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였어제왕은 한 소리 듣고 몹시 부끄러운지 퉁명스럽게, “누가 포기 못한데요? 마음 속에 그녀가 있었던 적 한번도 없거든요.”“이 닭대가리가!” 우문호가 한대 갈기며, “남의 약혼자를 헐뜯으면서 마음속에 그녀가 없어? 넌 자신의 생각도 인정하질 못하냐? 말 좀 겸손하게 하는게 그렇게 어려워? 죽이기라도 한데?”제왕이 술 한주전자를 마시고 약간 어지러우면서도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이건 고집 문제가 아니라 전 그냥 그녀가 좀 더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고 닥치는 대로 무관을 고르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좋은 사람을 찾으면 저도 분명 축복할 거라고요.”우문호가 제왕을 보고 절망하며 오늘밤 자기는 노숙 당첨임을 직감했다.“가자!” 우문호가 화가 나서, “다들 가자, 술 더 안 마셔.”제왕이 술 주전자를 잡고, “ 왜 안 마십니까? 계속 마셔요!”구사처럼 둔해 빠졌어도 눈치를 챈 게 뒤쪽 병풍을 흘끔 보니 아래 꽃신 두 켤레가 보였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어휴, 넌 평생 혼자 살아도 마땅해.”말을 마치고 냉정언과 같이 일어나 나갔다.“다들 왜 가십니까? 더 마셔요!” 제왕이 고함을 쳤다.우문호는 술 한잔을 제왕의 얼굴에 끼얹고, “마셔, 마시고 죽어라. 아내도 없는데 마셔.”제왕이 일어나서 좀 화가 나는지, “맞아요, 전 아내가 없어요. 죽었어요. 다 아는 얘기 아닌가요? 왜 제 상처에 소금을 뿌려요?”병풍 뒤에서 원경릉이 허탈하다는 듯 원용의를 부축하고 나왔다. 사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은 것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될까 봐서 였다. 제왕이 다른 건 뭐 특별한 게 없는데, 고집불통에 말을 꼭 저딴 식으로 한다.제왕이 원용의를 얼핏 보고 얼굴이 새하얘지더니 순간 굳어서 웅얼거리듯, “당……당신이 왜 여기?”“태자 전하께서, “ 원용의는 서늘한 눈빛으로 마치 마지못해 냉정하게 예의를 차린 얼굴로, “저에게 여기서 왕야의 진심을 들어보라고 하셨어요. 듣고 나니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잘 알았어요.”
상심한 원용의우문호가 제왕을 연무장으로 끌고 가며, “가자, 형이랑 대련하자.”“안가!” 제왕이 몸부림치며, “이거 놔, 난 형의 적수가 아닐 뿐더러 형의 모래주머니 노릇도 하기 싫어. 서일이랑 해.”우문호는 제왕을 다짜고짜로 연무장에 끌고 가서, 그대로 아주 떡이 될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패더니 정신 못 차리는 제왕에게, “넌 지금 아직도 주명취 생각이야?”제왕이 땅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며 억지로 눈을 뜨려고 애쓰는데 간신히 실눈을 떠 우문호의 파랗게 질린 얼굴을 봤다.형은 조금도 힘든 기색이 없잖아.“형,” 제왕이 한손으로 우문호를 잡아당기며, “누워 봐, 물어볼 게 있어.”우문호가 앉아서 한 발로 머리를 차고, “물어도 되는데 말 같은 소리를 물어봐라.” 제왕이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는데 자기 입가에 피가 베어 나와있다. “즐거워?”“안 즐거워!” 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내가 묻는 건 형은 형수랑 같이 있으면 즐겁냐고?” 우문호의 비자금 주머니가 반쯤 밖으로 삐져나오는 걸 보고 제왕이, “비자금까지 숨겨야 되고, 밥 한번 사려면 벌벌 떠는데 즐거워?”“넌 몰라 임마,” 우문호가 헤벌쭉 웃더니, “이건 부부 사이의 감정이야. 그리고 뭔 재주로 내가 밥 사게 만들 건데? 네가 나보다 한참 부자잖아.”“여유는 다른 얘기고, 내 말은 형이 별로 잘 못 지내는 거 같아서.”“그건 너지. 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새끼에, 내가 못 지낼 게 뭐가 있냐?” 우문호가 코웃음을 쳤다.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새끼라고? 제왕은 멍하니 입가에 피를 닦으며, “그래, 평범한 백성들이 추구하는 게 그거지? 전에 주명취와 같이 있을 때 바란 것도 그거였어.”우문호는 제왕을 한 대 더 때리고 한숨을 쉬며 제왕 일은 상관 않기로 하고, “가자,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 앞으론 너 상관하나 봐라.”이 돌대가리, 제왕이 알아듣게 하려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도 모자라겠다.제왕은 팔베개를 하고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보며, 달달 떨면서
출장과 친정진북공은 구사의 아버지로 일찌기 숙북(肅北)을 평정한 장군으로 진북후(鎮北侯)로 봉해졌다가 후에 여기에 더해 공작(公爵)의 지위에 봉해졌다. 구사의 아버지 구공(顧公)은 전형적인 무장 성격으로 성질이 급해 성지가 내리자 다음날 바로 찾아와 태자 뵙기를 청했다.이번은 군영 내의 순시로 적어도 3개 군역을 다니게 되니 보름은 족히 필요했다. 우문호는 아직 짐도 다 꾸리지 않아서 성지에서 언급한 대로 2~3일 후에 출발할 예정이었다.우문호는 경조부 일을 아직 더 인계해야 해서 구공에게 이틀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부윤 나리는 가라고 해서 그냥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구공은 우문호는 내버려두고 자기만 먼저 남영으로 가서 우문호를 기다리겠다고 했다.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같이 가기로 한 구공이 먼저 갔다.우문호는 부득이 관아에 가서 보좌관에게 잠시 책임을 맡겼다.보좌관이 일을 분배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구공은 정말 남영으로 출발해버렸고, 우문호는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아예 하루를 완전히 늦게 출발하기로 하고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있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이번에 출장을 다녀와서 경호에 한번 다녀와야 겠다고 했다.본래 가고 싶었는데 일에서 몸을 뺄 수가 없었다.원경릉은 경호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말이 나온 김에 설날 연휴에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가자고 했다.우문호는 다음날 서일을 데리고 출발했다.우문호가 떠난 다음날 폭설이 내렸다.이번 눈은 오래 묵혔다 내린 것으로 계속 내리길 바랬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내린 것이다.연말이 되고 초왕부도 안팎으로 바빠졌으나 다행히도 탕양이 여러모로 애를 써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처리하는 통에, 원경릉도 반나절 짬을 내서 할머니를 모시고 정후부 할머니를 문병하러 갈 수 있었다.가는 김에 정후부에 생활비도 좀 전하기로 했다. 원경릉은 할머니를 꽁꽁 싸맸는데 전문가를 불러 할머니를 위해 두꺼운 솜옷을 만들어드렸다. 할머니는 환경보호주의자로 동물성 모피를 쓰지 않아서 더 많이
엄마엄마원경릉이 놀라 경단이를 봤다.경단이가 조막만한 손으로 원경릉의 치마꼬리를 잡고 머리를 들고 입에 침방울을 튀기며 맘마마마 오물거리는데 뭘 씹는지 모르겠지만 우연히 ‘엄마’라는 소리를 낸 모양이다.원경릉은 얼른 찰떡이를 내려놓고 한 손으로 경단이를 안아 올려, “뭐라고 그랬어? 한 번 더 해보자.”경단이가 ‘아웅아웅’ 하더니 머리를 원경릉의 가슴에 폭 대고 , “엄마, 엄마!”원경릉은 미친 듯한 기쁨이 차올라 눈시울이 뜨거워 지고 경단이 얼굴에 연거푸 뽀뽀를 하며, “경단아 엄마라고 불러봐, 엄마.”최근 많이 바빠서 거의 아이들을 데리고 있지 못했다. 엄마라는 발음이 어머니보다 쉬워서 전에 애들에게 엄마로 가르쳐 주긴 했지만, 다 합쳐 2번밖에 못 가르쳐서 경단이가 부를 수 있을 거라고 완전 상상도 못했다. 경단이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엄마한테 꼭 붙어 있는데 세상에나, 만두가 질투의 화신처럼 뒤뚱뒤뚱 일어서더니 살집이 많은 주먹으로 경단이를 때리고 입으로, “엄마, 엄마!”할머니는 너무 기쁜 나머지 만두가 제법 묵직하다는 것도 잊고 한 손으로 번쩍 안아 올려, “우리 만두도 똑똑하네, 하지만 동생은 때리면 안돼요, 알겠지? 동생은 ‘아이 예쁘다’ 해 주는 거야.”“낭빠나빠……” 만두가 경단이를 가리키며 웅얼웅얼, “뙈찌, 떼찌!”경단이도 몸을 틀어 형 만두에게 매달려 때리려고 하는데 조그만 주먹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제법 격렬하게 싸운다.원경릉이 보고 있다가 웃긴 건지 화가 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얼른 떼어놓고 둘 다 칭찬도 하고 혼도 냈다. 찰떡이는 동그마니 앉아 칠흑 같은 눈동자를 별처럼 반짝이며 형들에게 활짝 웃었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작은 주먹을 들썩들썩 휘두르더니 몸도 같이 까딱까딱 한다.“어머? 이거 편 가르고 편 먹기인가?” 할머니가 즐거워 하며 찰떡이에게, “우리 찰떡이는 누구 편인가? 둘째 형이야 큰형이야?”“때찌, 때찌……” 찰떡이가 소리를 지르는데 ‘때찌’라는 말이 훨씬 또렷한 것이 경단이나 만두보다 발음
다크호스 유민 현주원경병은 구사에게 시집간 이래 초왕부에 원경릉을 보러 오는 일이 적었다. 이도 당연한 것이 새신부는 시댁의 법도도 익혀야 하고 구씨 집안은 대가족에, 시어머니는 군주로 비록 상당히 살갑다고는 하나 집안의 법도가 엄격한 것이 규방과는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원경릉은 동생이 예전보다 통통하고 피부가 좋아진 데다 혈색도 발그레하며 윤기가 나는 것이 잘 지내고 있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자매는 온돌방에서 수다를 떨고 원경릉이 원경병의 손을 잡아 끌더니, “구씨 집안 사람들이 너한테 잘해줘?”원경릉은 구사가 원경병에게 잘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게 구사를 몇 번 봤는데 눈빛이 온통 기쁨으로 출렁이는 것이 결혼생활이 엄청 만족스러운 게 분명했다.원경병은, “잘해 주세요. 시아버지, 시어머니 두분 다 잘해 주시고, 크고 작은 집안 일은 전부 내가 신경 쓸 필요 없지 뭐예요.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앞으로는 집 안팎의 일을 이어받아 관리해야 한다고, 손을 잡고 일일이 장부 보는 법,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고, 짬을 내서 절 데리고 나가서 사람을 응대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이제는 아는 사람이 꽤 많아졌어요.”원경병이 말하면서 웃었다.원경릉은 동생이 이런 생황에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걱정하지 않았다. 동생은 성격이 강직하고 다른 사람을 위할 줄 알아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수완이 뛰어난 안방 마님이 될 게 틀림없다.“하지만……” 원경병이 약간 미간을 찌푸리더니, “구씨 집안 사람들이 다 좋은데 딱 한사람 다섯째 아가씨는 아마도 저한테 편견이 있는 거 같아요.”“다섯째 아가씨?”원경병이 속이 답답한 지, “그래요, 둘째 부인의 딸인데, 다섯째 아가씨 구정민(顧貞敏)의 어머니는 주명양 모친의 사촌 여동생이라 구정민과 주명양도 사촌자매 사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어쩌면 그래서 그런지 저한테 상당히 신랄하고 까칠하게 굴어요. 심지어 둘째 부인까지 나한테 고깝게 구는데 만약 정후부였으면 아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겠지만 이제 시어머
홀로 있는 원경릉원경릉도 웃으며, “그럼 유민 현주한테 열심히 해 보라고 해.”“언니, 그렇게 쉽게 단정할 일이 아네요. 유민 현주는 뻔뻔한 사람이라 무슨 편법을 쓸지 어떻게 알아요? 제부를 유민 현주에게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세요.”“제부는 남영에 갔어, 이틀 뒤면 회주(匯州)로 갈 거고 그 뒤엔 바로 남안(南安)으로 내려갈 거야.” 원경릉이 허리를 두드리며, “돌아올 때 즈음엔 이미 보름은 훌쩍 지나서 곧 연말이고 그 때는 유민 현주의 혼사도 아마 결정되겠지.”원경병이 화들짝 놀라며, “뭐요? 이틀 뒤에 회주에 가요? 유민 현주랑 다섯째 아가씨도 오늘 회주로 출발했어요.”“걔들이 회주를 왜 가?” 원경병이 자세를 바로 하더니, “우리 시아버지께서 군영 순시를 하러 가셨잖아요? 남영에 간 뒤에 회주로 내려가는데 구씨 집안의 본가가 회주에 있거든요. 본가에 돌아가서 어르신들도 문안하고 마침 작은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셔서 둘째 부인이 문상할 겸 가는 길에 다섯째 아가씨를 같이 데리고 간다나 봐요.”“너네 다섯째 아가씨는 문상이라고 치고, 유민 현주는 무슨 저의로 따라가는 거야?” “누가 알아요? 유민 현주가 마침 회주 친척집에 가려고 해서, 몸종과 나이 많은 하녀를 데리고 간다고 하던 데요. 저는 전혀 생각도 못했네요, 제부와 시아버지께서 같이 군영을 간다는 걸. 지금 생각해 보니 유민 현주가 제부가 가는 걸 따라 간 거 아니겠죠?”원경릉도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그 정도는 아닐 거야. 걔도 명문가 출신인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좋아하는 남자를 따라가는 건, 원경릉이 살던 시대엔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였다.하지만 여기서는 특히 귀족 가문의 아가씨는 예법을 따지기 때문에 단언하 건데 남자를 쫓아갔을 리 없다.아마 우연이겠지.그리고 정말 쫓아 간 거면 우문호는 군영에 있고 회주에 간 뒤에 남안으로 가야 하므로 유민 현주와 얼굴을 부딪힐 일이 전혀 없고, 유민 현주도 군영에 가서 우문호를 찾을 수 없는 게 여자가 어떻게 아무렇 게
원용의의 혼례와 투덜이 우문호이틀이 지나고 사식이가 집에 돌아갔다가 아침 일찍 돌아와서 원경릉에게, 원용의의 혼사날을 알렸다. 혼례는 2월 18일로 정해졌다고 한다.“이렇게 급히?” 원경릉은 조금 놀라서 벌써 연말인데 2월 18일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사식이가, “용의 언니가 이미 혼례를 치뤄봤으니 성대하게 할 거 없이 간단하게 하면 된다고.”원경릉은 정말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 마음 속으론 걱정에 한숨이 나왔다. 일곱째 아주버님, 앞으로 후회하지 않길 바래요.“혼례 날짜는 그저께까지 논의 중으로 아직 정해지지 않았었는데 어제 제왕 전하께서 오셔서 선물을 보내시고 언니와 무과 장원이 백년해로하고 일찍 옥동자를 낳으라는 둥 축복하셨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어젯밤 언니가 할머니에게 혼사를 정해달라고 졸랐데요.” 사식이가 입을 삐죽거렸다.“병신 육갑하고 있네!” 원경릉이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하며, “혼인하라고 압박하는 게 아니고 뭐야?”혼사가 아직 결정도 안됐는데 무슨 축하 선물이고 나발이야?“그러니까요, 언니가 사실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이젠 끝이에요. 오늘 아침 일찍 사주단자를 교환했고, 혼례 날을 정했으니 며칠 지나면 정혼하게 될 거예요.”사식이가 아예 퍼 질러 앉아 턱을 괴고 원경릉을 보며, “하지만 혼사가 정해진 뒤 오늘 언니를 보니 표정이 즐겁지가 않아요. 원 언니, 제왕 전하께서 무슨 고충이 있어서 그래서 언니를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아닐까요?”“고충은 무슨 고충이 있겠어?”“불치병에 걸렸던가 해서 언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다든가?” 사식이는 사실 제왕을 이제 별로 좋지 않지만 언니는 아직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원경릉이 화가 나서, “불치병이 있긴 하지. 등신 머저리병, 아주 구제불능이야!”정작 본인은 가만 있는데 주변만 난리 났다!사식이가 힘없이, “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 너무 힘들어요. 전 앞으로 아무도 좋아하고 싶지 않아요.”원경릉이, “둘이 서로 사랑하면 좋아.”하지만 원경릉은 또 생각하길,
사고친 우문호원경릉이. “자기가 재물에 대한 관념이 없는 거야, 한달동안 쓸 비용을 술자리 한번에 싹 없애면 은자 10냥이든 100냥이든 자기한테 주면 여전히 한 달을 못 버틸 걸. 아, 맞다. 이번에 출장 가서 무슨 일이 있었어? 혹시 누군가 만나지 않았어?”원경릉은 유민 현주와 구씨 집안의 다섯째 아가씨가 회주로 갔다는 얘기를 기억하고 만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가 외부에 간지 보름, 돌아오자마자 바로 원경릉을 안고 키스하지도 않고 오히려 들어오자마자 비자금을 가져가서 자기를 굶게 했다고 화를 냈다. 우문호는 보통 켕기는 게 있을 때 이렇게 선수를 치곤 했다.하지만 원경릉은 우문호 머리 꼭대기에 있다.아니나 다를까, 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게 딱 봐도 켕기는 모습이다.“별……별일 있지는 않고, 만났……지 않았어. 악간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대세엔 지장 없었어.” 우문호는 탁자에 던진 얼린 감을 다시 집어 들고 ‘와구와구’ 베어 무는게 당황했네 당황했어.원경릉도 따져 묻지 않고 우문호 앞에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로 우문호를 쳐다봤다.우문호는 원경릉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불안해서 헛웃음을 지으며,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분명 찾아올 거거든.”원경릉이 위험한 눈빛으로, “그 사람이 우리 집에 찾아오기 전에 무슨 일이 생겼었는지 내가 알아야 되지 않을까?”우문호가 심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순진무구한 얼굴로,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이 알아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옹정 군주가 왔을 때 어떻게 싸우겠어.”“그래서, 도대체 무슨 일인데?”우문호가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하고 더할 나위없이 맑고 깨끗한 눈으로 원경릉을 바라보며, “내가……양가집 규수의 정절을 더럽혔어.”원경릉이 곧 태풍이 불어 닥칠 것 같은 눈빛이 되자 우문호가 허겁지겁 변명하며, “아니 더럽힌 거 그 뜻이 아니고, 내가 더럽힌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더럽혔는데, 나하고 약간 관련이 있어서.”“똑바로 말 해!” 원경릉이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