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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제구
‘왜?’

‘왜!’

서현우는 처참한 심정으로 병상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주먹을 쥐었는데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팠다.

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에 비할 바가 되진 못했다.

그는 숨을 고르며 터져 나오는 분노를 삼켰다. 세상을 멸망시키고도 남을 분노였다.

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백만 군대를 이끌고 적을 물리쳐 6년의 시간 동안 용국을 수호한 그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가 변경에서 떨친 위엄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알지 못했다.

무수히 많은 죽음에 직면했고 또 그만큼 살아서 돌아왔다.

만약 그의 옷을 벗긴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상처들을 보아낼 것이다.

그건 철과 피가 뒤섞인 훈장으로서 그는 국가를 위해 몸에 새긴 영광으로 여겼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이었는지 실감이 났다.

몇억의 백성들을 살렸지만 유일한 동생은 지켜주지 못하는 꼴이라니!

어릴 적부터 발랄하고 외유내강인 동생은 숨이 꺼지고 있다.

그녀는 지금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이 세계에 그녀가 살아갈 의미는 없었다.

그녀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전의 강렬했던 삶의 의지는 죽기 전에 6년 동안 실종이 되었던 오빠를 보는 것이었다.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걸 만족한 그녀는 이제 유감이 없이 세상을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서운 기운이 흐르며 테이블에 있던 유리잔에 금이 갔다. 조금만 건드려도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

“홍성, 이천용 들여보내.”

밖에 있던 홍성은 그의 냉랭한 목소리에 한기가 뼛속을 파고들었다.

홍성은 흠칫하더니 동공이 커졌다.

서현우가 처음 이렇게 화를 냈던 것은 혼자의 힘으로 적국의 9대 전신을 물리칠 때였다.

이번이 두 번째였다.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연시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이천용이 들어왔다.

서현우의 목소리는 아주 컸기 때문에 홍성이 전달할 필요도 없이 이천용 역시 그의 말을 들었다.

홍성과 마찬가지로 이천용의 내면에도 공포가 엄습했다.

금용 감찰사 총독 역시 만인의 위에 위치하는 권위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남강 변경의 감찰을 책임지고 남강 총사령관의 세력이 무모해지는 것을 감독하고 있었다.

지위로 놓고 말하면 서현우보다 우위에 있지만 그의 내면에 자리한 공포는 그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천용과 서현우는 친구였다. 생사를 함께한 전우였다.

남강은 예전에 열세에 처해있었고 이천용은 죽을 목숨이었지만 서현우가 그와 남강을 살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서현우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의 분노는 지금 최고치에 달하고 있었다.

중연시의 하늘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홍성이 몸을 비켜 이천용을 안으로 들였다.

이천용은 몸을 꼿꼿하게 펴고 있는 서현우와 그의 손을 타고 흐르는 피를 보고는 숨을 들이켰다.

그는 속으로 서현우의 분노가 향할 누군가에게 애도를 표했다.

“얘.”

서현우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천천히 손을 들어 병상에 누워있는 서나영을 가리키며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내 동생 서나영이야. 동생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남강의 총사령관은 병권을 장악하여 그 권위가 최고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내륙 도시에 손을 쓸 수 없었다. 그건 반역죄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누구도 그럴 권리는 없었다.

금용 감찰사는 거대한 부서였는데 전국에 정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금용 감찰사가 조사해 내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서현우는 이천용이 이미 모든 조사를 마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천용은 사실 많은 이해관계가 엮인 일로 인해 말하기 꺼렸지만 지금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현우의 분노는 제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누군가는 반드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 말할지 이천용은 더욱 세밀하게 고민해야 했다.

병상에 누워 숨만 겨우 붙어있는 서나영을 보는 이천용의 눈빛에는 분노가 서렸다.

어떤 이유가 됐든 여자에게 이토록 잔인하게 굴다니.

“저는 서나영의 존재도, 서나영이 당신의 동생이라는 것도 몰랐어요.”

이천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은 중연시의 사람이니 분명 중연시의 4대 가문에 대해 알겠죠.”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연시의 4대 가문은 주씨 가문, 진씨 가문, 육씨 가문, 부씨 가문이었다.

4대 가문 모두 군사 배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후에 상업계로 이전하여 중연시에 뿌리를 내리고 거대한 관계망을 만들어 영향력을 키웠다.

만약 동생이 이렇게 된 것이 중연시의 4대 가문이 연루되어 있다면...

서현우의 눈에 핏발이 섰다.

4대 가문은 모두 멸하게 될 것이다.

“동생의 일은 4대 가문이 나서서 한 짓은 아니에요. 어느 정도 관련은 있지만요. 정말 손을 쓴 것은 세 명의 부잣집 자제들인데 그중 관건적인 사람의 이름이 유혜린입니다...”

이천용이 급하게 말했고 서현우는 잠자코 들었다.

이렇게 반 시간이 흘렀다.

이천용은 서술을 다 하기도 전에 무의식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는 많은 것을 숨기고 말했지만 서나영이 받은 괴롭힘은 여과 없이 모두 말했다.

이천용 본인 역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어린 여자였지만 수단이 악렬하고 매정했기에 감찰사인 그마저 등골이 오싹했다.

하지만 서현우는 반응이 없었다.

반응이 없는 것이 제일 공포스러운 반응이었다.

“알겠어.”

서현우가 고개를 들고 떠나며 말했다.

“동생 잘 살펴.”

“사령관님!”

이천용이 복잡한 눈빛으로 애걸하다시피 말했다.

“제발... 나서지 마세요! 당신의 지위로 인해 사람들은 사령관님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할 겁니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알아.”

서현우가 고개를 돌려 무덤덤하게 이천용을 바라보았다.

이천용은 날카로운 그의 눈빛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 눈동자에는 고통과 비애가 담겨 있었다.

“네가 숨기는 사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이천용이 급히 말했다.

“다 알면서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서현우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들은 아주 똑똑해. 하지만 멍청하지. 이렇게 된 마당에 그들 뜻대로 해주겠어.”

서현우는 손을 들었다.

이천용은 뭔가 생각이 나서 화들짝 놀라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만...”

쫘악.

미처 말리기도 전에 서현우은 손으로 어깨 부분의 옷을 찢었다. 금색의 용 문양의 훈장이 찢어졌다.

“난 더 이상 남강 총사령관이 아냐. 모든 사람들이 이것에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털썩...

이천용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금용 감찰사 총독은 믿지 못할 광경에 몸을 덜덜 떨었다.

중연시는 피바다가 될 것이다.

그 누구도 그를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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