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상인 출신 유소영, 부군의 출세와 집안살림을 도왔지만 돌아온 건 상인 출신이라 간사하고 계산적이라는 말뿐이었다. 혼인한지 2년, 그는 형수를 연모하며 그녀를 독수공방하게 했다. 형님이 사망한 후,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형님의 대를 이을 거라며 형수와의 합방을 말했다. 그리하여 유소영은 뒤돌아서 부고를 당한 줄 알았던 그의 형님을 찾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출신을 비웃었지만 그녀는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의술을 갖고 있었다. ‘이 소란이 언제 끝나나 보자.’ 사람들은 충용 후작의 고 세자가 준수한 외모에 학식이 뛰어난 문관이라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어릴 때부터 병을 몸에 달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 유일한 오점이라면 그가 동생의 부인과 강제로 혼인한 거였다. 몇 년 후, 엄청난 권세를 가졌음에도 사내는 매일 조회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부인이 자꾸 도망칠 궁리만 하니 당연히 빨리 집에 가야지!” 유소영은 절규했다. ‘병약한 사람이라더니!’
View More그 무수한 낮과 밤 동안, 나는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살았다. 이미 수도 없이 죽었다 살아난 것이나 다름없었다.몇 해 동안, 내 머릿속에는 죽음과 소영이에 대한 그리움밖에 없었다.신왕은 내게 살아갈 의지를 심어 주려 했다. 아니, 정확히는 송씨 가문 군사들의 병권을 손에 넣기 위해 소영이를 대신할 아이를 데려왔다.나는 그 아이가 내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늘 그 아이와 접촉하기를 거부했다.나는 한시도 쉬지 않고 죽을 기회를 찾았다.모든 것을 체념한 척,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는 척했다.나를 지키던 몸종이 방심한 틈을 타, 나는 비녀를 가슴에 찔러 넣었다.그때 나는 마침내 자유로워졌다고 생각했다.마침내 청명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지쳐 있었다.내가 나약했음을, 더는 버틸 수 없었음을 인정한다.소영이를 오라버니께 맡겼으니, 이제 마음 놓고 떠날 수 있었다……그러나 신왕은 끝내 나를 살려 냈다.이번에는 설요까지 데려왔다. 바로 내 조카딸이었다.설요가 어찌 그의 손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신왕은 이미 모든 패를 쥐었다는 듯 말했다. 설요를 붙잡았을 뿐 아니라 소영이가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시 잡아 올 수 있다고 말이다.나는 두려웠다. 눈앞이 캄캄할 만큼 절망스러웠다.나는 갖은 방법을 다 써 보았으나, 하늘을 찌를 듯한 신왕의 권세 앞에서는 끝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에게 내 모든 저항은 한낱 부질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설요를 위해, 나는 굴욕스럽게 살아가야만 했다.나는 산송장처럼 신왕부에 머물며, 얌전히 그의 다섯째 부인 노릇을 했다.내 한평생은 이대로 끝나겠구나 싶었다.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죽은 남편에 대한 지조도 지키지 못했고, 딸을 그 지옥 같은 곳에서 끝내 구해 내지도 못했다.하지만 하늘은 그래도 나를 가엾이 여겨 주었다.그가 소영이를 다시 내 눈앞에 데려다준 것이다!하늘도 알 것이다. 딸을 본 순간, 오랜 세
[유연정의 시점]나는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오라버니가 집안의 장사를 물려받았고,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방을 떠돌며 살았다.그때는 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오라버니는 장사를 도맡는 한편 나까지 돌보느라 혼기를 자꾸 놓쳤다.나는 오라버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자라서는 함께 장사를 도우러 다녔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명을 만났다. 그와 가까이 지내며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되었고, 나는 두 번째 집을 얻었다.그곳은 우리 부부만의 집이었다. 사계절 내내 봄처럼 따뜻한 남방성에서 얻은 집.청명은 송씨 가문 군사들을 이끌고 양나라의 남쪽 국경을 지켰다.나는 그가 얼마나 고된지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곁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여느 평범한 여인들처럼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를 기르며 살았다.혼인한 지 일 년 만에, 우리는 딸 소영이를 얻었다.소영이가 태어나자 집안에는 웃음과 생기가 넘쳐났다.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그날, 청명은 손님 한 사람을 집으로 데려왔다.그 손님은 언변이 뛰어났고, 몸에 밴 기품만 보아도 명문가 출신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나는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온몸이 불편하게 긴장되었다.그는 성정이 온화한 청명과는 달랐다. 눈빛에는 살기와 냉혹함이 서려 있었고, 몸에서는 언제나 희미하게나마 피비린내가 풍겼다.나는 그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그러나 청명은 오히려 그와 죽이 잘 맞아, 두 사람은 자주 한자리에 모여 나랏일과 군사 배치를 논하곤 했다.나는 청명을 이해했다.그는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도 평생 남방성에 눌러앉아 뜻을 펴지 못한 채 답답해했다.그러니 뜻이 통하는 벗 하나를 얻은 것은 청명에게 크나큰 위안이었을 것이다.하지만 바로 그 벗이라는 자가 청명과 아무 죄 없는 장병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나는 그날의 끔찍한 대학살의 현장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한다.진영 안은 온통 피비린내로 뒤덮였고, 나는 소영이를 꼭 끌어안은 채
그러나 영진은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나더러 그리하지 말라고 만류했다.영진은 그 아이가 자신의 몸속 독약을 대신 받아 목숨을 구해 주었다고 했다.설령 그 아이의 어미를 좋아하지 않고, 심지어 미워한다 해도 그 아이만큼은 엄연한 제 자식이며, 비록 원치 않게 얻은 아이라도 아버지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아이의 몸에 옮겨 간 독만큼은 풀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하는 수 없었다.어차피 지금 사씨 가문은 기반이 불안정하니, 영진이 돌아온다 해도 별다른 힘이 되지 못할뿐더러, 도리어 조정의 앞잡이들에게 발각될 위험만 커질 터였다.나는 영진이 계속 양나라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고, 서신으로 소식을 주고받았다.영진은 내력을 소진해 가며 그 아이의 목숨을 붙들어 두었다.영진이 보내오는 서신들을 통해, 나는 그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나는 그 아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그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그 아이는 약 먹는 것을 싫어했고, 쓴맛을 무서워했다.또한 글 쓰기를 좋아했으며 필체도 제법 훌륭했다.무공에도 제법 재능이 있었다……가까운 핏줄이라서였을까. 아니면 오랜 세월 나를 짓눌러 온 고독과 슬픔 탓에 위안이 절실했던 것일까. 나는 차츰 그 아이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영진이 그 아이의 초상화를 보내왔을 때, 나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영진의 어릴 적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나는 그 아이에게 중경이라는 자를 지어 주었다.나는 그 아이가 제 아비를 닮아 총명하고 강직하게 자라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제 몸을 잘 보전하여 무탈하기를 바랐다.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진심으로 그 아이를 받아들인 순간부터, 그 아이에게도 무거운 짐을 지우고 말았다는 것을......훗날 그 아이는 반드시 사씨 가문으로 돌아와야 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제 아비의 사명을 이어받아, 사씨 가문을 짊어질 운명이었다.영진은 고준형이 열두 살이 될 때까지 곁을 지켰으나, 끝내 황제의 앞잡이들에게 발각되고 말았다.그는 준형이
[사씨 조모의 시점]나는 사씨 일족의 흥망성쇠를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그 대가로 나는 남편과 자식들을 잃었다. 사씨 가문이 피바다로 변한 광경은 남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악몽이 되었다.그날, 궁중에서 비보가 전해졌다.내 외손자가 태자로 책봉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신하들과 결탁해 반역을 일으켰다는 것이었다.황제는 크게 노하여 직접 태자의 목을 베었다.내 딸은 자식을 잃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큰 병을 얻었다.딸의 고통은 남편의 연민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돌아온 것은 더욱 잔혹한 살육뿐이었다.머지않아 모자의 시신은 본보기로 삼기 위해 궁문 앞에 내걸렸다.그 차디찬 봄날, 황성에는 대숙청이 몰아닥쳤다.조정은 반역자를 잡아들이고 사씨 가문을 벌하였다.황제는 태자의 반역을 뒤에서 조종한 가장 큰 세력이 사씨 일족이며, 태자의 외숙인 내 아들 사영진이 그 원흉이라고 말했다.나는 당연히 내 아들을 믿었다.관군들이 사씨 가문에 들이닥쳐 영진을 붙잡아 갔다.그때만 해도 영진은 태자와 사씨 가문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왕의 음험함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윗자리에 앉은 자의 악독한 계략이며, 사씨 가문을 쓸어버린 뒤 그 재산과 인맥을 빼앗으려는 짓임을 짐작했다.영진은 옥에 갇혀 갖은 고문을 당했다.그들은 영진에게 죄를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고 지장을 찍으라고 강요했다.그가 따르지 않자, 억지로 독약을 먹였다.나는 온갖 수를 쓰고, 사람들 앞에 무릎 꿇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은 끝에야 겨우 영진을 옥에서 빼낼 기회를 얻었다.영진을 보았을 때, 그는 이미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사씨 가문의 혈통을 보전하고자, 나는 영진을 선나라 밖으로 내보냈다.그 후, 사씨 가문은 참혹하게 멸문을 당했다.하룻밤 사이 살아 있던 이들이 모두 시신으로 변했고, 사씨 가문의 현판은 부서져 불탔으며, 저택 안의 물건은 모조리 몰수당했다.영문도 모르는 백성들은 황실의 선동에 휩쓸려 사씨 가문이 백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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