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지금의 자신이 너무 괴물 같아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선배들이 자신을 어린애 아니면 변태로 생각하기에 그런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속옷을 사는 게 아닌가 싶었다.게다가 애초에 선배들이 그의 속옷을 챙기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었다. 그와 부부 관계인 선배들이 챙기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섯째 선배와는 아직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그는 자신이 선배들의 눈에 변태로 각인되었을까 봐 머리가 지끈거렸다.“아니에요, 선배. 그건 나중에... 나중에 시간 있을 때 한번 입어볼게요.”이도현이 대답했다.“그래. 시간 있을 때 꼭 한번 입어 봐. 지금은 그만 부끄러워하고 어서 가서 옷이나 갈아입어.”양주희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도현은 대답 대신 급히 피로 물든 겉옷을 벗어 던지고 양주희의 손에서 건네받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손에 힘을 모아 벗은 옷을 즉시 가루로 만들어버렸다.“음... 다행이다. 옷이 몸에 딱 맞네. 그러면 내가 산 속옷도 분명 잘 맞을 거야. 기회 되면 꼭 한번 입어 봐 줘.”양주희가 이도현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이도현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얼른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려 했다.바로 이때 멀리서부터 아주 익숙한 기운이 그들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이도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신기를 펼쳐 그 기운을 감지했다. 그러자 그 기운의 주인공은 바로 그의 아홉째 선배 이추영이었다.“아홉째 선배.”이도현이 깜짝 놀라 큰소리로 외쳤다.“어? 갑자기 왜 아홉째 선배를 불러? 이 나쁜 녀석아, 그깟 속옷 얘기 때문에 지금 추영이를 부르는 거야? 왜? 추영이가 보고 싶어?”양주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여섯째 선배, 그게 아니라 지금 아홉째 선배가 이쪽으로 급하게 달려오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러 가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후 이도현은 양주희의 손을 잡고 재빨리 몸을 날렸다. 그리고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이추영 앞에 도착했다.“비켜. 비키라고. 죽고 싶지 않으면.
노도사는 수십 명의 강자를 이끌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이도현을 향해 일제히 공격을 날렸다.이도현은 당연히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좋다. 오늘 내가 당신들을 지옥으로 보내주마. 이 입만 열면 정의를 운운하는 위선적인 자식들. 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뿐이야. 죽어.”이도현은 소리치며 사람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수중의 보검을 휘둘렀다.푸슉.피가 튀기더니 이곳저곳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리고 사람이 하나둘씩 땅에 떨어져 꼼짝하지 않았다.“아...”또 한 번의 비명과 함께 커다란 머리통 하나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곧이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빗줄기처럼 흘러내렸다.“너... 안돼...”누군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치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아... 내 손... 내 손이 사라졌어...”“이 빌어먹을 놈, 네가 감히...”“내 단전이 망가졌어... 아... 안돼...”...순간 하늘에서 연이어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비명과 함께 잘려나간 팔다리가 하늘을 난무했다.사지가 잘려나간 사람도 있고 강력한 검기에 의해 단전이 부서진 사람도 있으며 몸이 반쪽으로 잘린 사람도 있었다. 그 장면은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그렇게 단 몇 분 만에 모든 싸움이 끝났고 이도현은 유유히 바닥에 착지했다. 이도현은 그제야 자신의 옷이 전부 피로 물든 것을 발견했다.피바다 속에 서서 핏방울을 뚝뚝 떨구고 있는 이도현은 이름만 들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살인마 같았다.그의 주변에는 시체가 가득했다. 물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자들도 있었지만 이미 전부 행동력을 상실했고 바닥에 누워 신음하거나 욕설을 퍼부을 힘밖에 없었다.“당신들 주제에 천하의 백성을 대표해? 흥. 죽기나 해...”이도현은 손을 휙 저어 몇 개의 은바늘을 꺼냈다. 그리고 그 은바늘로 비명을 지르던 사람을 조용히 처리했다.“그러니까 왜 말을 안 듣고 꼭 죽음을 자초하는 건데...”이도현이 혼잣말로 중얼
이도현은 지천왕 이시연을 죽인 후 제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았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랐다.하지만 노자들의 대화를 듣자 하니 그들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지금이라도 떠나는 좋을 거야. 나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거든.”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그는 지옥 사자처럼 냉랭하게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이 자식, 너 너무 건방진 거 아니야? 지금 두 사람을 죽이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 허허. 어리석기는.”왕후 한 명이 소리쳤다.“맞아. 네까짓 게 어디 감히 우리 앞에서 건방지게 굴어? 방금 우리가 방심해서 네 녀석이 그렇게 날뛸 수 있었던 거지 우리가 정말 너를 이기지 못할 것 같아?”“여러분, 우리 함께 저 녀석을 상대합시다. 저 녀석은 반드시 우리 손에 죽어 나갈 겁니다.”청용 무늬 망포를 입은 왕후가 큰소리로 외쳤다.“맞아요. 다들 형님 말에 따릅시다. 저희가 저런 잔인한 녀석과 무슨 말을 더 나누겠습니까? 오늘 천하의 백성을 위해 저놈을 처단합시다.”도포를 입은 한 노자가 뻔뻔스럽게 백성을 거들먹거리며 정의로운 척했다. 그는 이도현을 극악무도한 악마로 표현했다.“흥. 이 뻔뻔한 영감탱이. 당신이 뭔데 천하의 백성을 대표해? 제발 자기 주제를 좀 알아. 어디서 감히 천하의 백성을 들먹여? 창피하지도 않아?”들을수록 화가 난 양주희는 참지 못하고 노도사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양주희는 이런 종류의 인간을 제일 혐오했다. 속은 썩어빠졌으면서 입만 열면 천하의 백성을 위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런 사람들이 정말 천하의 백성을 대표하게 된다면 이 세상은 비극으로 끝날 것이다.“이 계집애,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죽고 싶어?”양주희의 몇 마디 비난에 노도사는 얼굴이 새파래지고 눈빛에 살기가 번득였다.“흥. 우리 선배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너희 같은 파렴치한이 어떻게 천하의 백성을 대표해? 너희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이도현이 선배를 위해 나섰다.“원
성역의 결계 근처에서 이도현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그들은 성역 7대 세력의 강자로서 성역 내에서 최고의 대우와 지위를 누렸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결정되기도 했다.그들은 성역뿐만 아니라 나아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아무도 그들의 명령을 어기지 못했고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그들은 줄곧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자기보다 훨씬 어린 젊은 청년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함부로 나섰다가 살해당할까 봐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이런... 이 녀석 정말 굉장한 놈이네요.”“하는 짓도 너무 잔인해요. 어쩜 화산 속의 맹수보다 더 사나운 것 같아요. 저 녀석 설마 맹수의 피를 이어받은 건 아니겠죠?”“맞아요. 너무 잔인해요... 우리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일대일로 싸울까요, 아니면 다 같이 덤빌까요?”망포를 입은 한 노자가 말했다. 그의 옷차림을 보아하니 아마도 한 제국의 왕후인 것 같았다.“일대일이요?”망포에 백호가 수 놓인 노자가 물었다.“일 대 일이란 저 녀석이 우리 한 무리를 쥐어팬다는 거예요.”이 말을 듣자 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노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다 같이 덤비는 건 또 무슨 뜻이에요?”청용 무늬 망포를 입은 노자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다 같이 덤빈다는 것은 우리가 저 녀석을 쥐어팬다는 거예요.”“헐. 대단한데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해석을 들어요. 이렇게 총명할 수가. 저 정말 감명받았어요.”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노자는 큰 깨우침이라도 받은 듯 한껏 감탄했다.“오늘 한 수 배우셨죠? 이외에도 이런 지식이 많으니까 앞으로 시간이 되면 저와 교류하면서 함께 성장합시다.”청용 무늬 망포를 입은 노자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그럼요. 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잘 가르쳐 주십시오.”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왕후는 아주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마치 자
우두둑.“아... 아...”이시연은 손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손을 내려다보니 언제부터인가 그의 손은 뼈가 전부 빠진 것처럼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이시연은 그제야 정신이 확 들었다. 그는 방금 너무 토해서 정신이 잠깐 나갔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 이도현과 맞서 싸울 리가 없는데.천현문의 문주마저 이도현에게 맞아 반신불수가 되었는데 그가 무슨 방법으로 이도현을 이겨?그는 천현문 태상 장로의 명령을 받고 이도현을 막으러 왔다. 그러나 소리만 내고 힘을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지금 이곳에는 천현문, 대진제국, 주작제국, 청운제국의 강자와 왕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연합하여 이도현을 포위할 생각이었다.그중의 한 사람인 이시연은 잠복하면서 자기만의 대책을 세웠다. 바로 이도현이 나타나면 다른 사람들을 응원할 뿐 절대 공격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도현이 반격할 여력이 없을 때 나서서 힘을 보태고, 만약 이도현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즉시 도망칠 계획이었다.하지만 상황은 그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이도현이 다짜고짜 천현문 현천왕의 목을 잡고 한방에 그의 턱을 날려 보낼 줄이야.현천왕은 그들 천현문 육대천왕 중 한 명으로서 그의 친한 친구였다. 친구가 맞았으니 지천왕인 이시연은 겉치레라도 해야 했다.하지만 몇 마디 했다고 바로 이도현의 눈 밖에 날 줄은 정말 몰랐다.“너... 도대체 왜 이렇게 강해? 너... 지금 무슨 경지에 이른 거야?”정신을 바짝 차린 이시연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안전하게 물러날 수 있는 핑계를 생각하고 있었다.이도현은 이시연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또다시 이시연에게 주먹을 날렸다.“젠장... 왜... 또 나를...”이시연은 깜짝 놀라며 급히 소리쳤다.그는 피하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이도현의 주먹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슴에 후려쳤다.풉.이시연은 피를 토했고 가슴에 주먹 크기의 구멍이
무서운 살인 장면은 그렇게 지천왕 이시연의 심한 구토로 인해 우스운 상황으로 변했다. 몇몇 노자들은 조금 전에 폭발한 노자를 보고 겁에 질렸다가 이시연이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토하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나 이시연의 몸이 수상한 빨강, 하양, 노랑으로 물든 것을 보고 다시금 정신을 바짝 차렸다.그들은 성역에서 권력과 지위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며 하나같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무사의 길에 들어선 후로 그들은 수많은 고난을 겪었고 손에 피도 많이 묻혔다.그들도 사람을 많이 죽여봤지만 단 한 번도 이도현처럼 잔인무도한 적이 없었다.그냥 목줄을 끊어놓거나 사지를 자르거나 구타 치사한 적은 있어도 이도현처럼 사람을 폭발하여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죽이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그러니 이 장면이 너무 섬뜩하고 역겨웠다.“이... 잔인한 녀석... 너... 웩... 네가 감히... 나에게 이런 짓을... 널 죽여버리겠어... 죽어라...”겨우 숨을 돌린 이시연은 이도현을 향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순간 그는 극도로 굴욕적이며 몸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큰 수치심을 느꼈다.마치 똥 밟은 사람처럼 몸에서 악취가 풍기는 것 같았다.그런 자신이 너무 더럽고 수치스럽고 역겨울 따름이었다.그래서 반드시 이도현을 죽여 이 치욕을 씻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건은 앞으로 평생 그를 따라다니면서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분노에 찬 이시연은 고함을 지르며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 그가 움직이자 공기 중에 역한 냄새가 퍼졌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코를 막기 시작했다.“이놈, 네가 우리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이고, 문주를 다치게 하고, 많은 제자를 죽였다. 그러니 너를 죽여 그 사람들을 위해 복수할 거다. 이 자식, 목숨을 내놔라.”이시연이 혈마처럼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고 이도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천현문이면 어때. 그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해서 죽은 거야. 그리고 당신도 마찬가지야. 지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