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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Author: 은광수
마동국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소년이라는 말 못 들어봤나? 남자는 나이가 많든 적든 미녀를 보기 좋아해.”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적당히 봐요. 어쨌든 마 교수님이 한의과의 탑인데 교수님이 근무 중에 이런 영상을 보는 것을 환자가 보기라도 한다면 이미지에 안 좋아요.”

나의 말을 들은 마동국이 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가 오기 전에 한의과에는 일주일에 환자가 몇 명 오지도 않았었네.”

“자네가 온 후에 한의과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거야. 그런데 자네마저 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그래서 내가 영상을 보든 말든 상관할 사람이 없다네.”

“사실 한의사가 완전히 답이 없는 건 아니에요. 인터넷을 보면 현재 일부 지역의 한의사가 인기가 있잖아요?”

“직접 나서서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주면 다시 한의사의 시대가 올 거라고 믿어요.”

마동국이 내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수호 씨, 자네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좋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이제 늙어서 할 수가 없어. 아참, 그러고 보니 여기서 떠나면 갈 곳은 있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그럼 내가 소개해 줄까?”

나는 믿기지 않아 눈을 둥그렇게 떴다.

“왜요? 전 항상 교수님께 맞섰는데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거예요?”

동국이 자애로운 아버지처럼 미소를 지었다.

“나한테 맞섰다고? 나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젊은이가 어느 정도 성격이 있는 건 정상이야. 전제는 반드시 실력이 뒷받침해 줘야지. 만약 자네가 민규와 같았다면 난 자네를 가만두지 않았을 거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문득 예전의 자신이 망나니였다고 느껴졌다.

마동국은 지금까지 나를 겨냥한 적이 없었는데 난 줄곧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다.

그걸 인지하니 후회가 밀려왔다.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왜 이제서야 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까?’

어쩌면 이게 인생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원래 어느 정도의 아쉬움은 남아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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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왕정민이 손을 쓴 게 틀림없다.병원에서 나를 해고하게 한 것도 모자라 비방하기까지 하다니.‘비겁하긴.’“마음대로 생각해요. 그림자가 비뚤었다고 사람도 비뚠 건 아니니까.”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기 싫어 말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려 할 때, 지은이 먼저 떠나버렸다.하지만 인사팀에서 수속을 마치고 떠나려 할 때 하필이면 또 지은을 만나버렸다.이번에 지은은 혼자가 아니라 웬 낯선 남자한테 몰려 구석에 서 있었다.“지은아,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남자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상대가 지은의 남자 친구 여준휘라는 걸 알았다.예전에 지은이 남자 친구가 집에 다른 여자를 들였다가 현장을 잡혔다고 했던 게 갑자기 생각났다.그렇다면 두 사람이 헤어지는 건 당연한 건데, 여기까지 달려와서 용서해달라고 하는 걸 보니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기 싫어 뒤돌아 다른 쪽 계단으로 올라갔다.이제 막 두 걸음 정도 걸었을 때, 갑자기 지은이 버럭 소리치는 게 들렸다.“여준휘, 너 뭐 하는 거야? 당장 이거 놔.”“싫어. 나 용서해주지 않으면 손 안 놓을 거야.”남자는 뻔뻔하게 말하면서 지은을 안고 입까지 맞추려 했다.그러자 지은이 상대의 뺨을 때리며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그런 짓을 했으면서 용서해달라고? 무슨 염치로 그런 말을 해?”“그래! 아가씨 좀 데려다 놓았다. 세상 남자들 중에 여자 밝히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어? 그런데 그건 그저 논 것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라니까.”여준휘는 펄쩍 뛰며 소리쳤다.그 말을 들으니 너무 놀라웠다.사람이 얼마나 뻔뻔하면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나 생각이 들었다.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가졌으면서 또 다른 여자한테 사랑을 속삭이다니.아니나 다를까 지은도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다.“그 더러운 손 치워. 역겨우니까. 지금은 너만 봐도 역겨워. 당장 꺼져!”“왜? 설마 너도 딴 남자 생겼어? 안 그러면 이렇게 단호할 리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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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쌤, 주치의가 오라고 해요.”나는 지은을 빨리 다른 곳으로 데려가려고 거짓말을 했다.그때 준휘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차갑게 물었다.“넌 또 뭐야?”“남성 비뇨기과 인턴인데요.”“내가 어린애인 줄 알아? 인턴이 의사 가운도 안 입었다고?”“오늘부터 일하기 시작한 거라 아직 옷 갈아입지 못했어요.”“오늘부터 일한 사람한테 이런 심부름을 시킨다고?”‘이 쓰레기 같은 남자가 이렇게 논리적이라고?’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자 준휘가 나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위아래로 훑었다.“설마 네가 그놈은 아니지?”내가 대답하려 할 때 지은이 갑자기 대답했다.“맞아, 이 사람이야.”그 순간 나는 너무 어이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그저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온 사람을 물고 늘어진다고?’나는 이 더러운 흙탕물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아 설명하려고 했지만 준휘는 나에게 설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주먹부터 날렸다.“젠장, 네 놈이 내 여자 친구와 바람피운 상대라고? 너 오늘 죽었어.”준휘가 달려들자 나는 결국 손쓸 수밖에 없었다.나는 순식간에 퍽 하고 준휘의 팔에 있는 혈 자리를 눌러 팔을 마비시켰다.그러고는 상대가 힘이 빠지자 솔직하게 말했다.“저 사실 한의과 인턴이에요. 윤 쌤하고는 아는 사이라 도와주려고 나선 거지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젠장! 난 그런 거 다 상관없다고. 나 때렸으면 배상해!”‘이젠 나한테까지 돈 뜯어내려고 용쓰네? 이 자식 아주 돈독에 빠진 미친놈이네.’“그저 혈 자리 누른 거예요. 가해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돈 뜯어낼 생각을 한다고요?”그때 지은이 차갑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가요. 이 자식은 주식 하면서 미쳤으니까.”‘주식 하면서 미쳐 버린 거였어? 어쩐지 생긴 건 멀쩡한데 인간답지 않게 행동한다 했네.’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은과 함께 떠났다.하지만 준휘가 갑자기 달려들었다.“안돼. 가면 안 되지. 손해배상 내놔.”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비원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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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쳤어요? 아까 내가 도와줬는데 아직도 이런다고요?”“나를 도와주려고 그랬다고요? 내 처참한 꼴 비웃으려고 그런 거잖아요.”지은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안 순간 나는 화가 나 지은을 째려봤다.“마음대로 생각해요. 설명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맹세하라는 건 절대 따라줄 수 없어요.”“맹세도 못 하겠다면서 어떻게 믿어요?”“그건 그쪽 일이죠. 의심 많은 사람이라 다른 사람 믿지 못하면서, 내가 왜 그쪽 요구를 들어주려고 기분 나쁜 일까지 해야 하죠?”나는 기분이 너무 나빴다.방금 분명 도와주려는 마음에 나섰는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좋은 일을 하고 오해받았다는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난 남자 못 믿어요. 그게 누구라도. 이 세상 남자는 다 쓰레기예요. 하나도 빠짐없이!”지은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지은이 쓰레기 남친한테 너무 상처를 받아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알기에 결국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세상 모든 남자가 그렇게 이기적인 건 아니에요. 좋은 남자도 많아요. 하지만 다음번에 남자 만날 때는 사람 제대로 보고 신중하게 만나요.”“다시는 남자 친구 안 만들 거예요. 평생 혼자 사는 한이 있더라도 또다시 이런 짓은 안 해요.”지은은 퉁명스럽게 말했다.그래도 지은의 감정이 점차 누그러지는 것을 보니 나는 얼른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내가 이제 막 두 걸음 걸었을 때 지은이 바로 눈치챘다.“거기 서요!”“또 왜요? 난 그래도 그쪽 존중해주는 마음에 떠나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아까처럼 그러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어찌 됐든 내가 남자이기에 떠나고 싶다면 지은의 체격으로 나를 막을 수는 없다.“기분이 꿀꿀해서 그러니 같이 점심 먹지 않을래요?”“네?”나는 지은이 나한테 점심을 같이 하자는 요구를 제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두려워 났다.“왜요? 싫어요? 그쪽 거기 내가 고쳐줬다는 거 잊지 마요.”“그래요, 안 싫어요. 좋아요, 됐죠? 어디서 먹을 건데요? 구내식당이요? 아니면 밖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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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257화

    지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도 몰라요.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대학교 바로 졸업하고 나서일 수도 있고, 자존심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 현실이 너무 가혹해서일 수도 있죠. 졸업하고 난 강북 한의원에서 인턴을 했고,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레지던트가 됐고, 또 얼마 안 돼서 한의과 부교수가 됐거든요.”“반면 남자 친구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여러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해도 이런 저러한 이유 때문에 레지던트로 되지 못했어요.”여기까지 들었을 때, 마침 거의 다 먹은 나는 더 이상 들어줄 심정도 아니라 곧바로 끼어들었다.“그러면 충격이 컸겠네요.”내 말에 지은은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째려봤다.“그러니까 지금 그 자식이 바람피운 이유가 정당하다는 뜻이에요?”“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그저 갓 졸업하고 그렇게 많은 역경에 부딪혔으니 충격이 컸을 거라는 얘기예요. 그런데 여자 친구가 너무 대단하니 자격지심도 느꼈을 거고.”“그런데 난 내 노력으로 레지던트가 된 거잖아요. 근데 그 자식은 내가 가족 백으로 됐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뭐라고 하든 믿어주지 않았어요!”“그러면 나중에는요? 주식은 왜 갑자기 했대요?”“병원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까 아예 다른 쪽으로 일자리 알아봤거든요. 그래서 내가 마침 의료 기기 판매하는 일을 소개해 줬어요. 일 잘하면 수익도 괜찮아 보이니까.”“그런데 얼마 안 하고 또 그만두더라고요. 동료들이 따돌리고 상사가 괴롭힌다면서. 그리고 혼자서 일자리 찾을 수 있다면서 나더러 찾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관계하지 않았죠. 그런데 허구한 날 일자리를 바꿨어요.”“대학 졸업하고 지금까지 5년이 흘렀는데 반년 이상 다녀 본 곳이 없을 지경이라고요. 내가 이유를 물을 때면 온갖 변명을 댔어요. 항상 남 탓만 하고 본인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듯이.”“그러다가 주식에 빠졌는데 헤어 나오지 못했어요. 그것 때문에 몇 번이나 싸우고, 물건도 집어 던지고 했는데 나중에 배신까지 하더라고요.”지은은 지난날을 생각하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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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섯전골은 Y시 명물이라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 어느새 냄비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방안 전체에 퍼져 버섯 냄새가 가득했다.윤지은은 사모님한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유미야, 너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많이 먹어.”“그만 집어 줘. 내가 직접 먹을 수 있어. 두 사람도 먹어.”우리는 묵묵히 전골을 먹었다.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나는 몇 번이나 분위기를 띄워주려고 했지만 사모님이 별 반응이 없고, 윤지은도 협조하지 않아 혼자 원맨쇼를 하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차 마시고 싶어...”사모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제가 물어볼게요.”무엇보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낸 사모님의 요구를 얼른 만족시켜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나는 얼른 밖으로 나가 큰 방을 지나다가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안을 들여다봤다.그랬더니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 서윤기가 들어왔다.‘서윤기가 Y시에 왔다고?’나는 얼른 몸을 숨긴 채 안대성에게 전화했다.“서윤기를 감사하라고 했잖아. Y시에 온 건 왜 말 안 했어?”[네? 서윤기가 Y시에 갔다고요? 몰랐는데요? 형님, 제가 부하들한테 서윤기 잘 감시하라고 시켰는데...]안대성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얼른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나는 당장 놈을 발로 걷어차고 싶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룸 안을 훔쳐봤다.룸 안에는 서윤기 외에 Y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성은 왠지 낯이 익었다.나는 몰래 중년 남자의 사진을 찍어 판자촌 노랑머리에게 보냈다.[이 사람 알아요?]노랑머리는 곧바로 답장했다.[그 사람은 이연화의 아버지 판자촌 터줏대감 이동민이에요.]‘젠장.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연화와 닮았잖아.’‘이동민이 여기 나타난 데다 서윤기와 웃고 떠드는 걸 보니 설마 정 사장님 교통사고가 서윤기 짓인가?’나는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다.서윤기가 강북 시장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2화

    “한 번에 천만 원? 여기가 뭔 금은방인 줄 알아요?”나도 이제는 돈 좀 있지만 한 번에 음식점에 천만 원을 충전하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북에서 최고급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도 고작 몇백만 원인데, 길가에 널리고 널린 버섯전골 집이 멤버십 카드만 천만 원이라니?매니저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돈 없으면 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나가요.”“잠깐!”나는 언성을 높였다.그러자 매니저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왜요? 또 무슨 일이죠?”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난 이 가게가 악의적으로 손님들에게 소비를 강요한다고 의심되거든. 그래서 지금 신고할 생각이야.”내가 신고하겠다는 말에 매니저는 얼굴색이 싹 바뀌더니 나를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당신 미쳤어? 본인이 밥 먹을 돈 없으면서 왜 남의 가게를 신고해?”“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더니, 왜? 내가 신고할까 봐 두려워? 불법 경영한 거 걸릴까 봐 걱정돼? 그렇다면 더 신고해야겠네. 이렇게 부도덕한 가게는 문 닫아야 하니까.”윤지은은 네 행동을 지지했다. 심지어 사모님 역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나는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매니저의 태도가 너무 괘씸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이분을 풀 생각이었다.내가 정말 전화하자 매니저는 이내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알았어요. 오늘 일은 저희 측 책임이니 사과드리죠. 지금 당장 자리 내어드릴게요. 됐죠?”“어디? 홀? 아니면 구석?”내가 따져 물었다.그러자 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연히 룸을 내드려야죠. 하지만 큰 룸은 이미 손님이 꽉 차 작은 룸밖에 남지 않았어요. 비용은 사과하는 의미에서 받지 않겠습니다.”나는 손을 뻗어 매니저의 말을 잘랐다.“됐어. 값은 원래대로 받아요. 안 그러면 음식에 또 뭔 짓 할지도 모르니까.”매니저는 내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은 매니저가 비열한 소인배라고 공개 처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윤지은과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1화

    결국 어쩔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내려가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Y시에 버섯전골 맛집은 꽤 많았다. 하지만 사모님 기분이 안 좋은 지금 작은 가게를 가면 보는 눈이 많고 시끄러워 기분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때문에 나는 한적한 가게를 찾으려고 한참을 더 걸었다. 다행히 그런 가게를 찾는데 겨우 성공했다.“안녕하세요. 프라이빗룸 하나 예약하게요.”이 가게는 환경도 좋고 손님도 많은 걸 보니 맛도 괜찮은 듯 시었다.“큰 룸 하나가 남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큰 룸은 얼마인데요?”“큰 룸은 기본 소비가 60만 원 이상입니다.”“좋아요. 그걸로 주세요.”60만 원이면 괜찮았다.룸을 예약한 뒤 나는 또 운전해서 윤지은과 사모님을 픽업하러 호텔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어느새 현지 특색이 담겨 있는 꽃무늬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절세 미녀들이라 그런지 뭘 입어도 예뻤다.물론 나는 칭찬의 말을 아꼈다. 지금 장소와 분위기에 그런 칭찬은 맞지 않았으니까.잘못했다가 또 윤지은의 욕지거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나는 일부러 맞을 짓을 골라 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우리는 버섯전골 가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하테 큰 룸 예약을 도와줬던 종업원이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손님, 죄송하지만 큰 룸은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셨습니다.”“방금 분명 내가 먼저 예약했잖아요. 왜 남의 방을 함부로 다른 손님한테 내줘요?”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종업원은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인터넷 오류가 났는지 그 방은 이미 예약한 분이 있어요.”이미 이곳에 왔는데 그대로 갈 수 없었기에 나는 차선책을 제시했다.“그럼 작은 방이라도 줘요.”“죄송하지만 오늘 가게에 있는 모든 룸은 이미 예약돼서 남은 룸이 없어요. 괜찮으시면 홀에 있는 자리를 내어줄게요. 동남쪽에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당신들 장사 이따위로 할 거야? 내가 예약한 자리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90화

    요즘 겪은 일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나도 가끔 감회가 새로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특히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유골이 된 걸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우리는 한동안 돌아갈 수 없기에 사모님은 부모님을 불러 사장님의 유골함을 강북으로 가져가 매장했다.두 어르신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순식간에 더 늙어진 것 같았다. 항상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사위가 그렇게 됐으니. 간암인 줄 알았을 때도 그렇게 믿기 어려웠는데 또 이런 불상사를 겪었으니 당연히 충격이 컸을 거다.하지만 임민수는 딸이 더 걱정됐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미야, 너 정말 강북에 안 돌아갈 거니?”사모님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진실을 파헤치기 전에 절대 안 돌아가요. 엄마, 아빠, 호섭 씨는 두 분께 맡길게요.”사모님은 무척 아쉬워하며 사장님의 유골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 순간 사모님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아쉬움과 슬픔, 괴로움 그리고 아름다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한데 섞여 있었다.나는 절친한 사람을 잃어본 적 없어 사모님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알고 있었다.나와 윤지은은 사모님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사모님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니까.”사모님은 매우 침착했고 엉엉 울지도 않았다.그런 사모님의 모습이 나와 윤지은은 모두 걱정되었다.하지만 사모님이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비록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않을 거야. 호섭 씨도 내가 이러는 모습 원하지 않을 거야.”“유미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윤지은은 감개무량하듯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이내 나를 째려봤다.‘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무엇보다 난 아직도 내가 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윤지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묵묵히 두 사람을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9화

    우리는 희망을 이연화에게 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때문에 그 백수들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서 기다리기만 했다.하지만 윤지은은 호텔에 갇혀만 있으면 사모님이 답답해할까 봐 한가할 때면 사모님과 함께 산책하곤 했다.사모님이 자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하지만 동력과 희망이 없는 탓에 사모님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Y시에 온 지 사흘 만에 강한나는 다시 강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 우리와 함께 시사 자리를 가졌다.“정말 여기 남아서 조사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강한나가 말했다.“알았어. 나도 도와줄 건 없으니 성공하길 빌게.”나와 윤지은은 곧바로 강한나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이 화장실 간 틈에 강한나는 얼른 우리에게 말했다.“호섭 씨 시신 어느 때 화장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몰라. 유미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그 말에 강한나가 말했다.“시체를 화장하지 않아도 시체에서 단서를 찾는 건 어려울 거야. 난 고인 편히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하. 그런데 문제는 유미가...”사모님이 아쉬워하는 게 문제다.화장하지 않으면 그래도 보러 갈 수 있지만 화장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사실 나도 강한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도 그 말 이해해요. 사모님은 저희가 설득해 볼게요.”식사를 마친 뒤 강한나는 그 길로 떠났다.나와 윤지은은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두 사람 먼저 돌아가. 난 장례식장에 가볼 거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사모님이 또 사장님 보러 간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장례식장도 규정이 있는데, 아무 때나 들여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그건 다른 것도 아닌 시신이니까.그때 윤지은이 입을 열었다.“유미야, 이번에 보고 난 뒤 호섭 씨 편히 자게 해주자.”“안 돼!”사모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8화

    “왕정민 이 파렴치한 놈. 어떻게 이럴 수 있지?”분명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뻔뻔하게 애교 누나한테 집착하다니.“애교 누나는 그럼 어떻게 처리했어요? 신고는 했어요?”[애교가 예전보다 많이 강해졌더라고요. 그걸 다시 왕정민한테 보냈어요. 심지어 안에 뭔갈 더 추가해서.]“네? 하하. 애교 누나가 정말 변했네요.”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그것도 다 왕정민 때문에 할 수 없이 변한 거긴 하지만요. 애교가 만만한 줄 알고 애교만 괴롭히다니. 그렇게 대단하면 그 여자를 그렇게 괴롭히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못 할 걸요.][그런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여자들은 뭐 드세고 화를 자주 내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되겠어요? 다 남자들이 행복한 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한 거죠.][특히 우리 여자들은 가끔 독해질 필요가 있어요. 독하지 않으면 남들이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아요...]나는 형수의 말에 백 번 동의한다.애교 누나가 이토록 강해졌다니 나는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형수도 마찬가지고.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내가 마음 놓고 할 일을 할 수 있다.형수와 한참 얘기한 뒤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에게 전화했다.“누나, 왕정민 일은 왜 말 안 했어요?”애교 누나 목소리는 여전히 간질거리고 듣기 좋았다.[수호 씨가 Y시에 있는데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수호 씨 가 나 때문에 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나 이제 많이 변했어요. 다른 사람의 보호만 받으면서 살 수는 없어요.][그동안 아빠한테 반항하면서 독립적인 여자가 될 거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산 적이 없어요.][예전에 결혼에 묶여 나를 잃었고, 행복한 결혼만 있으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았어요. 여자는 자기 마음이 강해져야 진짜 강한 거예요.]애교 누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순간 누나를 다시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알던 나약하기만 하고, 무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7화

    “내가 방 하나 더 잡을게요.”나는 말하면서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사모님 목소리가 들렸다.“수호 씨, 먼저 내 침대에서 눈 붙여요.”고개를 돌아보니 사모님은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내가 누울 공간을 내주었다.나는 속으로 거절했다.비록 사모님이 다른 마음 없이 그저 나를 휴식하라고 호의를 베푸는 거라는 걸 알지만, 사장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사모님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말도 안 됐다.게다가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내가 동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나는 결국 거절했다.“아니에요. 가서 다른 방 구하면 돼요.”나는 다급히 방을 나가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갔다.처음 온 날 우리는 사실 싱글룸 세 개를 잡았다. 하지만 나중에 사모님 상태가 걱정되어 나와 윤지은이 사모님 방에 들어와 지내게 되면서 나머지 싱글룸 두 개를 취소했다.확인 결과 더블룸 하나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얼른 그 방을 잡았다. 그러면 사모님과 윤지은이 더블룸에서 함께 지내고 내가 싱글룸에서 지내면 되니까.나는 카드키를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조용한 데다 환경도 좋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침대에 눕기 바쁘게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형수였다.요즘 사장님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달려 다니느라 형수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때문에 마침 조용한 틈을 타 나는 형수와 얘기하려고 여상 통화를 받았다.형수는 사모님 상태를 걱정하며 일의 진전을 물어봤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쉽지 않아요.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한동안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수호 씨 사장님 내외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번 기회에 유미 씨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형수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저도 알아요. 형수는 요즘 어때요?”[좋아요.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요.]“진짜예요? 사진 찍어 보내 봐요.”나는 너무 기뻐 흥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286화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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