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 원경릉을 만나다탕양이 복도에서 얼른 우문호를 막으며 놀라지도 기쁘지도 않은 눈빛으로, “전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먼저 소인의 보고를 듣고 들어가시지요.”우문호가 탕양에게, “내가 돌아올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거 같네?”탕양이 작은 소리로, “손왕 전하께서 태자 전하께서 이틀 후면 경성에 도착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진짜 재미없네, 그거 원 선생도 알아?” 우문호는 김이 확 빠졌다. 밤낮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건 깜짝 놀라게 해주겠다는 일념이었는데 둘째형이 이렇게 김새게 만들어 버리다니.우문호는 탕양을 밀치고 바로 안으로 들어가며, “무슨 보고를 해? 가면서 해.”우문호가 소매 속에서 비단 주머니를 꺼내는데 주머니에 정교하게 부귀 모란이 수놓아져 있다.이건 우문호가 무성에서 원경릉에게 주려고 한 선물로, 자기가 연애를 모른다고 소리 이제 그만하게 이 비취 펜던트는 열 냥이 넘는 은자를 주고 산 것이다.탕양이 여전히 우문호를 막아 서서 입술을 떨며, “전하, 일단 제 말을 들으세요. 태자비 마마께 의외의 일이 생기셨습니다.”우문호가 탕양을 보고 웃으며, “탕양, 너 지금 장단 맞추고 있는 거지? 원 선생이 너더러 날 놀리라고 했냐? 날 깜짝 놀라게 하려고? 넌 아직 멀었어!”“전하!” 탕양이 눈가가 뿌옇게 흐려지는데 쉽게 울지 않는 남자라 탕양이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웃음이 입가에 얼어붙더니 한손으로 문을 밀치고 미친듯이 소월각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서일이 막 들어와서 우문호가 달려들어오고 탕양이 우두커니 서있는 것을 보고, “탕대인, 무슨 일이?”탕양이 눈가를 훔치더니 목소리를 낮춰, “태자비 마마께 일이 생겼어, 지금까지 혼수상태로 깨어나지 못하고 계시네. 다들 방법이 없어.”서일이 눈을 부릅뜬 채 굳어서, “맙소사!”우문호는 단숨에 소월각으로 달려들어갔다. 안에 만아와 사식이가 세 아이들을 데리고 있다가 누가 갑자기 달려들어오자 놀라서 바라보더니 사식이가
자초지종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웃으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밖에 사람들 연기 진짜 실감나더라!”원경릉의 얼굴은 창백하고 호흡은 미약한데, 그 정도가 우문호처럼 내공고수도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이다.우문호의 얼굴이 원경릉보다 하얗게 질렸다.“좋아, 하고싶은 대로 해, 자, 더 자, 무슨 일 있으면 깨서 애기해.” 우문호는 조심조심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순수하고 깨끗한 얼굴을 한없이 들여다보더니 이불을 끌어올리다 원경릉의 배가 튀어나와 있음을 발견한고 놀라서, “안에 뭐야?”우문호가 손으로 살짝 배 전체를 만져보고 이불을 벗기고 단숨에 후두둑 눈물을 떨궜다.“4개월이라고 해요, 아주버님이 가시고 임신 사실을 알아서, 마음이 어지러우실 까봐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요부인이 목이 멘 채로 말했다.우문호가 천천히 이불을 덮어주는 두 손이 심하게 떨리는데 숨도 겨우 내 쉬며, “악!”집 안에 사람이 전부 여기로 와있고 할머니도 오셨는데, 할머니의 모습을 보자 우문호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할머니가 마음이 아파서 사위를 안아주며 뜨거운 눈물이 일렁이는데, “그래 그래, 걱정하지 마. 쟤는 괜찮을 거야.”우문호는 아직 극도로 떨고 있어서 말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30분이 족히 넘은 뒤 우문호가 겨우 조금 안정되어 입구에 서있는 탕양에게, “말해!”탕양이 괴롭게, “손왕부에서 일이 생겼습니다. 태자비 마마께서 안왕 전하와 손왕부 화장실 앞에서 마주쳤는데 몇 마디 하신 후 태자비 마마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안왕 전하는 손을 쓰지 않으셨다고 하고 잘 모르겠지만 회왕비는 두 분이 언쟁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안왕 전하께서 병여도를 언급하셨다고.”“우문안!” 이를 갈며 이 이름을 외치더니 분노가 가슴에서 뇌를 타고 흘러 폭발했다.“태자비 마마께서는 전신에 아무 상처도 없으셨고, 흉터도 없으신 것으로 보아 맞으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탕양은 우문호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 두려워 얼른 해명했다.“우문안은
들이받다조금 늦은 시간에 제왕 부부와 회왕 부부, 손왕 부부가 같이 와서 우문호와 자세하게 당일의 상황을 나눴다.손왕비는 계속 울며 우문호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미색은 옆에서 달래는데 역시 후회로 괴로워했다.“그러니까 당시에 넷째는 원 선생에게 손을 대지 않고 연회가 끝나기를 기다려, 원선생을 잡아가서 병여도에 관해 추궁하려고 했다. 이런 뜻인 거죠?” 우문호는 아직 극도로 격앙된 상태였지만 모든 사람의 말을 다 듣고 정리했다.제왕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단 그렇게 추측할 수 있어요.”우문호가 눈동자를 약간 꿈틀하며 작은 소리로, “알겠어요!”그날 저녁 초왕부에는 두 가지 명령이 떨어졌다.하나는 경조부와 함께 초왕부의 병사들은 우문안을 체포하러 가는 것.다른 하나는, 적씨 집안, 안왕과 가깝게 지낸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우문호의 손에는 있는 명단이 아주 쓸모가 있었다.이 명령으로 우문호가 경성에 돌아온 사실도 감출 수 없게 되어서 아예 선수를 쳐 입궁했다.우문호가 벌써 경성으로 돌아왔을 거란 사실을 명원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엄격한 의미로 비밀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문호도 벌 받을 리 없고 솔직히 전쟁에서 승리한 자가 장땡이다.게다가 초왕부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 우문호가 받은 충격은 컸다.우문호는 바로 우문안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해서 명원제는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슬픔과 분노가 가득 한 아들을 보면 명원제도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어, “넷째는 이미 경성을 떠났어, 네가 가만 두든 말든 이미 바꿀 수 없다. 사실을 천천히 조사하거나 태자비가 깨어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진상이 전부 백일 하에 드러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우문호가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흔들며, “소자 이미 사람을 보내 쫓고 있습니다. 반드시 잡아서 데리고 올 겁니다. 소자 아바마마께 말씀 드리는 것은 소자를 막지 말아 주시기 바래서 입니다.”명원제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섯째야 짐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넌 사람을 보낼 필요 없다. 반드시 공정하
태상황과의 대화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화내는 대신 오히려 웃으며, “전 참지 않겠습니다. 태자라는 자리에 맞지 않지요?”“닥쳐!” 명원제의 눈에 점점 분노가 일더니, “오늘 네 심리상태가 불안정하구나. 태자비로 인해 상심이 심한 너와 짐이 대립해 봤자, 넌 헛소리만 지껄이니 짐이 너에게 벌을 내리게 될 뿐이야.”우문호가 슬픔이 폭발하며 얼굴이 돌연 보랏빛으로 변하더니, “기왕 들이받는 거 한 마디 더 할 게요. 넷째는 몇 번이고 절 죽이려 하고 무리를 지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역모를 꾀한 데다 지금은 제 아내를 다치게 했는데, 전 넷째를 포용하고 참아야 하는 군요. 아바마마, 편애가 너무 심하십니다. 실망이예요.”명원제가 탁자를 치고, “입 닥쳐, 네가 지금 제일 먼저 할 일은 태자비를 구할 방법을 찾는 거지 추궁하고 복수하는 게 아니야, 썩 나가!”우문호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들어 명원제를 보더니 두 걸음 물러나 전혀 달갑지도 수긍하지도 않는 표정으로 돌아서서 나갔다.목여태감이 거의 놀라서 죽을 듯이 얼른 달려왔다.“전하, 기다리세요!” 목여태감이 앞으로 나와 붙잡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우문호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목여태감에게, “태감 아무 말도 하지마요, 내게 생각이 있으니.”목여태감은 우문호의 광기어린 모습을 보고 말이 통할 상태가 아님을 알고 탄식하며, “아닙니다. 소인 그저 전하께 한 말씀 드리려 했던 것으로, 태상황 폐하께서 궁으로 돌아오셨는데 태자비 일로 상심이 크시니 가셔서 몇 마디 위로해 주셨으면 해서요.”우문호는 마음이 아파서 발길을 돌려 건곤전으로 갔다.목여태감도 마음이 괴로워서 작은 소리로, “폐하께서 이틀간 잠을 못 주무셨습니다. 태자비 마마를 많이 걱정하고 계세요.”태상황이 궁으로 돌아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게 다시 담배를 피워 밤에는 기침이 멎지 않고 숨을 잘 쉬지 못하고 잠도 들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종일 침대 곁에서 지키며 산소호흡기를 대 주고, 약을 챙겨주거나 노심초사 돌봐 주며 웃긴 얘기를 해서 자신
쓰러진 상선눈 앞의 모든 정국에 대해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다 일리가 있음을 우문호도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우문호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 줄 알아? 그러니 매번 참으라고 자신을 타일러 왔고, 어쨌든 머리속으로 한 번 걸러 내야 겨우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우문호는 태상황에게 철저하게 마음의 빗장을 푼 상태라 태상황의 말이 귀에 들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상선이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전하, 입술이 말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서 차를 드세요!”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상선을 보더니 안색이 심하게 창백한 게 태상황의 병으로 쉬지 못했음을 알고, “태감 고마워요, 안색이 좋지 않으니 건강에 신경 써요.”상선이 웃으며, “소인은 괜찮습니다. 소인의 몸은 여전히 건장하지요.”상선은 차를 탁자위에 올려놓고 쟁반을 들고 돌아서는 찰나 쓰러져버렸다.우문호가 놀라서 얼른 부축하며, “태감!”“태감?” 우문호가 이상하다고 느낀 게 태감이 혼절해서 얼른 얼굴을 두드리며, “태감, 일어나요.”태상황이 고개를 내밀고 보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놀라 허둥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는데, “어……어의를 불러라!”우문호와 태상황이 건곤전 복도에 앉았는데 태상황은 전에 여기 앉아 있는 걸 좋아해서 복도엔 늘 낮은 걸상이 하나 놓여 있다. 여기선 정원의 풍경을 다 느낄 수 있고, 둘러싼 담장 밖의 하늘을 볼 수도 있다.어의가 건곤전 안에 있고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으나 태상황은 여기로 나와 앉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다 늙은 목숨 여기를 지키고 있겠다며, 온갖 귀신 저승사자 중 감히 뭐가 와서 상선을 데려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움켜준 손목과 전신의 근육이 극도로 긴장해서 마치 적과 대치하고 있는 것 같다.한평생을 함께 해 온 동지로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며 이 세상의 수많은 비바람을 거쳐 고난과 재앙에 함께 맞서 왔다. 만약 상선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황조부가 얼마나 상심할지 우문호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족히 반 시진 동안 아무 말
현실을 알아가는 우문호오랜 적막이 얼마나 계속 됐을까, 발자국 소리가 났다.“노마님, 자상하셔라!” 만아가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왔다.우문호가 일어나와 부축해 드렸다.사식이가 따라 들어오고 손에는 물건을 들고 있는데 우문호가 흘끔 보니 낯설지 않은 게 이건 원경릉의 약상자에 있던 것으로 전에 박원의 몸에서 본 적이 있다.노부인이 사식이와 만아를 나가라고 하고 앉아서 우문호에게, “경릉이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얘기한 적이 있어요, 처음 3일은 수액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삼일 후에도 깨어나지 않으면 엘튜브로 비위관 영양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이 나흘째예요, 꽂아야 합니다.”우문호가 깜짝 놀라며,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질 걸 알았습니까?”“그래요, 알았어요. 미리 준비를 했죠. 그러니 사위 양반,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가져 주세요.” 할머니가 우문호의 손을 두드리며 다독거려 주었다.우문호는 이해가 되지 않아, “왜? 왜 혼수상태에 빠졌죠?”할머니가 고개를 흔들며, ”나도 잘 몰라요, 경릉이가 깨어나면 그때 물어보세요. 난 그저 시키는 대로 해 줄 뿐이니까, 사위가 집안의 가장이니 누구보다 침착해야 합니다.”잠시 후 할머니가, “혹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어쩌면 걔들이 알지도 몰라요, 경릉이와 아이들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바로 갈게요!” 우문호가 아이들의 비범한 능력을 생각해 내고 마음 속에 한줄기 희망이 생기더니 바로 일어났다.할머니가 불러 세우며, “사위 양반, 와서 나 좀 도와줘요.”“아!” 우문호가 몸을 돌렸다.우문호는 비강 삽관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그나마 할머니가 익숙하신 편이라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경릉이와 배속에 아이는 잠시동안 오직 이 비위관 영양에만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니 절대로 경솔해서는 안됩니다. 사위 양반, 안에서 시중 드는 사람을 잘 살펴서 만에 하나라도 신중하셔야 합니다. 아셨지요?”“예, 알겠습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제어우문호는 아이큐 차이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뭉개 버리는 아이들에게 완전 무시 당하면서도 그저 한가지만 다그쳤는데, “그럼 너희들은 외할머니 쪽 사람을 제어할 수 있어?”셋이 서로 마주보더니, “그건 해본 적이 없지만 우리는 요 이틀 동안 여기 사람을 제어했어요.”“여기 사람을 제어했다고?”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습관처럼 무서운 표정을 지으려 했다가 어떤 때인지 생각하고 이런 건 다 별일 아니므로, “외할머니 쪽 사람을 제어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안 해봤어요.” 셋 다 좀 막연해 하며, “그쪽에 뭘 해요? 우리도 모르는 사람인데요, 그리고 여기서 제어하는 것도 전부 엄마가 우리와 얘기하고 우리가 하기 시작하는 거라 재미있어요. 그 사람들은 보면 도망가는데 울고불고 아우성을 쳐요.”“엄마가 언제 너희들에게 사람을 제어하라고 말씀하셨지?”만두가, “죽은 사람을 제어하는 건, 엄마가 잠들기 전에 말씀하신 거예요, 살아있는 사람을 제어하는 건 힘들어요. 머리도 아플 거고, 하지만 죽은 사람을 제어하는 건 그럴 리 없어요. 저녁에 잘 때 다른 사람의 몸으로 밖에 나가서 놀 수 있어요, 우리는 전부 두번씩 가서 놀아봤어요. 한번은 땅에서 기어 나와야 해서 힘들었지만요.”말을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우문호를 보는게 정말 재미나게 놀았던 모양이다.우문호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나중에 두고 보기로 했다.“잘 들어, 저녁에 잘 때 외할머니가 계신 그쪽에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 그래서 주지스님을 찾고 주지스님에게 엄마 상황이 지금 어떤 지 물어 볼까?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도.”만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 그럼 우리가 외할머니를 찾아가는 건데 외할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요.”경단이가, “증조할머니를 찾자, 증조할머니는 알아, 아직 문패 번호 아신다고 했어. 대단하지.”“나도 알아, 할머니가 말씀하신 적 있어.” 찰떡이가 말했다.“그럼 우리 오늘 밤 가자!” 셋이 말을 마치고 잽싸게 침대에 기어올라가더니 잠이 들었다.우문호는 아이들
시체가 달아나다“머리가 안 좋으신 가봐.”“어휴, 정말 걱정이네.”우문호는 말없이 하늘을 보며, 자신은 이미 충분히 똑똑하지 않나? 이 정상인의 세상에서.우문호는 원경릉을 지키다가 안정이 안 돼서, 돌아가서 아이들이 지금 진도가 어떤 지 보고싶다. 나가서 문까지 갔다가 걔들이 얘기한 게 떠올라 뒤로 돌고, 밤새 갔다가 돌아섰다가 수십번을 하고 결국은 들어가지 못했다.돌아와 누워 살짝 원경릉을 안고 손으로 원경릉의 배 위에 올리자 전에 원경릉이 세 아이를 임신했을 때가 다시 떠올랐다. 배속에서 종일 움직이더니 지금 이 아이는 움직이지 않는다.우문호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초조해서 말 못할 걱정을 안고 아파했다.그들 사이에 둘째 문제를 얘기한 적이 없는 게 첫 임신이 너무 사람을 놀라게 해서 둘째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우연히 거론된 적은 있지만 바로 화제를 매듭지어 버렸는데 이렇게 임신을 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당신, 어서 좋아지자.” 우문호는 처음으로 졸음이 몰려왔다. 어쩌면 뭔가 정해지고 조금씩 방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조짐이 보여서 일지도 모른다.광원시 제일 인민병원“주임님!” 누군가 다급하게 심장외과 주임 사무실로 뛰어들어와, “오늘 주임님이 응급 치료하셨던 환자 장소소(章小小)를 장의사에게 이송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깨어나 달아났다고 해요.”주임이 벌떡 일어나, “뭐라고? 그건 불가능해.”“정말이예요. 장의사 쪽 사람이 지금 병원으로 돌아왔어요, 원장실에 계세요.”주임이 경악하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환자는 그가 책임진 응급 환자로, 아이가 응급실로 왔을 때 이미 심장이 뛰지 않고 아드레날린과 제세동기도 사용했지만 살려낼 수 없었다.“가족은?” 주임이 얼른 물었다.“가족은…… 고아원 쪽이요? 아마 병원에 없을 거예요. 제가 연락해 볼 게요.”“원장실로 가지!” 주임은 오랜 의사생활동안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원장실에는 장의사가 아직까지도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최선을 다해 말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