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놀라고 말았다. 이건...!명원제가 목여 태감을 꾸짖었다."정말 미색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인가?"목여 태감이 다급히 앞으로 나가 미색을 부축하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말했다."폐하, 소인 감히 말하지 못했사옵니다. 회왕비께서 오시고 나면 다시 이야기 하려고 했사옵니니다."미색처럼 강한 여인도 기절할 정도이니 태자비의 연약한 몸집으로는 다 듣지도 못하고 기절할 수도 있었다.미색은 긴 치료를 거쳐 드디어 깨어났다. 방 안의 가득 수심에 찬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제왕이 황급히 말했다."여섯째 형은 괜찮사옵니다. 사고가 난 사람은 다섯째 형이옵니다."미색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고 심장은 내려앉았고, 또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은 뚝 그쳤지만, 제자리에서 넋을 잃고 말았다. 태자에게 정말 일이 생겼다니!그녀는 곧 바로 마음속으로 태자비가 깜짝 놀라 미칠 수도 있다는 걱정부터 했다.그녀는 목여 태감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았고 아랫배가 조금 아프다고 느꼈다. 방금 극도의 두려움으로 인해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머리와 심장으로 몰려들었고 어지러워서 기절해 배를 부딪쳤는지도 모른다. 명원제는 어의를 찾아왔다. 진단 결과, 큰 문제는 없었고 아마 경악으로 인해 태아를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했다. 명원제는 온몸에 식은땀이 났고 제왕의 의견이 맞다는 생각에 걱정을 굳혔다. 여섯째에게 사고가 났다고 말한 뒤 태자비를 가능한 한 빨리 출발하게 해야 한다.명원제는 혼비백산한 미색을 힐끗 보았다. 위기만 있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태자비에게 다섯째한테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절대 알리지 말라고 여러 번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제왕에게 직접 초왕부로 데려다주라고 명했다.미색은 가마에 앉아 있었는데, 여전히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태자의 상황은 아주 심각할 것이다. 만약 정말 큰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다섯 아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원경릉과 이렇게 오
그는 원경릉이 이미 뒤뜰로 간 것을 보고 나서야 탕양을 꽉 잡고 앞문으로 걸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탕대인, 여섯째 형에게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다섯째 형한테 난 것이옵니다. 그러니 탕대인이 따라가 길에서 반드시 형수에게 잘 숨겨야 하옵니다. 절대 길에서 태자비에서 사고가 나게 해서는 안 되옵니다."그러자 탕양은 놀라서 정신을 잃을 뻔했고 입술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예?""그런 표정 짓지 마시오. 다섯째 형수는 아주 똑똑하니 들키면 큰일날 것이옵니다. 안정을 찾아야 하옵니다. 이 일은 모두 탕대인에게 맡길 테니 어서 안배하시오."제왕이 다급히 말했다.탕양은 고개를 돌려 이를 악물었고 눈가에는 의연한 빛이 드러났다. 그리고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갔다.사식이은 회왕에게 일이 생겼다는 것을 듣고는 바로 미색을 위로하러 왔다. 미색은 의자에 앉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혹시라도 방심해서 사식이에게 모두 말해버릴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잠시 후 사식이에게 말했다."가서 물건 좀 치워주거라. 난... 난 여기 좀 앉아 있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혀야겠다."사식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는 누가 위로를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서둘러 돌아가 원경릉을 도와 물건을 정리했다.원경릉은 쌍둥이의 방에서 쌍둥이의 열을 확인했고 기라와 녹주도 이미 물건 정리를 돕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사식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며 말했다."이번에 외출하면 아마 반달 정도 걸릴 것이야. 탕대인도 나를 따라갈 것이니 초왕부의 일들은 너와 상궁에게 맡기마.""원 언니, 걱정하지 말고 가셔도 되옵니다.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사식이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도와주다가 슬픔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회왕비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정말 괴롭군요. 그녀의 손이 얼마나 차가운지… 걱정이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럴 것이야. 게다가 이 일은 정말 너무 큰 일이니 말이야. 여섯째의 몸이 원래 그다지 좋지 않았으니 이러다가
구사는 문어 뒤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검은색 옷자락이 바람에 날려 펄럭이는 소리를 냈다."이 먹구름은 정말 이상한 것 같사옵니다. 폭우는 천둥과 번개가 치고 난 뒤 곧바로 내리옵니다. 허나 지금 이미 30분이나 지났는데도 비가 오지 않았사옵니다."원경릉도 비교적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이미 배가 조금 커져 길을 너무 서둘러서는 안 되기에 반나절이나 하루 일찍 출발하는 것이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30분이 지나고 나서야 하늘은 갈라진 듯이 광풍이 불었고 폭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천지는 어두컴컴해졌고 비가 끊임없이 대청으로 들어왔다. 구사와 제왕은 거센 비 때문에 본청으로 돌아가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탕양은 초조하게 밖으로 나가 마구간이 무너질까 봐 걱정되어 보러 갔다. 그때, 탕양이 뛰어나가자마자 탁 하는 굉음이 들려왔고 이내 탕양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은 누구냐? 여긴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초왕부의 시위들과 금군이 비를 무릅쓰고 달려갔고 두 사람이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며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소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있었고 옷에는 이상한 부호가 수놓아져 있어 행색이 괴이해 보였다. 머리는 짧다 못해 거의 민머리랑 비슷했다.여자는 긴 머리를 올려 맸고 옷차림이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주 이상했다. 두 사람 모두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닌 것처럼 보였고 대략 서른 안팎이 되어 보였다. 남자의 얼굴은 망연했다.여자는 탕양을 보자마자 그를 불렀다."탕대인!"빗줄기는 천천히 걷혔고 먹구름도 바람에 멀리 사라져 하늘은 다시 빛을 발했다. 탕양은 이 낯선 여자를 보았는데,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아 의심스럽게 물었다."당신들은?"그 남자는 여자가 탕양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눈빛이 밝아졌다. 그는 곧장 앞으로 걸어가 탕양의 손을 잡았다."당신이 바로 탕대인이셨군요. 오래전부터 탕대인의 이름을 들었사옵니다!"탕양은 이 사람에게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어디서 본
모두 걸어 나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넋을 잃었다. 태자비에게 사촌 오라버니가 한 명 더 있다니? 정후의 아들인 건가? 왜 들어본 적 없을까? 게다가 이런 옷차림은 정말 보기에 이상할 따름이였다. 그러나 탕양은 두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얼굴이 조금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방금 그를 보았을 때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원경릉은 다른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오빠가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해 계속 울다 웃기를 반복했다."외삼촌? 외삼촌!"그때, 뒤에서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원경릉의 오빠가 몸을 돌리자, 다섯 명의 아이가 쏜살같이 그를 향해 달려들자 그는 갑자기 기쁘면서도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꿈에서마저 그들이 돌아가는 장면을 되새기며 지냈는데 지금 정말 그들이 눈앞에 나타나니 사나이라고 해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쪼그리고 앉아 손을 벌렸고 다섯 아이는 그의 몸에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넘어트리기까지 했다. 그는 손으로 바닥을 지탱하며 아이들의 흥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는데 가슴에 무언가가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아이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착한 아이들!"이 틈을 타서 탕양이 원경릉을 보며 물었다."태자비, 태자비의 사촌 오라버니십니까?"원경릉은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다. 그녀는 얼른 눈물을 닦고 설명했다. "그렇네. 나의 사촌 오라버니이라네. 일 년 내내 밖에 있다 보니 거의 돌아오시지 않다네. 오라버니께서는 아주 뛰어난 의사라네."탕양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일 년 내내 밖에서 지내는 사촌 오빠라면 황손들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태손과 황손들이 그를 보고 이렇게 흥분할 리가 있을까? 마치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과도 같아 보였지만 그가 초왕부를 관리하는 동안 한 번도 원경주라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주진은 천천히 걸어갔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원경릉은 제왕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그를 한쪽으로 끌고 가 정중하게 말했다."일곱째, 나는 나의 목숨을 걸고 오라버니가 세작이 아니라는 것에 장담할 수 있다네. 심지어 오라버니께서 함께 간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네."제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허나 정후 대감의 사람이니 저는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는 다섯째 형수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고 다만 정후 댁의 남자를 믿지 못할 뿐이였다. 물론 원륜문은 제외이다."나는 반드시 오라버니를 데리고 가야 한다네."원경릉은 전혀 의논할 여지가 없는 말투로 말했다.그러자 제왕은 난처해져 구사와 탕양을 불러 상의했다. 탕양은 태자비를 무조건 믿고 있다. 아니, 구사가 정후 댁의 사람이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처의 사촌 오라버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자 제왕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다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니 함께 갑시다."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자, 아이들이 외삼촌을 안고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을 아무리 달래보아도 손을 놓지 않아 원경릉은 결국 화를 냈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외삼촌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애원했다.원경릉의 오빠는 먼저 할머니를 뵙고 싶었지만 모두 급히 떠나려 해서 할머니가 어디 계시는지 원경릉에게 물었다. 그러자 원경릉은 할머니께서 관아에 계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신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만약 저녁에 출발하면 시간이 지체되니 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재빨리 회왕을 치료하고 돌아와 할머니를 봬야겠다고 다짐했다. 일행이 집을 나서자 원경릉은 특별히 오빠와 주진을 자신의 마차에 타게 했다. 비록 남녀가 함께 같은 마차에 타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남매가 오랫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났으니 틀림없이 해야 할 말도 많을 것이라 모두 이해해주었다.마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원경주가 원경릉과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주진이 바로 물었다."냉동 창고에서 뇌를 발견했는데 위에는 첫 번째 실
수주부 지뢰 폭발주진은 휴대폰을 꺼내 앨범을 열더니 물었다. “봐요, 이거 선배가 원래 냉동고에 넣었던 샘플이죠?”원경릉은 주진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 샬레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난 냉동고에 넣은 적이 없는 걸, 당시에 이미 조수한테 하라고 시켰지.”“그럼 선배 조수가 착각한 거네요. 되는대로 샬레를 냉동고에 넣었는데 영하 십 몇 도에서 대뇌가 생성되어버린 거겠죠.” 주진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는 것이 누가 들어도 황당한 소리였기 때문이다.그러자 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불가능해.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야.”정적이 흐른 후 원경릉이 다시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뇌간 세포가 다시 살아난 뒤 스스로 대뇌를 클론복제 한 게 아니라면? 그렇다는 건 오랜 시간 후 신체가 클론 복제될 수도 있다는 거 아냐?”“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있죠.” 주진이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원경릉은 머리속에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사실 그때는 원숭이가 의식을 통해 다른 시공간의 원숭이를 제어할 수 있었기에 홍엽과 만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원숭이는 차에 치여 100% 완전히 죽어서 원경릉의 원래 몸과는 달랐기 때문이다.원경릉의 대뇌는 죽지 않았다.그렇다면 이렇게 생겨난 대뇌가 원숭이의 의식도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원숭이는 도대체 죽은 것인가 아닌가? 의식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수주부!태상황은 서일을 수주부 탐문 조사에서 불러들여 훼천과 멸지를 데리고 무림 인사들과 태자가 경성으로 돌아오는 것을 호송하도록 했다.북막의 대군이 계속 밖에 있어 매복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었으므로 호송하는 무리는 수주부 밖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고개를 넘어 험한 길을 각오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험한 길을 가는 장점은 바로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으로 무려 이틀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태산준령을 넘는 건 태자의 상처에 좋지 않은데다 마차로 운송할 수 없어 태자를 들쳐 메고 갈 수밖
임종 직전의 우문호매복 사정거리를 기다렸던 북당군이 앞뒤로 협공하는 탓에 북막군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반나절의 계속되는 폭발로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공격명령이 사방팔방에서 울려 퍼지는데 이때 나타난 북당군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나라 병사와 장수처럼 용맹하고 강인해서 막아낼 수가 없었다.원래 용맹이랑 하면 북막군인데 지금은 서로 입장을 바꾼 듯했다. 진대장군은 이번 전투가 이렇게 처참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전란의 불길 속에 안풍친왕 부부가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달려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공포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안풍친왕 부부는 북막 사람에게는 악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이를 악물고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돌진하라, 어서 돌진하라!”순식간에 해와 달이 빛을 잃어 버렸고 북당의 승리가 눈앞까지 다가왔다.이와 동시에 검마 남변객은 사람들을 데리고 우문호를 피신 시키느라 산길을 걸어 태산준령을 넘어 남쪽으로 갔다. 모두 우문호의 상처를 걱정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우문호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발걸음을 향했다. 훼천은 계속 경성에 서신을 보내 경로에 대한 답을 들었다.이틀 후 그들은 무안부에 도착했고, 이리 나리와 회왕도 합류했다.우문호의 상황은 이미 상당히 안 좋아져서 피를 두번이나 토해, 억지로 정신을 놓지 않고 있을 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겨우 인삼탕을 흘려 넣어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였다.회왕은 우문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완전히 넋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무안부에서 나름 이름난 의원을 불러 우문호를 치료하게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전부 고개를 흔들며, “태자 전하께서는 이미 임종 단계에 들어가셨다”고 말했다. 회왕과 서일은 심하게 놀랐으나 티는 내지 못하고 둘 다 문 밖에 서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이리 나리는 집안 비전의 약을 바로 가져와서 먹였다. 약효가 있던 없던 약을 복용한 뒤 계속 길
제왕의 결정원경릉은 버티기 조금 힘들어진것 같아 보였다. 며칠을 연달아 길을 달리고 밤에도 쉬지 않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아직 괜찮았지만 뱃속은 불길에 싸여 타는 듯한 고통으로 전서구의 서신을 받았을 때는 이미 복통이 심각한 상태였다.원경릉은 착상주사를 놓은 뒤 마차에 누워 배를 만지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가야, 넌 줄곧 지기 싫어하지 않았느냐. 이번엔 여섯째 작은아버지 목숨이 달린 일이니 더욱 실수하면 안된다.”하지만 아가는 아무것도 모르고 성질을 부리는 것처럼 원경릉을 아주 힘들게 했다.복중의 태아 뿐 아니라 주진마저 괴롭게 느껴졌다. 마치 멀리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후후 하는 소리가 벼락 같기도 하고 광풍이 몰아 닥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우주 같은 곳에서 보내는 울부짖는 소리처럼 고막에 들어와 박혔다.사실 원경릉도 미세하게 나마 감지하고 있었지만 그저 본인이 너무 지친 탓이라 생각했다. 해질녘 향주부에서 저녁을 먹고 원래 계속 길을 갈 예정이기에 원경릉이 고생스런 여정을 감당하지 못할 상태로 강행할 경우 도중에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원경릉은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 계속 길을 갈 것을 고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그녀의 오빠가 계속 강렬하게 반대하며 화를 냈다. “너 살기 싫으냐?”“주사까지 놨으니 분명 괜찮을 겁니다.” 원경릉이 아랫배를 눌렀는데 사실 느껴지는 고통과 불편한 열감이 약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뱃속의 애 생각도 해야지. 더는 못 간다.” 그는 여지없다는 듯 말했다.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저 서로 멀뚱멀뚱 얼굴만 바라보았다. 태자비의 지금 상황이 더는 무리기에 더 갔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태자의 상황도 상당히 위급한 지라 반대 쪽이 이미 더는 올 수 없기에 만약 이쪽에서 가는 것을 멈추면 태자에게는 완전 희망이 없어지고 만다.주진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서쪽으로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았는데 빛이 점점 퇴색해가는 태양은마치 계란 노른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