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대한민국의 평범한 여고생.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그녀는 조선의 왕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도 비운의 임금 단종의 왕비, 정순왕후로.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 단종의 폐위. 그리고 끝내 맞이하게 될 그의 비극적인 죽음까지. 역사는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 운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당신을 살리고 싶어요." 왕을 지키기 위해 역사를 바꾸려는 소녀. 그녀의 선택 하나가 조선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역사를 지킬 것인가. 비극으로 끝났던 운명을 다시 쓰기 위한 그녀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못다 핀 사랑을, 다시 피우리라.
View More-김종서의 집무실-김종서는 집무를 보던 중 탁자 위에 펼쳐놓은 문서를 살펴보고 있었다.수양대군이 붙잡힌 뒤에도 처리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수양대군과 함께 붙잡힌 자들의 명단부터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한 백윤과 한명회에 관한 보고까지.김종서의 시선이 문서 위를 천천히 움직였다.그때였다.“대감, 의금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문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김종서는 보던 문서에서 눈을 떼고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들라 하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의금부 관리가 안으로 들어왔다.평소와 달리 다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김종서는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오?”“오늘 수양대군의 부하들을 고신하던 중 알아낸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보통 일이 아닌 듯합니다.”김종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무엇을 알아냈다는 것이오?”“수양대군이 붙잡히기 전, 백윤에게 따로 내린 명이 있었다고 합니다.”백윤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김종서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그토록 군사들을 풀어 찾아다니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한 자였다.“무슨 명이었소?”의금부 관리가 한층 목소리를 낮췄다.“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라는 명이었다고 합니다.”“흩어져 있는 사람들?”“예.”김종서는 미간을 좁혔다.“그게 누구인지는 알아냈소?”“아직 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죄수 역시 정확히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는 모르는 듯했습니다.”“…….”“다만 그자가 들은 것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김종서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말해 보시오.”의금부 관리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때가 오면…… 그들을 궁으로 들이겠다고 했답니다.”순간 김종서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의 담담함이 사라졌다.“……궁으로 들인다?”“예.”김종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은다.그리고 때가 되면 그들을 궁으로 들인다.
-의금부 추국장-평소에도 무거운 기운이 감도는 의금부 안쪽에서 간간이 사람의 신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으윽…….”추국장 한가운데에는 수양대군과 함께 붙잡힌 사내 몇 명이 포박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수양대군의 명을 받들며 거리낌 없이 움직이던 자들이었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그들 앞에 앉아 있던 의금부 관리가 탁자 위의 문서를 천천히 내려놓았다.“다시 묻겠다.”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추국장 안을 울렸다.“백윤은 어디에 있느냐?”“……모릅니다.”“모른다?”관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너희가 수양대군의 명을 받아 함께 움직였다는 증좌가 이미 나왔다. 그런데 정작 가장 가까이에서 대군을 보필하던백윤의 행방은 모른다?”사내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정말…… 모릅니다.”“그럼 전하와 중전마마를 가두었던 곳은?”“…….”이번에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관리는 잠시 사내를 바라보다 옆에 서 있던 나장에게 시선을 돌렸다.“계속하라.”“예.”그 말에 사내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잠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하지만 관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백윤의 행방, 숨겨둔 군사들의 수, 그리고 수양대군이 따로 마련해 둔 근거지.”관리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천천히 두드렸다.탁. 탁.“그중 하나라도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사내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하지만 이내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아는 것이 없습니다.”“그래?”관리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그렇다면 기억이 날 때까지 물을 수밖에.”바로 그 순간이었다.“영감!”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관리 하나가 추국장 안으로 들어와 허리를 숙였다.“무슨 일이냐?”“김종서 대감께서 급히 전하라 하신 것이 있습니다.”“말해라.”관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사내가 목소리를 낮췄다.“백윤과 관련된 흔적을…… 찾은 듯하답니다.”그 순간이었다.고개를 숙이고 있던 죄수 하나의
백현은 백윤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통나무로 지어진 집 안에는 작은 횃불 몇 개와 중앙에 놓인 탁자 하나가 전부였다.사람이 오래 머무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간소한 공간이었다.“그동안 이곳에서 지낸 것이냐?”“아, 그건 아닙니다.”백윤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원래 머물던 곳은 이미 노출될 위험이 있어 흔적을 모두 없앴습니다.그래서 얼마 전 이곳으로 옮겼지요.”“흔적을…… 모두 없앴다고?”“예. 지금은 조정에서 아무리 찾아도 발견하기 어려울 겁니다.”백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그러나 백현은 그런 아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분명 웃고 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웃음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아우의 웃음과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예전의 백윤이 웃을 때는 장난기라도 느껴졌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에서는 좀처럼 속내를 읽을 수 없었다.‘……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백현의 표정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저번에도 그렇고 지금도…… 넌 여전히 내 눈에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구나.”백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형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나름 잘 지내고 있습니다.”백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고는 탁자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백현은 그런 아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래. 너는 늘 그렇게 말했지.”“…….”“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백현의 시선이 백윤의 얼굴에 머물렀다.“하지만 정말 잘 지내는 사람은 자신의 형을 만나기 위해 이런 깊은 산속까지 숨어들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백윤은 대답하지 않았다.다만 찻잔을 내려놓는 그의 손길이 조금 전보다 무거워져 있었다.“형님도 기억하시지 않습니까.”백윤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졌다.“우리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춥고 배고팠던 기억뿐이었습니다.”“…….”“적어도 이제는 그럴 일 없지 않습니까?”백현의 표정이 굳어졌
백현은 사내의 말에 잠시 젊은 군사를 바라보았다.단종은 분명 그와 함께 움직이라고 했다.하지만 백윤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 혼자 가야 했다.백현이 어찌해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젊은 군사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가도 좋다는 뜻이었다.백현은 잠시 군사를 바라보다 이내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좋소. 그럼 나 혼자 가겠소.”그 말에 사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사내는 먼저 주막을 나섰다.백현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뒤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끼익—두 사람이 주막을 빠져나가고 문이 닫혔다.젊은 군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천천히 식어버린 국밥을 한술 떴다.하지만 그의 시선만큼은 잠시 전 백현이 사라진 문을 향하고 있었다.‘……이제부터가 내 일이군.’군사는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주모, 여기 국밥 값이오.”젊은 군사는 상 위에 국밥 값을 올려놓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백현과 사내가 주막을 나선 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였다.너무 빨리 뒤따랐다가는 자신을 경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들킬 수 있었다.군사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주막 밖으로 나왔다.밖으로 나오자 조금 전 백현과 사내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이쪽이군.”군사는 주변을 한번 살핀 뒤 두 사람이 사라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얼마쯤 걸었을 때 군사의 발걸음이 멈췄다.길 한쪽에 작은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이건…….”군사는 몸을 숙여 손가락으로 그것을 살짝 문질렀다.말린 약재를 곱게 빻은 가루였다.조금 더 앞으로 가자 똑같은 가루가 다시 눈에 띄었다.‘백현 의원…… 처음부터 내가 뒤따를 것을 알고 있었군.’그제야 군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백현은 앞서 걷는 사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손가락 사이에 끼워 둔 약초 한 조각을 슬며시 떨어뜨렸다.툭—얼마쯤 더 걸어간 뒤, 다시 약초 한 조각을 길가에 떨어뜨리려던 순간이었다.“잠깐.”앞서 걷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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