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뱀하지만 이렇게 맹렬하게 싸우는 들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서 서일이 빗물을 토하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호랑이인가요 아니면 고양이인가요?”“물러나!” 우문호는 산에서 점점 더 많은 들고양이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통제가능한 상황이 아니므로 최대한 빨리 후퇴하기로 했다.서일이 뒤를 돌아보더니 목소리까지 떨리며, “도망쳐요, 빨리 도망쳐야 해요.”비릿한 냄새가 빗속을 뚫고 코를 찔렀다. 이건 짙은 피비린내로 사람들도 전부 고개를 돌리고 산중의 초목들도 부르르 떨며 앞으로 쓰러지는데 뭔가에 짓밟히듯 간혹 풀 덤불을 구르는 얼룩덜룩한 무늬가 보였다.우문호는 머리털이 쭈뼛하고 곤두섰다.세상에, 비단뱀이다!한 마리가 아니라 한 무리, 아니 산더미만큼 엄청나게 오고 있었다. 비단뱀들이 똑똑히 눈 앞에 나타나자 사람 허리 굵기만하고 검은 무늬와 노란 무늬가 서로 교차되는데 무슨 품종의 구렁이인지는 모르겠으나 굉장히 크고 무섭다.비단뱀이 바닥을 재빠르게 꿈틀거리며 기더니 한 사람을 휘감고 바닥에서 빠르게 구르는데 시뻘건 입을 딱 벌리고 한입에 머리를 삼키는데 비명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삼켜버렸다.“달아나!” 우문호는 심장이 터질 듯 명을 내리고 한손으로 박원을 부축한 채 죽기 살기로 앞으로 달렸다. 들고양이는 아군이지만 비단뱀은 아군인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폭우속에서 지치고 탈진한 사람들은 젖 먹던 힘을 다해 계속 달렸다.늑대파 사람은 어쩌다가 두 명의 자객을 ‘구했다’. 그들은 원래 들고양이에게 잡혀 있었는데 막 달릴 때 들고양이가 달아나서 가는 김에 끌고 가는데 이번 출행은 원래 이 사람들의 핍박해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마터면 여기서 죽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뻔 했으나 그래도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잖아? 예리한 울음소리가 산꼭대기에서 선회하며 빗발을 찢고 대지를 진동시켰다.역관으로 돌아왔을 땐 거의 전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자객을 묶은 뒤 힘들어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모두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비단뱀의 공격을
교빈과 선비소홍천이 채찍에 힘을 주어 때려 그들의 얼굴에 순식간에 핏자국이 생겼다.그들의 몸은 여기저기 고양이에게 할퀸 상처들로 소홍천의 채찍에 정신을 차리고 곧 차갑게 웃으며, “아주 바보 같은 문주군. 당신 사람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배신해서 떠났는지도 모른다고?”소홍천이 크게 분노해서 다시 채찍을 휘두르는데 순식간에 그들의 살이 찢겼다.“말해, 그들은 어디 있지?”그 사람은 오히려 오만하게 콧방귀를 뀌고 입에서 선혈이 베어 나오며, “문파는 원래 능력 있는 사람을 중시하지. 그런데 당신은 사랑 놀음에 빠져 임소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며 문파 사람들을 헛수고하게 만들었는데 그들이 여전히 당신을 따를 거라 생각했나?”이 말에 소홍천은 붉은 채찍을 쥐고 박원을 흘끔 바라보자 박원도 마침 소홍천을 보고 있었다. 소홍천은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천둥 같은 눈빛으로 그자를 거의 혼수상태가 되도록 때렸는데 비웃는 소리가 끝없이 들렸다.소홍천은 부끄러움과 분노로 채찍을 버리고 달려나갔다.박원이 상황을 보고 휘청거리며 쫓아나갔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소홍천은 밖으로 나갔다가 뒤를 돌아보니 박원이 바닥에 쓰러져 있어 잠시 망설이더니 돌아가서 박원을 일으켰다.박원은 그 참에 소홍천의 손을 잡으며 빛나는 눈으로, “상관없어.”소홍천은 코끝이 찡하고 눈가가 붉어졌다. 허리를 굽혀 박원을 복도에 앉히고, “당신이 신경 쓰든 말든 전 그자와 같이 한 적이 없어요.”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에 소홍천은 그때 그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그가 성인군자라고 생각했다.특히 같은 침대에서 잔 적이 있는데도 그자가 예의를 다해 지켜주며 조금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아 점점 더 소홍천의 신뢰를 얻었었다.“그럼 그자가 뭐라고 하든지 신경 쓰지 마요.” 박원이 기둥에 기대 있는데 얼굴이 창백하다.소홍천은 점점 약해져 가는 빗발을 보며, “화가 나요, 저자가 저와 임소 일을 지껄여서가 아니라 홍매문에 정말 누군가 날 배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멸지의 방법멸지는 서일의 말을 듣고는 얼른 손짓을 하며 자비로운 눈빛으로, “심문은 심문입니다. 어째서 형을 가할 수 있습니까? 너무 잔인해요!”서일이 놀라서, “형을 가하지 않는다고요? 형도 없는데 이렇게 불 수 있나요?”멸지가 미소를 지으며, “모든 일은 이성이란 글자와 뗄 수 없습니다. 저들의 본성은 나쁘지 않아요. 단지 금전에 미혹되어 잘못된 곁길로 들어섰을 뿐이죠. 우리와 이치를 얘기하고 나면 저들도 양심을 발견하고 진술하는 겁니다.”서일이 찬탄하며, “당신들이 도리를 정말 잘 얘기하나 보군요.”멸지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우문호에게 예를 취하며, “전하, 이 몇 사람은 제가 처리할지 아니면 경성으로 데리고 가실 지요?”“자네 생각은 어떤가. 불 건 다 불었지?”“예. 전부 다 불은 게 확실합니다.” 멸지가 확신했다.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남겨둬도 쓸모없네, 자네가 처리하게.”“알겠습니다. 그럼 저들은 새사람이 되게 하지요!” 멸지가 웃음을 머금고 물러났다.서일이 멸지의 뒷모습을 보고 기이한듯, “늑대파 사람도 도리를 따질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선한 마음을 가졌다니 정말 희한한 노릇이네요!”우문호가 담담하게 흘겨보며, “저 사람 말을 넌 믿어?”“말하니까 믿죠.” 서일이 눈을 크게 뜨고, “전하, 우리 내일 경성으로 돌아가나요?”우문호가 깊이 생각하더니, “내일 그 산에 한 번 가서 들고양이와 비단뱀은 어떻게 된 일인지 본 뒤에 경성으로 돌아가자.”서일이 들고양이와 비단뱀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며 거부하는데, “또 가요? 너무 무서운데 들고양이가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겠죠?”“그들의 거점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면, 문제 될 건 없을 거야.” 우문호는 들고양이가 그들에게 보여준 선의와 들고양이가 나타나서 그들을 구해준 것이 마치 누군가가 가르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배후에서 누군가 한 발 앞을 내다보고 고양이들을 가르쳤다면 그자를 만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제일 중요한 건 만약 정말 그런 사람이
홍매문 교빈서일은 늑대파 사람들은 참 교양이 있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엄지를 척 치켜세었다.서일이 우문호에게 얘기하자 우문호가 벌써 알고 있었다는 듯이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서일을 봤다.서일은 의자에 뻗어서 한숨을 쉬며, “내가 다친 걸 사식이가 알면 분명 화를 낼 텐데, 오기 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다치지 마라 죽지 마라 했는데.”우문호는 이번 길에 서일이 사식이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는 것을 보고 둘이 정말 서로 사랑하는 구나 싶었다. 자신과 원 선생은 요 일이 년간 각종 일에 시달려서 꼭 붙어서 사랑했던 시간이 부족했다. 마음 속으로 자괴감이 느껴졌다. 이번에 하마터면 운부성에서 목숨을 잃을 뻔 했는데, 방금 생각한 건데 만약 여기서 목숨을 잃었으면 원 선생이 남은 다섯 아이들을 데리고 이생을 어떻게 살아가나?최근 머릿속에 온통 이 일을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자신을 위험에 처한 것 따위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단지 평안하게 나날을 하루라도 빨리 살기 바랄 뿐으로 조금이라도 더 아내와 아이들과 집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을 서둘렀고 하마터면 여기서 죽을 뻔 했다.만약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면 원 선생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몰랐을 것이다.우문호는 극도로 피곤해 의자에 앉아 그간 일의 모든 단서를 다시 한번 정리하며 아무래도 뭔가 남겨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멸지 쪽은 소홍천에게 소홍천 문하에서 세 사람이 적에 투항했다고 했다. 그래서 홍매문 사람은 어젯밤부터 따라오지 않기 시작해 자객들이 운부성에서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이다.즉 오는 길에 공격하지 않은 것은 홍매문 사람들을 아직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소홍천이 이를 갈며, “어느 셋이지?”멸지가 명단을 주는데 교빈의 이름이 없고 세 사람은 모두 홍매문의 오래된 장로로 홍매문 사람들을 지시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그럼 교빈은?” 멸지가 고개를 흔들며,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진술하기로는 홍매문 사람들을 이끌고 있던 선두를 죽
소홍천을 향한 마음소홍천은 처음으로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한참을 앉아있다가 우문호를 찾아가, “홍매문에 반역이 있어서 이번 실수가 있게 된 겁니다. 홍매문은 죄를 부정할 수 없으니 이번에 경성에 돌아가면 간신을 내보내고 홍매문의 모든 사람을 소집해 만약 다들 계속 열심히 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홍매문을 해산할 것이니 태자 전하께서는 절 탓하지 말아주십시오.”우문호는 소홍천을 만났을 때부터 생각해 봤다. 소홍천은 늘 자신을 위해 근심을 덜어주고 위험을 해결해 주었다. 우문호는 홍매문 사람 모두를 부려먹었지만 초왕부는 그녀에게 어떤 이점도 주지 않았으며 거마비조차 주지 않았다.우문호가 조용히, “이만 해산하자. 너도 좋은 사람 만나서 살림하며 아들, 딸 낳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야지. 다시는 싸움 따위는 하지 말고.” 소홍천은 우문호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소홍천이 얘기하기로는 홍매문과 그녀는 진퇴를 함께 할 것이고 마음을 다해 태자를 도울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지금 맹세를 어기고 게다가 태자를 거의 죽음으로 몰고 갈 뻔 했는데, 이렇게 따듯한 말을 듣다니 소홍천은 눈가가 붉어졌다. 이런, 요즘 눈물이 많아져서 마음이 약해진 모양이다. “홍매문이 해산한 뒤 저는 약속대로 계속 전하를 보호할 겁니다. 전하께서 순리대로 보위에 오르시거나 곁에 더이상 간사한 무리가 없으면 그땐 저도 물러가겠습니다.”우문호가 소홍천을 앉으라고 하고 의미심장하게, “아니, 홍천아. 너랑 나랑 속 얘기를 하자. 넌 내 신하도 아니고 초왕부의 신하도 아냐. 내 수행원은 더더군다나 아니고 우리는 친구야. 네가 처음에 날 도와준 건 친구의 정이었어. 지금 내가 태자라는 존귀한 위치에 있고 동궁 조정을 세워 곁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되는 상황이다. 그래서 내 말 들어봐. 박원에게 시집가서 그 사람한테 잘해줘. 그를 위해 아들딸을 낳고 그를 위해 집안을 꾸리고, 뒤에서 그를 지원해 줘. 앞으로 그는 반드시 우리 북당의 오른팔이 될 거야!”소홍천은
호랑이였다만약 운부성의 지부도 적의 첩자라면, 상상이 가능했다. 그들이 대주를 상대했던 방식을 다시 쓴 것이기 때문에 이건 선비족의 수법으로 홍엽 같지만 홍엽보다 단수가 높아 보인다.전에 홍엽이 늑대골에서 나온 뒤 독고의 눈에 들어 대주의 첩자를 이어 받았는데 그때 이 첩자들은 전부 독고가 미리 배치해 둔 사람들로 홍엽이 이어받은 후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이간질로 교묘하게 바꿔치기해서 독고가 대주를 합병하기 위한 목적을 자신의 복수로 바꿔놓았다.우문호는 마음속으로 의문이 들었다. 어쩌면 독고 가족은 홍엽 말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그날 성을 둘러싼 전투에서 독고 가족 모두를 주살했고 독고의 수급은 우문호는 직접 두 눈으로 본 적이 없었기에 의문이 쌓였다. ‘진정정이 시체를 조사해 봤는지 모르겠네?’운부성 지부에 관해서는 잠시 건드릴 필요 없다.우문호는 말을 달려 경성으로 돌아가는 명을 내렸다.말이 막 움직이려는데 풀숲에서 두 마리 커다란 들고양이가 나왔고 서일이 자세히 보더니, “어째 호랑이들 같지?”우문호도 보니 그 얼룩무늬, 눈빛, 그리고 앉은 자세가 쌍둥이의 호랑이를 쏙 빼닮았다.“대호(大虎)야, 소호(小虎)야!” 우문호가 부르자 두 호랑이가 달려오더니 말 주위를 돌며 껑충껑충 날뛰는데 자기를 알아봐 줘서 굉장히 기뻐하는 눈치다.우문호가 혀를 내두르며 정말 우리집 호랑이들이라니, 얘들이 어떻게 왔지? 개야? 냄새를 맡고 따라왔나?멸지이, “태자 전하 초왕부의 아기 호랑이입니까? 어제 들고양이를 설마 호랑이들이 부른 건 아니겠지요?”우문호는 곧 현대에서 스카이 다이빙하던 때가 생각났다. 원 선생이 위기의 때 쌍둥이가 무슨 의식 어쩌고 힘을 쎴다고헀는데 어쩌면 쌍둥이가 또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고 호랑이를 보냈는 지도 모른다?그런데 호랑이와 고양이가 같을 수 있나? 호랑이가 고양이를 호령할 수 있다고 쳐도 그럼 비단뱀은?우문호는 얼른 경성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멸지에게 몇 마디 해서 운부성에 사람을
원경릉과 우문호의 재회순왕도 서일이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와 고삐를 잽싸게 죄는데 말이 아직 서기도 전에 순왕이 뛰어내려, “형, 어서 경성으로 돌아가요!”우문호는 순왕의 얼굴이 초조한 것을 보고 경성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하고, “무슨 일이야 어서 말해!”순왕이 요점을 간추리며, “형수와 만아가 습격을 당했고, 탕양이 실종됐어요.”우문호가 놀라서 뛰어내려 순왕의 멱살을 잡고, “형수가 뭐라고?”“괜찮아요, 괜찮으시다고요!” 순왕은 우문호가 심하게 놀란 것을 보고 얼른 해명하며, “형수님은 괜찮으세요. 만아가 다쳤어요. 탕대인은 실종됐고요.”원 선생이 무사하다는 얘기를 듣고 우문호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심장이 겨우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만아가 상처를 입고 탕양이 실종됐다는 얘기에 자연히 신경이 곤두서면서 자세히 상황을 묻지 탕 부인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사실 탕 부인이 도대체 누구와 결탁한 건지 계속 의심해왔던 우문호는 조금도 의외가 아니었다. 탕 부인은 지나치게 절묘한 시점에 나타났으며 사연이 기구한 게 마치 특별히 준비해 놓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처음엔 단지 탕 부인이 탕양에게 들러붙었다고만 생각하고 다른 측면이 있을 줄 몰랐다.탕양이 우문호를 이렇게 오래 따르며 둘은 수많은 난관을 함께 헤쳐 나왔기에 우문호는 탕양을 진작부터 가족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 탕양의 실종으로 굉장히 애가 타서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므로 바로 경성으로 출발했다.남은 이틀 반나절의 일정을 하루 반나절만에 달려가서 오밤중에 초왕부에 도착한 우문호는 아기 호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소월각으로 달려갔는데 쿵쿵 거리는 발소리에 막 잠이 든 원경릉이 깼다.우문호의 목소리를 듣고 원경릉이 신도 신지 않고 맨발로 달려 나와 막 문을 여는데 우문호가 바람같이 달려들어와 와락 끌어안았다.며칠을 떨어져 있으며 서로 매복을 만나고 한 번씩 생명의 위협을 겪으며 비록 극복했으나 이 순간 서로 부둥켜 안자 이제서야 걱정으로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안정되
쌍둥이의 신비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자기가 습격당할 때 울음소리를 들었고, 역관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었다고 얘기했다.원경릉이 놀라며, “정말? 특별히 째지는 예리한 소리였어?”“맞아, 아주 예리한 소리라 귀청 찢어지겠더라.” 우문호가 원경릉과 똑같은 생각을 해 동의하며, “당신이 전에 얘기했던 그 의식 통제 아냐? 둘째 날 다시 한번 현장에 갔다가 호랑이 두 마리를 봤어. 그 들고양이는 전부 호랑이 둘이 부른 게 아닐까 싶어. 쌍둥이가 엉엉 우니까 호랑이 둘이 내가 위험에 빠진 걸 알고 와서 날 구해줬다고? 아니면 들고양이를 소환했다고?”우문호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호랑이 때문이 아니야. 호랑이는 쌍둥이가 당신이 돌아오는 걸 맞이하러 쌍둥이가 보낸 거고, 들고양이와 비단뱀의 경우 자기들도 울음소리를 들었으면 아마도 그 울음소리가 자극해서 발광하게 만들었을 거야. 그래서 사람을 공격할 수 있었던 거지.”“만약 그런 거면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야 하는데 들고양이는 자객들만 공객하고 우리는 공격하지 않았어. 심지어 우리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엄호해줬다고.”원경릉이 생각해 보더니, “울음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가 갑자기 또 낮아졌다가 찢어지는 소리였다가 낭랑한 소리였다가 했거든. 어쩌면 거기에 정보가 담겨있었을 지도. 어떤 선배 학자가 연구한 걸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악한 마음을 품을 때 몸에서 일종의 산이 발산되는데 그때 자객들의 목적이 당신들을 죽이는 거라 그자들 마음에서 악이 생기고 산성 성분을 발산했던 거지. 고양이나 뱀은 민감한 동물이고 다수의 동물은 선악을 판별할 수 있다던데 대략……이런 거 일 거야!”원경릉은 자기도 확신을 못하겠는 것이 자기에게 사고가 생겼을 때 호랑이가 구하러 왔고 우문호가 일을 당하자 이렇게 먼 데도 호랑이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의 뇌세포나 신경 뉴런이 전기를 방출할 때 뿜어내는 에너지에 대해 원경릉은 전혀 감도 못 잡았다. “내가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