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걸어 나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넋을 잃었다. 태자비에게 사촌 오라버니가 한 명 더 있다니? 정후의 아들인 건가? 왜 들어본 적 없을까? 게다가 이런 옷차림은 정말 보기에 이상할 따름이였다. 그러나 탕양은 두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다가 얼굴이 조금 닮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방금 그를 보았을 때도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원경릉은 다른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오빠가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해 계속 울다 웃기를 반복했다."외삼촌? 외삼촌!"그때, 뒤에서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아이들의 함성이 들려왔다.원경릉의 오빠가 몸을 돌리자, 다섯 명의 아이가 쏜살같이 그를 향해 달려들자 그는 갑자기 기쁘면서도 서글픈 감정이 들었다. 꿈에서마저 그들이 돌아가는 장면을 되새기며 지냈는데 지금 정말 그들이 눈앞에 나타나니 사나이라고 해도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쪼그리고 앉아 손을 벌렸고 다섯 아이는 그의 몸에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넘어트리기까지 했다. 그는 손으로 바닥을 지탱하며 아이들의 흥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는데 가슴에 무언가가 가득 차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아이들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착한 아이들!"이 틈을 타서 탕양이 원경릉을 보며 물었다."태자비, 태자비의 사촌 오라버니십니까?"원경릉은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았다. 그녀는 얼른 눈물을 닦고 설명했다. "그렇네. 나의 사촌 오라버니이라네. 일 년 내내 밖에 있다 보니 거의 돌아오시지 않다네. 오라버니께서는 아주 뛰어난 의사라네."탕양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일 년 내내 밖에서 지내는 사촌 오빠라면 황손들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태손과 황손들이 그를 보고 이렇게 흥분할 리가 있을까? 마치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과도 같아 보였지만 그가 초왕부를 관리하는 동안 한 번도 원경주라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주진은 천천히 걸어갔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원경릉은 제왕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그를 한쪽으로 끌고 가 정중하게 말했다."일곱째, 나는 나의 목숨을 걸고 오라버니가 세작이 아니라는 것에 장담할 수 있다네. 심지어 오라버니께서 함께 간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네."제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허나 정후 대감의 사람이니 저는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그는 다섯째 형수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고 다만 정후 댁의 남자를 믿지 못할 뿐이였다. 물론 원륜문은 제외이다."나는 반드시 오라버니를 데리고 가야 한다네."원경릉은 전혀 의논할 여지가 없는 말투로 말했다.그러자 제왕은 난처해져 구사와 탕양을 불러 상의했다. 탕양은 태자비를 무조건 믿고 있다. 아니, 구사가 정후 댁의 사람이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처의 사촌 오라버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그러자 제왕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다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니 함께 갑시다."원경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자, 아이들이 외삼촌을 안고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을 아무리 달래보아도 손을 놓지 않아 원경릉은 결국 화를 냈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아쉬워하며 외삼촌에게 빨리 돌아오라고 애원했다.원경릉의 오빠는 먼저 할머니를 뵙고 싶었지만 모두 급히 떠나려 해서 할머니가 어디 계시는지 원경릉에게 물었다. 그러자 원경릉은 할머니께서 관아에 계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신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만약 저녁에 출발하면 시간이 지체되니 그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재빨리 회왕을 치료하고 돌아와 할머니를 봬야겠다고 다짐했다. 일행이 집을 나서자 원경릉은 특별히 오빠와 주진을 자신의 마차에 타게 했다. 비록 남녀가 함께 같은 마차에 타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남매가 오랫동안 헤어졌다 다시 만났으니 틀림없이 해야 할 말도 많을 것이라 모두 이해해주었다.마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원경주가 원경릉과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주진이 바로 물었다."냉동 창고에서 뇌를 발견했는데 위에는 첫 번째 실
수주부 지뢰 폭발주진은 휴대폰을 꺼내 앨범을 열더니 물었다. “봐요, 이거 선배가 원래 냉동고에 넣었던 샘플이죠?”원경릉은 주진이 보여준 사진을 보고 샬레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난 냉동고에 넣은 적이 없는 걸, 당시에 이미 조수한테 하라고 시켰지.”“그럼 선배 조수가 착각한 거네요. 되는대로 샬레를 냉동고에 넣었는데 영하 십 몇 도에서 대뇌가 생성되어버린 거겠죠.” 주진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는 것이 누가 들어도 황당한 소리였기 때문이다.그러자 원경릉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불가능해.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야.”정적이 흐른 후 원경릉이 다시 의심스럽다는 듯 말했다. “뇌간 세포가 다시 살아난 뒤 스스로 대뇌를 클론복제 한 게 아니라면? 그렇다는 건 오랜 시간 후 신체가 클론 복제될 수도 있다는 거 아냐?”“어쩌면 그럴 가능성도 있죠.” 주진이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원경릉은 머리속에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사실 그때는 원숭이가 의식을 통해 다른 시공간의 원숭이를 제어할 수 있었기에 홍엽과 만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원숭이는 차에 치여 100% 완전히 죽어서 원경릉의 원래 몸과는 달랐기 때문이다.원경릉의 대뇌는 죽지 않았다.그렇다면 이렇게 생겨난 대뇌가 원숭이의 의식도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원숭이는 도대체 죽은 것인가 아닌가? 의식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수주부!태상황은 서일을 수주부 탐문 조사에서 불러들여 훼천과 멸지를 데리고 무림 인사들과 태자가 경성으로 돌아오는 것을 호송하도록 했다.북막의 대군이 계속 밖에 있어 매복 사정권 안으로 들어온 적이 없었으므로 호송하는 무리는 수주부 밖에서 떠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고개를 넘어 험한 길을 각오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험한 길을 가는 장점은 바로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으로 무려 이틀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태산준령을 넘는 건 태자의 상처에 좋지 않은데다 마차로 운송할 수 없어 태자를 들쳐 메고 갈 수밖
임종 직전의 우문호매복 사정거리를 기다렸던 북당군이 앞뒤로 협공하는 탓에 북막군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반나절의 계속되는 폭발로 사방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공격명령이 사방팔방에서 울려 퍼지는데 이때 나타난 북당군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하늘나라 병사와 장수처럼 용맹하고 강인해서 막아낼 수가 없었다.원래 용맹이랑 하면 북막군인데 지금은 서로 입장을 바꾼 듯했다. 진대장군은 이번 전투가 이렇게 처참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전란의 불길 속에 안풍친왕 부부가 채찍을 휘두르며 말을 달려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공포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이 안풍친왕 부부는 북막 사람에게는 악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이를 악물고 칼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돌진하라, 어서 돌진하라!”순식간에 해와 달이 빛을 잃어 버렸고 북당의 승리가 눈앞까지 다가왔다.이와 동시에 검마 남변객은 사람들을 데리고 우문호를 피신 시키느라 산길을 걸어 태산준령을 넘어 남쪽으로 갔다. 모두 우문호의 상처를 걱정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우문호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발걸음을 향했다. 훼천은 계속 경성에 서신을 보내 경로에 대한 답을 들었다.이틀 후 그들은 무안부에 도착했고, 이리 나리와 회왕도 합류했다.우문호의 상황은 이미 상당히 안 좋아져서 피를 두번이나 토해, 억지로 정신을 놓지 않고 있을 뿐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겨우 인삼탕을 흘려 넣어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였다.회왕은 우문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완전히 넋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무안부에서 나름 이름난 의원을 불러 우문호를 치료하게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전부 고개를 흔들며, “태자 전하께서는 이미 임종 단계에 들어가셨다”고 말했다. 회왕과 서일은 심하게 놀랐으나 티는 내지 못하고 둘 다 문 밖에 서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이리 나리는 집안 비전의 약을 바로 가져와서 먹였다. 약효가 있던 없던 약을 복용한 뒤 계속 길
제왕의 결정원경릉은 버티기 조금 힘들어진것 같아 보였다. 며칠을 연달아 길을 달리고 밤에도 쉬지 않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아직 괜찮았지만 뱃속은 불길에 싸여 타는 듯한 고통으로 전서구의 서신을 받았을 때는 이미 복통이 심각한 상태였다.원경릉은 착상주사를 놓은 뒤 마차에 누워 배를 만지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가야, 넌 줄곧 지기 싫어하지 않았느냐. 이번엔 여섯째 작은아버지 목숨이 달린 일이니 더욱 실수하면 안된다.”하지만 아가는 아무것도 모르고 성질을 부리는 것처럼 원경릉을 아주 힘들게 했다.복중의 태아 뿐 아니라 주진마저 괴롭게 느껴졌다. 마치 멀리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후후 하는 소리가 벼락 같기도 하고 광풍이 몰아 닥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우주 같은 곳에서 보내는 울부짖는 소리처럼 고막에 들어와 박혔다.사실 원경릉도 미세하게 나마 감지하고 있었지만 그저 본인이 너무 지친 탓이라 생각했다. 해질녘 향주부에서 저녁을 먹고 원래 계속 길을 갈 예정이기에 원경릉이 고생스런 여정을 감당하지 못할 상태로 강행할 경우 도중에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원경릉은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아 계속 길을 갈 것을 고집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그녀의 오빠가 계속 강렬하게 반대하며 화를 냈다. “너 살기 싫으냐?”“주사까지 놨으니 분명 괜찮을 겁니다.” 원경릉이 아랫배를 눌렀는데 사실 느껴지는 고통과 불편한 열감이 약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뱃속의 애 생각도 해야지. 더는 못 간다.” 그는 여지없다는 듯 말했다.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저 서로 멀뚱멀뚱 얼굴만 바라보았다. 태자비의 지금 상황이 더는 무리기에 더 갔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태자의 상황도 상당히 위급한 지라 반대 쪽이 이미 더는 올 수 없기에 만약 이쪽에서 가는 것을 멈추면 태자에게는 완전 희망이 없어지고 만다.주진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서쪽으로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았는데 빛이 점점 퇴색해가는 태양은마치 계란 노른자처럼
서신을 들킨 미색이렇게 탕양과 주진, 원경주 세사람이 먼저 통주부로 향해 달렸다.원경릉 등은 향주부에서 쉬었는데 며칠을 달려오며 처음 침대에서 자는 것이였다. 확실히 쉽지 않은 길이었다.원경릉은 미색이 생각이 많을까봐 걱정이 돼서 위로의 말을 하려고 같은 방을 잡았다.그나마 다행인 건 달려오는 며칠 동안 미색은 줄곧 강인한 모습을 보이며 울지 않았다. 단지 어떻게 된 게 잘 먹지를 못하고 가끔 멍하게 있었다.“걱정하지 말거라. 오라버니 의술 정말 뛰어나니까. 만약 여섯째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거면 그가 나보다 훨씬 적임자야.” 원경릉이 미색에게 말했다.미색이 “응”하고 건성으로 답하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마마께서 믿는 사람이니까 분명 좋은 사람이겠죠. 걱정 안 합니다.” 원경릉이 미색의 손을 꽉 쥐고 조금 초췌해진 얼굴을 보며 말했다. “힘들지? 오는 내내 제대로 먹지도 않았는데 배 안 고프냐? 아랫것들에게 뭐 좀 만들어오라고 하마.”미색은 원경릉의 자상하고 동정하는 눈빛을 보자, 마음이 더욱 아파와서 원경릉을 계속 마주할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안 먹고 싶네요, 저는 가서 좀 씻을게요. 며칠을 달려왔더니 전신이 먼지 투성이라.”“그래, 가봐!” 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의자에 기대 손을 뻗어 아랫배를 만졌는데 안에 불꽃이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여전히 지속됐다.미색이 옆에서 보따리를 풀어 옷을 한 벌 꺼내자 작은 대나무통이 보따리에서 굴러 떨어져 원경릉 앞에까지 왔다.미색이 문 앞에 가서 흘깃 돌아보고는 바닥에 대나무통이 있는 것을 발견하더니 안색이 돌변했다.재빨리 잡으러 갔으나 원경릉이 이미 허리를 숙여 집어 든 뒤였다.미색이 얼른 가서 빼앗아 뒤에 숨기며 서둘러 둘러댔다. “이…. 이건 보면 안되는 거예요.”원경릉이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들고 미색에게 물었다. “보면 안된다고? 이거 내 기억에 전서구 다리에 매달아 놓는 그 죽통 아니더냐? 통 안에 서신이 있는 그거 말이다. 내용 전부 우리한테 읽어준 거
사실을 안 원경릉미색은 원경릉의 이렇게 사납고 무서운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다가 원래부터 찔리는 데가 있기에 도저히 더는 숨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내쉬며 죽통 안에 있는 종이를 꺼내 원경릉에게 건넸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금단을 드셨으니까요.”원경릉이 종이를 펼치고 한눈에 훑어보았는데, 눈앞이 깜깜해지며 머리를 한방 꽝하고 맞은 듯 현기증이 일며 고통이 엄습했다. 원경릉이 비틀거리자 미색이 재빨리 부축했지만 원경릉은 미색의 손을 뿌리치며 노려보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날 속이는 게 아니었어.”그러자 미색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마마께서 못 받아들이실 까봐 그런 거 입니다. 복중의 용종에 누를 끼칠 까봐요!”원경릉이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마음의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외쳤다. “받아들일 수 없으면 안 받아들여도 되는 것이냐? 전하께서 출정하시는 그날부터 난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내게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없다. 뱃속에 아이도 마찬가지야. 만약 태자전하께 문제가 생겼다는 걸 안다고 해도 아이도 나와 마찬가지로 굳세게 살 것이다.”원경릉은 미색의 손을 놓고 탁자를 짚었는데 뱃속에 원래 있던 타는 듯한 느낌이 더욱 강렬해쟤져 전신이 불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공포와 우려를 애써 억지로 누르며 입을 열었다. “2시간만 쉬고 바로 출발하자.”“그렇게 급하게 말입니까?” 미색은 원경릉이 이렇게 굳셀 거라고 생각 못했다. 미색이 처음 회왕이 다친 것으로 잘못 알았을 때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기에 원경릉은 더욱 견디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원경릉이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태자전하께서 다치신 걸 몰랐을 때에도 2~3시간 뒤에 출발하려 했다. 허나 너희는 진짜 날 속이지 말았어야 했다. 이건 절대로 태자전하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만약 태자 전하께서 의식이 분명하셨으면 결코 너희들이 날 속이도록 놔두지 않으셨을 것이야. 미색이 날 수도 없이 도와줬지만 날 실망시
꺼져가는 우문호의 목숨원경릉에게 지금 유일하게 다행인 건 그녀의 오빠와 주진이 왔다는 것이다.원경릉의 지금 몸 상태로는 수술을 집도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오빠가 있으니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통주부에서 태자를 모시고 경성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비록 밤을 세웠지만 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유시(오후5시~7시)부터 태자의 호흡이 상당히 미약했기에 남변객이 내공으로 태자의 혈행을 순환을 시켰다. 상황이 약간 호전되는가 했으나 30도 되지 않아 다시 한번 피를 토한 것으로 보아 방금 혈행을 만들어 준 것이 지나치게 빨라서 견디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서일은 흰 알약을 빻아서 억지로 태자의 입에 넣고 인삼탕도 흘려 넣자 숨소리가 다시금 좋아졌다.하지만 태자비가 오는 거리를 따지면 적어도 이틀이나 남았기에 모두 오늘밤도 이렇게나 힘든데 어떻게 이틀을 버티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서일은 혼자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몇 번을 흐느끼며 울었다. 태자 전하는 수많은 위기를 만났지만 지금처럼 이런 위기를 만난 적은 없었다. 전에 기왕 전하의 암살을 겪었을 때도 목숨이 경각에 달렸었지만 그때는 언제든 자금단을 가져올 수 있었고 경성에는 명의가 있기에 태자비 마마도 계셨다. 그런데 지금은 대체 무슨 방법이 있는 거지?회왕은 계속 우문호 곁을 지키고 있었는데 계속 가슴을 칼로 갈갈이 찢기는 느낌이 들어 그제서야 깨달았다. 전에 자기가 곧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형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지 말이다. 우문호는 의식이 있었는데 자신이 장작더미 위에서 구워지는 것 같이 전신이 아프고 뜨거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문호는 자신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안간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는 원경릉이 와서 자신을 구해낼 것을 믿었다. 원경릉은 반드시 올 것이므로 원선생이 올 때 까지만 버티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자신이 할 일은 바로 버티는 것 뿐이였다. 우문호의 머리속을 계속 떠다니는 이 생각은 밧줄처럼 우문호를 단단히 끌어매어 설사 눈앞이 흐려 캄캄해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