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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제구
‘오빠, 약 잘 먹어야 해. 엄마가 약 먹어야 낫는다고 했어.’

무당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서현우가 10살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침대 옆에서 5살의 서나영은 조심스럽게 그에게 약을 먹이며 방긋 웃었다.

“이 나쁜 놈들! 우리 오빠 괴롭히지 마!”

초등학교 3학년의 서현우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였고 양갈래머리를 한 서나영은 작은 팔을 벌리고 으르렁대며 서현우의 앞에서 사나운 모습으로 그를 보호했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모습이 하나도 위협적이지 않고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를 것이다.

“오빠, 난 왜 항상 이빨이 빠져? 자꾸 바람이 새잖아. 너무 못생겼어... 웃지 마! 오빠 미워!”

유치가 빠진 서나영은 당황했지만 그런 자신을 웃는 서현우에게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오빠, 내 치마 예뻐?”

엄마가 자신에게 치마를 사주면 서나영은 항상 가장 먼저 서현우의 앞에서 자랑했다. 그럴 때면 서현우는 매번 입을 삐죽대며 못생겼다고 놀렸다.

“엉엉, 이제 엄마 없어. 오빠, 엄마 보고 싶어...”

엄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던 그날, 밝은 성격의 서나영은 서현우의 옷자락을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오빠, 빨리 달려. 순찰 왔어. 이 돈은 내가 오랫동안 몰래 모은 거란 말이야. 얼른 가져가. 몸 잘 챙겨...”

서나영은 발개진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꼬깃꼬깃 접은 돈을 서현우에게 건네고는 얼른 방향을 틀어 달렸다. 서현우를 잡으려고 혈안인 순찰을 따돌리기 위해서.

그날 서현우는 스무 살 생일을 보냈다. 동생이 준 돈을 손에 쥐고 그녀가 떠난 자리를 보며 그의 세상은 암흑에 잠겼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밝고 귀여운 동생의 모습과 처참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동생의 모습이 겹쳤다.

마치 무형의 손이 서현우의 심장을 터질 듯이 세게 잡고 있는 것 같았다.

터덜... 터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서현우는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줄곧 꼿꼿했던 그의 등이 조금 휜 것만 같았다.

마치 남강의 커다란 산을 모두 등에 업고 있기라도 하듯 말이다.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노인은 얼른 몸을 일으켜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며 옆에 멍하니 있는 제자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여자는 당황하더니 얼른 고개를 숙였다.

서현우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병상 옆에 다가가 동생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철로 만든 그의 심장은 지금 마치 유리처럼 약해졌다.

손을 내밀어 동생의 맥을 짚은 서현우는 무서운 살기를 사방으로 내뿜었다.

이천용이 말한 신의라고 불리는 노인과 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숨이 막혔고 안색이 창백해져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행인 건 그 살기는 이내 사라졌다.

“이건 현문의 3개의 침술입니까?”

서현우가 침착하게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노인은 얼른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한순간이었지만 저승을 경험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서운 살기는 만질 수 없었지만 그들을 압도했다.

홍성 역시 견딜 수 없었는데 노인과 여자는 어떠하리.

서현우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백발의 노인을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동생을 위해 귀한 시간을 벌어주셨어요. 당신에게 진 빚은 반드시 갚겠습니다. 시간 나면 나머지 현문의 6개 침술을 전수해 드리지요.”

“네?”

남자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서현우를 바라보며 격동된 목소리로 물었다.

“사령관님께서는 정말 현문의 6개 침술을 알고 계십니까?”

홍성이 대신 답했다.

“사령관님께서는 빈말을 하시지 않습니다. 약속한 건 반드시 해내는 분이시니 걱정하지 마세요.”

“네... 그럼요... 당연히 믿고 있습니다. 믿어요!”

노인은 목석처럼 굳어있는 여자를 옆으로 끌며 말했다.

그는 서현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병상의 여자를 구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이천용과 천우성이 도착했다.

의사 두 명도 함께였다.

서현우가 그들을 보며 물었다.

“내 동생이 왜 복도에 있지? 병실 없어?”

침착한 말투였지만 이천용은 그의 말에 등골이 서늘했다.

서현우를 알고 지낸 시간이 긴 만큼 그는 남자가 침착할수록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적국의 강자가 기습하여 남강의 작은 마을을 습격했을 때 서현우는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피 웅덩이를 보고 역시나 지금과 같은 표정을 지었었다.

이어 마을을 습격한 적국의 강자는 서현우에 의해 참수되었다. 아무리 멀리 도망쳐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서현우가 정말 분노하여 피를 보기 전에 이천용이 다급하게 캐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말해!”

“그게...”

의사 두 명은 창백해진 안색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홍성이 폰을 꺼내 몇 번 조작하더니 서현우에게 폰을 건넸다.

폰에는 한 청년이 거만하게 걸어 병실 문을 열고 말하는 장면이 녹화되어 있었다.

“이 병실은 내가 써야겠어. 안에 있는 사람 내보내.”

그의 곁에 있던 의사 가운을 입은 뚱뚱한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간호사를 향해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지시했다.

“이 여자는 다 죽어가는데 왜 병실을 차지하고 있어? 얼른 내보내. 재수가 없긴. 영안실로 보내지 왜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발악하고 있어? 빨리 죽기나 했으면.”

이어 서나영은 병실 밖으로 내보내졌고 젊은이가 병실 안에 있는 침대에 편히 누웠다.

서현우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이 의사는 중연시에서 살고 싶지 않나 보군. 남강에 데려가서 매운맛 좀 보여줘야겠어. 내 동생의 병실을 빼앗은 남자는 여기가 마음에 드나 본데 그렇게 좋으면 원하는 대로 오래 있게 해줘야겠어.”

홍성은 눈에 살기를 담아 정중하게 답했다.

“알겠습니다.”

빈 병실을 발견한 서현우는 천천히 병상을 밀어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홍성은 붉은색의 비수를 허리춤에서 꺼내 싸늘한 눈빛으로 모든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3m 이내는 접근 금지야. 어기는 사람은 죽어.”

방실 안에서 서현우는 소매를 걷더니 안에서 길이가 서로 다른 침 9개를 꺼냈다.

그는 침을 꺼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영아, 오빠 왔어. 내가 구해줄게. 널 반드시 염라대왕의 손에서 구출하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침을 잡은 서현우의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쉽게 사람을 살리던 그의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은 마치 처음 사람을 진찰하는 모습 같았다. 1mm라도 잘못 움직이면 동생의 목숨이 위험할까, 동생이 아플까 무척이나 걱정하는 서현우였다.

“오빠...”

그때, 들리는 듯 말 듯 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서현우는 흠칫하더니 서나영을 바라보았다. 서나영의 초점이 없는 눈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만 혼수상태에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영아. 무서워하지 마. 오빠가 있잖아. 금방 살려줄게. 걱정하지 마. 금방...”

서현우의 말에 서나영은 안간힘을 쓰며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의식이 돌아오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가 드디어 밝아진 서나영은 군복을 입은 서현우를 보며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오빠, 나... 오빠 너무 보고 싶었어...”

“오빠도 보고 싶었어. 걱정하지 마, 나영아. 내가 있는 한 넌 무조건 괜찮을 거야.”

서나영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고 다시 정신을 잃었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서현우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은 턱을 따라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다.

서서히 서현우의 얼굴에 당황함이 비쳤다.

그는 분명 침으로 동생의 목숨을 보존했지만...

그녀가 깨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전에는 서나영에게 강렬한 살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없었다.

현재의 그녀는 죽음을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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