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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작은 가게 안.

서강빈은 기자회견 라이브 방송을 끄고 허탈한 듯 웃었다.

마지막에 송해인이 한 말은 그를 들으라고 한 얘기가 분명했다.

그러나 서강빈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번에 비오 그룹은 금오단 프로젝트로 크게 실패할 것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비오 그룹은 아주 큰 곤경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강빈은 더는 그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미 그녀에게 경고했고 그 경고를 듣지 않은 건 송해인이니 말이다.

“서강빈 씨.”

권효정이 뒷짐을 지고 방방 뛰면서 달려왔다.

“권효정 씨, 뭐 볼일 있으신가요?”

서강빈이 물었다.

권효정은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

“왜요? 저랑 있는 게 싫으세요?”

‘응?’

서강빈은 당황하더니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정말요? 그러면 모레 저녁에 저희 권씨 가문이 주최하는 송주 파티에 저랑 같이 참석하실래요?”

권효정이 기대에 찬 얼굴로 웃으며 물었다.

“파티요?”

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가 미처 거절하기도 전에 권효정이 그의 팔을 잡고 흔들더니 앙증맞게 애교를 부렸다.

“서강빈 씨, 저랑 같이 가주면 안 돼요, 네?”

그 순간 서강빈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팔뚝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권효정은 의외로 가슴이 작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알겠어요.”

서강빈이 대답했다.

“서강빈 씨, 정말 최고예요.”

권효정은 기뻐서 콩콩 뛰었다. 그녀의 올망졸망한 눈동자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이틀이 지났고 권씨 가문이 주최한 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제영 펜션은 호화롭고 우아하게 꾸며져 있었고 여기저기 건물과 인공산이 가득했다.

소문에 의하면 펜션을 짓는데 무려 2,000억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펜션의 주인은 더 대단했다. 그는 어느 시의 거물이라고 한다.

펜션 입구에는 각양각색의 비싼 차들이 줄지어 있었다.

BMW, 벤츠는 어디에나 있었고 포르쉐, 페라리, 벤틀리, 롤스로이스도 많았다.

이때 아주 멋진 빨간색 페라리 한 대가 멈춰 섰고 서강빈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평온한 소리가 들렸다.

“서강빈, 네가 여긴 웬일이야?”

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보았다. 엘파에서 몸매 좋은 여자 두 명이 내렸다.

한 명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몸매도 꽤 괜찮고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서강빈을 향한 혐오가 가득했다. 다른 한 명은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앞은 크게 V자로 파여 있었고 등은 다 파여 있어서 아주 아름다웠다.

눈처럼 흰 피부에 길게 쭉 뻗은 다리, 정교하고 아름다운 이목구비에 도도한 분위기는 그녀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보이게 했다. 순간 입구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그녀에게로 쏠렸다.

그녀는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그 두 여자는 다름 아닌 이세영과 송해인이었다.

이세영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걸어와 불만스레 말했다.

“서강빈 씨, 잊지 말아요. 당신은 이미 대표님과 이혼했어요. 그런데 여기까지 왜 따라온 거예요? 정말 뻔뻔하기도 하지.”

서강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해명하려 하는데 송해인이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

“당신이 여긴 왜 있어?”

그녀는 뜻밖이라는 듯이 말했다.

“난 왜 여기 있으면 안 돼?”

서강빈이 차갑게 되묻자 송해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말 좀 예쁘게 하면 안 돼?”

서강빈은 자조하듯 웃음을 터뜨리며 웃었다.

“송해인, 우리 사이에 말을 예쁘게 할 필요가 있어?”

“당신...”

송해인은 불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입을 열려던 그녀는 순간 넋을 놓았다.

아름다운 외모에 몸매가 아주 좋은 여자가 페라리에서 내린 것이다.

가녀린 허리와 풍만한 가슴에 애플힙, 그리고 동안처럼 보이는 귀여운 얼굴은 청순하면서도 요염한 데가 있어 많은 남자를 홀릴 것 같았다.

그녀와 자신을 비교했을 때 송해인은 자신이 조금 꿀린다고 생각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서강빈이 덤덤히 반문했다.

송해인의 눈동자에 질투와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하려던 말을 힘겹게 삼킨 뒤 아닌 척하며 고개를 돌렸다.

“아냐.”

그녀가 기억하기론 저번에 회사 앞에서 마주쳤던 그 여자일 것이다.

‘벌써 이 여자랑 만난다고?’

저번에 이세영이 서강빈을 바람이나 피우는 쓰레기 같은 남자라고 했을 때 그녀는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보니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혼하긴 했지만 예전에는 자신의 것이었던 남자가 다른 여자랑 만나고 있다는 생각에 송해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속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

“강빈 오빠...”

권효정은 차에서 내릴 때 송해인과 이세영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귀엽게 서강빈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면서 다정하게 오빠라고 불렀다.

서강빈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그는 멍청하지 않았기에 권효정이 일부러 그런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설명하기가 귀찮았다.

그리고 그 호칭에 송해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강빈 오빠? 왜 저렇게 다정하게 불러? 예전에는 오직 나만 그렇게 부를 수 있었는데.’

이세영은 화가 났는지 눈을 흘기면서 욕했다.

“역시 바람둥이네요.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강빈 오빠라고... 서강빈 씨, 대단하시네요. 이 여우는 누구예요? 언제부터 만난 거예요? 설마 유부남일 때도 우리 대표님 몰래 바람피운 거예요? 오늘 반드시 해명해야 할 거예요.”

서강빈은 안색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

“해명? 이혼까지 한 마당에 무슨 해명을 하란 말이지?”

“당신!”

이세영이 계속해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권효정이 앞으로 나서며 털털하게 송해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쪽이 강빈 오빠 전와이프이시죠? 인사드릴게요. 저는 강빈 오빠 약혼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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