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상인 출신 유소영, 부군의 출세와 집안살림을 도왔지만 돌아온 건 상인 출신이라 간사하고 계산적이라는 말뿐이었다. 혼인한지 2년, 그는 형수를 연모하며 그녀를 독수공방하게 했다. 형님이 사망한 후,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형님의 대를 이을 거라며 형수와의 합방을 말했다. 그리하여 유소영은 뒤돌아서 부고를 당한 줄 알았던 그의 형님을 찾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출신을 비웃었지만 그녀는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의술을 갖고 있었다. ‘이 소란이 언제 끝나나 보자.’ 사람들은 충용 후작의 고 세자가 준수한 외모에 학식이 뛰어난 문관이라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어릴 때부터 병을 몸에 달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 유일한 오점이라면 그가 동생의 부인과 강제로 혼인한 거였다. 몇 년 후, 엄청난 권세를 가졌음에도 사내는 매일 조회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부인이 자꾸 도망칠 궁리만 하니 당연히 빨리 집에 가야지!” 유소영은 절규했다. ‘병약한 사람이라더니!’
View More마차가 질주했다. 유소영은 고준형을 따라 대리시로 향했다.옥사 안.이삭이 구석에 쓰러져 있었다.유소영이 황급히 다가가 그의 맥을 짚어보았다.이내 그녀는 고개를 돌려 고준형을 향해 가로저었다.“숨이 끊어졌습니다.”결국 한발 늦은 것이다.그러나 이삭이 자결을 결심한 이상, 설령 이번에 막았다 해도 다음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고준형은 훤칠한 키로 꼿꼿이 서서 엄숙히 명령을 내렸다.“이 독약이 어디서 났는지 조사하라.”이어서 그가 석심에게 명했다. “부인을 저택으로 모셔라.”석심이 공수하며 명을 받들었다.마차 안.유소영은 많은 생각에 잠겼다.단지 군량 사건 때문이라면, 이삭이 처벌이 두려워 자결까지 할 리는 없었다.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필시 배후의 인물이 협박했기 때문일 것이다.도대체 누구일까.그자가 바로 대리 시험 부정 사건의 주모자인 걸까?유소영이 후작부로 돌아왔을 때, 집안 잔치는 이미 끝나 있었다.민심자가 그녀를 찾아왔다.“저번에 내가 여기 두고 간 점포 토지 매매 계약서 어디 있어!”그것들은 모두 유성천이 그녀에게 준 것으로, 돌아가신 부친에 대한 보상이었다.그날 그녀는 유소영에게 시위하러 왔다가 도리어 누명을 쓰고 근신 처분을 받는 바람에 계약서조차 챙기지 못했던 것이다!유소영은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저는 통 모르겠는데요.”민심자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시치미 뗄 작정이야?!”유소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인, 시치미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알 수가 없군요.”“네 아버지가…….”“제 아버지는 지금 대리시에 갇혀 계셔서 말씀을 나누실 수가 없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삼 년 뒤에 아버지께서 나오시면 그때 제가 여쭤보겠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부인께 드려야 할 것은 한 푼도 빼놓지 않고 드리지요.”“삼 년?!! 유소영, 나더러 삼 년을 기다리라는 거야?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민심자는 화가 치밀어 배가 아파왔다.아이를 위해 그녀는
고준형은 온화한 눈빛으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돌고 돌아 듣게 된 대답이 이런 것일 줄은 정말이지 예상치 못했다.“부인은 후작부를 떠나고 싶은 게요, 아니면 나를 떠나고 싶은 게요?”유소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얼핏 듣기에는 참으로 기이한 질문이었다.그녀가 대답했다. “둘은 다르지 않습니다.”고준형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확실히 별반 다를 게 없지.”“그럼 하나 묻겠소. 후작부를 떠난 뒤에도 왕세자가 여전히 끈질기게 군다면, 그를 받아줄 생각이오?”유소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어찌하여 또 왕세자 이야기로 돌아가는 것인가?조담에게는 그런 마음이 없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던가?“그럴 일은 없습니다.”고준형의 깊은 눈매 속으로 그의 본심이 자취를 감추었다.“이미 결심이 섰다면 그 뜻을 따라주겠소.”유소영은 일이 이토록 수월하게 풀릴 줄은 몰랐다.특히나 화리는 황제가 내린 혼인과 얽혀 있는 문제였다. 그녀는 세자가 망설이거나 곤란해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자.”고준형의 표정은 평온하여 어떠한 이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유씨 가문의 사건이 종결되면 그때 떠날 수 있도록 조치하겠소. 허나 그전까지는 세자 부인으로서의 본분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오.”유소영은 순순히 따르는 기색이었다.“예, 명심하겠습니다.”고준형에게 솔직하게 선택을 털어놓고 나니, 유소영은 짐을 던 듯 홀가분해졌다.그 후, 고준형 또한 향설원을 나섰다.공문서를 안고 뒤따르던 석심은 월하각에 돌아와서야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세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저 살기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그날 이후 사흘 동안, 유소영은 세자를 보지 못했다.덕분에 그녀는 한결 편안하게 지냈다.아씨의 선택을 알게 된 아민은 몰래 대리시로 향했다.그녀는 유 대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유 대감은 크게 놀랐다.“소영이가 정말 그리 결정했단 말이냐? 진정 후작부를 떠나겠다고?”그럴 리가 없었다.
고준형은 그녀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며 말했다. “부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하루 쉬기로 했소.”유소영이 즉시 대답했다. “전 괜찮습니다. 그저 가벼운 고뿔인걸요.”말을 마치자마자 목이 간질거려 기침을 참을 수 없었다.고준형은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말을 아끼고 푹 쉬도록 하시오.”유소영은 세자가 잠시 머물다 갈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아예 석심을 시켜 공문서를 이곳으로 가져오게 했다.두 사람이 한 방에 있자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반 시진 후.아민이 약을 가져왔다.고준형은 침상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약그릇을 받아 들었다.유소영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세자, 제게는 아민이 있어 보살핌을 받을 수 있……”그러나 고준형은 꽤나 평온하게 말했다.“알고 있소. 먼저 독이 들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오.”유소영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독이라니요?”누가 제 약에 독을 탄단 말인가?아민 또한 즉시 경계하는 기색을 드러냈다.고준형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오.”독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는 약을 아민에게 건네 먹이게 했다.유소영은 약을 다 마시자 금세 잠이 들었다.비몽사몽간에 누군가 땀을 닦아주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기운이 없어 눈을 뜰 수가 없었다.한숨 자고 일어나니 이미 해질 무렵이었다.석양 빛이 탁자 옆을 비췄다. 그곳에 앉아 공문서를 보는 고준형은 무척이나 집중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소영이 깨어나자 그는 즉시 알아차렸다.고준형이 눈을 들어 침상 쪽을 바라보았다.“주방에서 죽을 쑤어 왔는데, 지금 먹겠소?”그는 들고 있던 공문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유소영은 확실히 배가 고팠다.그러나 아민은 보이지 않고, 세자를 번거롭게 하기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아민은 어디 갔나요?”그녀가 물었다.고준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으로 다가와 걱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 아이도 병이 났소.”유소영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문밖, 처마 위.석심은 부인이 우산을 쓰고 황급히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다.또 무슨 일이지?아직 두 분이 화해하지 못한 건가?방 안.고준형은 유소영이 두고 간 깨끗한 옷을 바라보며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억지로 붙잡지 않았다.그저 잠시 머물다 옷을 갈아입고 저택을 나섰을 뿐이었다.향설원.심씨 어멈은 유소영이 홀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세자 부인, 어찌……."유소영이 물었다. "더운물 있나요?""있지요, 있고말고요! 목욕하시게요? 어찌 월하각에 계시지 않고요? 그쪽은 세자께서 다 일러두셨을 텐데요."심씨 어멈은 유달리 걱정이 많았다.아민은 아씨의 안색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다.그녀는 얼른 우산을 받아 들고 아씨를 모시고 방으로 들어갔다."아씨, 괜찮으세요?"시선은 저도 모르게 붉은 입술로 향했다.유소영은 긴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혼자 있고 싶네."지금 그녀는 마음이 심란했다.마치 깨끗한 연못인 줄 알고 발을 들였는데, 알고 보니 흙탕물에 빠진 것만 같았다.더할 나위 없이 검디검은!게다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었다.그녀는 그런 알 수 없는 것들에 불안을 느꼈다.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남편은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이기를 바랐다.그래야 함께 사는 게 너무 피곤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늘 상대방 말의 속뜻과 평온한 겉모습 아래 감춰진 위기를 헤아려야 하니 말이다.난향원.임유정은 온몸이 흠뻑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방에 들어서니, 고장훈은 세상 모르고 쿨쿨 자고 있었다. 업어가도 모를 지경이었다.임유정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임씨 가문에 이렇게 큰일이 터지고 친정어머니까지 잡혀갔는데, 남편이란 사람은 잠이 오다니?정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구나!사내란, 역시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화를 낼 수는 없었다.지금 그녀의 처지는 사면초가였다.더 이상 남편의 비위를 거슬러선 안 되었다…….오늘 밤비는 꽤 오래 내렸다.마치 임씨 일가
유소영이 다시 물었다. “아니면, 세자께서 이토록 지출을 줄이시는 게 강 소저 때문입니까?”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혼례 예물을 준비하기 위해 평소에 절약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고준형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었다. 강지영 때문이라고? 유씨의 눈에는 병을 고치는 데 그렇게 많은 은전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내가 은전이 없다고 비꼬는 것인가?유소영은 그가 침묵하자 인정하기 부끄러워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장성한 남자가 돈이 없어 사랑하는 여인조차 아내로 맞이하지 못한다고 인정하는 것은
분노가 극에 달한 임유정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내가, 내가 유씨 가문을 도왔구나! 유성천을 도왔구나!” 그녀가 아니었다면 유씨 가문이 어찌 화가 복이 되는 기회를 얻었겠는가! ‘아버지 말씀이 옳았어, 내가 멍청했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유씨 가문이 적과 내통하여 군량을 밀수했다고 고발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임유정은 죽을 만큼 후회하며, 밥상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음식을 전부 바닥으로 쓸어버렸다.충용 후작부. 향설원. 세자의 규칙을 깰 수 없었고, 따로 작은 주방을 만들려던 계획은 틀
마당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유소영에게 쏠렸다. 설 신의 제자라던 자가 갑자기 유소영을 신의라고 칭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유소영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자를 내려다보았다.고장훈이 직접 그자의 덜미를 움켜쥐었다. “감히 도망을 치려 해? 병을 고치지 못하니 이제 와서 설 신의 제자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거냐!” 고장훈은 그가 임유정을 고치지 못할 것 같으니, 거짓말을 하고 도망가려는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고장훈에게 붙들린 돌팔이는 여전히 유소영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가 절규했다. “아닙니다! 전 정말 설
고장훈은 앞으로 나서며 고준형을 향해 공손히 청했다.“형님, 통행 패 한 번만 빌려주십시오!”고 부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장훈아, 너 정말……”“살려야 합니다!”고장훈은 어머니가 자신의 마음을 흔드는 것을 원치 않는 듯 말을 가로챘다. 어찌 됐든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부인은 급히 그를 가로막았다. “그래도 입궁해서 시술사를 불러올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후작부의 추문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될 게야!”임유정이 대량 출혈을 일으킨 것은 장훈과의 부부관계를 절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이건 너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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