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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Author: 은광수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왕정민은 제 쪽으로 걸어오는 이태웅과 딱 마주쳤다. 그 순간 왕정민은 사색이 되었다.

물론 지금은 이애교와 이혼한 상태지만 이태웅이 주는 위압감은 여전히 사람을 숨 막히게 했다.

왕정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버님, 언제 오셨어요?”

나는 그런 왕정민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다. 그는 그야말로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줬다.

그때 이태웅이 차가운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다.

“아버님이라 하지 마. 난 당신 같은 사위 둔 적 없으니까. 아까 내 딸을 천 것이라고 욕하는 것도 똑똑히 들었어.”

왕정민은 여전히 헤실 웃고 있었다.

“잘못 들으셨겠죠. 제가 왜 애교를 욕하겠어요. 애교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요. 우리가 이혼한 건 다 제 잘못 때문인데, 제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애교를 욕하겠어요?”

사람이 뻔뻔하면 얼굴이 벽보다 더 두꺼워질 수 있다더니, 왕정민이 딱 그 짝이었다.

헛소리를 해대는 왕정민의 모습에 이태웅의 얼굴은 새파래졌지만 본인 신분 때문에 직접적으로 손찌검하지 못했다.

왕정민 역시 이태웅이 그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태웅은 자기 신분을 가장 신경 쓴다. 그런데 강북시 부시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어떻게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겠나?

그저 본인이 환하게 웃으며 뻔뻔하게 굴면 이태웅이 저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걸 왕정민은 확인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에 서로 어떤 성격인지 꿰고 있다. 게다가 이태웅은 확실히 왕정민 생각대로 어쩔 방법이 없었다.

그때 내가 간 크게 다가가 발로 왕정민의 허리를 걷어차 그를 넘어뜨렸다.

왕정민은 이내 눈을 부라리며 나를 째려봤다.

“정수호, 네가 감히 나를 찼어?”

나는 왕정민에게 삿대질하며 버럭 소리쳤다.

“애교 누나는 내 여자 친구야. 한 버만 더 누나 뒷담화하면 또 차버릴 거야.”

인기척을 느낀 동료들은 하나둘 뒷마당으로 모여 나를 도와주었다.

다들 이유는 모르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 편을 들어주었다.

결국 머릿수에서 밀리자 왕정민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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