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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Author: 온유
그는 어릴 때부터 반항적이었다.

안 된다고 하는 일은 기어코 해야 직성이 풀렸고 또한 완벽하게 해냈다.

현재의 상황은 강씨 가문에게 불리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도아린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생기게 된 것이다.

강재희가 또 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강재민이 손을 내저으며 일어서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랑 아버지가 결혼을 허락한다고 해서 아린 씨가 나와 결혼할 거라고 생각해? 다들 아린 씨를 너무 만만하게 봤어.”

“이혼까지 한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허세를 부리는 거야?”

강재민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는 자신의 얼굴을 툭툭 치며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보냈다.

“자격이 없는 게 확실해?”

이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 건지?

강재희는 경고의 눈빛으로 강재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날 밤, 강재민은 도아린과 저녁 약속을 잡았다.

아무거나 다 잘 먹는 그녀는 모든 요리를 다 잘 먹었지만 일식집인 것을 보고 차 문을 나서던 발을 다시 걷었다.

“다른 집으로 가요.”

강재민은 차창 밖을 내다보며 한마디 했다.

“아린 씨가 애국자일 줄은 몰랐네요.”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거예요.”

도아린이 안전벨트를 다시 맸다.

눈썹을 치켜올리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에 그녀와 함께 갔던 바이킹 테마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메뉴가 나오자 그제야 강재민이 웃으며 물었다.

“당신의 작품을 베낀 것은 그들의 잘못이에요.”

음식을 집던 그녀의 손이 그 순간 멈추었다.

“재민 씨도 틀렸다고 생각하나요?”

강재민은 주스 한 잔을 따라 도아린 앞에 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들이 잘못한 거죠.”

그는 도아린이 좋아하는 요리를 그녀의 앞으로 가져다주었다.

“어떤 보상을 원하나요?”

그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일을 무마하려고 한다는 걸 그녀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음식을 한 입 먹고 나서 주스를 마셨다. 입안의 은은한 청과의 단맛이 요리의 신선도를 더 높여주는 것 같았다.

“재민 씨가 오늘 보자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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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668화

    “아린 씨는 다른 생각이 있어요?”강재민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배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으니 그들의 비참한 모습에 도아린이 기뻐할 줄 알았다.그러나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 배건후한테 미련이라도 남은 걸까?젓가락을 들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고 죽순 하나가 툭 끊어졌다.그녀는 떨어진 죽순을 그의 접시에 놓아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본 거 아니었어요.”“그럼요?”도아린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맑은 눈으로 그의 눈을 응시했다. “누군가 뒤에서 연성의 프로젝트에 손을 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잖아요. 배건후 씨는 지금 다른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사람이에요. 자신을 지키기에도 바쁘니까. 재민 씨가 진행하고 있는 연성의 프로젝트는 이제부터 순조롭게 시작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그녀가 갑자기 이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입안에 있던 죽순은 순식간에 감칠맛이 뚝 떨어졌다.“그렇겠죠?”그가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식사를 마친 후, 강재민은 도아린을 집에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때, 그녀는 최지우를 만나러 촬영 현장으로 가겠다고 했고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차에 오른 뒤, 강재민은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연성의 프로젝트를 아린 씨가 의심하고 있어.”“그럴 리가요? 줄곧 은밀하게 처리해 왔습니다.”육청아의 가늘고 높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강재민은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리며 가늘게 눈을 떴다.“그 여자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는 여자니까. 안준휘와 소송을 하는 틈을 타서 선진 투자회사의 일은 깨끗이 처리해.”“알겠습니다. 그럼 액세서리를 표절한 일은...”“그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강재민은 육청아에게 상대를 얕보지 말라고 경고한 뒤 전화를 끊었다. 멀지 않은 곳 승합차 안에서 도아린은 엄지손가락을 깨문 채 멀어져가는 강재민의 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669화

    “알아서 처리하겠지.”그가 우정윤에게 컵을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식사 주문해. 장 변호사 팀원들도 고생 많으니까 잘 좀 챙겨주고.”“네, 알겠습니다.”서재를 나온 우정윤은 장수현에게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솔직히 배가 고프긴 했다. 모건 그룹의 자금은 모두 몇백억 단위로 유동했고 원고는 연성에서 가장 실력이 있는 변호사였으니 그는 조금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후부터 계속 바빴고 새벽이 다 된 시간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팀원들은 도저히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실장님 감사합니다. 저희는 아무거나 다 잘 먹으니 뭐든 좋습니다.”“그럼 간단하게 해산물 볶음밥으로 하시죠.”30분 후, 음식이 빠르게 배달되었다.사람들은 하던 일을 내려놓았다. 혹여라도 서류들이 흐트러질까 봐 물컵과 서류 가방을 서류 위에 올려두었다.음식 포장을 딱 여는 순간 팀원들은 장수현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장수현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다들 고생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대표님의 계좌가 전부 동결되었기 때문에 양해 부탁드려요. 소송이 끝나면 대표님께서 보너스를 두둑이 챙겨주실 겁니다.”장수현 옆에 앉아 있던 동료가 그의 귀에 다가가 속삭였다. “이렇게 볼품없는 도시락은 또 처음이네요.”장수현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팀원들을 이끌고 더 높이 날고 싶었다. 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그들은 해남에서 명성을 떨칠 수 있을 것이고 연성으로 돌아가서는 로펌의 유명세도 점차 올라갈 것이다. “내가 미안합니다.”장수현은 긴 한숨을 내뱉으며 자신의 도시락을 열었다. 숨을 들이마시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드는데 팀원들이 모두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팀원들은 하나같이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함께 이겨냅시다.”사실 장수현도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그의 기억 속의 해산물 볶음밥은 새우와 햄 그리고 계란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도시락에는 큰 새우뿐만 아니라 게살도 있고 햄도 들어있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670화

    “아악!”자고 있던 환자가 그녀의 비명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고 당직 간호사까지 그 소란에 크게 놀랐다. “자지도 않고 왜 날 쳐다봐요?”겁에 질린 배지유는 가슴을 치며 배석준을 짜증스럽게 흘겨보았다.정말 무서워죽겠네.방금 아빠의 눈빛은 그녀를 목 졸라 죽일 것만 같았다. 움직일 수가 없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진작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가씨, 아버님께서 또 바지에 실수를 하신 것 같네요.”간호사는 물이 떨어지는 휠체어를 보고 배지유를 향해 입을 열었다.“간병인을 고용하는 게 어떠할까요? 아버님을 돌보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나도 보살핌이 필요하다고요. 돈이 있었더라면 진작에 간병인을 구했겠죠.”배지유는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로 간호사를 향해 화를 냈다. “우리 엄마 몰래 밖에서 다른 여자나 만나고 다니니까 벌을 받은 거예요. 돈이 없으니까 그 여자가 우리 아빠를 버린 거라고요.”배석준은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고 배지유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점점 음흉해졌다.마치 숨어있는 뱀처럼 때가 되면 달려들어 상대방의 목구멍을 물어뜯을 기세였다. 옆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는 예전에 배지유가 소란스럽게 굴고 아빠한테도 예의 없이 군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있던 환자의 가족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봤지? 이게 바로 바람을 피운 대가야.”그 말에 그 환자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몸을 돌리고 자는 척했다. 누군가 자신의 편을 들자 배지유는 목소리르 더 높였다.“우리 아빠가 그래요. 믿을 사람 못 믿을 사람 구분하지 못해요. 딸인 나는 믿지 않으면서 그 여자한테는 돈까지 맡겼어요. 돈이 다 떨어지고 나니까 이제는 아빠를 나한테 떠넘긴 거예요.”“어르신, 이건 어르신의 잘못이에요. 딸은 어르신의 핏줄인 거고 밖의 여자는 그저 어르신의 돈만 노리는 사람이에요.”살면서 슬럼프를 겪은 적은 있지만 이렇게 누구한테 손가락질을 받기는 또 처음이다. 배지유를 쳐다보는

  • 또 한 번의 거절   제671화

    “승산이 있을 것 같아?”“글쎄. 현재 상대측이 제공한 증거에 따르면 배건후한테 매우 불리한 건 사실이야. 성대호는 그의 오른팔이었고 성씨 가문의 사람들도 모건 그룹에서 일을 했으니 그들의 증언만으로도 충분히 배건후를 궁지로 내몰 수 있어.”도아린은 팽이버섯 튀김 한 꼬치를 들고 이쑤시개로 하나씩 찔러 천천히 먹었다.“그러니까 이 소송을 위해 남궁유민은 수년간 준비를 해왔다는 거네?”“콜록콜록.”서대은은 매운 소스 때문에 연속으로 기침했고 안 그래도 빨간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는 재빨리 도아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담담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을 몇 번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그러니까 보스의 말은 남궁유민에게 문제가 있다는 거야?”“남궁유민에 대해 조사를 한 건 너잖아.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그 말에 서대은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내려놓던 그가 입을 닦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보스, 설마 날 의심하는 건 아니겠지? 난 줄곧 보스를 따라다녔고 충성심이 가득하 사람이야. 솔직하고 한 입으로 절대 두말하지 않는다고.”도아린도 꼬치를 내려놓고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피식 웃었다.“그럼 여자 친구 사귀는 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안색이 변하던 서대은은 빠르게 시선을 피하더니 이내 그녀와 다시 눈을 마주쳤다.“속인 게 아니라 아직 말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아서 말 안 한 것뿐이야.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 그땐 말할게.”“그래? 기대하고 있을게.”도아린은 의자에 기대어 팥빙수를 들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그는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였다.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보스, 내가 연애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짐작한 거야.”그녀는 다른 것도 짐작할 수 있었고 서대은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그 답을 알 수가 있었다.팥빙수를 먹고 난 뒤 그녀는 숟가락을 컵에 놓고는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천천히 먹어. 다 먹고 나면 돌아가서 남궁유민에 대해 잘 조사해 봐.

  • 또 한 번의 거절   제672화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그럼.”육청아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녀는 도아린이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빛이 위압적인 도아린은 강재민을 제외하고 그녀를 두렵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핸드폰을 꽉 쥐고 있던 육청아는 서대은에게 자신을 팔아넘겼는지 묻고 싶었지만 서대은이 남을 해치고 자신을 해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방금 그녀의 행동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도아린에게는 증거가 없다.육청아는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갈 때 그녀는 팥빙수 가게를 쳐다보았다. 서대은은 이미 떠났고 다시 도아린을 향해 고개를 돌리니 도아린도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꼭대기 층에 도착한 후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육청아가 이곳에 온 이유는 조직의 누군가 만나자고 했기 때문이었고 중요한 일이 있으니 직접 만나서 보고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약속 시간이 다 되었지만 상대방은 나타나지 않았다. 곧 조직의 누군가가 그녀에게 답장을 보내왔고 그녀와 만나기로 한 사람이 외지로 출장을 갔으며 상대방은 그녀와 약속을 잡은 적이 없다고 하였다.핸드폰을 들여다보며 그녀는 의문이 가득했다.현무의 전용 비밀번호가 맞는데?도대체 누가 날 놀리고 있단 말인가?도아린인가?강재민이 아무리 도아린을 총애한다고 하더라도 현무 내부의 전용 비밀번호를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그녀는 굳게 믿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강재민이 정말 도아린을 좋아한다고 믿지 않았다. 비록 도아린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재민이 도아린에게 뭔가 바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주차장으로 들어온 도아린이 차 키를 누르자 노란 불빛이 깜박였다. 그녀가 차 문을 열고 막 차에 타려는데 서대은이 차 앞에 나타났다.“보스...”서대은은 얼굴이 창백했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으나 이마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얘기 좀 해.”

  • 또 한 번의 거절   제673화

    “육청아가 적합한 신장을 찾을 수 있다고 했어?”도아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담배를 피우던 서대은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처음에 그녀가 현무의 사람인 줄 몰랐어. 아버지한테 맞는 신장을 찾을 방법이 있다고 했어. 그러다가 내가 없는 사이에 두 번이나 아버지를 찾아왔었고. 우리 아버지는 그 여자가 내 여자 친구인 줄 알아.”서대은이 육청아에 대해 조사할 때 육청아도 그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서대은의 부모는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고 어머니는 사고로 사망하였으며 그의 아버지는 마비가 된 후, 신장 질환을 앓게 되었다. 그가 번 돈은 대부분 아버지를 위해 썼고 사방으로 신장을 찾아헤맨 끝에 두 번이나 신장 이식 수술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한 번은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에게 신장을 빼앗기게 되었고 두 번째는 모두가 아이한테 양보하라고 그를 설득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아이는 아직 어리고 창창한 미래가 있다면서 고집을 부리지 말라고 했다.설령 아버지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반신불수인 아버지는 삶의 행복도 느끼지도 못하고 결국 오래 살지도 못할 거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건 그의 것이었고 가까스로 그의 차례가 왔기 때문에 그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 쪽에서 언론을 찾아갔고 여론에서 그들을 공격한 것도 모자라 아버지를 찾아와 부탁했다.그의 아버지는 결국 신장을 양보했다. 서대은이 가장 괴로웠던 그 몇 년이 바로 도아린이 신분을 숨기고 결혼 생활을 한 3년이었다. 도아린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도아린이 복귀한 후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그러다가 육청아가 찾아왔고 그는 아버지를 위해 도아린을 배신하는 걸 선택했다. “육청아는 보스가 조직의 보스라는 걸 몰라.”그의 손에 있던 담배가 다 타고 담뱃재가 손에 떨어지고 나서야 그가 담배꽁초를 버렸다. “LY조직의 정보망이 그렇게 대단한데도 신장을 찾지 못했다면 육청아라고 그걸 찾을

  • 또 한 번의 거절   제674화

    도아린은 빠르게 집으로 가서 해당 책을 찾아 청룡의 문자를 번역했다. 오늘 서대은의 아버지를 보러 가지 않았다면 그녀는 청룡의 말을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청룡이 그녀에게 준 소식은 LY조직에서 누군가가 몰래 장기 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려고 하는데 안개에 싸인 것 같이 쉽게 보이지가 않았다. LY조직은 항상 인재를 추천하고 보조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었고 독점적인 정보 자원을 사고팔기도 하였지만 결코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특히 불법적인 의료 사건은 절대 가담하지 않았다. 그녀가 은퇴한 지난 3년 동안, 조직에 새로 합류한 백호와 현무한테 가장 큰 혐의가 있다.백호, 그녀는 지금까지 백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고 서대은에게 문자를 보내려다가 결국 삭제해 버렸다. 고민 끝에 그녀는 청룡에게 문자를 보냈고 그에게 믿을 만한 사람을 한 명 보내달라고 하면서 백호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3년 전이라면 조직의 보스로서 그녀는 각 팀원의 자료를 조사할 권한이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실종된 후, 조직의 고위층들은 누군가가 독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우려하여 규정을 수정하였고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여 고위층에 관한 자료를 조사해야 할 경우 네 명의 고위층이 동시에 권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아직까지 보스의 실제 신분에 대해 모르는 이유였다. 백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찾을 수는 없지만 관련 단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3일 후, 차화영은 딸을 대신해 안준휘와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안지성은 차화영 쪽의 변호사로서 여러 개의 증거들을 제출하였다.안준휘가 결혼 중에 많은 여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아내를 속여 임신중절 수술까지 시킨 증거들을 제출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내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빼돌린 증거까지 낱낱이 제출하였다. 차화영은 재판하는 동안 여러 번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안준휘를 가리키며 짐승만

  • 또 한 번의 거절   제675화

    고개를 끄덕이던 도아린은 그들이 떠난 후, 방금 재판정으로 돌아와 손수건을 찾았다.차화영이 그 손수건으로 눈물도 닦고 콧물도 닦은 바람에 손수건이 끈적거려서 그녀는 화장실에 가서 손수건을 씻었다.손수건을 다 씻고 난 뒤, 안에서 볼일을 보는데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겁먹지 말자. 진정해. 증거가 확실하니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지팡이가 바닥을 찌르는 소리에 도아린은 밖에 있는 사람이 배지유라는 걸 확신했다. 배지유가 법원에는 왜 온 거지? 설마 건후 씨의 사건이 벌써 개정된 건가?모건 그룹은 연성에 있는 회사이고 재판을 하더라도 연성으로 돌아가서 하는 게 맞았다. 이리 해남에서 재판을 받는 걸 보니 상대측도 이곳에 인맥이 두터운 모양이다. 신호가 온 건 아니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배지유는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전에 신고할 때는 경찰들만 상대했지만 지금은 오빠와 법정 다툼을 해야 하니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몰려왔다. 화장실을 나갈 때 배지유가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했는데 누군가 들어와서 그녀를 부축했다.“괜찮아?”성대호?모일 사람들이 다 여기 모였네?“괜찮아. 발을 헛디딘 것뿐이야.”“부축해 줄게.”성대호는 배지유의 다치지 않은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천천히 재판정으로 걸어갔다.도아린이 화장실을 나왔을 때 그들은 막 재판정으로 들어갔다.건후 씨의 재판을 방청할 수 있는 건가? 그녀도 방청객의 뒤를 따라 들어가 눈에 띄지 않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배건후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 있는 장수현은 마치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처럼 긴장한 얼굴로 자료들을 확인했다.반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궁유민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금테 안경을 꺼내 쓰는데 딱 봐도 점잖은 척하며 실제로는 쓰레기 같은 인성을 가진 남자 같아 보였다. 배지유는 어딘가 불편한 사람처럼 계속 몸을 뒤척였고 관중석에 앉아 있는 성대호를 쳐다보다가 대문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남궁유민이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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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933화

    누군가는 사진 한 장을 들고 나타나 말했다.“도아린 곁에 있는 꽃미남이 사실 강재민이래.”과거, 두 사람이 함께 음악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적도 있다는 이야기였다.그 말에 또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소문은 꼬리를 물고 번져갔다.그러던 어느 날.도아린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 신인 배우가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왔다.사진 속엔, 두 사람의 머리가 맞닿은 채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그 한 장의 사진은 결국 배건후의 정체를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었고 그는 다시 한번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이번에도 역시 온갖 의심과 루머 그리고 비난이 따라붙었다.하지만 며칠 후, 연성 경찰청에서 공식 공지문이 게시되었다.바로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기 밀매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공지였다.공지문에는 고성만, 손보미, 자상훈 등이 인신매매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다 결국 장기 밀매까지 손을 뻗친 사실이 요약되어 있었고 그 수사에 협조한 익명의 자원자들에게 감사의 뜻도 함께 담겨 있었다.그 단 하나의 공지로, 여론은 완전히 반전됐다.정월 대보름, 해남엔 보기 드문 큰 눈이 내리고 있었다.도로는 차들로 가득 막혀 10분이 지나도 백 미터를 채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천천히 가. 우린 여기서 내려서 좀 걸을게.”도아린은 조수석 창문을 내리며 일북에게 말했다.그리고 배건후와 함께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까지 걷기로 했다.배건후는 우산을 펼쳐 도아린의 머리 위에 씌웠다.도아린은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은 외투 주머니 속에 꼭 쥐어져 있었다.“춥지 않아?”그가 우산을 더 그녀 쪽으로 기울였다.“안 추워요.”도아린은 입김을 내뿜으며 활짝 웃었다.발밑에서는 바삭거리는 눈이 소리를 냈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래전 기억이 스쳐 갔다.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시절.어느 회사 대표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눈밭에서 몇 시간을 버텼던 그날, 발이 얼어 서 있지도 못하고 결국 쪼그려 앉았던 그 순간

  • 또 한 번의 거절   제932화

    그 여자는 바로 그날 수상 레스토랑에서 진경수에게 벨트를 빌렸던 그 여자였다.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짧은 티셔츠와 청 반바지 대신 격식을 갖춘 정장 느낌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얘, 내 여동생. 그리고 이 사람은... 우리 제부.”진경수는 ‘제부’라는 단어에서 말끝을 흐렸다.여동생이 혼인신고까지 해놓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그건 진수혁도 마찬가지였다.“큰형님, 작은 형님.”배건후가 정중히 일어나 인사를 건넸고 도아린은 해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오빠들, 호칭 바꿨으니까 용돈 좀 주셔야죠?”“혼인신고도 우리 몰래 해놓고, 무슨 용돈이야?”진경수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배건후를 노려보다가 결국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도아린에게 내밀었다.“다시 내 동생 울리기만 해봐. 그땐 진짜 널 갈기갈기 찢어서 물고기 밥으로 줄 거야. 명심해.”“고마워요, 둘째 오빠!”도아린은 싱긋 웃으며 봉투를 받아들었고 이번엔 진수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진수혁 역시 말없이 봉투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도아린은 봉투를 슬쩍 비춰보며 속으로 웃었다.‘안 봐도 이건 수표네.’그녀는 배건후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더니 말했다.“이건 제가 따로 보관할게요.”“감사합니다, 우리 아내님.”“...”진씨 형제들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쯧쯧, 벌써 아내한테 잡혀 사네...’하지만 상대가 도아린이라면, 뭐… 그럴 만했다.“근데, 여기 두 분은?”도아린은 일부러 모르는 척 눈을 반짝이며 물었고 진수혁은 변슬기를 소파에 앉히며 담담히 말했다.“예전 동료야.”변슬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진경수가 옆에 있던 여자를 품 안으로 확 끌어당기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부모님 말씀대로 아린이 일도 정리됐겠다... 이젠 내 차례지. 그래서 나도 결혼했어.”도아린과 배건후는 동시에 진수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둘째 오빠를 좀 본받으세요. 뭐 하세요, 진짜.’“작은 올

  • 또 한 번의 거절   제931화

    “...”집사는 조용히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건후는 당연하다는 듯 도아린의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고 도아린은 그런 그를 집사에게 소개했다.“이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서재랑 아버지, 어머니, 큰오빠, 둘째 오빠 방만 빼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게 해주세요.”두 사람은 짐을 정리하자마자 곧장 외출에 나섰다.“앞에 있는 만둣가게, 진짜 맛있어요!”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도아린의 시선은 창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던 진수혁에게 향했다.그 맞은편에는 변슬기가 앉아 있었고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설득 중이었다.“여긴 패스트푸드점이에요, 카페가 아니라고요. 여기서 일하시는 건 좀...”“카페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난 괜찮은데?”“그렇긴 해도 이렇게 계속 앉아 계시면 저희 가게 영업에 방해된다니까요!”그때 도아린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변슬기는 반가움에 벌떡 일어났다.“도 선생님! 대표님 좀 말려주세요!”그 말에 진수혁은 고개를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밥은 먹었어? 여기 만두 꽤 괜찮더라.”도아린은 황당함에 헛웃음이 났다.‘사람을 회사에서 내쫓아 놓고선 정작 본인은 여기에 눌러앉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진짜.’막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내가 말할게.”도아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변슬기와 함께 옆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그사이 배건후는 주머니에서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내 진수혁 앞에 내려놓았다.“제가 이겼어요.”“...”진수혁은 조용히 종이를 펼쳐보고는 이를 악물었다.“너 이거 반칙 아냐?”“우린 내기했잖아요. 졌으면 인정해야죠.”“유럽 연수 그 자리, 잊지 말고 제 이름으로 신청해 주세요.”진수혁은 고개를 돌려 도아린을 바라보았고 마침 도아린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둘의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이 분위기 뭐야... 완전 닭살 돋게 하네.’그 순간, 배건후는 시선을 거두고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형님도 제가 예전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930화

    ‘정말로 배고픈 거야? 아니면 날 원하는 거지?’도아린은 배건후를 흘끗 쳐다보며 가위를 테이블 위에 놓고는 끌려가 밥을 먹었다.배건후의 요리 실력은 한층 더 늘어 있었고 맛뿐만 아니라 음식의 모양새도 훨씬 좋아졌다.“이제 영양식은 안 드세요?” 도아린은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 “전에 어떤 사람이 고기도 안 먹고 기름진 것도 안 먹고 오래된 것도 안 먹고 부드러운 것도 안 드셨잖아요!”배건후는 매운 닭 요리를 그녀 앞으로 밀어놓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때는 네 관심을 끌려고 그런 거야. 그리고 몸매가 망가져서 네가 싫어할까 봐 걱정도 됐고.”“그럼 이제는 몸매 망가지는 거 걱정 안 해요?”도아린은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배건후는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원래 한 사람이 요리하면 다른 한 사람이 설거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건후는 도아린에게 설거지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그녀를 안아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아린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큰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배건후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를 삼켜버릴 듯한 눈빛을 보였지만 쉽게 다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도아린은 그가 마음속 어둠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음을 알았다.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안고 몸을 들어 올려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며 달랬다.“천천히 해도 돼요.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도아린의 위로는 곧 배건후에게 그대로 되돌아왔다.그의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이 그녀의 흰 목 위로 떨어졌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 “도아린, 힘 빼... 너무 긴장했어...”도아린은 그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손가락은 그의 입에 물려 있었다. 그 후, 그녀는 머릿속이 멍해졌고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작은 배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재미를 본 배건후는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도아린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마치 어젯밤 온몸이 부서졌다가 다시 조립된 것처럼 사지가 말을 듣지 않았고 특히 허리

  • 또 한 번의 거절   제929화

    “배 대표님! 모든 자산을 도 대표님께 넘기신 것은 이전에 하신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셔서인가요? 손보미 씨가 형을 선고받았다고 들었는데 손보미 씨를 꺼내줄 계획이 있으신가요?”배건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기자들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인터뷰의 주제는 챔피언십 선수들의 숙식 안전입니다.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습니다.”기자들이 더 질문하려 하자 도아린이 배건후의 손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숙식 문제에 대한 더 나은 제안이 있다면 제안서를 작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수한 의견을 채택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제공할 예정입니다.”도아린은 카메라를 향해 당당하고 품위 있게 말했고 입가의 미소를 살짝 거두며 한층 위엄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제 개인적인 문제로 여러분의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배건후 씨에 대해서는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배건후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도아린이 배건후에 대해 말하려 하자 기자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내밀었다.도아린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배건후 씨는 여태까지 운영부의 팀장이었지만 오늘부터는 한경 그룹의 특별 자문입니다. 이후의 직책은 배건후씨의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도아린의 시선은 배건후가 도아린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를 거냐고 묻던 기자를 향했다.“과학 연구자, 의학 전문가, 스포츠 선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습니다. 여성을 존경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그 기자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갔다.다른 기자들도 더 이상 질문을 할 기세를 잃었고 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고유리를 보며 말했다.“기자분들 고생 많으셨으니 저녁 식사 후 차량을 준비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고유리는 기자들을 데리고 나가며 각자에게 돈 봉투를 나눠 주었다.그들은 어떤 내용을 발표할 수 있고

  • 또 한 번의 거절   제928화

    “뭐라도 먹고 가자.”배건후는 구운 닭 날개는 도아린에게 건네주고 주현정에게는 구운 식빵을 건네주었다.주현정은 빵을 받아 들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천천히 이야기 나누렴. 나는 물 좀 마시러 들어갈게.”도아린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서 멈췄다.두 사람은 강가의 평평한 돌 위에 앉았다.“엄마는 진짜 다 내려놓으신 걸까요?”“적어도 시작은 하신 거지. 앞으로 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함께 여행 다니면 점차 나아질 거야.”배건후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방금 구 경관이 보내온 사진을 열었다.“남궁유민, 즉 고성만이야. 경찰이 고성만의 집을 수색할 때 이걸 발견했어.”도아린은 마지막 닭 날개를 입에 넣고 꼬챙이를 배건후에게 건네며 핸드폰을 받아서들었다.화면 속 사진에는 루비 목걸이가 찍혀 있었다.배건후가 큰돈을 들여 샀던 화려한 디자인의 목걸이지만 전에 잃어버렸던 목걸이였다.도아린은 배건후를 바라보며 말하려 했지만 입안은 닭 날개로 가득 차있어 눈만 깜빡였다.“내가 전에 너한테 줬던 그 목걸이야. 배지유가 몰래 차다가 잃어버렸던 거.”도아린의 입은 마치 발골 기계 같았다. 닭 날개가 입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뼈만 남았다.도아린은 손바닥에 뼈를 뱉고는 차분하게 말했다.“배지유가 어떤 남자와 잤고 그 사람이 계속해서 그녀를 영상으로 협박했어요. 그 장본인이 바로 고성만이라구요!”“...”이번에는 배건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성만이 배지유를 협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걸이를 철저히 숨겨놓고 분해해서 이미 팔아버렸을 거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걸 집에 보관해 놓았을 줄은 몰랐어.”그것은 고성만이 자신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보험이었다.궁지에 몰리게 되면 목걸이를 분해해 팔고 다른 도시로 가서 새 삶을 살 계획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체포당하고 말았다.다음 날, 도아린은 연성으로 돌아갔다. 배건후가 신청한 챔피언십 대회 접대 임무가 승인되었기 때문이다.진수혁 역시 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7화

    그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자고충이 하나가 될 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야. 앞으로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을 거야.”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다면 그 고통으로 인해 결국 죽게 될 것이다.도아린은 배건후의 머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고 애썼다.배건후는 그녀의 품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어서 너에게 혼수로 바칠게. 네가 나를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나는 너를 평생 지켜줄 거야.”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남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그렇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빛이 어두워질 때까지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돌아가자.”배건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다리를 움직이며 불편했던 자세를 바꿨다.“이 근처에 야생 동물은 없지만 해가 지면 안전하지 않아.”도아린은 처음에는 감정에 휩싸여 배건후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돌아갈 때 건후 씨 몸이 불편하니까 제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내리막길이라 힘도 덜 들 거예요.”“알았어. 네 말 들을게.”자전거 핸들이 비뚤어져 있었지만 배건후는 두 다리로 바퀴를 단단히 고정한 후 힘껏 돌려 단숨에 바로 고쳤다.도아린이 자전거 앞좌석에 타고 배건후는 그녀 뒤에 앉았다.그는 얼굴을 그녀의 등에 기댄 채 내리막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긴 다리를 쭉 뻗어 마찰력을 늘리며 조절했다.그들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수혁과 변슬기도 막 돌아오고 있었다.변슬기는 도아린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도아린은 그들이 뭔가 진전이 있을 줄 알고 가서 물어보려 했지만 배건후가 붙잡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 머리 위에서 붉은 잎 하나를 떼어냈다.“...”변슬기와 진수혁이 설마 자신과 배건후가 야외에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배건후는 오직 도아린에게만 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6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도아린은 그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붉게 물든 단풍잎과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마음속 깊이 즐거워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깊고 그윽한 눈이 가늘게 감기며 그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그래, 이거지!’그녀는 올해 겨우 25살이었다.어린 시절 양부모 곁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장애를 겪은 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을 돌보며 결혼 생활에서는 남편의 감정적 학대 속에서 버텨야 했다.그녀는 너무도 많은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이게 맞는 일이다.그녀는 웃어야 한다. 크게 소리 내어 마음껏 웃어야 한다.고작 25살에 불과한 그녀가 이토록 많고 무거운 책임과 압박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눈앞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배건후의 심장도 저릿해 왔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스쳤고 천천히 그녀의 눈꼬리를 눌렀다.“웃어. 앞으로 나쁜 감정들은 전부 나한테 넘겨. 내 앞에서는 일부러 강한 척 버틸 필요도 없어. 속상하면 때리고 욕해도 돼. 대신에 절대 자신을 괴롭히지 마.”도아린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 뒤돌아 눈물을 닦으려 했다.그 순간 힘센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특유의 나무 향기가 그녀를 감쌌고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여태까지 내가 나쁜 놈이었어. 미안해. 앞으로는 모든 일을 너와 상의할게.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을 거고 네가 속상해할 일도 만들지 않을 거야.”도아린은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입만 살아서!”배건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운 뒤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도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아직...”이후의 말은 더 이상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상자를 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청혼의 반지가 아니었다.작고 빨간 벌레가 들어 있었는데 다리가 없고 온몸이 부드러웠으며

  • 또 한 번의 거절   제925화

    변슬기는 바쁜 듯 뒤돌아보며 기대와 불안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진수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미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배건후는 세 사람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빌라에는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도아린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자전거의 페달을 떼어 놓았던 것이다. 도아린은 자전거를 보고 그에게 너 정말 얄밉다'는 눈빛을 보내며 빨리 고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자전거를 고치고 네 사람은 문밖으로 나갔다. "꽉 잡아."배건후는 도아린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자 힘껏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작은 길로 향했다.변슬기는 진수혁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자전거 뒤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수혁은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저, 제가 밀어드릴까요...거의 정상에 도착하면, 그때 저를 밀어주세요."라고 제안했다. 진 대표님의 속도로는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할지 내기는커녕,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거의 넘어질 뻔했고, 황급히 남자의 허리를 붙잡았다. 자전거는 갑자기 비틀거리지 않았고, 속도도 빨라졌다. 변슬기: "..."배건후는 도아린을 태우고 산길을 누볐고, 도아린은 뒤쪽 페달을 밟으며 일어섰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짧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다. "산속 공기가 도시보다 훨씬 좋네요. 매연 냄새도 없고, 에어컨 냄새도 안 나고." 배건후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어제 비가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신도 비 온 뒤 흙냄새 좋아해요?"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귓가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요! 비 온 뒤 흙과 풀이 섞인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배건후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깨달았다. 배건후가 말한 것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욱 환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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