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아의 도발, 우리 집에 일부러 들어와 살았던 일, 그리고 너한테 했던 짓들까지...”강현은 말끝을 흐렸다.“그건 안 믿은 게 아니라, 차마 믿을 수 없어서였어... 아니, 믿고 싶지 않아서였어...”지금 이 순간까지도 강현은 비겁하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자신은 나쁜 놈이 아니다’라는 증거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윤슬과 자신은 정말로 영원히 끝날 것 같았으니까.“속았다고? 네가 그렇게 그 여자를 사랑했잖아. 1 더하기 1이 2라고 한들, 한신아가 그게 거짓이라면 그게 진짜여도 믿지
“나... 다 설명할 수 있어. 제발, 내 말 좀 들어줘...”강현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몸부림치던 힘도 풀렸다.“그동안 너한테 했던 상처들... 전부 일부러 한 게 아니야. 난 단 한 번도 너를 해할 마음이 없었어.”“화상 물집... 그건 신아가 한 거야. 내가 한 게 아니야.”“꼬리뼈 골절도... 신아가 나를 부추겼고, 난... 그냥 순간적으로, 실수로 너를 놓쳤던 거야.”“가스 중독 때도... 난 그게 누출인지도 몰랐어. 평소에 내가 부엌에 들어가지 않는 거 너도 알잖아. 나중에 다시 집에 돌아갔을 땐, 이미 구
“그 사람은 예전에도, 나와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남자가 생기면 그 남자를 이유 없이 폭행한 적이 있어요.”“식당까지 따라와서 소란을 피우고, 내가 다니는 회사까지 찾아와 난리를 쳤죠. 최근에야 가족들이 막아서 눈앞에 나타나진 않았던 겁니다.”윤슬이 다시 한번 말했다.“이미 이혼하셨다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악의적인 행동은 더 이상 ‘가정 문제’가 아닙니다. 그건 명백한 범죄예요.”여자 형사가 단호하게 말했다.“이런 상황이 있으면 반드시 즉시 신고하세요.”윤슬 속으로 중얼거렸다.‘신고야 당연히 했지.’‘하지만 부씨
“자,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겁니다. 당신들이 한 건 단순 미행과 보고를 위해서 했을 뿐이고, 신체적 위해를 가한 건 아니죠. 자진해서 사실을 털어놓으면 형량이 줄어듭니다.”형사의 말에, 은색 수갑이 찰랑거렸다.현행범으로, 그것도 물증과 함께 잡혔는데 버틸 도리가 없었다.두 사람은 결국 모든 걸 털어놨다.누가 뒷배인지, 얼마를 받았는지, 하루에 뭘 해야 하는지... 주고받은 자료와 보고서까지 세세히 진술했다.다른 형사가 옆에서 전 과정을 기록했고, 결론은 하나였다.‘이건 그냥 변태 수준의 컨트롤 프릭이네.’‘대상자의
부태기 회장은 아무 표정 없이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그는 세상 물정을 겪을 만큼 겪은 사람이다.단 두 가지 상황만으로 한 사람의 본성을 단정 짓는 건 섣부른 일이라는 걸 잘 안다.‘내연녀 밑에서 자란 아들이라?’ ‘전통적인 예법 속에서 길러진 순둥이라면... 그게 오히려 기적이지.’...오후 시간은 금세 흘러,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윤슬은 정시에 퇴근했다.오늘 그녀는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이미 경찰에 신고를 해둔 상태였고, 윤슬은 사전에 협의한 대로 경찰은 사복형사를 붙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목적 인물
왕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직접적으로 묻진 않고, 몇 마디 인사와 덕담을 건넨 뒤, 업무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 ‘미리 준비를 해야 할지’ 묻는 식으로 결론을 끌어냈다.통화를 끝낸 그는 곧장 말했다.“프로젝트는 따냈답니다. 앞으로 양사가 함께 개발하는 걸로.”그 말을 들은 우현의 눈이 가늘게 찢어졌다.‘그렇다면, 이창호가 했던 그 말은 뭐지?’‘협상까지 성사됐는데, 부강현이 화를 낼 이유가 없잖아.’‘아니면... 애초에 이창호가 날 가지고 논 건가?’후자일 가능성이 더 커지자, 우현의 입꼬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