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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마나이
“어머니, 그래도 수아 아버지이고 두 분 사위인데 앞으로는 이 사람한테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은 더 이상 입에 올리지 마세요!”

박시율은 여전히 다른 이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알 뿐만 아니라 착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저놈을 사위라고 인정한 적 없다, 이 일은 무효야!”

나봉희가 말했다.

“그래, 저놈만 아니었다면 내 다리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야!”

도영호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저 이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그때 저도 홧김에 도범이랑 결혼을 한 거라고요.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될 줄 저도 몰랐다고요!”

박시율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 확실히 자신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짓이었지만 아이를 지우기는 아까웠다.

오늘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것도 그때 저지른 잘못을 만회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정말 아이를 낳을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정말... 내가 너 때문에 제 명에 못 죽지!”

나봉희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렸다.

“그만하세요, 도범이 이렇게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왔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라도 찾아서 할 수 있다면 생활은 점점 나아질 거예요!”

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영호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도범을 보니 화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수아는 도영호의 외손주였고 자기 딸의 아이이기도 했다.

“어디까지 좋아질 수 있을 것 같아? 우리가 예전에 살던 그 별장보다 편안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봉희는 여전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시율아, 우리 어머니는 어디에 계셔? 왜 안 보이는 거야?”

도범이 미간을 찌푸리곤 물었다. 이곳에 발을 들인지 시간이 꽤 지났지만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유는 도범의 어머니께서도 이곳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얘기했었다.

“지금 일 나가셨어, 너희 어머니는 배운 것도 별로 없고 나이도 많으셔서 청소부로 밖에 일할 수 없어. 월급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보태줘서 우리 가족이 그나마 살아갈 수 있게 해주셨어.”

박시율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자, 우리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겠어. 어디에 계신지 알고 있지?”

나이 든 자신의 어머니께서 청소부로 일하면서 한 가족의 수입에 보태주고 있다는 것을 들은 도범은 괴로워졌다. 도범의 어머니와 박시율 두 사람이서 이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었다니.

“도범, 너 잘 들어, 당장 우리 시율이랑 이혼해, 그리고 우리 시율이 청춘을 망쳤으니 보상금도 줘야 해. 아니면 내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

대문을 나서는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나봉희의 노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햇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날, 한 아주머니가 거리 위에서 모자를 쓴 채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탁!”

그때 빈 생수병 하나가 아주머니의 앞으로 던져졌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들고 노란색 머리를 한 두 남자와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자를 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에구, 지금 젊은이들은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거기에 버리려고 하질 않으니...”

하지만 젊은이들은 아주머니의 한탄을 듣게 되었다.

“젠장, 청소부면 청소부답게 조용히 바닥이나 쓸 것이지, 왜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

“여기에 던졌는데 뭐 어쩔래? 내가 바닥에 안 버리면 당신 같은 청소부들 월급 거저 가져가게 되잖아.”

생수병을 버린 남자가 거칠게 욕을 하더니 침을 뱉었다.

“원래 하등한 인간은 이렇게 밖에 살 수 없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일자리 없어지는 거잖아!”

그중에서 파마머리를 하고 검은 스타킹과 미니스커트를 입은 한 여자가 해바라기를 한 움큼 잡더니 껍질을 마음대로 버리기 시작했다.

“얼른 청소해, 잘 못하면 월급 깎일지도 모르잖아!”

노란색 머리를 한 두 남자도 해바라기를 한 줌 잡더니 해바라기 껍질을 바닥으로 던지며 말했다.

“그러니까, 아줌마, 얼른 깨끗하게 청소해!”

“나이도 젊은 것들이 이렇게 소질이 없어서야,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이렇게 마음대로 쓰레기를 버리는 게 얼마나 소질 없는 짓인지 몰라서 그래요?”

청소부 아주머니께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청소부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무더위를 이겨가며 깨끗이 청소해놓은 곳에 저렇게 쓰레기를 버리다니…

“소질? 청소부 주제에 감히 우리랑 소질 얘기를 꺼내, 정말 어이가 없어서!”

생수통을 버린 남자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본 도범과 박시율은 분노에 휩싸였다.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이렇게 아주머니 괴롭히고 있으니까 재밌어?”

도범이 나서기도 전에 박시율이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더니 화가 난 목소리로 물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래? 아주머니께서 힘들게 청소해놓은 데를 좀 잘 유지할 생각은 안 하는 거야?”

“뭐야, 지금 이 아주머니 대신 불평해 주는 거야? 누님 예쁘장하게 생겼네, 그런데 너무 꼬질하게 입었다!”

남자가 박시율을 보더니 눈에 빛을 밝혔다. 박시율은 평범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 몰라?”

두 명의 여자가 박시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시율아, 여기에는 왜 왔어?”

도범의 어머니 서정이 박시율을 잡으며 말했다.

“괜찮아, 금방 갈 사람들이니 내가 다시 청소하면 돼.”

“어머니,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요! 그냥 사람 괴롭히려고 작정한 거예요!”

박시율은 화가 나 주먹을 꽉 쥐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우리 누님 화내는 모습도 귀엽네!”

남자는 화가 난 박시율을 보더니 더욱 흥분해서 웃으며 말했다.

“이리 와봐요, 내가 뽀뽀 한 번만 하게 해주면 바닥에 안 버릴게요. 어때요?”

“내 여자를 감히 괴롭히겠다는 건가!”

도범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젊은이들을 쏘아봤다.

“너는...”

한눈에 도범을 알아본 서정이 제자리에 굳더니 눈시울을 붉혔다.

“도범아, 너, 너 돌아왔구나.”

도범이 고개를 돌리더니 빨개진 눈으로 서정의 손을 꼭 잡았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고생시켜드렸어요. 5년 동안이나 곁을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니다, 고생은 무슨. 괜찮아, 엄마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네가 살아서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모두들 네가 전쟁터에서 죽었을 거라고 했지만 엄마는 네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서정이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굳은살이 가득 박힌 손으로 도범의 손을 잡은 그녀는 이 손을 놓으면 모든 것이 꿈이 될까 봐 두려웠다.

“네, 제가 돌아왔어요. 앞으로 다시는 헤어지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행복할 날만 남았어요! 불효자가 어머니를 너무 걱정시켜 드렸죠!”

도범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니, 아니다. 너는 훌륭해, 엄마는 다 알아, 네가 박 씨 집안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것도 모두 내 병을 고쳐주기 위해서라는 거. 전쟁터에 나간 것도 나라를 위해서라는 거!”

서정의 시야는 이미 눈물로 흐려졌다.

“이런 아들을 둔 것만으로도 엄마는 만족해!”

“뭐야? 드라마 찍어? 어디서 저런 삼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말을 하는 거야, 역겹게!”

노란 머리를 한 남자가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도범의 눈빛 속에 살기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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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73화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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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71화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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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9화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 무적이 되어 돌아온 남자   제2868화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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