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지종우문호는 원경릉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웃으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밖에 사람들 연기 진짜 실감나더라!”원경릉의 얼굴은 창백하고 호흡은 미약한데, 그 정도가 우문호처럼 내공고수도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이다.우문호의 얼굴이 원경릉보다 하얗게 질렸다.“좋아, 하고싶은 대로 해, 자, 더 자, 무슨 일 있으면 깨서 애기해.” 우문호는 조심조심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순수하고 깨끗한 얼굴을 한없이 들여다보더니 이불을 끌어올리다 원경릉의 배가 튀어나와 있음을 발견한고 놀라서, “안에 뭐야?”우문호가 손으로 살짝 배 전체를 만져보고 이불을 벗기고 단숨에 후두둑 눈물을 떨궜다.“4개월이라고 해요, 아주버님이 가시고 임신 사실을 알아서, 마음이 어지러우실 까봐 말씀드리지 않았다고.” 요부인이 목이 멘 채로 말했다.우문호가 천천히 이불을 덮어주는 두 손이 심하게 떨리는데 숨도 겨우 내 쉬며, “악!”집 안에 사람이 전부 여기로 와있고 할머니도 오셨는데, 할머니의 모습을 보자 우문호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할머니가 마음이 아파서 사위를 안아주며 뜨거운 눈물이 일렁이는데, “그래 그래, 걱정하지 마. 쟤는 괜찮을 거야.”우문호는 아직 극도로 떨고 있어서 말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30분이 족히 넘은 뒤 우문호가 겨우 조금 안정되어 입구에 서있는 탕양에게, “말해!”탕양이 괴롭게, “손왕부에서 일이 생겼습니다. 태자비 마마께서 안왕 전하와 손왕부 화장실 앞에서 마주쳤는데 몇 마디 하신 후 태자비 마마께서 쓰러지셨습니다. 안왕 전하는 손을 쓰지 않으셨다고 하고 잘 모르겠지만 회왕비는 두 분이 언쟁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안왕 전하께서 병여도를 언급하셨다고.”“우문안!” 이를 갈며 이 이름을 외치더니 분노가 가슴에서 뇌를 타고 흘러 폭발했다.“태자비 마마께서는 전신에 아무 상처도 없으셨고, 흉터도 없으신 것으로 보아 맞으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탕양은 우문호가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 두려워 얼른 해명했다.“우문안은
들이받다조금 늦은 시간에 제왕 부부와 회왕 부부, 손왕 부부가 같이 와서 우문호와 자세하게 당일의 상황을 나눴다.손왕비는 계속 울며 우문호에게 미안하다고 했고 미색은 옆에서 달래는데 역시 후회로 괴로워했다.“그러니까 당시에 넷째는 원 선생에게 손을 대지 않고 연회가 끝나기를 기다려, 원선생을 잡아가서 병여도에 관해 추궁하려고 했다. 이런 뜻인 거죠?” 우문호는 아직 극도로 격앙된 상태였지만 모든 사람의 말을 다 듣고 정리했다.제왕이 고개를 끄덕이고, “일단 그렇게 추측할 수 있어요.”우문호가 눈동자를 약간 꿈틀하며 작은 소리로, “알겠어요!”그날 저녁 초왕부에는 두 가지 명령이 떨어졌다.하나는 경조부와 함께 초왕부의 병사들은 우문안을 체포하러 가는 것.다른 하나는, 적씨 집안, 안왕과 가깝게 지낸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우문호의 손에는 있는 명단이 아주 쓸모가 있었다.이 명령으로 우문호가 경성에 돌아온 사실도 감출 수 없게 되어서 아예 선수를 쳐 입궁했다.우문호가 벌써 경성으로 돌아왔을 거란 사실을 명원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엄격한 의미로 비밀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문호도 벌 받을 리 없고 솔직히 전쟁에서 승리한 자가 장땡이다.게다가 초왕부에 이런 일이 있었으니 우문호가 받은 충격은 컸다.우문호는 바로 우문안을 가만 두지 않겠다고 해서 명원제는 마음이 불편했다.하지만 슬픔과 분노가 가득 한 아들을 보면 명원제도 아픈 마음을 금할 수 없어, “넷째는 이미 경성을 떠났어, 네가 가만 두든 말든 이미 바꿀 수 없다. 사실을 천천히 조사하거나 태자비가 깨어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진상이 전부 백일 하에 드러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우문호가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흔들며, “소자 이미 사람을 보내 쫓고 있습니다. 반드시 잡아서 데리고 올 겁니다. 소자 아바마마께 말씀 드리는 것은 소자를 막지 말아 주시기 바래서 입니다.”명원제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섯째야 짐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넌 사람을 보낼 필요 없다. 반드시 공정하
태상황과의 대화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화내는 대신 오히려 웃으며, “전 참지 않겠습니다. 태자라는 자리에 맞지 않지요?”“닥쳐!” 명원제의 눈에 점점 분노가 일더니, “오늘 네 심리상태가 불안정하구나. 태자비로 인해 상심이 심한 너와 짐이 대립해 봤자, 넌 헛소리만 지껄이니 짐이 너에게 벌을 내리게 될 뿐이야.”우문호가 슬픔이 폭발하며 얼굴이 돌연 보랏빛으로 변하더니, “기왕 들이받는 거 한 마디 더 할 게요. 넷째는 몇 번이고 절 죽이려 하고 무리를 지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역모를 꾀한 데다 지금은 제 아내를 다치게 했는데, 전 넷째를 포용하고 참아야 하는 군요. 아바마마, 편애가 너무 심하십니다. 실망이예요.”명원제가 탁자를 치고, “입 닥쳐, 네가 지금 제일 먼저 할 일은 태자비를 구할 방법을 찾는 거지 추궁하고 복수하는 게 아니야, 썩 나가!”우문호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들어 명원제를 보더니 두 걸음 물러나 전혀 달갑지도 수긍하지도 않는 표정으로 돌아서서 나갔다.목여태감이 거의 놀라서 죽을 듯이 얼른 달려왔다.“전하, 기다리세요!” 목여태감이 앞으로 나와 붙잡고 이마의 땀을 닦았다.우문호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목여태감에게, “태감 아무 말도 하지마요, 내게 생각이 있으니.”목여태감은 우문호의 광기어린 모습을 보고 말이 통할 상태가 아님을 알고 탄식하며, “아닙니다. 소인 그저 전하께 한 말씀 드리려 했던 것으로, 태상황 폐하께서 궁으로 돌아오셨는데 태자비 일로 상심이 크시니 가셔서 몇 마디 위로해 주셨으면 해서요.”우문호는 마음이 아파서 발길을 돌려 건곤전으로 갔다.목여태감도 마음이 괴로워서 작은 소리로, “폐하께서 이틀간 잠을 못 주무셨습니다. 태자비 마마를 많이 걱정하고 계세요.”태상황이 궁으로 돌아와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게 다시 담배를 피워 밤에는 기침이 멎지 않고 숨을 잘 쉬지 못하고 잠도 들지 못하는데 이번에는 종일 침대 곁에서 지키며 산소호흡기를 대 주고, 약을 챙겨주거나 노심초사 돌봐 주며 웃긴 얘기를 해서 자신
쓰러진 상선눈 앞의 모든 정국에 대해 사람들이 얘기하는 게 다 일리가 있음을 우문호도 마음 속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우문호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 줄 알아? 그러니 매번 참으라고 자신을 타일러 왔고, 어쨌든 머리속으로 한 번 걸러 내야 겨우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우문호는 태상황에게 철저하게 마음의 빗장을 푼 상태라 태상황의 말이 귀에 들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상선이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전하, 입술이 말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서 차를 드세요!”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상선을 보더니 안색이 심하게 창백한 게 태상황의 병으로 쉬지 못했음을 알고, “태감 고마워요, 안색이 좋지 않으니 건강에 신경 써요.”상선이 웃으며, “소인은 괜찮습니다. 소인의 몸은 여전히 건장하지요.”상선은 차를 탁자위에 올려놓고 쟁반을 들고 돌아서는 찰나 쓰러져버렸다.우문호가 놀라서 얼른 부축하며, “태감!”“태감?” 우문호가 이상하다고 느낀 게 태감이 혼절해서 얼른 얼굴을 두드리며, “태감, 일어나요.”태상황이 고개를 내밀고 보다가 천천히 일어나서 놀라 허둥거리며 입술을 달싹이는데, “어……어의를 불러라!”우문호와 태상황이 건곤전 복도에 앉았는데 태상황은 전에 여기 앉아 있는 걸 좋아해서 복도엔 늘 낮은 걸상이 하나 놓여 있다. 여기선 정원의 풍경을 다 느낄 수 있고, 둘러싼 담장 밖의 하늘을 볼 수도 있다.어의가 건곤전 안에 있고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으나 태상황은 여기로 나와 앉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다 늙은 목숨 여기를 지키고 있겠다며, 온갖 귀신 저승사자 중 감히 뭐가 와서 상선을 데려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움켜준 손목과 전신의 근육이 극도로 긴장해서 마치 적과 대치하고 있는 것 같다.한평생을 함께 해 온 동지로 아침저녁으로 마주하며 이 세상의 수많은 비바람을 거쳐 고난과 재앙에 함께 맞서 왔다. 만약 상선이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황조부가 얼마나 상심할지 우문호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족히 반 시진 동안 아무 말
현실을 알아가는 우문호오랜 적막이 얼마나 계속 됐을까, 발자국 소리가 났다.“노마님, 자상하셔라!” 만아가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왔다.우문호가 일어나와 부축해 드렸다.사식이가 따라 들어오고 손에는 물건을 들고 있는데 우문호가 흘끔 보니 낯설지 않은 게 이건 원경릉의 약상자에 있던 것으로 전에 박원의 몸에서 본 적이 있다.노부인이 사식이와 만아를 나가라고 하고 앉아서 우문호에게, “경릉이가 혼수상태에 빠지기 전에 얘기한 적이 있어요, 처음 3일은 수액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삼일 후에도 깨어나지 않으면 엘튜브로 비위관 영양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이 나흘째예요, 꽂아야 합니다.”우문호가 깜짝 놀라며, “자신이 혼수상태에 빠질 걸 알았습니까?”“그래요, 알았어요. 미리 준비를 했죠. 그러니 사위 양반,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가져 주세요.” 할머니가 우문호의 손을 두드리며 다독거려 주었다.우문호는 이해가 되지 않아, “왜? 왜 혼수상태에 빠졌죠?”할머니가 고개를 흔들며, ”나도 잘 몰라요, 경릉이가 깨어나면 그때 물어보세요. 난 그저 시키는 대로 해 줄 뿐이니까, 사위가 집안의 가장이니 누구보다 침착해야 합니다.”잠시 후 할머니가, “혹시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어쩌면 걔들이 알지도 몰라요, 경릉이와 아이들이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바로 갈게요!” 우문호가 아이들의 비범한 능력을 생각해 내고 마음 속에 한줄기 희망이 생기더니 바로 일어났다.할머니가 불러 세우며, “사위 양반, 와서 나 좀 도와줘요.”“아!” 우문호가 몸을 돌렸다.우문호는 비강 삽관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그나마 할머니가 익숙하신 편이라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경릉이와 배속에 아이는 잠시동안 오직 이 비위관 영양에만 의지해 생명을 유지하니 절대로 경솔해서는 안됩니다. 사위 양반, 안에서 시중 드는 사람을 잘 살펴서 만에 하나라도 신중하셔야 합니다. 아셨지요?”“예, 알겠습니다.” 우문호는 원경릉의
제어우문호는 아이큐 차이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뭉개 버리는 아이들에게 완전 무시 당하면서도 그저 한가지만 다그쳤는데, “그럼 너희들은 외할머니 쪽 사람을 제어할 수 있어?”셋이 서로 마주보더니, “그건 해본 적이 없지만 우리는 요 이틀 동안 여기 사람을 제어했어요.”“여기 사람을 제어했다고?” 우문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습관처럼 무서운 표정을 지으려 했다가 어떤 때인지 생각하고 이런 건 다 별일 아니므로, “외할머니 쪽 사람을 제어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안 해봤어요.” 셋 다 좀 막연해 하며, “그쪽에 뭘 해요? 우리도 모르는 사람인데요, 그리고 여기서 제어하는 것도 전부 엄마가 우리와 얘기하고 우리가 하기 시작하는 거라 재미있어요. 그 사람들은 보면 도망가는데 울고불고 아우성을 쳐요.”“엄마가 언제 너희들에게 사람을 제어하라고 말씀하셨지?”만두가, “죽은 사람을 제어하는 건, 엄마가 잠들기 전에 말씀하신 거예요, 살아있는 사람을 제어하는 건 힘들어요. 머리도 아플 거고, 하지만 죽은 사람을 제어하는 건 그럴 리 없어요. 저녁에 잘 때 다른 사람의 몸으로 밖에 나가서 놀 수 있어요, 우리는 전부 두번씩 가서 놀아봤어요. 한번은 땅에서 기어 나와야 해서 힘들었지만요.”말을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우문호를 보는게 정말 재미나게 놀았던 모양이다.우문호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나중에 두고 보기로 했다.“잘 들어, 저녁에 잘 때 외할머니가 계신 그쪽에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자, 그래서 주지스님을 찾고 주지스님에게 엄마 상황이 지금 어떤 지 물어 볼까?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도.”만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 그럼 우리가 외할머니를 찾아가는 건데 외할머니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요.”경단이가, “증조할머니를 찾자, 증조할머니는 알아, 아직 문패 번호 아신다고 했어. 대단하지.”“나도 알아, 할머니가 말씀하신 적 있어.” 찰떡이가 말했다.“그럼 우리 오늘 밤 가자!” 셋이 말을 마치고 잽싸게 침대에 기어올라가더니 잠이 들었다.우문호는 아이들
시체가 달아나다“머리가 안 좋으신 가봐.”“어휴, 정말 걱정이네.”우문호는 말없이 하늘을 보며, 자신은 이미 충분히 똑똑하지 않나? 이 정상인의 세상에서.우문호는 원경릉을 지키다가 안정이 안 돼서, 돌아가서 아이들이 지금 진도가 어떤 지 보고싶다. 나가서 문까지 갔다가 걔들이 얘기한 게 떠올라 뒤로 돌고, 밤새 갔다가 돌아섰다가 수십번을 하고 결국은 들어가지 못했다.돌아와 누워 살짝 원경릉을 안고 손으로 원경릉의 배 위에 올리자 전에 원경릉이 세 아이를 임신했을 때가 다시 떠올랐다. 배속에서 종일 움직이더니 지금 이 아이는 움직이지 않는다.우문호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초조해서 말 못할 걱정을 안고 아파했다.그들 사이에 둘째 문제를 얘기한 적이 없는 게 첫 임신이 너무 사람을 놀라게 해서 둘째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우연히 거론된 적은 있지만 바로 화제를 매듭지어 버렸는데 이렇게 임신을 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당신, 어서 좋아지자.” 우문호는 처음으로 졸음이 몰려왔다. 어쩌면 뭔가 정해지고 조금씩 방법이 생길 수도 있다는 조짐이 보여서 일지도 모른다.광원시 제일 인민병원“주임님!” 누군가 다급하게 심장외과 주임 사무실로 뛰어들어와, “오늘 주임님이 응급 치료하셨던 환자 장소소(章小小)를 장의사에게 이송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깨어나 달아났다고 해요.”주임이 벌떡 일어나, “뭐라고? 그건 불가능해.”“정말이예요. 장의사 쪽 사람이 지금 병원으로 돌아왔어요, 원장실에 계세요.”주임이 경악하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환자는 그가 책임진 응급 환자로, 아이가 응급실로 왔을 때 이미 심장이 뛰지 않고 아드레날린과 제세동기도 사용했지만 살려낼 수 없었다.“가족은?” 주임이 얼른 물었다.“가족은…… 고아원 쪽이요? 아마 병원에 없을 거예요. 제가 연락해 볼 게요.”“원장실로 가지!” 주임은 오랜 의사생활동안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어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원장실에는 장의사가 아직까지도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최선을 다해 말
원교수를 찾아간 아이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교통경찰이 도로 CCTV영상을 조사하니 확실히 장의사 기사가 말한 것처럼 그 아이가 갑자기 달려 나와서 차량 사이를 위험천만하게 다니는데 다행히 매 순간 적절한 데 피해서 어떤 사고도 내지 않았다.제일 중요한 건 그 아이는 반대쪽 길로 넘어갔는데 그 철책은 1m는 족히 넘었고, 그 아이 키는 철책 높이도 안되는데 바로 넘어가서 사뿐히 착지한 것으로, 털끝만큼의 주저함없이 광란의 질주를 계속했다.그 아이는 목적을 가지고 달렸는데 방향이 아주 분명해서 서남로(西南路)쪽으로 갔다. 광원시는 곳곳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이 아이는 서남로 부근에 접어든 후에도 계속 추적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사라진 곳은 복만구(福灣區)였다.“원교수님이 복만구에 사시지 않으십니까?” 심장외과 주임이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원교수는 거기 산다.“맞습니다.” 원교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만 복만구는 넓고 카메라가 그 아이의 다음 장소를 추적하지 않아서 찾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복만구에 들어간 뒤 카메라는 그 아이를 찍지 않았습니까?” 주임이 그 교통경찰에게 물었다.“아니요. 계속 CCTV에 나오지 않습니다.” 교통경찰이 말했다.이 말은 주택가로 들어갔다는 말로 그럼 더욱 찾기 어려워 진다.그 아이가 거기 가서 뭘 하는 거지? 그 아이는 고아원 아이인데 돌아가더라도 익숙한 고아원으로 가야지 복만구에 가서 뭘 하려는 거지?다음은 경찰 쪽에 수색을 맡기고 병원 수뇌부는 단지 임상 사망선고가 사실에 의거했는지 조사하는 것만 책임졌다.원교수는 병원에 남았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동네로 돌아갔다.차를 몰고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데 보안요원이 잡더니, “원선생님, 아이 하나가 그 아파트 동 아래서 한동안 방황하며 선생님을 찾는다고, 아이를 보니 상당히 가엽더군요. 배도 고프고 목도 말라 보이는 게.”“아이요?” 원교수가 놀라며, “이름이 뭡니까? 어른이 데리고 왔나요?”“아니요, 혼자였어요. 어떻게 들어왔는지 저도 모르겠습니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사건은 결국 크게 번져지고 말았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들이 소요공 일행에게 해명하라고 했지만, 그들은 이미 신시의 유명한 목호에 도착한 뒤였다. 목호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댓글이나 메시지를 볼 시간조차 없었다.지금 추 어르신은 노인이 시를 읊고 글을 짓는 데만 정신이 팔려, 어디를 가든 꼭 한 편의 시를 남긴 후, 돌아가서 희 상궁에게 보여주려고 했다.그들에게 있어 인생은 이미 반 이상 지나온 것이었다. 과거에 300년을 살겠다고 다짐한 만큼, 수많은 일을 겪고 수많은 적을 마주했기에, 이번에 만난 유아독존은 그냥 한 번 겨루었을 뿐이기에 바로 잊혀졌다.목호 여행을 마친 뒤, 그들은 차로 독고 도로로 향했다.그들은 캠핑카를 타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며 길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영상도 많이 찍었지만, 편집할 시간이 없어 업로드는 하지 못 했다. 편집으로 추 어르신의 시간을 많이 빼앗었다 보니, 그가 그동안 풍경을 놓치는 일도 많았었다. 눈도, 손도 한 쌍뿐인 데다, 다른 두사람은 편집을 전혀 몰랐기에 북당의 수보인 추 어르신 혼자 애써야 했다.그래서 영상 업데이트는 잠시 미루고, 길가의 풍경을 잘 감상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들은 짧은 영상 제작에 정신을 빼앗겨 소중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초심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팬들과 여행 중인 배낭 여행객, 캠핑카 족들이 줄줄이 따라붙으며 영상을 빨리 올리라며 재촉했다.댓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쫓아와서 소리치며 재촉하는 모습에 추 어르신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내심 이렇게 자신들을 좋아해 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저녁, 추 어르신은 무상황과 십팔매에게 대결을 시켰다. 그리고 편집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해, ‘사나이로 태어나서’라는 배경음악과 함께 바로 영상을 올렸다.영상에 무상황이 처음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었다. 무상황의 무공은 소요공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기술이 다양해서
유아독존은 깜짝 놀라 기절할 뻔했다.그는 링 위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공포를 느꼈고, 평생 이렇게 큰 공포를 느낀 적 없었다. 눈앞의 이 노인은 공격할 때, 눈빛에 살기가 서려 있었던 데다가, 전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인 장군과도 같은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어, 그저 한 번 눈만 마주쳤을 뿐인데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였다.그는 다시는 이런 공포를 겪고 싶지 않아졌다.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거만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비열함 때문에 앞으로 모두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소요공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빌지 않겠다면, 그냥 일어나거라. 난 어린애랑 진지하게 겨룰 생각이 없으니."처음에는 소요공도 유아독존이 꽤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무능한 자였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팔로워 수가 그보다 적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괜히 기분까지 상했다.유아독존은 수치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소요공의 표정에 갑자기 불쾌한 기색이 드러나자, 다시 겁에 질리고 말았다. 그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터벅터벅 무대를 내려갈 뿐이었다.소요공은 이번 대결로 엄청난 스타가 된 반면, 유아독존은 몰아치는 욕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더 이상 아무런 영상도 올리지 않았다. 팬들은 그의 이전 영상이나 D을 통해 사과를 요구했다. 유아독존은 과거 소요공의 영상에 댓글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그는 이 점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며칠 동안 여러 매체가 어르신들에게 연락을 보내 방송 출연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DM도 보지 않고, 어떤 연락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하게 신비주의를 유지하며 인기를 이용하지 않았다.게다가, 이 일로 일정을 늦추지도 않았다. 새로 올라온 영상을 보고 나서야, 팬들은 그들이 이미 새로운 도시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영상에는 그
붉은 피가 아치형을 그리며 공중에서 뿜어져 나왔고, 두 개의 이가 튀어 나가 버렸다. 그에게 전해진 강한 힘 때문에, 유아독존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관객들은 모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박수를 치는 것도 잊어버렸다.발목이 묶여 있는데도 이렇게 유연하게 뛰어올라 무릎으로 유아독존의 턱을 가격하고, 착지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다니!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하지만 곧이어 더 충격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소요공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유아독존을 향해 다시 뛰어올랐다. 이번에는 무려 3미터 높이까지 뛰어오른 후, 세 바퀴를 돌며 내려와 두발로 유아독존의 뺨을 쳤다.다시 한번 핏줄기와 함께 이빨이 튀어나왔고, 유아독존은 또다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짧은 정적 후, 경기장 천장을 날릴 것 같은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이전까지 유아독존을 지지했던 네티즌들은 소요공의 첫 번째 영상이 특수효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소요공은 이 싸움을 통해 직접 특수효과가 아니라 진정한 무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생방송 채팅창에는 소요공을 향한 칭찬의 댓글이 연이어 쏟아졌다."탄성을 자아내는 광경!""라이브가 아니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거야!""이게 진정한 무술이구나!""아니, 이건 무공이야!""무협 영화를 보는 것 같아!""어르신, 최고!""어르신 최고!"그 이후 채팅창은 하나같이 '어르신 최고'로 도배되었다.그리고 칭찬을 한 몸에 받는 소요공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밧줄에서 벗어났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있던 밧줄은 힘을 받고 끊어지고 말았다. 그는 무상황과 추 어르신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는 눈빛으로 무상황에게 명대로 상대의 이를 부러트렸다고 전했다.추 어르신은 무표정으로 생각했다.‘역시 허세가 많아, 또 경공을 선보였군.’무상황은 아주 기쁜 듯 소요공에게 잘했다며 손짓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 밤 이후로 그들은 인기가 치솟을 것이었기에,
유아독존은 여전히 소요공에게 거만하게 말했다."노인네, 항복할 준비나 해요. 절대로 봐주지 않을 테니까!”무상황은 그의 거만하고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며, 소요공의 귀에 속삭였다."저 누런 이빨을 모조리 부숴버려라. 이것은 명령이다!""명 받들겠습니다!"소요공은 쉬운 일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곧게 폈다.생중계되는 대결이라, 카메라는 이미 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후 사회자가 몇 마디 하며 관객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며, 무술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이 말은 소요공이 사회자에게 부탁한 것이었고, 추 어르신이 따로 소요공에게 이런 말을 부탁해달라고 시켰다. 사회자의 멘트가 끝나자, 이내 양측 선수를 소개해주었다.유아독존이 먼저 링에 올랐는데, 방금까지 거만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용감하고 바른 자세로 이번 대결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노약자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라, 무술이 허울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했다.그리고 자신이 연세가 지긋한 소요공을 봐주겠다고 약속했다.번지르르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요공은 한쪽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누렇게 변색한 유아독존의 이빨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번 대결은 별다른 제한 없는 자유 무술로 진행된다. 무기만 사용할 수 없을 뿐 손발은 물론, 머리 정도는 쓸 수 있었다. .대결 시작 전, 소요공은 무상황에게 자신의 두 손을 묶어달라고 부탁했다.유아독존에게 전하는 모욕과도 다름없는 행동에, 관객들은 충격에 빠졌다.라이브로 보고 있던 네티즌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 노인네, 제정신이야? 손을 묶으면 발로만 싸우겠다는 거야?”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그가 두 발까지 묶어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허수아비처럼 링 위에 곧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 모습을 보고 다들 그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심판, 경기장 주인, 중계 사이트 관계자들 모두 당황
두사람의 대결은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고, 이내 인기 화제가 되어, 검색어 상위에 올르며, 대립적인 의견을 불러일으켰다.일부 사람들은 유아독존이 어르신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그저 어르신이 퇴직 후의 삶을 기록하려 영상을 찍었을 뿐, 굳이 그가 대역을 썼는지 깊게 파고들 필요가 없고, 다들 영상도 재밌게 봤으니, 그만이다는 생각이었다.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퇴직한 삶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은 괜찮지만, 무술을 더럽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심지어 첫 번째 영상에서 소요공이 특수 효과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영상 속 행위가 워낙 위험해 보였기에, 젊은이들도 해낼 수 없고, 노인이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무협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물론 이 사람들은 소요공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닌, 소요공 뒤에 있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수백만 명의 팬을 가진 계정은 대개 회사가 운영하고 있기에, 노인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것이었다.청조 영상 사이트는 이번 독점 생중계 권한을 얻었다.추 어르신은 이번 대결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 좋아했다. 무술에 관한 주제가 사람들 입에 자주 입에 오르고 있으니, 무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들은 그들이 이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원경릉의 오빠와 부모님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괜히 걱정되었다. 그들은 유아독존의 영상을 보고, 상대가 꽤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주진이 바로 그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유아독존' 백 명이 와도 상대가 되지 않아요."이상하게 믿음이 가는 주진의 말에, 두 사람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중히 처리하기 위해, 그들은 차를 타고 소요공 일행과 합류하러 길을 나섰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의사인 그들이 제때 응급처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드디어 대결의 날이 왔다.대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