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 가문의 세 번째 도련님은 염국의 상업계에서 부끄럽지 않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거의 모든 염국의 경제를 장악하고 있었고, 그의 말 한마디라면 그 어떤 업계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그의 말이 떨어지자 소창열의 주변 사람들은 행여나 자신들까지도 연루될까 봐 다들 뒤로 물러섰다.그렇게 소창열과 소유정 두 사람은 바로 고립되어 버렸다. 그들의 주변 수십 미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한순간에 이상한 장면이 형성되었고, 그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하지만 이것이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친구란 없고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이다.이익 앞에서 가장 친한 친구도 당신을 공격할 수 있는 게 요즘 세상이다.한편 이도현은 이 모든 상황이 그저 웃길 뿐이었다. 그는 이 작은 주씨 가문이 은퇴한 장군도 위협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게다가 소씨 가문에서 자신을 도와서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하지만 이도현은 이 모든 것에 대해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들 수중에 있는 재력이나, 주씨 가문에서 수많은 사람이 달려든다고 해도, 전혀 그의 적수가 되지 않으니 말이다.더군다나 현재 지국 전체가 그의 손아귀에 있다. 주씨 가문에서 아무리 강하게 나온다고 해도, 지국 전체와 맞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역시 듣던 대로 거만하군!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너희 주씨 가문이 과연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까?”이도현이 시큰둥한 얼굴로 말하며 주먹을 날렸다.이도현의 주먹 한 방에 주씨 가문의 무인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날아가 버렸다.그 순간 군중 속에서는 피안개가 형성되며, 마치 피로 된 비가 내리듯 주위를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였다.“아…”“도망쳐…”그 모습에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채 고함을 지르며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평소에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나, 세상에 둘도 없는 부자와 권력자들도 생명 앞에서는 하나같이 이기적이었다.그들은 완전히 놀라서 멍해졌다. 평소의 그들은 일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놀라움 외에도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듯했다.예상외로 이도현과 주씨 가문 사이에 원한이 있으니 말이다.그 자리에 있던 일부 늙은이들은 20여 년 전의 남궁 가문의 일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이도현이 남궁 우현의 제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지금 이도현이 제자로서 복수하러 왔으니, 이는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상황이었다.그 순간, 그들은 갑자기 주씨 가문이 너무 억울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도현의 무례한 행동과, 철없이 남의 집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 모두 이유가 있었으니 말이다.한편, 현장에서는 주장생만이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전과 다름없이 분노와 증오의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잡종 같으니라고! 20년 전의 일은 네가 감히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만약 복수를 하고 싶으면, 남궁 가문 사람들더러 다시 살아나라고 해! 네까짓 게 뭔데 지금 이 소란이야?”주장생은 평온한 표정으로 가소롭다는 듯 이도현을 바라봤다.쨕!갑자기 청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이도현이 주장생의 뺨을 후려갈긴 소리였다.그 순간 주 장생의 늙어빠진 얼굴에서는 화끈거리는 통증이 전해졌고, 그 늙은 얼굴은 빠른 속도로 빨갛게 부어올랐다.“이 영감탱이야! 이건 너한테 주는 경고야. 감히 내 사부님을 모욕해?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도현이 싸늘한 눈빛으로 주장생을 죽일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그가 손을 쓰는 속도는 말 그대로 너무 빨랐다. 너무 빠른 나머지 주장생의 옆에 있는 주 씨네 세 번째 도련님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그는 자기 아버지의 얼굴이 갑자기 부어오르며, 치아 두 개가 빠진 채 입안 전체가 피투성이인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이도현! 네, 네가 감히 우리 아버지를 때려?”쨕!주 씨네 세 번째 도련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이 그의 뺨도 후려갈겼다. 그는 수십 미터 떨어진 땅에 쓰러진 채 바닥에서 경련을
주장생은 이도현의 분노한 모습에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였다.“하하하, 이 개 같은 놈아! 네가 강하다고 한들 뭐 어쩌겠어? 이 세상에서 강한 자란, 머리가 좋은 사람이야. 실력이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머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그건 그냥 병신에 불과하지!그 당시 남궁 가문도 위엄이 대단했지만, 결국 협조하지 않아 나에게 살해당했거든? 오늘 너도 똑같이 내 손에 죽을 것이야. 만약 그 남궁 가문의 남궁소이도 태허산에서 내려왔다면, 내가 미리 손봐뒀을 거야! 너희들 지금 엄청 강한 것 같지? 내 눈에는 그냥 병든 닭에 불과해. 무도라, 흐흐흐…”주장생은 차갑게 웃으며, 경멸 섞인 말투로 이도현을 놀려댔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이 그의 통제안에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사람들은 주장생이 이도현에게 뺨을 맞은 뒤, 충격 때문에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했다.이때 갑자기 주장생이 냉담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모두 다 나와. 이놈을 당장 저세상으로 보내버려!”주장생의 말이 떨어지자,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곧이어 주씨 가문 산장의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고, 순식간에 산장 전체를 물샐틈없이 에워쌌다.그 병사들은 가슴에 수사자의 배지를 달고 있었고, 일부는 백호 배지였다. 그중에서도 주작 배지가 가장 많았다.이 사람 중에는 뛰어난 무술인이 섞여 있었다. 이도현의 감응으로 느껴보니 거기에는 제급 강자만 거의 10명, 황제 급 강자는 20여 명, 왕급 종급은 더더욱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그 상황을 보면서 주장생은 더욱 득의양양하게 웃어 보였다.“이도현! 난 미리 준비해 뒀어. 국현자를 보냈을 때도, 난 네가 쉽게 죽을꺼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 게다가 국현자가 널 죽이지 못했을 경우, 네가 찾아올 거라는 거도 전부 다 내 예상안에 있었지.하하하, 아무리 강한 무술 실력이라 할지라도, 계략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싸우지 않고 남을 굴복시키는 것, 이것이 바로 계략이라는 거야! 내 앞에서 넌 그냥 육체
이 모든 것에 직면한 이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빛 또한 전보다 더욱 차가워졌다.이윽고 주장생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봐라, 얼른 가져오도록 해라!”철커덕거리는 쇠사슬 소리와 함께 거대한 철장이 밀려 올라왔다.철장 안에는 머리를 산발한 사람이 갇혀 있었다.그는 꽥꽥거리며 짐승 같은 소리를 냈고 공포의 살기가 그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왔다.철장이 지나갈 때쯤, 사람들은 그 주변을 자기도 모르게 멀리 피했다. 철창 안에 있는 사람 몸의 공포 기운을 현장의 사람들도 느꼈으니 말이다.“주장생! 나 살려준다고 말했잖아…”우리 안의 사람이 주장생을 보며 소리치자 주장생이 차갑게 웃어 보였다.“금강, 네 말이 맞아. 널 살려준다고 약속했지. 네가 이 짐승 같은 놈을 죽이기만 하면 내가 널 바로 살려줄 수 있어.”금강이라는 이름에 그 자리에 있던 늙은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며 얼굴에는 공포의 기색이 역력했다.“금강이라…”“어떻게 금강일 수 있어?”“저 사람을 황성 천옥에 갇히게 하고 영원히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왜 저 사람을 푼 거지? 이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금강이라는 이름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금강, 그는 예전에 재앙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사람들이 놀라서 웅성거리고 있을 때쯤, 철장 속에 있던 금강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래, 그렇게 하지!”철장 우리가 들어왔을 때, 이도현은 철창 우리 안에 있는 사람이 무도 제급 최고의 고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오랜 내공으로 제급에서 최고봉에 오른 베테랑 제급이였다.“철창을 열고 저놈을 풀어라!”주장생의 명령과 함께 철장이 열리면서 금강을 묶은 쇠사슬이 풀렸다.쇠사슬이 열리는 순간 금강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몸에서 강한 기운을 뿜어내더니 철장 문을 발로 차 날려버렸다. 그러자 밖에 있던 병사들이 바로 날아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며 죽어버렸다.“아… 이제야 살 것 같네.”금강은 강한 기운을 뽐내며 마치
“너 죽고 싶어?”이도현의 말은 금강을 도발시키는 데 성공했고, 그는 화난 나머지 강하게 발을 굴렀다.그 순간, 바닥이 진동하면서 바닥에 있던 대리석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러더니 곧이어 금광이 짐승처럼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그의 일련의 동작들은 매우 깔끔했고,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짙은 피비린내를 띠고 있었다.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금강의 거대한 주먹이 이도현을 호되게 내리쳤다.그러자 이도현이 살짝 웃어 보이더니 역시 맨주먹으로 맞받아치며 음양 신공의 내력을 가미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펑!굉음과 함께 두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혔고, 강력한 주먹의 힘이 주먹 사이로 폭발해 사방으로 퍼졌다.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막강한 힘에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날아가 땅에 떨어졌고, 입으로 피를 끊임없이 토했다.강렬한 충격으로 그들의 오장육부가 손상되었고, 운이 좋지 않은 어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사망해 버렸다.이건 예상치도 못한 뜻밖의 재난이었다.원래는 생일파티 하러 왔는데 그 자리에서 재난을 당하다니!나머지 사람들도 안색이 변하더니 행여나 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가봐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도현과 금광의 눈빛에 섬뜩한 공포가 번뜩이는 걸 보았다.이게 어떻게 사람이란 말인가? 만약 미사일이 여기서 폭발한다면, 아마 이 정도 위력일 것이다.두 사람의 주먹은 서로 마주친 채 수십 초 동안 그 자리에서 멈춰있었다. 그들은 시간이 멈춘 듯 주먹으로 마주 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의아해하던 차에 갑자기 금강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몸이 무언가에 의해 통제된 듯 몇십 걸음 뒤로 쑥 물러서더니 겨우 멈춰 섰다.하지만 이도현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금강은 놀란 눈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고, 그의 동공은 아까보다 수축하여 있었다.“너… 너 대체 어떤 실력을 갖추고 있는 거야? 어떻게 내 주먹을 받을수 있냐 말이야?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너 같은 걸 죽이는데 뭔 실력이 필요하겠어? 이건 그냥 식은 죽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하여 무도계라는 것은 같은 경지에 있다고 할지라도, 어떤 사람은 강하고 어떤 사람은 약하다고 할 수 있다.이도현은 금강의 다리가 지닌 강력한 힘을 느꼈다. 그는 금강을 단시간에 해치우기 위해서 무기를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망설임 없이 음양 탑의 네 번째 층에서 얻은 음양 검을 꺼냈다.“죽어버려!”이도현은 손에 든 음양 검으로 망설임 없이 태후 검법을 사용해 금강의 다리를 베었다.“푹!”한 줄기 검기가 음양 검에서 터지며 금강의 허벅지를 베었다.금강의 비명과 함께 그의 허벅지와 그의 몸이 떨어져 나가면서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다리가 부러진 곳에서 한 줄기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금강은 심한 통증으로 땅에 쓰러졌고, 끊임없이 뒹굴며 비명을 질렀다.그러더니 그는 이를 악물고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몇 번 어루만지더니, 피가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혈 자리를 막았다.이윽고 금강이 몸을 날리며 한 발로 일어섰다.무술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독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데도, 체면을 위해서 한 발로 일어서 보이다니!금강은 마치 한 마리의 닭처럼 이도현의 맞은편에 서 있었고, 다리가 부러진 곳은 피범벅이 되어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그는 아픈 표정을 참으며 이도현에게 차갑게 말했다.“너 대체 어떤 경지인 거야? 이게 가능해?”그는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의외의 포인트에 꽂혀있었다.그 말에 이도현이 입을 삐죽거리며 답했다.“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어! 게다가 난 너에게 이미 기회도 줬고 말이야. 근데 네가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죽을 수 밖에 있겠어? 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라고!”이도현이 냉혹하게 말하며 또 단칼에 그를 베어버렸다.검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마치 염라대왕의 영패처럼 금강을 향해 돌진했다.금강은 놀란 얼굴로 죽음의 기운을 감지했다. 그러더니 겁을 먹고 모두의 놀란 시선을 뒤로한 채 결국 도망쳐버렸다.하지만 지금 도망치
현재 주씨 가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이도현을 지켜보기만 했다.조금 전 덩치 큰 고릴라 같은 금강이 이도현에 의해 쉽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그들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주장생도 이제는 마음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이도현을 보고 있자니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그의 가장 강력한 카드가 이도현에 의해 이렇게 쉽게 처리되었다니! 그러면 누가 대체 이도현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주장생이 두려워하는 모습에 주씨 가문 사람들도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그는 침을 삼키며 애써 침착하게 이도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나 아직 20만 대군에 무림계 고수들까지 있어. 넌 뭐로 나랑 맞설 거야? ”“어디 한번 다 불러봐.”“다들 뭐해? 얼른 돌진해! 이도현을 죽여버리라고. 전부 다 돌진해.”주장생은 험상궂은 얼굴로 격노하며 소리쳤다.바로 이때, 밖에서 갑자기 간드러진 소리가 들려왔다.“감히 누가 내 후배를 건드려?”그러더니 또 다른 간드러진 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너희들 더 움직이기만 해봐. 바로 여기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릴테니까! 우리 후배한테 조금의 상처라도 있으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다 죽어야 할 거야!”목소리와 함께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여인들이 이도현 앞에 나타났다.그 자리의 사람들은 전부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녀들은 용팀 족장 기화영, 봉황 팀 족장 신연주, 수라 부대 여수라 이추영이였다.게다가 그중 또 한 여자가 있는데,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은 그 여인을 몰랐지만, 이도현은 알고 있었다.그녀는 다름 아닌 그의 셋째 선배 인무쌍이였다.“도현 후배, 괜찮아? 우리가 많이 늦었지? 어디 다친 데는 없어?”“어디 좀 봐. 혹시 어디 다친 거 아니야?”“얼른 좀 봐!”“진짜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놈이야!”네 명의 여인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도현을 둘러싼 채 그의 상처를 확인했다.이도현은 또 한 번 거대한 가슴의 ‘형벌’을 받게 되었
그 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조금 전에 나서려고 준비하던 사람들도 그 순간만큼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에게 있어 인무쌍은 조금 전 이도현보다도 더 무서웠으니 말이다.게다가 조금 전의 그 검은 그림자를 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고수가 또 다른 어딘가에도 숨겨져 있으리라고 느꼈다.이윽고 주장생이 분노에 찬 눈으로 인무쌍을 바라보며 노호했다.“넌 누구냐? 네가 지금 누구를 죽인 건지 알기나 해?”그러자 인무쌍이 고개를 돌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그걸 굳이 알아야 해? 내 후배랑 맞먹는 새끼들은 그 누구라 할지라도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염황이 온다고 할지라도 똑같게 죽여버릴 거라고!”인무쌍의 거침없는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심장이 떨려왔다.그들은 이 여인이 대체 누구이기에 염황도 모욕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하하하, 당돌한 계집애군. 맘에 들었어! 이봐, 예쁜아. 그러면 네 후배가 어떤 놈인지 한번 볼까? 대체 어떤 놈이기에 너 같은 미인이 이토록 감싸고 도는지 우리도 봐야 할 거 아니야? 내가 한번…”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갑자기 또 한 명의 기세가 등등한 말투가 밖에서 울려 퍼졌다.“또 누구야?”“설마 또 고수는 아니겠지?”모든 사람들은 겁 없는 소리에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윽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내며 주씨 가문에 들어서는 것이었다.몇몇 사람들이 어린 도련님을 에워싼 채 천천히 걸어서 들어왔다.그 도련님은 나른한 표정으로 얼굴에는 천박한 웃음을 띠고 있었고 눈빛에는 가소로움이 가득했다. 게다가 긴 장발에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어 잘생김 속에 부드러움이 돋보였다.그는 손에 접부채를 들고 있었고, 마치 부잣집 도련님처럼 다소 음탕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그들이 지나가는 곳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강한 힘에 떠밀려 날아갔고, 어떤 이들은 뒤로 물러서며 스스로 길을 비켜주
대진상제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태허산과 곤륜옥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전설 속의 곤륜옥은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도 곤륜옥을 손에 넣고 싶었다.특히 대진제국의 상제가 된 이후로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은 후 그는 이런 생각을 포기했다.이제 곤륜옥의 비밀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비밀이 조금 밝혀지자 그의 마음속에서 잠자던 욕망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한 제국의 상제로서 천하통일의 야망을 갖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그는 즉위한 날부터 마음속으로 다른 세 제국을 멸망시키고 대진제국이 성역을 통일하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그는 성역의 땅에 오직 대진제국의 깃발만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4대 제국은 창립 이래 서로 견제하며 발전했다. 각 제국의 실력이 늘 비슷했기에 누구도 다른 제국을 멸망시키지 못했다.하여 그는 자신의 포부와 야망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평생 실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또 갑자기 희망이 보이니 마음속 깊이 숨겨졌던 욕망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만약 그가 곤륜옥의 힘을 얻는다면 성역을 통일할 수 있고 대진제국을 성역의 유일한 제국으로 만들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대진상제는 더 이상 마음속의 야망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는 위엄 있게 물었다.“그 이도현이라는 자가 태허산의 제자라고?”“네, 폐하. 정말입니다. 이도현은 태허산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후계자이기도 합니다. 외계에서 들은바, 이도현의 내공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합니다. 다들 이도현이 어린 나이에 이토록 강대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이도현이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단 말이냐?”대진상제는 얼굴색이 돌변하더니 급히 되물었다.“외계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다닙니다. 그 얘기의 진실 여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만 이도현은 이제 겨우 서른 초반인데 내공이 진짜 놀라울 정도로 강합니다.
“폐하, 우 호위무사의 말을 들어보니, 같은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한 대신이 나서서 말했다.“아주 건방진 녀석이구나. 아주 대놓고 찾아오다니. 좋아... 아주 잘 됐어. 이번 일을 넷째 황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 그리고 넷째 황자에게 전해. 대진제국의 체면을 구기지 말고, 성역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라고.”대진상제가 냉랭하게 말했다.대진상제는 한 나라의 군주로서,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다만 이도현의 행위가 대진제국의 권위를 건드렸기에 그를 조금 눈여겨 봤을 뿐이다.“네, 폐하.”한 내시가 명령을 받고 즉시 전달하러 갔다.“또한, 결계의 일을 즉시 다른 세 제국과 3대 종파에도 알려라. 각 세력에서도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사람을 보낼 것이다. 허허허...”“네, 폐하.”“넷째 황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천현문의 사람과 연회를 준비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심판할 거라고 들었다. 사실이냐?”“폐하, 넷째 황자님은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을 황자님의 왕부로 초대하셨습니다. 말로는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함께 심판하자고 했지만 실은 넷째 황자님이 그 여인에게 반해 협상으로 끝내려는 것 같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사람은 그 여인이 아니라 이도현입니다. 당시 고무계의 비경에서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과 그의 호위무사는 전설의 음양탑을 찾다가 두 여인을 붙잡고 몰래 그녀들의 기억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두 여인의 후배인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겁니다.”사건의 자초지종을 잘 아는 대신이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폐하, 오 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그 두 여인과 이도현은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입니다.”“뭐라고?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이라고?”대진상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폐하. 저희가 이미 확인해봤습니다. 저는 이번에 세속계에 있는 진씨 가문에 가는 김에 천 년 전의 진씨 조상을 멸망시켰던 조씨
“폐하,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가 결계를 뚫고 들어왔습니다...”우기호는 말하던 중 또 피를 토하고 말았다.그는 대전까지 찾아오는 길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쓰러질 때도 되었다.하여 피를 토한 우기호는 대전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는 곧 죽을 사람처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숨소리가 매우 허약했다.“형님... 저에게 거짓말한 거 아니죠... 저 왜 이리 자고 싶어요...”우기호는 의식이 점점 흐려졌고 눈 감기 전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빨리... 빨리 우 호위무사를 살려. 어서...”대진상제가 급히 명령했다.말이 끝나자 한 대신이 즉시 나서서 우기호의 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폐하, 우 호위무사의 상태가 매우 심각합니다. 오장육부가 모두 손상되었고 과도한 출혈로 인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대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우 호위무사를 이렇게 만든 거야? 빨리 치료부터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대진상제가 명령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 호위무사가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아직 치료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상처가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거라 예상합니다. 아마도 결계에서 발생한 일을 폐하께 빨리 전하기 위해 달려오는 과정에 원기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상처가 악화하였고 생명까지 위협한 것 같습니다.”대신은 진원으로 우기호의 상처를 처치하며 대진상제에게 설명했다.“아이고. 우 호위무사는 늘 이런 성격이었어. 매번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기 목숨보다 나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소식을 전하는 게 우선이었지. 그 덕분에 나는 위기를 여러 번이나 모면할 수 있었어. 사람이 조금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일지라도 충성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니까. 그러니 내 사랑하는 대신들,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야 해. 나는 이렇게 충성스러운 호위무사를 잃고 싶지 않아.”대진상제는 우기호의
“빨리 궁문을 열고 길을 비켜라. 나는 어전 호위무사 우기호다. 빨리 비켜라... 폐하께 급히 전달할 소식이 있다. 얼른...”궁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우기호가 또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또 피를 두 번 토했다.말을 마친 후 우기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엎드릴 뻔했다.다행히도 그는 굳센 의지로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았다면 바닥에 엎드려 머리가 깨졌을지도 모른다.“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돼.”우기호는 스스로 용기를 북돋았다.빠른 속도로 궁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근위군은 이미 그의 신분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궁궐에서 어전 호위무사로 임명된 사람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지만, 특수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그들은 보고하지 않고도 황제를 만나러 궁에 들어갈 수 있고, 무기를 지니고 대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특수한 권한은 모두 황제가 그들을 신뢰한다는 표징이다.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은 권력이 크지 않더라도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고 그들에게 밉보이지 않는다.우기호는 근위군과 인사 나눌 시간도 없이 계속 피를 토하며 대전을 향해 달려갔다.이 길에 그는 피를 몇 번 토했는지 모른다. 그는 처음으로 황궁이 너무 커서 욕이 나올 뻔했다.‘황궁은 왜 쓸데없이 큰 건데... 정말 사람 죽겠어...’우기호는 피를 수십 번 토한 끝에 드디어 대진제국의 가장 신성하고 권력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대진제국의 모든 중대한 결정은 이곳에서 내려졌다. 이곳에서 나오는 종이 한 장 또는 말 한마디마저 천하의 권력을 좌우지할 수 있었다.이곳이 바로 대진제국의 대진궁전이다. 대진상제는 매일 이곳에서 조회를 열어 문무백관과 천하의 대사를 논의하고 대진제국에서 권력이 가장 크고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진제국의 미래를 결정한다.우기호는 눈앞의 높이 치솟은 대전을 보고 또 피를 토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큰소리로 외쳤다.“폐하... 큰일 났습니다. 폐하...
호위무사 우기호는 외치면서도 계속 피를 토했다. 그는 죽을까 봐 겁이 나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달려갔다.다른 누구라도 이렇게 계속 피를 토한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빠르게 달려도 피를 토하고, 공법을 사용해도 피를 토하며, 말을 해도 피를 토하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피를 토하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호위무사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죽음을 면하려면 대진제국의 황제를 속이고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러려면 피를 토하는 고통쯤은 감수할 수 있었다.“우기호 호위무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결계를 지키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왜 이 꼴이 되었어요? 누가 그런 거죠?”성문을 지키던 장군은 하염없이 피를 토하는 우기호를 보고 경악하며 물었다.“강적... 강적이 쳐들어왔어요. 어서... 어서 저를 들어가게 해주시오. 황제 폐하께 빨리 보고해야 해요...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이 없어요... 헉...”우기호는 말하다가 성문을 지키는 장군의 옷에 또 피를 토했다. 장군은 흠칫 놀라더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즉시 성문을 열어주도록 명령했다.장군은 우기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야 충격에서 깨어났다. 그는 얼굴에 튕긴 피를 닦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정말 대단한 놈이야. 피를 그렇게 많이 토했는데 아직 살아있다니... 정말 대단해. 이건 아무나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성문을 지키는 장군은 우기호의 강대한 실력에 깜짝 놀랐다. 그는 끊임없이 피를 토하고도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과도한 출혈로 쓰러졌을 것이다.장군이 몰랐던 것은 사실 우기호도 몹시 두려웠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그는 황제를 만나기 전까지 버티기 위해 피를 적게 토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우기호는 지금 속으로 이도현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 때, 그는 궁전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를 너무
이도현의 묵직한 한방에 호위무사는 몸이 부서지고 배가 관통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아... 그... 형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저에게 주먹을... 저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호위무사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배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세운 후 무릎을 꿇은 채 이도현을 노려보며 물었다.“난 너를 돕는 거야. 이봐, 지금 상처도 났으니 더 이상 문제없을 거야. 이제 가서 너희 황제에게 소식을 전해. 나도 곧 갈 뒤따라갈 거야. 그리고 보고할 때 진짜처럼 연기해. 그럼 내가 떠난 후 너희 황제가 너에게 관직을 올려줄지도 몰라. 어서 가봐...”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 그래도... 미리 말씀해 주시면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죠. 이렇게 갑자기 때리니까 너무 당황스럽네요. 그리고 이렇게 세게 때릴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궁전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에서 죽으면 어떡해요.”호위무사는 이도현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상황을 이해했다.“죽을 정도로 때리지 않았으니까 안심하고 어서 가. 상처가 진실할수록 황제가 너의 말을 더 믿을 거 아니야. 그래야 너에게 더 유리하지.”“가는 길에 상처를 신경 쓰지 말고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그러면 상처가 더 악화할 거야. 죽을 리 없으니까 절대 치료하지 말고.”동행한 짧은 시간 동안 이도현은 이 호위무사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껴 조언까지 해주었다.“정말 죽지 않는 거 맞죠? 그럼 됐어요. 형님, 저는 이만 가볼게요. 형님은 좀 있다가 시간 맞춰서 떠나세요.”호위무사는 이제 이도현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그는 이도현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도현은 그를 식은 죽 먹기로 죽일 수 있으니 속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호위무사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친 몸을 이끌고 황성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이도현은 뒤에서 그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꽤 재미있는 녀석이라니까. 이 방법으로 운 좋게 너희 황제를 속일 수 있기를 바란다.”호위무사는 곧 이도현의 시야
“형님... 형님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전에 형님을 그렇게 대했는데도 저를 도와주시다니. 제가... 형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호위무사는 벅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감동에 겨워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아니... 울지 말게. 이러면 내가 난감해져.”이도현이 다급히 말했다.그는 호위무사가 울까 봐 겁이 났다.“형님... 형님의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나중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형님은 정말 좋은 분이십니다.”호위무사는 이도현의 행동에 정말 감동받았다.“그래. 내가 좋은 사람인 거 알겠으니까 자네는 얼른 가봐. 누가 보기라도 하면 안 되잖아. 그러니까 들통나기 전에 어서 가봐. 우리는 나중에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날 거야. 빨리 가기나 해...”이도현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형님... 저 형님한테 감동받아서 울 것 같아요. 지금의 심정을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중에 꼭 보답해 드리죠. 형님, 잘 있으세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 형님은 좀 있다가 시간 맞춰서 오세요.”호위무사는 목이 멘 채로 이도현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그는 떠나기 전에 잊지 않고 이도현에게 시간을 잘 맞추라고 귀띔했다. 만약 그가 보고하기도 전에 이도현이 도착한다면 모든 게 끝장나기 때문이었다.“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시간을 잘 맞춰서 갈 거야. 그런데 자네 아직 떠나면 안 돼.”이도현이 말했다.“예? 가지 못한다니요? 형님, 설마 그사이에 마음이 바뀌신 건가요? 저를 죽이려는 건 아니죠?”호위무사는 흠칫 놀라더니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자네를 왜 죽여. 그냥 자네 지금 모습으로 황제를 만나러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 결계를 지키던 일곱 명 중에서 여섯 명이 죽었는데 네가 이렇게 멀쩡하면... 좀 이상하지 않아?”“아, 그러네요. 이렇게 멀쩡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어쩌죠? 아까 결계 밖에서 형님이 한주먹 세게 때린 건 맞지만
“아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누가 너를 죽이겠다고 했어? 나는 그저 네가 괜찮은 사람 같아서 공을 세울 기회를 주려던 것뿐이야. 가서 이 소식을 전하면 아무도 너를 의심하지 않을 거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결계 수호자 중 여섯 명이 죽고 한 명만 살아남은 상황에 누가 봐도 네가 제일 수상하잖아.”이도현은 탄식하며 말했다.“사람들이 왜 저를 의심해요? 저도 죽다 살았는데. 제가 살아남은 것도 문제가 되나요?”호위무사는 씩씩거리며 반박했다.“맞아. 바로 그거야. 가끔 살아남은 것도 잘못일 때가 있어. 다른 사람들이 다 죽었는데 왜 너만 살아있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7대 세력에서 결계를 지키는데 모두가 죽고 대진제국의 수호자만 살아남았다면 다른 세력에서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너희 황제에게 책임을 묻겠지. 만약 이 일이 수습하지 못할 정도로 커진다면 너희 황제가 어떻게 할까? 결국에는 너를 팔아넘기겠지.”“그럴 리가 없어요. 우리 황제는 현명한 분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을...”호위무사는 반박의 말을 하다 말고 멈췄다.이도현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전에 대진제국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그는 황제가 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대신이자 무고한 사람을 처형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사람들의 분노를 잠재우겠다는 이유만으로 공을 세운 대신에게 갑자기 죄를 씌웠다.만약 일이 이도현 말대로 된다면, 그는 황제가 충분히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과거 큰 공을 세웠던 대신도 버리는 마당에 그와 같은 호위무사를 버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심지어 공신은 한 명밖에 없지만, 호위무사는 대진제국에 널리고 널렸다.황제가 입만 열면 몇 명이고 더 생길 수 있는 호위무사를 팔아넘기지 않을 이유가 딱히 없었다.호위무사는 이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어때? 결정했어? 공을 세우려면 지금 당장 가서 알리고, 그렇게 하기 싫으면 얼른 가족을 데리고 도망가. 난
“됐어. 저리 가서 감동해. 네가 날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것을 너희 황제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당장 꺼져. 난 네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 거야.”이도현이 선심 써서 경고했다.호위무사는 무심한 건지, 처음에는 가족이 연루된다며 죽어도 오지 않겠다고 하더니 지금은 재잘재잘 말이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두려운 기색이 전혀 없고 자랑하는 말투가 섞여 있었다.이도현은 호위무사가 정말 마음이 넓은 건지, 아니면 우쭐대다가 위기감을 잊어버린 건지, 또는 처음부터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그를 속인 건지 알 수 없었다.“어... 형님, 안 됩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미 황성에 도착했으니 들어가시면 됩니다. 저는 이만... 안 그러면 제가 죽습니다...”“망했어. 진짜 망했어. 본 사람 없겠지? 만약 누군가 봤다면 나와 우리 가족은 죽게 될 거야... 젠장...”호위무사는 겁에 질려 말했다. 아까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에구...”이도현은 말문이 막혔다.“네가 착한 걸 봐서, 너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줄게. 나를 위해 길을 안내해 준 대가로. 어때?”이도현이 뜬금없이 말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 말을 뱉었다. 아마도 호위무사가 가족을 위해 원칙을 저버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호위무사는 충직하지 못하더라도 확실히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들이며 좋은 아버지였다. 어찌 보면 좋은 사람이다. 나라를 지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은 언제나 자기 가족을 지켜야 한다.가족이야말로 한 사람이 제일 먼저 지켜야 하는 곳이다. 자기 가족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나라도 지킬 수 없다.“공을 세울 기회요? 형님, 저를 해치면 안 됩니다.”호위무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뭔 소리야, 내가 널 왜 해쳐. 이건 기회야. 지금 당장 너희 황제에게 가서 보고해. 이도현이 결계를 지키던 다른 사람을 다 죽이고 성지에 쳐들어왔다고. 넌 이걸 알리기 위해 목숨 걸고 도망쳐 나왔고. 그리고 이도현이 이미 황성까지 쳐들어왔으니 얼른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