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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침실 안, 권영우는 손 신의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

“손 선생님, 제가 우스운 꼴을 보였네요. 저희 딸이 아직 철이 없어서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돌아가면 제가 단단히 혼쭐을 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서 저희 아버지를 치료해 주세요.”

“좋습니다.”

손 신의는 대답한 뒤 빠르게 침을 놓았다.

마지막 침을 놓자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권정무가 드디어 천천히 눈을 떴다.

“아버지, 깨셨어요? 정말 잘 됐어요.”

권영우는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매우 흥분했다.

권정무의 병 때문에 권씨 가문은 명의를 찾으려고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송주에서 힘겹게 손인수를 모셔 왔다.

“손 선생님은 역시 송주의 신의답네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의술이라니, 정말 견문을 크게 넓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은 저희 권씨 가문의 귀인이십니다.”

권영우는 다급히 감사 인사를 건넸다.

손인수는 손을 젓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별거 아니니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있던 권정무는 갑자기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곧이어 검은색 피를 토한 뒤 이내 또 정신을 잃었다.

“아버지, 아버지...”

권영우는 조급해져서 황급히 소리쳤다.

“선생님,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얼른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손인수는 당황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은 본 적이 없는데...”

“얼른 살펴봐 주세요!”

권영우가 소리를 질렀다.

손 신의는 다급히 진맥해 보았고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맥박을 보니 당장 죽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손 신의는 얼굴이 창백해져서 황급히 일어나 말했다.

“권 가주님, 죄송하지만 전 도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권 어르신의 병은 제가 치료할 수 없을 것 같으니 후사를 준비하세요.”

그 말을 들은 권영우는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고함을 질렀다.

“손 선생님, 우리 아버지가 혹시라도 잘못된다면 선생님도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겁니다. 살려내세요, 지금 당장! 우리 아버지가 죽는다면 선생님도 죽을 겁니다.”

천주의 권씨 가문은 대단한 가문이었기에 고영의 신의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손 신의는 덜컥 겁이 나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허둥지둥 은침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고 차마 침을 놓지도 못했다.

그러다 갑자기 조금 전 그 젊은이가 떠올라 황급히 말했다.

“권 가주님, 어쩌면 밖에 있는 그 젊은이에게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효정 아가씨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 젊은이에게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는 금오단이 있다고 말입니다. 제겐 정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권영우는 흠칫 놀라며 조금 전 그 젊은이를 떠올렸다.

그는 침대 위 피를 토한 뒤 정신을 잃은 권정무를 바라보더니 침실을 나섰다.

서강빈은 거실에서 태연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그는 권영우가 자신을 찾아와 애원할 거란 걸 확신하고 있었다. 권정무가 살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권정무에게 천주 권씨 가문의 생사가 달려 있다. 만약 권정무가 죽는다면 천주 권씨 가문 또한 무너져 내릴 것이다.

방에서 뛰쳐나온 권영우는 거실에 앉아있는 서강빈을 발견했다. 그는 황급히 서강빈에게 다가가 예를 갖추며 말했다.

“선생님, 제발 저희 아버지 좀 살려주십시오.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금오단은 저희 권씨 가문이 거액에 사들이겠습니다.”

옆에 있던 권효정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정말로 뛰쳐나와 서강빈에게 부탁할 줄은 몰랐다.

서강빈은 싱긋 웃더니 품 안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덤덤히 말했다.

“이것이 바로 금오단입니다.”

권영우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곧바로 손을 뻗어 그것을 가져가려 했지만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

“권 가주님, 제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금오단만 써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금오단과 함께 제 침술을 받아야 권정무 어르신의 고질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금오단만 먹으면 독약을 먹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권영우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그가 뻗었던 손은 허공에 멈춰서 매우 뻘쭘했다.

곧이어 그는 황급히 예를 갖추며 웃었다.

“선생님이 부디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권 가주님, 아까 했던 내기를 잊으시면 안 되죠. 무릎 꿇고 애원하세요.”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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