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상인 출신 유소영, 부군의 출세와 집안살림을 도왔지만 돌아온 건 상인 출신이라 간사하고 계산적이라는 말뿐이었다. 혼인한지 2년, 그는 형수를 연모하며 그녀를 독수공방하게 했다. 형님이 사망한 후,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형님의 대를 이을 거라며 형수와의 합방을 말했다. 그리하여 유소영은 뒤돌아서 부고를 당한 줄 알았던 그의 형님을 찾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의 출신을 비웃었지만 그녀는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의술을 갖고 있었다. ‘이 소란이 언제 끝나나 보자.’ 사람들은 충용 후작의 고 세자가 준수한 외모에 학식이 뛰어난 문관이라 알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어릴 때부터 병을 몸에 달고 살았다. 그의 인생에 유일한 오점이라면 그가 동생의 부인과 강제로 혼인한 거였다. 몇 년 후, 엄청난 권세를 가졌음에도 사내는 매일 조회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다. “부인이 자꾸 도망칠 궁리만 하니 당연히 빨리 집에 가야지!” 유소영은 절규했다. ‘병약한 사람이라더니!’
View More황궁. 황제는 높은 자리에 앉아 고준형의 보고를 조용히 듣다가,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이 군량 사건에 연루된 관리가 한둘이 아닐 거라 예상은 했다. 처음에는 그저 본보기로 삼아 경고만 주려 했다. 농가의 쌀독에도 좀벌레 몇 마리는 있기 마련인데, 하물며 이 거대한 양나라에 어찌 없겠느냐. 전쟁도 끝났으니 굳이 긴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거늘. 그런데.”황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고준형이 올린 명단을 확인하던 황제의 몸에서 제왕의 살기 서린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렇게 많은 이들이 연루되어 있을 줄이야.”고준형이 예를 갖췄다. “아직 배후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소신은 이번 평담 전쟁이 예전 막북 전쟁의 군량 횡령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여깁니다.”황제도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강씨 가문 사건을 말하느냐. 그렇다면 이 명단은 잠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네가 직접 조사해 명확히 밝히거라.” “네.” “요즘 고생이 많구나. 명색이 신혼인데 신부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오늘은 일찍 물러가라.”고준형은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한편, 유소영은 무척 의아했다. 세자가 강지영을 위해 마련해준 거처에서 노부인을 마주쳤기 때문이다. 노부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소영아, 왔느냐? 이곳은 본래 내 친정집의 별원이다. 준형이가 지영이를 잠시 머물게 한다기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직접 보러 왔다.”노부인은 사실 충용부에 너무 오래 갇혀 있다 보니 바람이나 좀 쐬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할머니.” 강지영이 멀리서 달려오더니 유소영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기억납니다, 두 번이나 본 적 있지요! 소저가 준형 오라버니의 부인인가요?”유소영은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강 소저의 기억력이 좋으시군요.”강지영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참 예쁘네요. 예쁜 사람은 마음씨도 좋다더니, 제 병을 고쳐준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마땅히 답례할 것이 없습니다. 절 미워하는 것은 아니지요?”유소
고 부인이 혼절한 뒤 후작부의 의원이 금방 도착했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다. 그녀는 깨어난 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것인가?” ‘어찌하여 나으리와 아들 모두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단 말인가?’ 국씨 어멈이 몹시 걱정하며 말했다. “너무 나쁜 생각 마십시오. 그저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임 소저보다 유 소저의 꿍꿍이가 더 무섭습니다.”고 부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여기느냐?” “생각해 보십시오. 설 신의의 제자라는 그 큰 비밀을 죽어라 숨기지 않았습니까. 어젯밤 그 돌팔이가 알아보지 못했다면 지금까지도 감쪽같이 속았을 겁니다! 게다가 소리 소문 없이 세자까지 꼬여냈으니, 장사꾼 딸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됩니다. 또 예전의 혼수 도난 사건도 그렇습니다. 보통 여자 같으면 진작 난리를 쳤을 텐데, 유 소저는 태연하게 지금까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아, 오히려 매일 가시방석에 앉게 만들지 않습니까. 저런 여인은 임 소저보다 다루기 훨씬 어렵습니다!”국씨 어멈의 말에 고 부인의 가슴이 요동쳤다. ‘두 며느리 중 누구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구나. 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유경원. 향설원. 유소영은 책상 앞에 앉아 요 며칠 점포들의 수입을 확인하고 있었다. 능연각의 장부를 살피던 중, 아민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씨, 밖에서 난리가 났어요. 마님께서 화가 나서 쓰러지셨대요!” 신이 나서 먹을 가는 아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유소영을 괴롭히던 사람들이 당하는 꼴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유소영이 물었다. “세자도 알고 있느냐?” 아민이 밖을 보며 투덜거렸다. “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세자도 참 이상하죠. 어머니가 화가 나 쓰러졌는데, 가보지도 않으니.”유소영도 같은 의구심을 가졌다. 이치대로라면 호위들이 분명 보고했을 것이고, 세자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여유가 안 된다면 그녀에게라도 대신 가보라고 했을 것이다. 아민은 방안에 외부인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속삭였다.“아
유소영이 그 몸종에게 물었다. “살렸느냐?” “다행히 제때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둘째 부인께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고, 마님과 장군께서 타이르고...”유소영은 고개를 들어 담장 너머 멀리 시선을 두었다. 막 거세한 몸으로 첩을 들인다는 말을 들었으니, 누구든 견디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임유정 같은 사람이 정말 죽고 싶어 할까? 그저 눈앞의 난관을 넘기기 위해 시늉을 하는 것일 뿐이겠지.’ 고장훈은 분명 그 속임수에 넘어갈 것이다. 온통 임유정 생각뿐이니, 그녀가 상처받는 것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고 부인은 다르다. 후작부는 임유정의 불임 소식이 반갑지 않을뿐더러, 임 재상이 오늘 직접 후작부에 첩을 들일 준비를 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임 재상의 속셈을 알 수 없으나, 유소영은 양쪽 모두 흡혈귀처럼 임유정의 몸에서 마지막 한 방울의 피까지 빨아먹으려는 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아씨, 우선 유경원으로 돌아가요.” 아민은 유소영이 또 얽혀들까 봐 작은 목소리로 제안했다. “그래.” 유소영은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옮겼다.난향원 안채. 고 부인이 백방으로 타일러 보았지만, 임유정은 한마디도 듣지 않았다. 그녀는 서럽게 울며 가련한 모습으로 고장훈에게 말했다. “부군, 차라리 저를 죽이십시오! 이대로 죽으면 적어도 깨끗할 수 있으니! 저는 이제 온전치 못한 몸이고, 폐인이나 다름없어요! 제가 죽어야 부군이 새 부인을 맞이하고 아이도 가질 수 있을 겁니다.”고장훈은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등 상처가 터지는 줄도 모르고 그녀를 꽉 껴안았다. “첩을 들이는 일은 난 모르는 일이오! 당신 말고는 누구도 필요 없소! 내 평생 부인은 당신 하나뿐이오!” 그들은 세상 가련한 연인처럼 서로를 안았고, 고 부인은 그 사랑을 갈라놓는 악인이 되었다. 고장훈은 고개를 돌려 고 부인을 내쫓았다.“어머니! 부탁입니다! 제발 가주세요! 저는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겠습니다! 부인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어찌 이토록 냉정하게,
“직접 전해라.” 고준형이 분부했다.서신은 진 점주가 쓴 것이었다. 평강방이 문을 닫은 뒤, 진 점주는 고준형의 추천을 받아 관장공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날짜를 따져보니 이제 막 부임했을 시기였다. 유소영은 의구심을 품고 서신을 열었다. 하지만 서신의 내용은 그녀에게 전하는 작별 인사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아씨, 왜 그러세요?” 아민이 물었다. “진 점주가 황성을 떠난다는구나.” “네? 왜요! 관장공서가 얼마나 좋은 곳인데, 그걸 포기한답니까?” 유소영도 그의 나약한 태도에 화가 났다. “나도 묻고 싶구나,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심씨 어멈은 세자 부인이 외출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즉시 가로막았다. “세자 부인, 먼저 세자께 여쭈어야 합니다!”월하각. 호위가 서재로 들어왔다. “세자, 세자 부인께서 외출하려 하십니다.” 고준형은 손에 든 공문을 내려놓고 눈을 들어 물었다. “무엇을 하러 간다더냐?”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합니다.” 고준형의 눈빛은 고요한 물결처럼 평온했다. 그는 다시 공문에 시선을 두며 말했다.“네가 동행하여 부인을 보호하거라.” “네!”……유경원을 나선 유소영은 우연히 고장훈과 마주쳤다. 고장훈은 그녀를 발견하고 무척 놀란 눈치였다. “유… 형수, 외출하시는 길이오?” 고장훈은 상처가 깊었지만 주로 등에 집중되어 있어 걷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임유정이 보고 걱정할까 봐 난향원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유소영과 마주치게 되었다.그녀가 급히 서두르는 것을 보니 요긴한 일이 있는 듯했다.유소영은 당장 진 점주를 찾는 것이 급했다. “나가는 길입니다.”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고장훈은 낯익은 호위를 발견하고 입을 다물었다. 결국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는 그저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예전의 감정을 뒤로하고 기꺼이 임유정의 지혈을 도와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 어젯밤 장씨 어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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