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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권효정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강빈을 보았다.

‘감히 우리 아버지에게 무릎 꿇고 애원하라고 해?’

권영우의 안색 또한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그는 무릎을 꿇고 간곡히 부탁했다.

“서강빈 씨, 부디 저희 아버지를 구해주십시오.”

서강빈은 찻잔을 내려놓고 덤덤히 말했다.

“역시 권 가주님답네요. 굽힐 줄도 아시다니. 제가 나서겠습니다. 일어나세요.”

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향했고 권영우가 그의 뒤를 따랐다.

권효정은 황급히 다가가 물었다.

“아빠, 조금 전에...”

권영우는 그녀의 말허리를 잘랐다.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마. 전에는 아버지가 잘못했으니 무릎을 꿇는 건 당연한 일이지.”

말을 마친 뒤 권영우의 눈동자가 잠깐이지만 섬뜩하게 빛났다.

“하지만 저자에게 그럴만한 실력이 없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앞에서 걷고 있던 서강빈은 권영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처럼 덤덤히 웃으며 침실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다 서강빈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권 가주님, 잊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게 되면 딸을 저에게 시집보내셔야 합니다.”

권영우는 당황했고, 권효정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쑥스러워했다.

침실 안에서 손인수는 너무 조급한 나머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서성거렸다.

이때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오자 그는 구세주를 만난 사람처럼 다가가서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서강빈이 손을 들어 그가 말하려는 걸 끊고 물었다.

“은침, 더 있나요?”

“네, 있어요.”

손인수는 당황하더니 다급히 약상자를 뒤져서 새 은침 케이스를 꺼냈다.

서강빈은 침을 건네받은 뒤 우선 권영우에게 상자 안의 금오단을 꺼내서 권정무에게 먹이라고 했다.

금오단을 꺼내는 순간 약 향기가 침실 안을 가득 채웠다.

손인수는 순간 안색이 확 달라지더니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그 검은색 단약을 보며 놀란 듯 말했다.

“이 세상에 이런 묘약이 있다니, 정말 제가 견문이 좁았습니다...”

단순히 약 향기만 맡아도 이 단약이 심상치 않은 단약임을 알 수 있었다.

권영우가 조금 망설이고 있을 때 손인수가 말했다.

“권 가주님, 어르신께 먹이세요. 이 젊은이는 실력이 범상치 않을 겁니다.”

권영우는 그 말을 듣자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듯이 재빨리 권정무에게 단약을 먹였다.

곧이어 서강빈은 두 손을 움직여 권정무의 체내에 은침을 놓았다. 그의 움직임은 아주 매끄러웠고 침이 하나 꽂힐 때마다 체내의 영기가 넘실대며 은침을 통해 권정무의 체내로 흘러 들어갔다.

일반인은 보아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손인수는 똑똑히 지켜보더니 감탄하며 말했다.

“기를 이용해 침을 놓는 의술이군요. 맙소사, 제 평생 기를 이용해 침을 놓는 광경을 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손인수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 그는 서강빈의 침구술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잠시 뒤 서강빈이 손을 휘젓자 권정무의 몸에 꽂혔던 수십 개의 은침들이 마치 실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동시에 뽑혀서 케이스 안에 놓였다.

“됐습니다. 어르신은 5분 이내에 깨어나실 겁니다.”

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다.

금오단과 침구술을 조합하여 사용한 덕에 권정무의 고질병이 거의 다 나았다.

서강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손인수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 행동에 권영우와 권효정 모두 깜짝 놀랐다.

“손 선생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권영우는 미간을 구기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손 신의가 감탄하며 말했다.

“권 가주님께서는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조금 전 서 신의께서는 구양회혼 침술을 쓰셨습니다. 죽기 직전인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침술이지요. 게다가 먼저 복용했던 금오단으로 인해 어르신께서는 이제 괜찮아지셨습니다.”

“그렇게 대단하다고요? 손 선생님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저는 발톱의 때만큼도 못합니다.”

말을 마친 뒤 손인수는 끊임없이 머리를 조아렸다.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제가 보는 눈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대단하신 분을 뵙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서 신의, 부디 저를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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