. 그렇지 않으면, 여자가 이렇게 자기랑 같이 잤는데, 소문이 나면 나중에 어떻게 시집갈 수 있겠어?”백지연은 속으로 기뻐했지만, 이렇게 어이없는 상황에서 그녀와 이태호에게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다.“그래, 그래, 내가 책임질게!”이태호는 백지연을 보며 대답했다. 원래 백지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던 그는 이미 이렇게 되었고, 신수민과 신수연도 이미 백지연과 친해졌으며, 자신도 어젯밤에 그녀에게 키스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결국 승낙했다.“오빠 승낙한 거예요? 몰라요, 난 이제 오빠 여자예요.”백지연이 황급히 말했다.이태호는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이태호는 뱉은 말에 책임져! 너는 원래 좋은 여자였는데, 지금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 안 돼.”말을 하고 난 이태호는 그제야 밖으로 나갔다.상대방이 떠난 후, 백지연은 흥분해서 달려와 신수민의 손을 잡고 말했다.“수민 언니, 고마워요!”신수민이 웃으며 말했다.“바보야, 그렇게 좋아? 지금 너의 마음을 이해해. 태호 씨도 사실 너를 좋아했을 거야. 단지, 항상 내 감정을 신경 쓰느라 감췄을 뿐이야.”잠시 뜸을 들이던 신수민이 다시 말을 꺼냈다.“우리 집이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에 사실 나는 이미 매우 만족해. 게다가 신 군주님을 봐, 그 사람의 일곱 마누라가 모두 그렇게 화목하다니, 내 생각엔, 사실 별거 아니야. 태호가 나랑 우리 모두에게 잘해주면 돼.”“맞아요!”백지연은 감격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신수민에게 말했다.“태호 오빠가 앞으로 다른 여자를 찾든 안 찾든, 수민 언니는 내 마음속에서 영원히 맏언니예요. 나는 앞으로 모든 것을 언니 말에 따를 거예요.”신수민이 웃으며 말했다.“정말이지? 나중에 만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